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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 왜 이러실까요?

답답해서~ 조회수 : 928
작성일 : 2010-11-19 22:14:09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도 부모님께 아빠 엄마 소릴 못 뗀, 철없는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네 남매 장손에, 해병대를 나와 택시 운전을 하고 계시는...
예의 무뚝뚝하고 목청이 천장을 뚫을만큼 우렁우렁한^^;; 남성이십니다.
그 나이때의 가부장적 성향인 어른들이 그렇듯이, 집안일은 엄마몫, 앉아서 시키는 일 하는 것은 내몫,
이런 경향이 강하십니다. 그래도 책임감있고 해야 할 일은 후딱후딱 해치워주셔서 엄마는 좋은 남편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저도 그런 점은 존경합니다 아부지~)

나중에는 머리가 좀 큰 제가 워낙 그런걸 싫어하고, (가부장제, 양성차별 이런 거 몹시 싫어합니다..)
엄마가 한번 크게 아픈 후로는 아빠도 많이 놀라셨는지 엄마를 많이 도와주시더라구요.
또 엄마가 일을 다니게 되면서 현실적으로 누가 돕지 않고서는 꾸려가기 어렵고...
두 분이 오십줄에 접어들면서 (저희 아버지 55, 어머니 60년생이십니다)
엄마의 우위도 점점 커지는게 보여^^ 이제는 나름 균형잡힌 가정 아닌가 싶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그새 많이 변하셨어요. 그냥 엄마랑 있는 거면 모르겠는데,
꼭 일자리까지 찾아가서 집까지 태우고 와서는(엄마는 싫어하세요. 다른 일 좀 할래도 시간맞춰 매우 꼬박꼬박 태우러 다니시거든요)  집안일하는 엄마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하십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엄마 직장이 집 근처인데, 엄마로서는 당연히 직장에서 밥을 먹는게 편하거든요.
잠깐 쉴 수도 있고.. 근데 꼭 점심에 일부러 엄마를 데리고 와서 점심 차리는 걸 그냥 구경만 하고 계십니다.
만일 저녁에 엄마가 혼자 김장을 해야돼서 일을 언제 다하냐고 앓는 소리를 하면,
그러게 매번 일을 사서 한다고, 그냥 내일 하면 될 걸 왜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사냐고 하면서
(엄마랑 살면서 평생 반복하시는 말씀) 일은 도울 생각을 않습니다.
저희집은 아빠가 신김치를 안 드셔서 김장을 자주 해야되거든요..
안 도울거면 차라리 어디 안방이라도 가계시면 좋을텐데,
김장하는 옆에서 술을 마시거나 남은 밥상에 젓가락질 하면서 계속 큰 소리로 잔소리하거나 훈계를 합니다.
엄마가 참다참다 화를 내면 자기 위하는 소리 했는데 화를 낸다고 진짜 이상한 사람이라며 더 화를 내십니다.

저희 엄마는 매일 8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집에 오기 때문에 밀린 집안일이 정말 많습니다.
저도 가끔 돕지만 척척 알아서 할 정도가 아니라서 한다고 해도 잔일밖에 못 돕겠더라구요.
한 달에 두어번 남짓 쉬는 데다 쉬는 날엔 또 시골에 농사일을 하러 가십니다.
반면 아빠는 이틀에 한 번 꼬박꼬박 쉬고, 일하다가도 간간히 집에 와서 쉬기 때문에
엄마보다 훨씬 여유로운 편이지요. 원래 맞벌이를 하면 가족이 서로 더 도와야하는 법이잖아요.
또 엄마는 지금도 매번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저는 아빠가 생색만 내지 말고
조금이라도 엄마를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몇 번 말씀을 드려도 옛날보다 점점 더 엄말 돕기 귀찮아하시는 것 같아요.

더구나 요즘엔 부쩍 남에게 심부름을 심하게 시키십니다. 원래 이정돈 아니였는데,
거의 엉덩이를 떼는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희 엄마는 니 아빠는 입으로 모든 걸 다한다고 투덜거리시죠.
오죽하면 거실에 있을때 안방에서 핸드폰이 울리고 있으면, 반대편 방에 있는 사람을 불러서 받아 가져오라십니다.
밥시중 드는 사람 없으면 밥은 어떻게 드실까 싶을 정도고...
저는 자꾸 변하는 아빠를 보면서 대체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싶어요.
약간 어리광인 것 같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자꾸 늘고...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뭐 미운 쉰 살도 아니고... 무뚝뚝하고 거칠었지만 그래도 남자다운 면이 있으셨는데,
자꾸 좁쌀영감처럼 변하는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가 적어도 이렇게 늙어가지는 않으셨음 좋겠는데...


이제 드라마 매니아이신 저희 아빠, 원래는 전쟁영화나 스포츠 아니면 안 보시던 분이,
드라마에 몰입해서 저 나쁜년 좀 보라고 외치는 걸 보면 제 마음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뒤에서 저희 엄마랑 계속 눈짓을 하게 되네요. 저희 아버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적어도 저희 엄마 좀 그냥 부렸으면 좋겠다 싶어요 ㅜㅜ
IP : 211.237.xxx.15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게...
    '10.11.19 10:41 PM (58.227.xxx.121)

    나이가들면 남자건 여자건 성호르몬이 약해진대요.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줄어들고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줄어드는거죠..
    그러다보니 남자는 여성화.. 겉보기에 좁쌀영감화 되는거고요.. 배우자에게도 점점 더 의존..
    타고난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이런 현상이 더해지면 지금 원글님 아버님처럼 될거 같아요.
    반면에 여자는 남성화가 되면서 점점 더 용감 씩씩해지고요. 더 독립적이 되기도 하죠.
    게다가 아마 아버님께서 나이드시니 기력도 딸려서 몸도 움직이기 귀찮으시고 그런가봐요..
    택시운전 하시니 하루종일 앉아계실테죠.. 운동 따로 안하면 근력 딸리는거 당연한 일이고요.
    시간 여유 있으시면 차라리 운동이라도 하시게 하는게 어떨까요.

  • 2. ...
    '10.11.19 10:44 PM (218.238.xxx.45)

    아버지께서 책을 좋아하시는지요?
    <할아버지의 부엌>을 추천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이 책을 읽으시고 60평생 처음으로 집안일을 시작하셨다는...ㅎㅎ
    책 몇권 적당히 섞거나 맛있는 것과 함께 선물해보세요. 선물의 의도는 철저히 감추시고 상냥하고 존중하는 태도로요. ^^
    그리고 오랜 세월 그리 하셔서 서로 더 감정적으로 되기가 쉽지만 그래도 어머님께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 법도 익히시는 게 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무조건 화내는게 아니라 '당신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런 일을 했으면 좋겠다'하는 표현을요.
    대화법에 대한 책도 함께 추천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께는 다각도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 잔소리가 심해지는 때를 잘 관찰해보면 그분들 속의 스트레스가 위험할 정도로 쌓여갈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미련을 가지게 되면 뭘 봐도 마음에 안들고 못마땅하고 투덜대고 화내게 되시는 게 아닐까요?
    아버지와의 추억, 아버지가 멋있게 보였던 때 등 편안하게 지난 이야기속에서 아버지의 장점을 부각시켜드리세요. 그러면서 두 분이 서로 도와가면서 사시면 자식들도 더 힘내서 기쁘게 지낼수있을거라고 살짝살짝 말씀도 드리고요.

  • 3. 원글
    '10.11.23 3:39 PM (211.237.xxx.153)

    늦게나마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노력해봐야겠어요. 조언 감사하게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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