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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에서 아내가 이혼요구 한다는 글에서 맘에드는 답글..남녀간의 행동차이..

아고라 조회수 : 1,491
작성일 : 2010-11-24 13:57:43
원글자가 답글 단거 보면 낚시나 소설글은 아니였네요...답글이 너무 맘에 들어 퍼왔어요..
요즘 제가 딱 저심정이라...더이상 대화도 싫고 싸움도 싫고 다툼도 싫고..
조용히 맘정리 하고픈 생각만 간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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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6일째 아내가 이혼을 요구합니다.

놀라고 황당해서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안갈 지경입니다.

몇번인가 대물었지만 아내의 답은 한결같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했는지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그전의 따뜻하고 너그럽던 아내는 없습니다.

말 한 마디에도 냉기가 흐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6일째.

이제 아내가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본인의 역할을 다했고 본인은 이제 우리 집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조용히

놔 달랍니다.

아내의 역할은 오로지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거 뿐이었다고 말합니다.



결혼 16년차 마흔 세살의 가장입니다.

결혼을 하고 2년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처음 아버지를 모실때 아내가 썩 내켜한것은 아니었지만

형제들 사정이 아버지를 모실 사정이 아니었습니다.

형은 서울에 살고있었고,누나는 결혼해서 대학병원 간호사를 하고있었고

동생 둘은 결혼 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형이 살고있는 서울로 가시는걸 싫어하셨고,우리밖에 모실 자식이 없었습니다.

그런 사정에 아내는 수긍을 했고 아버지 모시기를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모신지 14년.

아내는 모든 사람이 칭찬하는 좋은 며느리였습니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았습니다.

자식들보다 며느리인 아내와 더 친하게 지냈으니까요.

처음 아버지를 모실때 꺼리던 마음은 다 사라진지 알았습니다.

아이를낳으면서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살림을 하면서 아버지를 모시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아내가  고마웠습니다.



재작년엔 아버지 거동이 힘들어져서 요양원에 모시자고 했습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누나가 먼져 나서서 아내에게 말을했죠.

간호사들도 힘들어 하는 일을 며느리가 하기는 무리라고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아내는 아버지를 직접 모신다고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딸들도 하기 힘들 만치 잘 돌봤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기신 장례식장에서 아내가 조금 이상했지만 충격때문에 그런지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둘쨋날에,아내는 소고기국에 밥을 말아서 아주 맛있게 먹더군요.

상에 차려진 안주나 과일도 역시 맛있게 다 먹더군요.

혼자서 한상을 깨끗이 비우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기운을 차리고 장례식을 치루려면 먹어야지 하는 마음을 가졌죠.



아버지 장례를 치루고 와서도 음식도 맛있게 먹고 그전보다 더 열심히 청소하고 집안일을 하더군요.

아이들도 더 챙기고....

그러다가 26일째 퇴근을 하는데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하자더니 이혼을 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이미 오래전에 굳힌 생각이라서 바꾸기는 힘들거 같다고 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바로 이혼을 할거라고 다짐을 하면서 산게 오년도 넘었다고 합니다.



누나가 아내를 만나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고 마음아팠는지 몰랐다고

사과를 하고,이혼을 하지말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형도 형수도 자신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아내를 힘들게 한것을 사과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혼을 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형제들에게 아내의 역할은 아버지 돌보는여자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이제 더이상 우리집에 머무를 필요가 없답니다.

저와 우리형제들의 행동이 아내를 저렇게 만든거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함에도 생각을 바꾸지 않는 아내가 야속합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고 화라도 냈더라면 알았을텐데.

아내가 저렇게 생각 하지 않도록 했을텐데.....



아내를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해보자고 했지만 싫다고 합니다.

당장 애들 데리고 나가겠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올리신 글을 찬찬히 곱씹으면서 읽어봤습니다.

아내가 힘든 것 전부를 알지 못했지만 조금은 알았습니다.

그래도 싫은 내색 안하고,잘해주기에 할만한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될지 알았다면 진작에 다른 방법을 강구했겠죠.아내와 아버지는

사이가 좋았습니다.아내 성격이 꼬임이 없는 성격이라서 뭐든지 좋게좋게 생각을 합니다.

형이나 누나에 대해서 원망을 가진 것을 알았습니다.저나 동생들 형수,제수씨에 대해서도요.

그래도 끝까지 아버지 모시기를 고집한것은 형수나 누나 제수씨들을 잘 알기에

다른집에서 살게되면 아버지가 받을 고통을 생각 해서 그랬습니다.

어떤 말을 한다해도 여러분들이 보기엔 변명으로 들리겠으나 아내를 믿었고

아내를 다른 사람들보다 과대평가를 한거죠.

내 아내는 다른 사람들(누나,형수,제수씨들)보다는 훨씬 인격적으로 나은 사람이고

그러하므로 저들에게 아버지를 맡기는것 보다는 훨씬 신뢰가 간다고요.

제가 아내를 너무 과대평가 한게 첫번째 잘못인거 같습니다.

