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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아래 초등 동창이야기가 있네요..저도..
저는 어릴때 공부를 참 잘했어요. 그런데 집이 가난했죠. 그것도 너무너무.
제 어릴때 소원이 새우깡먹는거였어요. 과자라는걸 돈주고 사먹는건 우리형편에 너무나 사치스러웠어요.
엄마는 학교에 한번도 오지 못했어요.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사실 자식 학교에 가야한다는 생각조차 없었어요.
아니면 가면 돈들일이 있을까봐 무서웠을지도 몰라요.
저는 초등때는 거의 한두번 빼고는 올백을 맞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늘 무슨 대회나 상받는일에는 나가지 못했어요.
엄마가 한번도 학교에 오시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삼십여년 전의 일이니..그때는 참. 촌지가 오가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었죠.
어느날 수학경시대회..물론 학교내 대회에서 내가 1등이였고. 도대회 대표로 뽑혔지만.
어느 엄마가 왔다가고나서 대표가 바뀐걸 알았죠.
하지만 저는 엄마한테 얘기도 못했어요. 늘 그렇듯이.
말해도 바뀔게 없다는 걸 알았던것도 같고. 엄마가 내일로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것도 알았던거 같아요.
수학경시대회. 웅변대회. 과학경시대회..
반장이나 부반장이 되면 선생님이 저를 불러 자리를 내놓으라고 얘기하신적도 있어요. 돈이드니 너는 감당할 수 없다고.
심지어 6학년 졸업때 전교1등에게 주던 상도 뺏겼어요.
우습죠. 원래 전교1등은 교단에 나가서 상을 받아요.
그런데 교단에 나가서 받는 상을 다른 아이가 받고.
저는 그냥 일어서서 호명하는 상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유명하게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아이는 5-6명정도 정해져 있었거든요.
제가 자란곳이 촌이라서..돈이 많은 집이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중학교 가서 저는 도시로 이사를 왔고.
도시는 좀 분위기가 다르더라구요.
물론 중학교부터는 엄마의 개입여지가 적은 시기이기도 하고.
촌지가 좀 부끄러운거라는걸 아이들이 아는 시기니까요.
부당한걸 항의할줄도 하는 나이가 되었기도 하고.
어쨌든 저는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가난한 집에서 잘할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었어요.
엄마아빠는 저를 자랑스러워 하셨지만. 물론 지원은 못해주셨어요. 단과학원도 한번도 못가봤어요.
참고서 살때도 정말 너무 미안해서 헌책방을 돌다돌다 정말 어쩔수 없는것만 사달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의대를 가고 싶었지만. 학비걱정을 하는 부모님께 말을 못했어요.
대신 최고학교 공대를 갔어요. 장학금으로 학비한푼 안내고 다녔어요. 오히려 장학금과 과외비로 대학때 부터는 오히려 풍족하게 지냈던거 같아요. 돈도 모으고.
박사까지 졸업하고. 남편도 CC로 만나서. 지금은 전문직으로 돈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요.
저는 어릴때 학교에서 차별받던 일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어요.
맹렬히 분노를 가슴에서 불태워요. 아직도.
막 꿈에서 선생님한테 소리지르는 꿈을 꾸기도 하구요.
너무 억울해서.
하긴. 그래서 지금 제성향이 극좌파가 되었어요.ㅎㅎ
얼마전 나를 그렇게도 비참하게 하던 동창을 만났어요.
학회에서.
엄마를 내세워 몇번이나 내 경시대회 자격을 가로채갔던.
그런데 그아이는 몇번이나 대학에서 떨어지고. 나보다 한참 못한 대학에 겨우 들어가서 학회에 대학원생으로 왔더라구요. 저는 운영위원이었구.
순간. 어릴때의 억울함이 스르르 녹아버리는 느낌이 들었달까요.
참 유치하죠. 그래서 울고있던 아이가 마음속에서 뛰어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이겼다. 이런 소리가 막들려오면서.
오늘 옛날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번 올려봐요. ㅎㅎ
그리고 저도 지금은 제 아이가 공부를 생각보다 못해서 동동거리는 보통 아줌마가 되었답니다.
자식은 정말 랜덤인가 봐요.
우리애를 보면 오히려 얘가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부모보다 공부를 못하나 이런생각이 든다니까요.
1. ..
'10.12.7 11:48 AM (121.146.xxx.157)담담히 쓰셨지만,,어린마음에도 참 속상하셨을것 같아요..
학회에서 그분 만나신거...정말 님이 노력하신거에 대한 선물인듯 보여요
이젠 악몽꾸지 마시구요^^
아이에게 어떻게 헝그리정신...을 어떻게 심어주지?---저도 고민중이네요2. 토닥토닥
'10.12.7 12:14 PM (58.224.xxx.49)님땜시 로긴했어요....^^
저두 님과 비슷한 추억(?)이 있네요....
6학년때 반장이었는데,
뇌물 무지 밝히는 슨생이 반애들 앞에서 반장 제대로 뽑으라고 대놓고
지#하더군요......
너무너무 억울해서 그게 1교시 도덕시간 (수업내용 참....ㅋㅋ) 에 있었던 일인데,
1교시 끝나고 바로 책가방싸서 집까지 내내 울면서 갔더랬어요....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오로지 깡으로 세상사는 친정 아버지가
슨생이 벌였던 진상의 10배로 학교를 뒤집어 놓으셨어요.....
교권이 하늘을 찌르던 80년대였는데 말이죠...^^
그 덕분에 원글님과 같은 깊은 상처는 안 생겼어요....
교사에 대한 냉소는 가득해졌지만.....
현재 4살된 아이가 나중에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저또한 기죽지 않고 울친정 아빠처럼
학교 뒤집을거에요....
무식한 방법이긴 해도 아이에게 부모가 돈이 없을지언정 자신의 확실한 아군이란 걸
인식시켜주더라구요.....
그 사건후에 비교적 씩씩하게 내 가난을 담담히 인정하면서도 잘 지냈던 것 같아요...^^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네요....
앞으로도 행복해지세요....^^3. 외람된 ?
'10.12.7 1:31 PM (112.154.xxx.179)댓글이지만.. 원글님 참 글을 잘쓰시는거같아요..
뭔가 거침없는 글솜씨에 감탄하고 가슴이 찡해지는 스토리에 살짝 눈시울도 붉히고 그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