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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안 먹어서 죽겠어요.ㅠ.ㅠ

섭식장애? 조회수 : 869
작성일 : 2010-11-29 11:45:28
정말... 지난 10년 넘는 세월, 이런저런 시도도 해 보고 포기도 해보고 속도 상해보고 나름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싶었는데 그래서 이젠 좀 무뎌졌다 싶다가도 다시한번 좌절하게 되네요.

중1 큰 애, 영유아시절 잘 먹었어요. 그땐 첫애이고 제 욕심에 (애기 아빠가 키가 작아서요) 정말 하루종일 먹는것에만 매달려서 열심히 먹였어요. 주는데로 잘 먹기도 하고, 잘 안 먹을 땐 테레비도 보여주고 쫒아다니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기분 맞춰서 정해진 분량 다 먹였구요. 그래서 또래들보다 컸어요. 그런데 4-5세 되면서 좀 느슨해 졌더니 평균 키로 바뀌고, 4학년 되면서 100% 스스로 먹는것에 맏겼더니 이젠 또래보다 2년 정도 작네요. ㅠ.ㅠ

5학년 둘째 애, 얘는 영유아 때 부터 일체 입을 열지 않아서 도저히 먹일 수가 없었어요. 어르고 달래고 별짓을 다해도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정말 굶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으로 먹일 수 밖에 없었네요.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평균보다 심하게 작아요. 거의 반에서 첫, 두번 째...

위의 애들 키우면서 둘 다 아들인데 요즘처럼 키 작아도 무시 당하는 세상에 어쩌면 좋냐, 그나마 큰애는 둘째보다 크니까, 둘째 때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억지로 한숟갈이라도 더 먹였어야지 지금보다 크지 않았을까 후회도 해보고, 하지만 말도 안통하는 어린 아이 일수록 억지로 밥 먹이는게 부작용 일까봐 그러지 못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이거저거 잘 먹는 편인데 키는 참 안 크네요......

그런데 지금 다섯 살 막내... 얘 때문에 다시금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먹으면서 평균 키 겨우 유지했었는데 (말이 평균이지 사실 요즘 애들 평균보다 다 크지요. 그거 생각하면 얘도 참 작은 편인데 그래도 어쨌거나 그 평균치라도 유지하는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지냈어요) 5개월쯤 전부터 밥을 하루종일 입에 물고 있는 거에요. 밥 한 숟가락 입에 물고 세월아 네월아~~~  제가 옆에서 1초에 한번씩 빨리 씹어라 빨리 씹어라...... 그렇게 열 숟가락 먹이면 한시간 금방 지나요. 이러다간 먹는 습관이 너무 나빠지겠다 싶어서 먹는 량을 절반으로 줄여서 그것만 주고 끝냈어요. 배 고프면 자기가 먼저 밥 달라고 해서 열심히 먹겠지 하는 생각에... 그런데 얘는 그냥 그것만 먹고 끝이네요. 그래서인지 지난 5개월 동안 키는 전혀 안 컸고 살은 쪽~ 빠져서 사람들마다 애가 왜이렇게 말랐냐고 다들 난리인거에요. ㅠ.ㅠ
이 작전이 아무래도 실패인가 보다 싶어서 1주일 전부터 다시 먹는 량을 늘여서 밥 주는데 이것도 안되겠다 싶은게, 아침 8시30분에 밥 주기 시작해서 오후 4시쯤 식사가 끝나요. 그게 아침이에요. 저녁은 오후 6시쯤  시작해서 밤 11시30분까지 먹어요. 밤 12시 넘어서까지 먹일 수는 없으니까 남는 건 버려요.ㅠ.ㅠ
그렇다고 끼니마다 많이 먹기를 하나, 그냥 밥 반공기에 반찬 몇가지구요, 씹는게 힘들어서 그런가 싶어 가위로 잘게 잘라줘요. 사실 다섯 살이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식탁에 앉아서, 이거 다 먹기 전까지 움직이면 안된다...  전혀 지켜지지 않아요. 며칠 전 여기 게시판에서 읽었던 코카스패니얼(?) 강아지 처럼, 저희 애도 넘치는 에너지 때문인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요. 저는 밥 그릇 들고 쫒아다니면서 한입씩 먹이는데, 그나마도 하루종일 그러고 앉았으니 자식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너무 속상하고 힘드네요.