그져 열심히 돈 벌면 되는지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그간에 누려보지 못한것들을 누리게 해주면 되는지 알았습니다.

그게 착오였네요.



답글: 옛날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남녀차 연구하는 사람들 글 중에 이런게 있었는데..  

상황을 마주하는 남녀의 시각차-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의견이 다를때.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고 다툰다고 해요.
다투고, 여자가 이야기를 하고.


물론 이야기를 해서, 바뀌는 남자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야기를 해도 해도. 남자가 받아들이지 않고 바뀌지 않으면.


여자는 남자에 대해 포기하고. 정을 뗀다고 합니다.
그리고- 관계를 단절하기전에 마지막 노력으로서 평소보다 조금더 잘해줘보고.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 보고.


그리고도 남자가 변화가 없으면 이별을 선언한다고요.
그래서 여자가 남자에 대해 하던 불평불만이 사라지고(포기했으므로)
평소보다 더 잘해주면 이별의 전조를 의심해보고 남자가 오히려 긴장해야할 때라고 하지요.




반면 남자는...
여자가 말하다가 포기하고..
남자에 대해 포기하고 정떼기 시작하면..
즉 불만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 이제야 우리 관계가 안정화의 단계에 들어서는구나.. 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원글님과.. 아내분도 그런 패턴을 다수 보이시네요.
처음엔 아버님을 모시는데 불만이 있었고.
그치만 아내가 말이 없어지고, 불만을 표현하지 않으니까.


앗싸. 아내가 아버지에게 정붙었구나.
저 여자 불만없는 여자다.. 하고 칠렐레 팔렐레- 둥기둥기 신나셨습니디다;;;
헬렐레 팔렐레 둥기둥기 놀던 그 시간.


아내가 점점 그 상황에 대해 불만표현을 안하고. 님에게 입 다물던 그 시간.
그 과정이.
아내가 남편분에게-
제일먼저, 연인,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남편을 포기하고.
감싸줄 울타리 남편으로서의 남편 포기하고.
인생의 동반 남편으로서의 남편을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남편을 포기하는 기간-이었는데 말이지요?


아버님만 돌아가시면-
이혼하겠다 결정한게 5년전이라구요


그게.
님에대해 아내가. 완전히 포기한 시점을 의미합니다.


불만도.. 받아들여질때 이야기하고.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이거고쳐달라. 저거고쳐달라. 요구도. 그 사람과 미래를 같이 할 생각이 있을때 이야기하는겁니다.


이사람이 바뀔거라는 기대가 없으니까. 바꾸어달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이 사람과 미래를 더이상 함께할 생각이 없으니까.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가 없었던겁니다.


그나마 5년을 더 같이 살아준건.
님 아버님에 대한, 아내의 마지막 의리였을겁니다만.
그거와 별개로. 님은 5년전에 아내 마음에서 그냥. 죽은겁니다.


요양원에 보내자고 해도. 자기가 모시겠다고 말하고.
진심으로 남이 보아도 인정할정도로 수발들만큼 님 아버지에게 애착이 남았던 여자가-


그 아버지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그 아버지 앞에서 그 아들 이혼남 만들- 냉정함이 있었을 리도 없거니와.


자기가 님과 이혼하면.
님네 형제들 님 아버지 어떻게 될지 뻔한데- (보나마나 찬밥)
뭐 이래저래- 이왕 시작한거. 이건까지는 끝을 보고 나가자 싶었겠지요.
그리고 모든게 끝났을때. 그냥 후련했던겁니다.


그리고..


밥 더 열심히 먹고.
집안청소 더 열심히하고.
더 열심히 가정 꾸리는 모습 보여준거.
그리고 장례식 26일 후에 이야기한거.


전형적인.. 여자들 이별패턴중 하나입니다.


이미 포기할거 다하고.
끝낼거 다 끝내고.
다만 끝내기전에- 자기가 최선을 다해서 상대에게 잘 해줘보는 겁니다.


그건.. 상대에게 더 이상 희망이나, 기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즉, 내가 노력하고.
내가 상대에게 잘해줘서- 상대가 변할거라는 기대나 희망을 가지고 행한다기보단.


자기안에 있는 마지막 희망을 꺾고.
결론을 내리기 위한겁니다.


즉, 마지막으로 나는 노력해보았지만.
개선이없고. 이 관계에는 역시나 희망이 없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며 미련을 끊는 의식이에요.
그게 26일 걸린겁니다.


다만...
원글님의 태도도.. 전형적인 남자들 반응.
불만을 말하지않고.
더 잘해주면.. 더 열심히 하면.


자기에게 문제가 있구나.
혹은, 저 사람이, 내게 잘해주는게 고마워서 더 잘해줘야겠다는. 그런 마음을 품기보다.


모든게 잘 되나보다... 쟨 불만 없나보다.
이제 우리 관계가 안정기구나.
나는 조금더 편안하게(내 멋대로) 해도 되겠다.. 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그리고 26일 후에 이별신호받고 어마 뜨거라..
왜 나는 몰랐지? 했던거지만.
사실 관심이 있었으면 오래전부터 알 수 있었겠지요.
그냥. 거기에 대해 생각이 없었을 뿐.


