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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신들 마음..

막내 며느리 조회수 : 385
작성일 : 2010-12-23 01:27:40
몇년전에 남편 외삼촌이 돌아가셨어요.
평소에 왕래가 없어서 저도 얼굴보고 인사한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희 결혼식에 왔었다고 하는데 잘 기억이 안나요. 사진으로 보고 얼굴만 알고 있었어요.

어머님은 4남매 중 장녀이고 돌아가신 외삼촌은 막내면서 외아들이셨대요.
어려운 형편에 외아들이라고 그 옛날에 대학교까지 가르쳤는데 군대갈 나이에 군회피를 해서 평생 주민등록증도 없이 당연 직업도 없이 살았대요. 그당시 군인이셨던 시아버님이 힘을 안써줬다고 평생 원망하고 그 불만이 커서 사이가 안좋아졌구요.
허우대는 멀쩡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몇명 낳았는데 외삼촌이 경제능력이 없으니 아이들을 가르칠수가 없어서 다들 국민학교만 다니고 뿔뿔이 흝어져 가출하고 뭐 그렇게 소식도 모르고 살았나봐요.
그 와중에 시어머니랑 같이 살았으니 외숙모도 나중엔 이혼하고 집 나갔다고 하고요.
결국 말년엔 혼자 살다가  갑자기 돌아가신거죠.

근데요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주에 시부모님이 저희집에 오셨는데 그제서야 그 얘기를 하는거에요.
니 외삼촌 돌아가셨다.. 저번주에. 우리가 장례식에 갔다왔으니 너는 안간도 된다.
남편은 화가 나서 그 얘기를 지금 하면 어떻게 하냐.. 그때 얘기를 해서 형이랑 연락해서 같이 문상을 다녀와야하지 않냐..  아버지만 다녀오면 다냐..   그 얘기를 듣는 어머니는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눈치인데 못하고 아버님 눈치만 보고요.  

아버님은 항상 그러셨어요. 자식들을 항시 어리게 보고 모든 집안일을 아버님 단독으로 처리하시든가, 의논을 할 일이 있으면 큰아들과 의논하고 남편한테는 알리지를 않아요. 괜한 걱정할 거 없다고.
몇년전 아버님 백내장 수술할 때도 시댁 가서 보고 알았어요. 물론 큰아들이 모시고 가서 수술하고요.
어머님 병원에 입원해 계셔도 식구들 다 알아도 저희만 모르게 하고요.
남편이 늦둥이 막내라 아버님께는  어려보일지 몰라도 나이 마흔 넘어서도 저런 취급 받으면 좀 심한거 아닌가요? 외삼촌 돌아가시고 연락안한 일로 시아버님과 아주버님 사이에 엄청난 언쟁이 있었어요.
이제 아버님은 뒷방으로 물러나시라..(시아버님 연세가 90) 장성한 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왜 장례식, 결혼식에 자식 놓고 아버님이 다니시냐.. 이건 자식을 위하는게 아니라 욕먹게 하는거다.. 등등 험한 말들이 오갔어요.
결국 뒤늦게 남편과 아주버님이 49제때 찾아뵙고 끝났어요.

전 여태까지 아버님이 아들들 생각해서 말을 안하고 혼자 다녀오신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갑자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아무리 자식 생각을 한다해도 이건 외삼촌이 돌아가셨는데 그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과.
평상시 아버님이 어머니 처가를 무시했었던것 같아요.
돌아가신 외삼촌하곤 사이도 안좋았지만 그집 자식들도 무시했던것 같아요.
아버님이 독서량도 많고 유식하긴 하지만 생활력이 없어서 아버님 역시 평생 직업없이 집에서 지내셨거든요.
그런데 아주버님과 남편 모두 객관적으로 직업도 형편없고, 한마디로 성공한 자식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혹시 당당하게 데리고 다닐 자식이 없어서 혼자 간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당신 자존심에 그냥 혼자 다녀온게 아닌지....

뭘까요??
IP : 86.138.xxx.16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놔두세요..
    '10.12.23 2:57 AM (210.121.xxx.67)

    일단 나이 90에 혼자 돌아다니신다는 게 대단하네요;;

    무엇보다 남편과 아주버님이 제대로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저 나이에 저런 성격이면

    이상한 분인거 주변에서 다 알 테고..또 얼마나 사시겠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남편 말이나 좀 들어주시고..별로 이런저런 해석 덧붙이지 마시고, 시아버님 이상하다

    이런 소리도 마시고요..당신이 애쓰네, 이 정도로만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나중에 세월 지나고 나면, 몰랐던 얘기들이 더 들릴 수도 있겠네요. 지금은 가만히 계세요.

  • 2. 윗분
    '10.12.23 12:48 PM (220.86.xxx.48)

    말씀이 맞아요. 자식들 바쁘고 힘들테니 부모님만 다녀오신거 아닐까요. 외삼촌댁과 사이가 안좋았으니 더 그럴수 있구요. 그런 부모님마음 그냥 이해해드리세요.
    전 살짝 부럽기도 하네요. 온갖집안 행사에 아들, 며느리 같이 가고 싶어하시거든요. 자식 내세우고 싶어하시고 그게 체면이라고 생각하세요. 실속이 있어야 하는데 허세끼가 있어서 자식들이 힘들답니다. 부주할때 저희형편에 10만원이면 족한데 20, 30 씩 하길바라시거든요. 집집마다 다 다르지만 자식내세울게 없어서라기보다 처가와 사이가 안좋아서 아닐까생각해봅니다. 가만히 계시는게 정답이네요.

  • 3. 원글이
    '10.12.23 6:17 PM (86.138.xxx.167)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죠? 저도 가만히 있긴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혹시... 하면서 자식들이 변변치 않아서 그러셨나?? 하는 의심이 들어서요. 아버님은 이북분이라 홀몸이고 가족,친지 라고 해봐야 어머님형제가 다거든요. 아버님네가 못살아서 외삼촌네도 아버님을 무시했었다고 해요. 그니까 서로 무시한건데 아버님은 자기 자존심이 너무 쎄서 그래..두고 봐라. 내자식이 더 잘되나 니자식이 더 잘되나..그랬었던것 같은데 결국 자기 자식들도 다 평균이하니까...

    윗분님 말씀대로 자식 생각해서 그런거라고 내내 생각했었어요. 늘 자식 생각하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야겠죠?
    두분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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