애가 하나도 아니고 셋 씩이나 이모양이니, 분명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겠지요. 저희 친정 어머니가 그리 생각하시고 큰애들 둘 데려다 2년정도 키워주셨어요. 내가 확실히 바꿔주마... 하시면서. 저랑 제 동생이 키가 상당히 크거든요. 그러나 키는 커녕, 살 조차도 1킬로 찌우지 못하고 다시 보내셨네요.
얘네는 도대체 왜 이러니? 하시면서...
온갖 이유로 제가 잘못 키워서 그렇다 하시더니 이제 결론은, 애들이 지네 아빠 닮아서 유전인가 보다... 하세요.

사실 시댁 식구들이 참으로 다들 작기는 하세요. 하지만 조카들은 다들 크던데 왜 우리 애들만...ㅠ.ㅠ

저는 이제 키 작은 건 신경도 안써요. 그래서 위에 두 명은 키 작고 말랐지만 어쨌거나 밥은 먹으니까 어디 아프지 않은 것 만으로 만족해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막내 이넘은, 도대체 입 속에 밥 넣고 전혀 씹지 않는 이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 두고보자 하고 조금씩 줬더니 살만 쭉쭉 빠지고, 그렇다고 억지로 먹이니 하루종일 밥 만 입에 달고 사는 아이...  주중엔 어린이집 보내느라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다섯 숟가락 정도 먹고 (그래도 한시간 소요) 가는데, 어린이집 에서도 너무너무 안 먹는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세요. 또래보다 작아서 안쓰러운 마음에 일부러 간식도 다른아이들보다 더 많이 몰래 주시는데, 애가 도대체가 식탐이 없대요. 그러고 집에오면 저녁이라도 많이 먹어야 하는데 저녁도 거의 새모이 수준이지요.

병원가면 그냥 저냥 뻔한 검사하는데 백 만원 넘게 들고 결과도 뻔한 얘기만 해준다고 해서 아직 안가보고 있는데 혹시 필요하다면 병원도 가보려구요.

제가 82회원답게, 음식 하는거 좋아하구요, 외식은 싫어해요. 그래서 애들 좋아하는 치킨 피자 같은거 사먹지는 않고 제가 만들어 주는데 어른 입맛에는 참 맛있는데 제가 뭐를 잘못했는지 얘는 그것도 잘 안 먹네요. 남편은, 건강이고 나발이고 일단 온갖 인스턴트 배달음식 죄다 사먹여서 살이라도 우선 찌우고 보자고 하는데 몇 번 사줘도 그것도 몇 입 안 먹어요.
남들은 아들 셋 키우면 먹어대는 거 무섭겠다고 하는데 저희 애들은 참 우애 깊게도 전혀 먹는걸로 싸우질 않네요. ㅠ.ㅠ  저 어릴때도 매일 먹을거 갖고 죽도록 싸웠었는데...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요... 정말 괴롭습니다.
IP : 118.220.xxx.4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약
    '10.11.29 11:49 AM (211.107.xxx.47)

    실력있는 한의원 가셔서 체질검사 하시고 입맛 당기는 한약을 먹여보시는 게 어떨까요?

  • 2. 섭식장애?
    '10.11.29 11:53 AM (118.220.xxx.42)

    네, 안그래도 양심적인 한의사분께 상담드렸더니 (큰 애 초등 때) 그 나이에 보약이 무슨 필요냐고, 밥 먹고 잘 놀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막내라도 데려가 볼까요?

  • 3. 밥먹고 잘논다..?
    '10.11.29 12:06 PM (211.107.xxx.47)

    지금 원글님 자제분들이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원글님이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것 아닙니까?
    연륜있는 한의사를 찾으셔야 할 듯요.

