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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되니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

그냥그냥 조회수 : 275
작성일 : 2010-12-25 11:31:32
30대후반인 저는 크리스마스때 부모님으로부터 한번도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어요.
가끔 크리스마스전날 할아버지댁에 가서 잔적이 있는데 그때 삼촌이 딱 한번 머리맡에 인형선물을 놓아둔걸
제외하고는요.
저희 부모님,특히 엄마는 늘 쓸데없는 짓이라고 일축했고 어린맘에는 그래도 한번쯤은 좋은 선물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쓸데없는 짓이란 건 선물에 국한된건 아니었죠.
물건을 살때도 꼭 필요한 것만 사라고 종용하곤 하셨죠.
결국 꼭 필요한것은 보통 학교 준비물이었어요.
책 읽기를 좋아해서 책을 사달라고 조른적도 많았지만 결국 불난 집에서 내다버린 위인적 한세트 받아본게
전부였어요.
엄마에게 있어 책이란것도 결국 쓸데없는 물건인 셈이었죠.
키큰 마론인형 하나 가져보는게 너무너무 소원이었는데 엄마는 가장 싸고 별로 예쁘지도 않은 인형하나를
사줬고 친구들이 너무 놀려서 결국 그 인형을 갖고 놀지 않게 되었죠.
엄마는 큰맘 먹고 인형이란 쓸데없는 걸 사줬는데 제대로 갖고 놀지도 않는 딸이 못마땅했고
다시는 사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뒤로 정말 인형이란걸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었어요.
물건뿐만 아니라 엄마가 시키지 않은 행동을 하면 쓸데없는 짓 한다며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라고 그외의 행동은 다 쓸데없다고 하셨어요.
하루는 엄마가 이웃아줌마와 수다를 떨고 와서는 저녁준비하는 내내 그 아줌마 흉을 본적이 있어요.
그 아줌마가 며칠전에 큰맘먹고 비싼 속옷을 샀다고 자랑을 했대요.
자기것 하나 딸 것 하나 이렇게 두개 샀다구요.
엄마는 쓸데없이 속옷 따위에 비싼돈을 쓰냐고 정신나갔다고 했죠.
그 당시 전 사춘기였고 그집 딸이 그렇게 부러울수 없었어요.
저도 예쁜 속옷 하나정도는 갖고 싶었기 때문에 엄마의 얘기보다는 그 아줌마가 어떤 속옷을 샀고
어떤 속옷을 딸에게 사줬을까? 너무너무 궁금했으니까요.
제가 입던 속옷은 늘 만원에 몇장 이렇게 묶어서 파는 것들이었어요.
저는 우리집이 굉장히 가난한줄 알았어요.
가난하기 때문에 엄마가 꼭 필요한 것만 사라고 하는 줄 알았고 속상하긴 해도 엄마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가 따로 쓰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는 몫돈을 턱턱 쓰고 사셨다는걸
알았어요.
한동안 속상하기도 하고 원망도 되고 그랬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젠 마음도 편안해지네요.
그런데 얼마전에 통화한 제 친구얘기를 듣다보니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가 나오더군요.
친구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사달라고 정성들여 편지를 썼더래요.
그래서 제가 그럼 그 장난감 사주면 되겠네.했더니 지금 나이가 몇인데 장난감같은 쓸데없는 걸 사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수면조끼나 사줘야겠다고 합니다.
아이가 수면조끼도 받고싶어하니?물었더니 그게 꼭 필요한 거라고 일축하더군요.
쓸데없는 것? 꼭 필요한것?
친정엄마가 떠오르네요.
IP : 116.125.xxx.15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매리야~
    '10.12.25 12:30 PM (118.36.xxx.105)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주고 싶겠지만...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선물로 주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 2. 눈송이
    '10.12.25 2:44 PM (211.202.xxx.75)

    저랑 비슷한 아픈추억을 가지신 분이시군요.

    제가 아이를 낳고보니..더더욱 이해가 안되는 어머니의 행동들...
    제가 초등학교2학년때인가..책이 읽고 싶어서..책사달라고 했다 빰을 맞았었습니다.엄마에게..
    그리고..그시절 외제품 비싼 그시절..돈타령 하시던 분이..휘슬러 압력밥솥..냄비 일절 구비하고 쓰셨구요.(나중에 결혼후 휘슬러가 좋고 비싼제품인거 알고..배신감 느꼈다는..)
    그 중..휘슬러 압력밥솥 제가 결혼할때..쓰시던 거 주시더군요.
    당신은 새제품 사시고..
    몰래..땅도 사놓으시고..아들 주시겠죠.
    씁쓸한 크리스마스...입니다.
    지난..20년 크리스마스..그리 즐겁지 않았는데..
    님이 올린 글보니..왈칵 눈물이..나며..서럽네요.

  • 3. 원글맘
    '10.12.25 3:53 PM (116.125.xxx.153)

    눈송이님~
    저도 결혼하고 애 낳고 기르면서 더욱더 친정엄마가 이해가 안되더군요.
    결혼전에는 애 낳기 전에는 그냥 그럴수도 있겠다.싶었는데 내 새끼 기르다보면 내것은 못해도
    자식것은 해주게 되는데 말이죠.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은 진작부터 준비해뒀다가 어젯밤에 살짝 침대위에 뒀더니 아침에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건 봤어요.
    가난해서 없어서 못해주는 부모라면 못해주는 부모심정은 오죽했을까?하고 안스런 맘이라도
    생길텐데 그렇지 않다는걸 안순간부터 한동안 마음이 많이 복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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