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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수험생이 어느새 학부모의 심정으로

Qls 조회수 : 262
작성일 : 2010-11-17 15:10:13
저는 93학번입니다.

92년 겨울에 학력고사를 쳤죠.

마지막 학력고사이고 시험제도가 바뀐다고 말도 많았지만,

어차피 93학번부터 96학번까지 모이면 아마 동일한 입시제도로 대학을 들어온 애들이 없을 정도로

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92년의 저는 정말 철이 없었어요.

대구에서 고등학교 다니다가 자그마치 서울에 시험을 보러 왔는데

그때 서울 호텔에서 첨 자봤네요.ㅋㅋ

새벽에 지하철을 타고 학교 앞에 내렸을 때

아직 해가 뜨지 않은 내리막길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방송국 조명만 환하던 기억이 납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긴장도 별반, 떨림도 별반 없었네요.

시험이 끝난뒤 젤 먼저 튀어나온 저를 바라보던 엄마의 표정에는

저것이 시험을 망치지는 않았나 왜 이렇게 일찍 튀어나왔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서울 온 김에 롯데월드를 가야겠다고...ㅋㅋㅋㅋㅋ

보통 큰 시험을 보고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떡실신을 할 듯도 한데

그런거 없고 마냥 천진난만했던것 같네요.

원서 쓸 때에도 그저 크게 고민도 안하고 써서

엄마 아빠가 마음으로 내색도 못하고 얼마나 속을 볶았을까 지금 감히 짐작해 봅니다.

아마도 저는 엄마 아빠가 떨리고 고민하는 마음의 십분의 일도 안 가지고 학력고사를 봤던거 같아요.

이미 쳐 놓은 시험 채점해 본다고 잘되냐고

저는 채점도 안하구요

이제부터 놀거니까 건들지 마셈을 외치며 교과서 참고서 다 버리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개념상실 고3이었네요.

2지망으로 붙었지만 끈기없는 성격에 재수는 자신도 없고 하기도 싫어 냉큼 입학을 했네요.

삼십대 후반에 지금 되돌아 보니

그때의 일이년 늦는 건 아무것도 아니고

더 노력해볼만한 가치도 있는거 같은데

그때는 마냥 얼렁 놀고 싶었나봅니다.

이렇게 정작 저는 담담하기 짝이없는 입시를 경험했는데,

어제 밤에 잠시 걸으러 나갔다가

고등학교에서 피곤에 지친 얼굴로 쏟아져 나오는 수험생과 고등학생들을 보니

왜 그렇게 가슴이 뭉클하던지.

고생많지 고생많았지

목이 매이더군요.

애 엄마가 되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아직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나가며 살아가는 중이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마주할 만만치 않은 세상이 때로는 버겁고 안쓰럽네요.

모쪼록 내일 시험보는 많은 수험생들이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정성을 다해서 에너지를 발휘하기 바랍니다.

행여 성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안되더라도

앞으로 그대들의 인생에는 수도 없는 역전의 기회와 반전이 있으니

좌절하지 않아도 좋은거구요.

철없는 수험생의 심각한 학부모님들도 너무 맘 졸이지 마시기를

이십년 후에는 그때 우리 엄마아빠가 얼마나 나 때문에 맘을 졸였을까

자식들이 가슴 아파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IP : 210.90.xxx.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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