  • 4. 섭식장애?
    '10.11.29 12:17 PM (118.220.xxx.42)

    아, 네... 답글 감사드려요. 지금 제 고민은 막내가 밥을 전혀 씹지 않고 입에 담아두고 있는거구요. 첫째 둘째 애들 얘기는 그냥 백그라운드에요. 가족력이 그렇다... 하는. 얘네들은 이제 열살도 넘었으니 억지로 먹이지는 않구요, 스스로 먹고싶은 만큼 먹어라 하는 주의인데, 제가 너무 안일한 건가 싶기도 해요. 그닥 활발히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먹고 싶다는거 만들어주면 적당히 먹어요.에효, 뭐가 문젠지 모르겠네요. 저 어릴 땐 엄마가 직장 다니시느라 정말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고, 엄마 음식실력도 정말 엉망이고, 그럼에도 뭐 하나라도 주어먹으려고 눈에 불을 켰는데 우리애들은 제발 드셔달라고 사정을 해야하니...
    한의사 분께서, 저희 애들 체질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걸(소양인인지 소음인인지, 소식하고 체구 작고 그렇지요? 제 남편도 그래요) 살짝 돌려서 말씀하신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 5. 이글읽으실지
    '10.11.29 1:06 PM (108.6.xxx.247)

    섭식장애는 아니고 먹는일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딱 고만큼만 음식이 땡겨서 부모님 애가 끓죠.
    입에 물고 있다가 밥이

  • 6. ..
    '10.11.29 2:24 PM (220.121.xxx.171)

    저도 큰아이가 입에 물고 씹어 삼키지 않아서 정말 고민하고 울기까지 했어요. 제가 한 음식이 안 맞는건지 매 끼니 때마다 그랬거든요.

    다들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 하는데 그랬다가는 하루에 한숟가락만 먹고 살거 같아서. 무서운 얼굴로 반 협박으로 먹였어요. 어느정도 양도 늘기는 했는데 여적 밥먹자하면 하루종일입니다.

    안 씹고 입에 물고 있으면 충치가 잘 생기는데.. 괜찮으세요?
    저희 애는 벌써 4개나 치료 했어요. 티도 안나게 점 처럼 보였는데 파고 나니 깊어서 신경치료까지 갔어요.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지만 전 화내서라도 먹였네요. 후회는 안해요. 그나마 키가 중간약간 위로 갔다는게 중요해요. 몸은 깡 말라서 선생님이 기름진거 많이 먹이라고 하셨어요.

  • 7. 원글
    '10.11.29 5:14 PM (118.220.xxx.42)

    두분 댓글 감사드려요. 저도 아이가 운동이 부족한가 싶은데 아직 나이가 어리고 (다섯살에 태권도 보내도 될런지, 다치니까 보내지 말라는 엄마들이 있어서요) 끊임없이 움직여서 (심지어는 입도 다물고 있질 않네요.재잘재잘) 에너지는 많이 소비되겠다 싶어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일부러 먹성 좋은 애들 틈에 껴 앉혀서 생존본능 자극하신다는데, 얘는 전혀 관심도 없고 남 먹는거 구경만 한다네요.ㅠ.ㅠ 정말 이러다 저희애도 링겔 맞는거 아닌지... 어제 너무 힘들고 속상해서 이젠 절대로 밥 안주겠다고 하고 정말 아침 굶겨서 보냈어요. 어제 밤 12시까지 먹었으니 배도 안 고플듯... ㅠ.ㅠ
    ..님, 저도 울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도대체 나이 마흔에 애가 먹냐 안먹냐로 울고 웃는다는 사실이 정말 비참하기까지...ㅠ.ㅠ 아주 가끔은 아이가 텅 빈 입속을 보여주며 선물이라고 하네요. 쩝.. 그러면 저는 황공감사 하면서 얼른 한입 더 집어넣고... 육안으로는 충치가 안보이는데 저도 걱정이에요. 이렇게 힘들게 키워도 나중에 키 작으면 며늘이 욕하겠지요. 시엄니가 어떻게 키워서 키가 이리 작냐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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