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만 되면 우울해집니다.>
저는 수능세대가 아닌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선지원하고, 후시험 보는> 세대, 전기와 후기, 전문대 이렇게 3번의 기회로
대학을 가던 시대였지요!
저는 넉넉하지 못한 농사꾼의 장녀였고, 시골에서 공부 잘해봐야 기껏
지방 국립대 장학생으로 갈 실력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사립대는 꿈도 못 꾸었구요.
고3담임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분이셨어요.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포기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제게
계속 설득하시고, 시험만이라도 보자고 계속 재촉하셨어요.
결국, 시험이나 본다는 맘으로 학교도 제대로 안 보고,
아주 하향 지원해서 지방사립대에
지원했어요. 그때 한창 떠오르는 학과로...
그때 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초등학생까지 있었고,
제 밑에 동생은 상고에 다니고 있었지요.
시험보는 날까지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지방 광역시에 있는 학교로 시험을
치러 갔는데, 12월의 매서운 날씨와 미리 버스 예매도 하지 않아서 3시간을 서서
버스를 타고, 시험을 보러 갔고, 여관비가 없던 저는 엄마와 함께 아는 아줌마 집에서
새우잠을 자고, 시험을 쳤어요.
그때는 학력고사를 보고, 그 다음날 면접을 봤어요.
학력고사 보는 날, 엄마는 묵주를 들고, 교문에서 기도하셨데요.
그런데,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가정형편이 안돼서 붙어도 다니지 못할 대학에서
무슨 맘으로 기도를 하셨을까?
그냥 대학도 못 보내주는 부모님이라고 참 원망만 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학생으로 대학에 붙였고, 4년동안 장학금과 근로장학생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어요.
그때 좀 더 깊이 생각했으면, 국립대에도 갈 수 있었는데, 장학금을 못탔던 학기에
키우던 소 팔아 학비 대주시던 부모님 생각하면 참 속상합니다.
덕분에 제가 원하는 일을 가지고, 지금 일하고 있지만,
추워지는 입시철이 다가오면, 남들은 합격을 위해서 공부할 때
떨어지길 바라면서, 그냥 부모님원망만 한 제 자신이 부끄럽고, 씁쓸해져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그 때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하고,
좀 더 열심히 노력했으면 하는 후회도 많이 남아요.
내일이 수능일이라고, 1시간 늦게 출근하라고 하는 데
추워진 날씨와 애달프던 고3시절 생각에 좀 맘이 아파오네요.
여하튼, 수험생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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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철만 되면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추억이 조회수 : 837
작성일 : 2010-11-17 13:29:28
IP : 211.253.xxx.19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1.17 1:41 PM (125.131.xxx.82)제마음이 다 짠하네요.
2. 그래도
'10.11.17 1:59 PM (123.204.xxx.77)지금 원하는 일을 하시고 계시니 성공하셨네요.^^
철들면서 후회되는 일들이 새삼 더 강하게 떠오르는거 같아요.
그래도 과거는 흘러갔고~~~현재만 바라보며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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