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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원서 쓰다보니 문득 드는생각...

뭔짓인가... 조회수 : 1,247
작성일 : 2010-12-22 10:15:34

어느정도 기대하고 자신감 있었던 수시 다 떨어지고
수능도 못보고

엄마는 밥먹는 시간외엔 컴앞에 앉아서 눈이 뻑뻑해지도록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들 녀석은 시쿤둥합니다.
물론 그 성적으로 가능한 학교가 본인의 성에 안차는 것도 알지만...
원서접수 순간까지 남의 일 보듯 하는 아들이
오늘은 밉네요...정말.

머리 싸매고 열심히 했던 아이라면 저도 이런 기분은 안들것 같아요.
본인의 기준으로만 열심히 했다는 것...
그걸 객관적으로 판단하려하지 않고
불평만 하는 아이가 너무 미워요.
그래서 더 슬픕니다.

앞날에 대해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본인도 결정하는게 쉽진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그저...
얼른 학교보내고...
졸업해서...
제길 찾아...
독립하길...

간절히 바라는 아침입니다.

사춘기 아들 겪으면서 어릴적 가졌던 살가운 정도
이제 바닥을 드러낸 상태인데...
아이들 어릴땐 저걸 키워 나중에 어찌 떼어놓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그럴 염려는 전혀 없겠어요.

그냥 좀 허탈하고
쓸쓸하고
허망합니다...
엄마라는 자리가...



IP : 120.50.xxx.10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공감해요
    '10.12.22 10:18 AM (211.57.xxx.90)

    제딸도 오늘 나군 원서 써야되는데 집에 컴이 고장이라
    방금 담임 컴으로 원서 지원했다고 문자 왔더라구요.
    허접한 학교 지원했지만 합격이나 했으면 좋겠어요.
    재수는 아이도 싫고 저도 싫어서요.
    원글님 아드님도 합격하기를 바랍니다.

  • 2. ..
    '10.12.22 10:20 AM (218.209.xxx.170)

    저도 지난해에 그 과정을 거쳐서 이해합니다.
    원서 넣고 발표날때까지 제가 병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그때 후유증이 남아있어요.

  • 3. 에겅...
    '10.12.22 10:29 AM (112.152.xxx.238)

    갑자기 엄마 아빠한테 죄송해지네요. 제가 13년쯤 전에 딱 그랬어요.
    그땐 왠지 자존심도 너무 상하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철이 없었죠ㅠㅠ
    원글님 아드님 꼭 좋은 곳에 합격하시길 바랄게요^^

  • 4. 不자유
    '10.12.22 10:41 AM (122.128.xxx.253)

    원글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이지만
    올해 초등 5학년 큰딸아이가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면서
    엄마라는 자리에 대해 참 서글프게 느껴졌을 때
    우연히 읽게 된 공지영씨 산문집이 생각이 나서요.
    딸에게 주는 응원의 편지이지만...
    딸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제게 더 응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엄마라는 자리에 대한 응원 ...
    ............................
    위녕, 언젠가 어두운 모퉁이를 돌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느낄 때,
    세상의 모든 문들이 네 앞에서만 셔터를 내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
    모두 지정된 좌석표를 들고 있는데 너 혼자 임시 대기자 줄에 서 있다고 느껴질 때,
    언뜻 네가 보았던 모든 희망과 믿음이 실은 환영이 아니었나 의심될 때,
    너의 어린 시절의 운동회 날을 생각해.
    그때 목이 터져라 너를 부르고 있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엄마가 아니라면, 신 혹은 우주 혹은 절대자라고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겠지.

    너는 아직 젊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단다.
    그것을 믿어라.
    거기에 스며 있는 천사들의 속삭임과
    세상 모든 엄마 아빠의 응원 소리와
    절대자의 따뜻한 시선을 잊지 말아라.
    네가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제가 멈추어 울고 서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응원할 거야.

    .... 공지영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5. 아...원글님
    '10.12.22 11:06 AM (115.140.xxx.6)

    원서쓰기전 컴질하다가 습관처럼 82cook에 들어왔다가 제가 쓴 글인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아들넘이고.. 수시 다 떨어진거, 수능 못본것, 이리 어여쁜 아들 나중에 어찌
    떼어놓을까 하는 걱정은 이제 안해도 되겠다는 것등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마 아드님, 겉으로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엄마에게 속으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있을겁니다. 남자아이들은 그렇더군요. 사춘기지나고 머리가 커지고나면 여자인 엄마들하곤 사고체계가 다른듯.... 속마음까진 그렇지 않은데 표현하는부분에서 여자들의 섬세함을 따라오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개콘의 두분토론을 맞아 맞아하며 공감하며 본답니다.
    어제.. 미리 작성해놓은 원서를 보면서 제가 그랬습니다.
    야 아들 장애여부에 왜 없슴이라고 했어? 님은 소통장애가 있잖아 3급..
    글고.. 국적이 왜 대한민국이야? 님은 화성인잖아?
    저희 아들, 재미없거덩~하면서도 웃더군요. 자기도 멋적은거겠죠^^
    원글님...저, 그리고 모든 남자아이수험생 어머니 모두 힘내어요.

    글고 부자유님의 댓글중 공지영씨 글도 한때 제게 위로가 되었던 글이었고 지금 이 시점에도 큰 위로가 되는군요.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맘이 또 뭉클해져옵니다. 지난번 상담글도 무척 감사했습니다.

    원글님, 오늘 원서 잘 쓰시고...당분간은 입시 잊으시고 푹~쉬어요.우리...

  • 6. ..
    '10.12.22 11:32 AM (211.192.xxx.78)

    저도 아들키우는지라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좋은결과 있길 바랍니다.
    부자유님이 올려주신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7. 원글이
    '10.12.22 2:42 PM (120.50.xxx.105)

    댓글 하나하나가 너무 제 맘을 잘 읽어주신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감사드립니다.
    많이 위안이 되고 기운도 납니다.
    부자유님이 올려주신 글귀 저도 기억나네요.
    다시 작은소리로 따라읽어봅니다.
    이제 원서접수가 끝나면 기나긴? 기다림이 있겠지요.
    작은 아이도 예비고2라서 올 겨울방학 중요한 시기인데
    참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네요.
    모두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길 저도 간절하게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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