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2010 트위터 10대 감동사연 7 - 축의금 만삼천원

ㅜㅜ 조회수 : 491
작성일 : 2010-12-30 10:12:51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서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이철환 『곰보빵』중에서 =
IP : 122.52.xxx.2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이...
    '10.12.30 10:32 AM (116.127.xxx.253)

    글 읽으면서 휴지 몇장 버렸네요.

  • 2. 저도..
    '10.12.30 3:58 PM (59.186.xxx.5)

    모르게 눈물이.... 이런 친구... 두 분의 우정이 부럽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59922 제주도로 이사가고 싶은데여~ 8 알이 2010/07/13 1,398
559921 국그릇보다 조금 큰 그릇 어떤게 이쁜까요? 1 우동그릇 2010/07/13 312
559920 엄마 가슴 딸아이도 닮나요? 34 딸아미안 2010/07/13 2,981
559919 지금 티비 보세요? 대박. 한나라당이 큰 웃음 주네요. 15 리얼 병림픽.. 2010/07/13 1,648
559918 타로 보신분? 2 타로 2010/07/13 525
559917 라섹했는데 눈이 침침해지는거 같은데 좋은 음식이나 운동법 없나요? 1 2010/07/13 702
559916 울산 가려는데(무정차? 직행?) 3 버스로 2010/07/13 806
559915 독일산 vivo청소기 사용해보신분 계신가요? ^^ 2010/07/13 1,091
559914 이러다 저 모자 마니아가 될 것 같아요 8 어찌하다 보.. 2010/07/13 926
559913 시집, 친정 같은 지방이면요 12 질문 2010/07/13 778
559912 그쪽에서 전화가 왔었다구요!!!! 1 의부증 경험.. 2010/07/13 852
559911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를 갈까요? 어린이집을 옮길까요? 1 연년생맘 2010/07/13 374
559910 이제 1학년인데..제가 미친거죠?ㅜ.ㅜ 27 초등초짜맘 2010/07/13 2,736
559909 블루마블 몇살부터 즐길 수 있을까요? 1 하고싶어 2010/07/13 390
559908 저도 맛있는 파김치 구해요. 2 . 2010/07/13 584
559907 어제 홈쇼핑 에서 중고세탁기 8만원선보상 하고 통돌이 판매 하던데요. 9 드럼 보다 .. 2010/07/13 2,316
559906 매일 풀수 있는 일일공부 그런 스타일 문제집 어디회사가 좋나요? 2 초등학생 2010/07/13 629
559905 언제까지 단체 생일파티를 하는건가요 1 애들끼리만 .. 2010/07/13 237
559904 구미호(여우누이뎐) 흥미진진 재미있네요. 13 .. 2010/07/13 3,054
559903 매실..설탕 녹은담엔 매실이 둥둥 떠도 되는거죠? 1 매실 2010/07/13 798
559902 맛있는 총각김치 구해요 1 총각김치 2010/07/13 422
559901 거래도 안되는데 금리인상까지…아파트 한채가 짐 될 줄이야 13 세우실 2010/07/13 1,616
559900 트윈홈바 냉장고 어때요? 2 베어 2010/07/13 460
559899 신장이 한쪽 뿐이면.. 장애인의 범주에 들어갈까요? 12 저.... 2010/07/13 2,836
559898 일산에 스케일링 잘하는 치과 좀 알려주세요 1 치과 2010/07/13 803
559897 초4 과외비로 어떤지 싶어요 2 과외 2010/07/13 882
559896 코슷코 냉동블루베리 가격좀 알수있을까요? 6 가격문의 2010/07/13 1,448
559895 어제 마트갔다가 무심코 건빵 몇봉 샀는데.. 건빵 2010/07/13 568
559894 (전남 순천,보성,담양)휴가지 코스좀 정해주세요 4 머리 아퍼 2010/07/13 1,329
559893 남자들 집에서 러닝과 사각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면 안되나요? 33 저기요 2010/07/13 5,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