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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이 너무 예뻐요.

고슴도치? 조회수 : 2,298
작성일 : 2010-12-23 11:58:46
저희 아들 이제 중3 돼요.

저는 아들 하나밖에 없어요. 제가 더 낳질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 아들이 너무 예뻐요.

그렇다고 아주 모범생도 아니고 공부를 기가막히게 잘하지도 않아요.

이성, 동성 친구들도 적당히 많고 가끔 1:1 맞장 뜨기도 하고  그러다가 화해하고 다시 놀고, 학교에서 두발검사, 복장 검사 뭐 이런걸로 벌점도 심심치 않게 받아옵니다.

그렇다고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그저 평범한 그 또래 남자아이죠.

머리는 제법 좋아서 학원에서는 레벨이 높은 반인데 공부는 안해서 학교 성적은 정말 ㅠㅠ......

중요과목은 그럭저럭 인데 기타과목이 한심할 지격이랍니다.

저는 학교 다닐때 그런 점수 한 번 도 맞아 본 적이 없어요.

게임도 자기 학년에서 1, 2 등 할 정도로 잘해요.

게임에 그렇게 많은 시간 투자하는 것은 아닌데 그정도로 잘하는 걸 보면 그 쪽으로 머리가 좋은 것 같기도 하구...

가끔 별 일 아닌것에 민감하게 반응 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꽥꽥 거리기도 합니다.

물론 길게 가지도 않고 금방 미안해 하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그저 그런 보통의 사춘기 남자아이죠.

잔소리를 하려고 들면 끝도 없이 지적질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너무 아들이 이쁜 거예요.

그냥 쳐다만 봐도 이쁘고 밤에  자는 얼굴 한 번 씩 쓰다듬어 보구요.

그냥.... 지금 이아이가 하는 행동들.....공부 안하고, 주변 정리 못하고, 잘 안씻는 것들.... 뭐 이런것들... 언젠가는 다 좋아지겠지.... 라는 대책없는 믿음이랄까 뭐 그런게 항상 있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약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하는 일만 하지 말라고 하고 나머지는 잔소리 거의 안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성격이 느슨한 사람이냐 그건 아니거든요.

직장에서는 깐깐한 완벽주의자로 악명이 높은 사람인데 말이죠.

저 자신한테 굉장히 엄격하구요.

그냥... 남편과 아들 한테만은 저 자신도 이상할 만큼   너그러움이랄까, 믿음이랄까 뭐 그런 긍정적인 감정이 있어요.

이번 기말고사 기간에 아이가 저한테 이번 시험은 정말 공부하기가 싫다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하기 싫으면 이번 시험은 대충 봐라. 중학교 시험 한 번 망쳤다고 인생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라고 해 줬어요.

그래서인지 정말 편하게 놀더군요. ^^;

그 후 아이가 집에 와서는 이번 시험에 최악의 성적이 나왔다고, '성적표가 나오면 엄마 안보여주고 태워도 되냐고' 그래서 '태우는 것은 화상의 위험이 있으니 잘게 찢어라' 라고 말해주었거든요.

(옆에 있던 동생이 정말 이해가 안가는 표정..)

그런데 정말  정말 정말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너무 편안해요.

한 순간도 성적이 궁금하거나 하지 않구요.

저희 아이 학교는 과목별로 등수만 나오고 전체 등수는 학교에 전화해야 알려 줘요.

저 2년 동안 한 번도 전화 안해봤어요.

그냥 국, 영, 수 괜찮으니까 나중에 열심히 하면 되... 하고 지나가고.

저 어렸을 때 생각하면 그 나이에 정말 공부 하기 싫었거든요.

그랬으니까 아이도 당연히 공부가 싫겠지.... 해요.

생각해 보면 아이가 어렸을 때 부터 아이에 대한 대책없이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어요.

그냥 막연히.... 앞으로 잘 할 것이다....

그래서 사교육도 4학년 때 부터 시켰거든요.

글씨도 못 떼고 1학년 들어가서 받아쓰기 30, 40 점 받아와도 '지금 부터 하면 되지 뭐...'

제가 이러니까 남편도 점점 따라와요.

사춘기 초반에는 아이 행동들이 맘에 들지 않아해서 아이랑 자주 부딪히고 그러더니 제가 아이에대해 갖는 느긋함을 보고 '당신이 맞는 것 같다' 라고 하면서 저랑 비슷해지더라구요.

저 이렇다고 아이한테 무관심한 엄마도 아니에요.

