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오마이뉴스에서 어느 유저와 간단한 실랑이를 벌인적이 있습니다. 그 유저는 리영희 선생이 조선일보에서 쫓겨난 것 때문에 조선일보에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식의 글을 썼었죠. 그래서 제가 아는 범위에서 반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리영희 선생이 조선일보에서 쫓겨난 것은 `베트남전 참전 반대'라는 기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 군부정권의 위세는 정말 무서웠죠. 헌데 베트남전에 반대한다는 기사를 썼으니 정부에서 당연히 조선일보에 압력을 가했을 테고 조선일보도 자신들의 논조와 다르게 나가는 선생을 내친거죠.
선생은 국립해양대 출신입니다. 이북출신이라 돈이 없어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해양대를 졸업하고 영어교사로 있다가 6.25가 터지자 군에 입대해 통역장교로 7년간 활동했습니다.
군제대후 합동통신(지금의 연합뉴스) 기자로 있다가 조선일보에 스카웃되서 정치부, 외신부 기자로 활약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일보는 학교를 무척이나 따지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정치부 기자로 있을 때는 청와대를 출입하
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는 해당 신문이나 방송사의 간판들이 가는 곳입니다.
영어, 중국어, 불어, 독일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등 외국어 실력이 뛰어났구요.
국제정세에 관련한 분석기사나 특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자셨죠. 아마도 국제문제나 외교분야에서 리영희 정도의 기자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시국사건으로 감방에 들어갔을 때 조사관들이 혹시 미국 CIA 요원이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고 하죠.
지인으로 계신 분이 박정희 대통령시절 중앙일보 청와대 출입을 한 적이 있는데 박정희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선생의 기사 이야기를 하면서 "리영희기자가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을 했다고 하더군요.
선생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당신의 책 때문입니다.
`전환시대의 논리' `8억인과의 대화'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당시 당국에 찍혀 엄청난 고초를 겪기도 했지요. 이 때문에 강의를 하던 한양대에서 몇번에 걸쳐 짤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에는 항상 기관원이 상주했고 학교직원들도 리영희교수를 좋게 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항상 옷 주머니속에 사직서를 들고 다녔는데 이상하게도 한양대에서는 군소리 없이 다시 복직을 받아줬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선생께서 그 이유를 알아보니 총장이 "대학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해야 한다"면서 부하직원들의 건의를 물리쳤다고 합니다. 요즘하고 많이 다르지요?
그분을 설명하기 위해 그분의 재기만 이야기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슬퍼런 권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는 그분의 용기와 집념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북 출신 부모에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제가 조금은 삐딱한(?) 시각을 갖게 된데는 선생이 쓰신 책의 영향이 큽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경우의 분들이 많으 줄 압니다.
제가 판단하는 리영희 선생은 해방 이후로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기자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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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리영희 선생
째즈싱어 조회수 : 949
작성일 : 2010-12-06 02:41:41
IP : 218.50.xxx.16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2.6 6:45 AM (211.196.xxx.200)해방 이후로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기자이셨습니다.222222222222222
2. 전
'10.12.6 7:46 AM (121.178.xxx.220)그분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라는 책과 그분이 한겨레에 칼럼 쓰셨던 기억이 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3. 저도
'10.12.6 8:25 AM (125.240.xxx.26)제 젊은 날 사상의 한 부분을 흔든 분이십니다.
애석합니다.4. ..
'10.12.6 9:05 AM (58.29.xxx.42)해방 이후로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기자이셨습니다.33333333333333
77학번인 제가 대학 입학 후 읽었던 '전환시대의 논리'는 충격 그 자체였죠.
눈 앞이 환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진정한 사상의 은사였습니다.5. t
'10.12.6 9:13 AM (114.201.xxx.75)리영희님의 대화라는 책 추천합니다.
6. 봄비
'10.12.6 10:07 AM (112.187.xxx.33)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ㅠㅠ
7. 가채
'10.12.6 11:54 AM (210.92.xxx.2)오늘, 대화라는 책, 주문했습니다..
항상 생각만하고.. 읽지못했던 (않았던) 책이라서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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