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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딸래미를...

노트닷컴 조회수 : 2,041
작성일 : 2010-11-20 04:48:28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 별로 안 친한 친구놈 하나, 지 딸래미랑 같이 나타납니다.

건들거리며 인사를 건넵니다.

'어이~ 여전하네... 꼬쥘꼬쥘 한 거...'
'응, 그래 너도 여전히 돼지같구나'

우리의 인사는 항상 이런식입니다.
더 치지도 않고 더 받지도 않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선에서 항상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시작합니다.

닉네임에서 유츄할 수 있 듯, 저는 온.오프라인 노트북 매장을 운영합니다.
그날은 자기 딸래미에게 오락용 노트북을 선물해 주러 온 것입지요...

'오락 좀 잘 돌아가는 노트북 없냐?'
'응, 없어'
'고물 투성인 거야?'
'오락은 아니고, 게임은 좀 돌아가주지...'
'그래 맞아! 게임 말야.. 그거 그거... 가격좀 잘 좀 맞춰줘 봐'

쇼윈도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최신형 울트라 캡숑 짱 슬림형 노트북을 하나 꺼네서 친구놈에게 보여줍니다.

'올~~ 이거 값 좀 나가겠는데?'
'응, 120마논이야'
'허허.. 이 좌식이.. 애들 가지고 놀거니까 싼 거 좀 줘 봐봐.. 잘 돌아가는 걸로...'

속으로 "싸고 성능 좋은 노트북이 어딨냐 이 미칭념아." 하고선 다른 것 하나를 꺼네서 보여줍니다.

'최신형은 아니지만 나름 쓸만할 거다. 30마넌 주고 가져가'
'에이... 친구끼리 그럴래? 좀 더 싸고 좋은 것 좀 보여 줘 봐...'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이놈이 오늘 완죠니 물 먹이려고 작정한 듯 합니다.
할수없이 구석에서 먼지를 이불 삼아 잠자고 있던 무시무시한 스펙의 펜티엄 뽀 노트북을 꺼네어 보여줍니다.

'조금 된 기종이지만 그래픽 칩셋이 독립메모리를 사용하는 기종이라서 카트라이더 정도는 돌릴 수 있을거다'
'카트라이더가 뭐야? 독립 뭐시기는 또 뭐고...'

순산 심장이 벌렁 벌렁 거립니다....

'웅, 일단 예진(친구 딸래미. 가명)이 이리 오라고 해 봐'
'우리 딸~~ 이리 와 봐. 이 거 한 번 봐 봐'

카트라이더를 설치 한 후에 예진이 앞에서 시연을 해 줍니다.

'업;; 아빠 이거 나도 할래~'
'오~~ 예진이 이거 할 줄 알어?'
'웅, 나 이거 존나 잘 해' (실제로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에이~ 아빠가 존나 존나 하지 말랬잖아.. ^^;;'
'몰라, 나 이거 할래~'

친구 딸래미지만 속으로 울화통이 치밉니다. 솔직히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다 부모 잘 못 만난 탓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그 딸래미에게 응징을 가했습니다.

'어이구 우리 예진이 이제 많이 커서 이런 것도 할 줄 알고... 이제 다 컷네~'

하면서 양손의 검지와 엄지를 살~짝 벌려서 볼을 꼬집어 줍니다.
예진이는 게임에 몰두하여 정신이 없습니다.

'흠...흡...헙....'

양손 검지와 엄지에 점점 힘이 가해집니다.

'흐~~~흠.. 허~~~업'
'어이구 우리 예진이...허~~~~~~~~~~~~~~~업'

예진이의 미간이 찌부려집니다. 그런데도 게임에 몰두하여 신경질을 낼 겨를이 없나봅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자기만족에 급급한 물리적 응징은 거기서 접고
딸래미와 같이 듀얼로 땡깡부리는 친구넘에게 10만원이라는 헐값에 노트북을 넘겨주고선
보내버렸습니다.

이래저래 기분 나쁜 하루였습니다.

자식 잘 키웁시다.
IP : 124.49.xxx.5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ㅎ
    '10.11.20 5:03 AM (118.46.xxx.133)

    꽁트같고 글이 재밌네요
    반어법이겠지만
    별로 안친한데 저정도로 잘해주시면 친한친구 오면 기둥뽑아주시겠어요 ㅋㅋㅋㅋㅋ

  • 2. 노트닷컴
    '10.11.20 5:04 AM (124.49.xxx.56)

    뷰 카운트 30이 다 돼 가는데 댓글 없어 섭섭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 저 30만원 짜리
    '10.11.20 5:26 AM (210.121.xxx.67)

    중고 노트북..엘지 아이비엠이었는데, 자료 검색과 논문 작성용으로 산 거였음에도

    금방 고장나 부팅이 안 돼서 아주 미치는 줄 알았어요..고장나면 바꿔준대서 가는 길은 공짜랍니까..

    그게 벌써 3년도 넘었네요..ㅋ 카트라이더를 돌릴 수 있는 사양이라니!! 갈수록 기계는 똥값!!

  • 4.
    '10.11.20 6:38 AM (118.92.xxx.210)

    한국이나 여기나 무개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내가 운영하는 일식당에 친구놈이 점심 시간에 나타 납니다
    나 관공서 안에서 주중 점심만 하는 식당이라 점심 시간은 무지 바쁩니다

    나: 밥문나?
    친구: 그래.... 아침!
    나: (속으로... 이넘 또 돈안내겠지... 하면서) 뭐물래?
    친구: 그냥 간단하거 하나 해 봐!
    나: 귀차니즘 발동해서 그냥 진열된 수시 한팩 디리 밉니다

    우리 Cashier: (다 묵고 ... 담배 한대 피울때 우리 cashier가 한마디 합니다) $9.00입니다
    친구: 아! 나는 밥 먹었는데 너네 사장이 그냥 주는 줄 알고... 하면서 쓩~~~

    이 친구는 한해 지 주댕이로 한해 100만불 벌면 적게 벌었다고 떠버리고 다닙니다 ...
    ~~ 식당하는 내가 불쌍한지 저넘이 불쌍한 인간인지 늘 헷갈립니다 ㅠ.ㅠ ~~

  • 5. ...
    '10.11.20 7:01 AM (99.235.xxx.53)

    난 이분 펜일쎄!!!

  • 6. 저는
    '10.11.20 7:10 AM (24.10.xxx.55)

    마지막
    이래저래 기분 나쁜 하루 였습니다 ...이게 왜이리 웃기죠 ㅋㅋㅋ
    진짜로 기분 나쁘셨을지 모르겟지만
    제보기엔 두친구분이 티격태격 웃겨보여요
    일방적으로 당하시면 읽는사람 속터지는데 대응을 잘하시네요
    응..너도 여전히 돼지 같구나 ㅋㅋㅋ

  • 7. 작은기쁨
    '10.11.20 9:13 AM (113.10.xxx.214)

    하하하 ~~ 속이 시원하면서도 어느 순간 뜨금하네요
    우리 아이들 잘 키워야 겠어요 ^^

  • 8. 노트닷컴
    '10.11.20 12:05 PM (124.49.xxx.56)

    그래도 2만원 남겼습니다. -_-v

    그리고 볼 꼬집을 때 묻었던 약간의 침을 예진이의 옷에다 닦았습니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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