제가 학원을 운영하는데, 아이 저녁식사를 제대로 차려 주고 싶어서 집도 학원 바로 옆으로 옮겼구요,

수업시간 조절해서 아이 밥 주는 시간 따로 만들었어요.

시간되면 다다다... 집으로 뛰어가서 밥 차려주고 다다다.... 학원으로 뛰어와요.

생선도 방금 구운걸로, 계란 말이도 따뜻한 걸로 주고 싶어서요.

어릴때 이유식 한 번도 안 사먹이고 직접 다 만들어 먹일 정도로 극성이라 주변에서 한 마디씩 하셨거든요.

그리고 저는 아이가 공부 잘하길 바랍니다. 공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로...

지금 아이의 성적은 남들이 보면 결코 잘한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거든요.

그런데도 제 자신도 이해 할 수 없는 이 여유로움, 근거없는 자신감, 믿음....

이거 뭘까요?

써놓고 보니 글이 너무 이상하다. 횡설수설....  히잉~

그냥 저같은 분 계신가 궁금하기도 하고 저 처럼 해도 아이가 나중에 잘 할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끄적거려봤어요.

자게니까요.
IP : 119.192.xxx.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모마음
    '10.12.23 12:09 PM (115.143.xxx.81)

    부모마음은 다 그런가봐요.

    저는 갓 시집 왔을때 마빡이가 유행이었고, 마빡이 흉내 내는 걸 동영상으로 방송국에 보내면 프로그램 끝에 그걸 틀어줬거든요. 그런데 형님이 중3, 중2 아들들이 그거 하는 거 너무 예쁘다고 찍어서 동영상 보낸다고 자꾸 봐달라는데 정말 난감했어요. 도대체 애매한 청소년들이 그거 하는게 하나도 귀엽지 않는데 어떤 표정을 짓고 뭐라고 말해줘야 하는지 참...
    어쨌든 제게도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계신게 감사하죠. 그게 천륜이고요.

  • 2. 윗님
    '10.12.23 12:16 PM (112.151.xxx.221)

    글 읽고 너무 웃었네요. ㅋㅋㅋ난감하셨다니..ㅋㅋ
    저희 애들도 중3이에요.
    원글님 글에 99% 공감하고요..

    다만 '이것들 연애하고 결혼하면 놔줘야 겠지?'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다지고 있답니다.^^

  • 3. .
    '10.12.23 12:18 PM (175.117.xxx.81)

    저희 아들은 아직 어리지만, 저도 님하고 비슷~한 맘으로 살아요^^
    공부도 못하고, 얼띠고... 그마나 요즘 말썽은 좀 줄었네요.
    아빠닮아 짧고 엄마닮아 굵어서 나중에 여자친구 못 사귈까봐 그게제일 걱정이지만 저한텐 너무예쁘네요^^;; 공부 잘할거란 기대보다는 앞으로 좋아하는 일 찾아 야무지게 살꺼라는 믿음으로 살아요.
    님처럼, 저도 마음까지 느긋하게 먹을수 있다면 우리애도 참 행복할텐데요...

  • 4. ....
    '10.12.23 12:28 PM (58.122.xxx.247)

    저도 그런과인데 바라보는것만으로 이쁜마음이면 애들과 힘들일이 없더라구요

  • 5. ㅎㅎ
    '10.12.23 12:30 PM (221.138.xxx.206)

    아들 이쁘다는 얘기는 대학가면 다시 해주세요 ㅎㅎ
    세상에 그럴 수 없이 이쁘던 아들 대학가니 진상짓 제대로 하던데요
    빨리 장가보내고 싶습니다 ㅋ

  • 6. 미쉘
    '10.12.23 12:35 PM (222.232.xxx.65)

    "태우면 위험하니 잘게 찢어라" .....명언이네요. ㅎㅎㅎ 저도 아들이 예쁘지만 아직 모자란지 공부를 잘 해오면 더 예쁘고 더 좋고 그래요.

  • 7. 아~~
    '10.12.23 12:39 PM (122.100.xxx.49)

    중3 되도 그럴수 있구나..
    저는 지금 초등학생 아이 하나인데 정말 님 마음과 똑같아요.
    받아쓰기 50점 받아와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것처럼 뿌듯했고
    다른 엄마들 아무리 공부 잘하는 아이들 자랑해도 우리 아들녀석은 상받는거 하나 없어도
    뭔가 자랑스런 것이 마음 저 안에 그득 있는거예요.뿌듯한거.
    그러니 자랑하는 엄마들 하나도 샘 안나고 정말 좋은 마음으로 들어줄 수가 있었구요.
    성적도 70점만 넘으면 된다는 마음이였는데 초4 1학기때 수학 55점 받아온거 보니
    충격이 가긴 가더군요.그렇지만 뒤에는 또 극복하고..
    엄마한테 종알종알 대드는 것도 겉으론 엄하게 꾸짖으면서 고 재잘대는 입술이 어찌나 이쁜지..
    그런데 주변 보니 거의 외동 아이 있는 엄마들이 그런 경향이 있었어요.
    둘째 세째 엄마들은 제가 느끼는 이 기분을 막내한테 느끼더라구요.