덧.
이건, 남녀 차 연구하는 사람들이 정의한, 남녀 이별 패턴중의 하나입니다만.
모든 남녀가 저렇게 반응하지는 않겠지요.


마지막에 잘해주기보다.
버럭버럭 화내고 부딪히는 여자도 있을것이고.


저렇게 포기하기전에-
눈치채고 대처하는 남자도 있을것이고...




단지, 심리학적으로 저 여자분의 방어기제는- 포기네요
그리고, 남자분의 방어기제는, 회피 구요.


그나마 다행인건.
무의미한 결혼생활에서 받는 압박의 해소수단으로, 여자분이- 그 원흉인 '남편'과
'결혼 그자체'를 찾았다는것.


저런 여자분의 성향- 즉, 포기- 라는 방어기제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 향했으면...
여자분은 그 전에 옷걸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유약하면 유약할수록..  심약하면 심약할 수록.
성향이 외부보다는 내부로 흘러서 그런 선택을 하기가 쉬운데.
다행히. 남편에게 이혼을 이야기할만큼은, 단호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남자분이- 어떤 선택을 하시든..
남자분이 알고있던 자상하며 부드러운 아내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오만정은 5년전에 뗐고. 마음의 한만. 5년동안 다져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걸- 말 몇마디에 풀리지 않았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아내가 원망스러운 정신머리로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마음. 사람의 한이라는게 쉽게도 풀리지만 징그럽게 안 풀리기도 합니다.
어릴때 안 좋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경우.
그것을 위로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는것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남편 바람핀것을 40년이 지나도 못 잊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변사람들은, 듣기에 질려서 그만 이야기하라고 해도.
당사자들은 계속, 그 이야기를 되풀이하고는 하는데요-


사람의 마음의 상처가- 그만큼 쉽게 낫지 않는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잊어버렸다가도 새록새록 생각나면 그것으로 인해 밤잠을 못자는..


그리고 문제는-
그 상처가 낫기전에, 위로하는 사람들이 질리고 포기하는 일이- 많다는거지요.


아내가.. 서운한걸 이야기하면.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들어갑니다.


그러나.. 십몇년 쌓아왔던 한이.. 새록새록 생각날때면.
아내는 다시 그걸 이야기할거고.


보통, 그, 순간 남편들의 반응은 그렇습니다.


그만해.
이미 미안하다고 했잖아.
몇번을 이야기해야 하는거야.


그러면 아내는.. 역시 이 남자는 변한게 없구나.
변한척 했지만- 사실 날 이해한적이 없구나. 기존 했던 사과는 역시 거짓이였어.
이 놈은, 그런놈이구나 하고 다시 남편에 대해 포기하게 됩니다만.


그 과정을, 넘길 수 있으신지?


남편이 깊이 후회하고.
정말 뉘우치고- 그래도- 세월을 지나 되풀이되는 저 패턴은..
진심으로 뉘우친 남편도-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었겠다는걸 깊이 이해했던 사람도..
넘기 힘든 산인데.


고작 몇마디에 십몇년 세월이- 풀리지 않는다고 노여워 하는 성질머리로-
알량한 사과 몇번에- 하루 이틀동안 풀리지 않을.. 아내의 냉대와.
저 패턴을- 감당하실 수 있으신지?


장기간 쌓인 한은, 그만큼 장기 치료를 요하는 법인데.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하다가..


내가 그 만큼 했으면 너도 풀고. 도로 내 입안의 혀가 되어야지.
나보고 어디까지 비굴하게 기어댕기라는 말이냐 고 버럭질할 성질머리라면-


그냥. 한 1-2년. 가뿐하게 별거하시면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심이 어떠하실지...
그리고도 그 성질머리 안 죽고. 아내분 분노 안 풀리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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쇟이 읽어본 아고라 글중에 제일 공감이 가서 퍼왔소
IP : 211.206.xxx.18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5
    '10.11.24 4:41 PM (122.34.xxx.90)

    아내분이 착한분이시네요. 노인네 하나는 끝까지 돌보아줬구만요.
    최소한 14년간 간병인한 값은 받아야겠네요..

  • 2. 공감
    '10.11.24 6:58 PM (175.114.xxx.13)

    좋은 글이네요. 저도 좀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불만은 한가득 쌓여있지만 저 사람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절망하고 포기하는 단계거든요.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기회만 기다리는 마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아직 미련도 남은 것 같은...

  • 3. ...
    '10.11.24 7:55 PM (112.144.xxx.110)

    구구절절 맞는 말씀....
    눈물나네요.
    저도 그런 듯 한데 제 맘은 독하질 못해서 이혼 이야기는 아직 못 꺼내고 있는...

  • 4. 나무
    '10.11.27 1:00 AM (121.136.xxx.39)

    구구절절 옳은 말씀....222222

    다행히 우리 남편은 제가 포기 모드로 돌아서면 눈치 채고 긴장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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