  • 8. 고슴도치?
    '10.12.23 12:45 PM (119.192.xxx.5)

    저같은 마음 가지고 계신 분들을 만나니 참 반갑네요. ^^
    ㅎㅎ 님, 저는 아이가 대학가면 품에서 떼놓으려구요. 이러다가 진상 시어머니 될까봐 겁나거든요.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남편이랑 저는 아이는 2순위, 서로를 1순위로 올려 놓고 살기로 하고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 아직까지는 아이가 1순위구요.
    미쉘님...저도 아이가 공부 잘하면 더 예쁘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구요.

  • 9. 미쉘
    '10.12.23 12:57 PM (222.232.xxx.65)

    고슴도치님~~~아이고 전 반성의 뜻으로 쓴 말인데 기분 상하셨으면 미안해요. 사실 이번 시험을 아이가 지금까지 제일 못 본 성적을 받아와서 충격을 좀 받았거든요. 아이 앞에서는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 속으로 좀 실망이 되더군요. 그래서 나도 아이를 더 사랑해야겠다 하고 반성의 뜻으로 쓴 글이예요.

  • 10. 아주
    '10.12.23 12:58 PM (110.35.xxx.102)

    좋은엄마시네요.
    화상 위험있으니 태우지말고 찢어라 이렇게 말하는 엄마한테
    뭐속이고 그럴마음 안생기겠는데요.
    저는 딸램 5학년 하나인데
    집바로앞에 중학교가 있어서
    남자애들보면 앳된 모습은 얼마나 귀여운지..키큰아이들은 듬직하구요
    아들있는분 부러운 마음 든답니다.

  • 11. 고슴도치 ?
    '10.12.23 1:05 PM (119.192.xxx.5)

    미쉘님... 저 기분 안상했어요. 전혀요. ^^ 신경 안쓰셔도 됩니다.

  • 12. ***
    '10.12.23 1:55 PM (118.220.xxx.209)

    우리애도 부족한게 너~무 많은데 저는 집에서 잔소리도 많이하고 야단도 많이쳐요...
    근데 가끔 한번 쳐다보면 내자식이라 그런가 너무 잘생기고 이쁘고 착하고 유순하고 나중에 커서도 같이 다니면 뿌듯하고 왠지 자랑스러울것 같은 믿음이 새록새록 생기네요....

  • 13. .
    '10.12.23 1:56 PM (112.153.xxx.114)

    아 저도요...^^
    혼날일이 있어 꾸짖을때도 속으로는 삐죽거리는 입매마저 예뻐요 ㅋ
    남들은 말대답 하면서부터 얄밉다고 하던데
    전 겉으로는 엄한 표정으로 있지만
    컸다고 자기 생각 생기는구나 라는 생각에 귀엽게만 느껴져요
    그냥 존재 자체가 예쁩니다.
    요즘은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겨서 걔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데
    그것마저 이쁘네요 우리애 행복하게 해줘서 그 아이에게도 고맙다는 생각 들구요 ㅎㅎ

  • 14. ㅎㅎ
    '10.12.23 3:28 PM (125.177.xxx.193)

    그냥 마냥 좋은 엄마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네요.
    아드님이 부모님을 좋아할 것 같아요~
    저도 지금 6학년 아들래미 진짜 이쁘거든요.
    중3때도 원글님처럼 그랬으면 좋겠어요.
    좋아보여요.ㅎㅎ

  • 15. ^^
    '10.12.23 3:29 PM (61.79.xxx.62)

    아이가 안 예쁘다는 분들도 많더군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예쁘지만..
    그동안은 제 감정에만 치우쳐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실 알고나니..중3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쁜 우리 아이가 너무 고맙네요~
    중3임에도 초등동생 이뻐하면 질투하고 동생 괴롭히고 엄마 사랑 서로 차지하려 다투고..
    안 징그럽고 밉지 않고 싫지않은..너무나 사랑스러워 볼 한번 더 쓰다듬고 싶은..
    엄마의 애정표현때문에 사춘기 아이들 부담될까 더 두려운..제가 행복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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