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과외 학생 어머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한지 2주가 더 지난 어제까지 저는 더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수업동안 이르지만 기말 준비를 해주기로 했는데,
그 동안 아프다고, 책을 안가져왔다며 수업을 계속 미뤄왔습니다.
어제 수업 2시간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학생 "선생님 오늘 언제 수업해요?
나: 평소처럼 7시
학생"저 오늘부터 학원다녀서 8시에 끝나요."
나 "그러면 8시에 갈까?"
학생"저 밥먹어야해요."
나 "그럼 몇시에 갈까?
학생 "몰라요."
나: 그럼 있다가 8시에 통화하자. 그런데 수업준비는 해놨니?
학생: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전화를 끝내고 8시가 되어 전화했더니
오늘 학교에서 책을 안가져왔다고 하더군요.
그런 핑계가 2주째인지라 이제 수업도 더 못하겠다며 어머니와 얘기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께 남은 과외비를 돌려주러 오늘 갔습니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마저 봐주지 못하고 수업을 종료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아이에 대한 해명삼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요즘 아이가 학교에 문제가 있어서 마음이 더 어지럽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학교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
제 학생이 같은반 다른 아이를 몇번에 걸쳐 머리를 몇대 때린적 있는데
그 학생이 학교를 안나오는 등 문제가 커져서
다른 학생들은 돈도 뺏고 그랬는데,
(당신의 아들은 경미한 수준인데도) 문제가 크게 얽혔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듣고도 좀 놀랬습니다.
아이가 평소에 분노조절을 못했지만 그런 일이 있으면
어쨌꺼나 때리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게 아니라 가볍게 생각하시더군요.
덧붙여 학교에 가봐야 선생님 볼 면목이 없어서
징계 결과가 나오기 후에나 가보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고...
피해자 엄마가 바라는 것은 가해자 측의 진심된 사과와 아이 단속을 텐데
이렇게 다른 곳을 바라보니 힘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자식도 없고, 오지랍 넓은 소리지만,
공부는 습관이고 몸이 안좋아서 기분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꾸준히 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저로 인해 새로운 선생님과 좋은 자세로 시작하길 바랬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말과 함께
답답한 마음에
결국 제가 왜 그만두었는지... 말씀드리고 말았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아무리 엄마에게 욱해서 막할때가 있더라도 남들한테까지 그럴지는 몰랐다고
기가 막혀 하셨습니다.
그 후 잠시
저는 돈을 돌려드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세상에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닐테지요.
그때 많은 댓글 받았는데, 뒷이야기 궁금해하실까봐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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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학생 내치고 그 후의 이야기
과외 조회수 : 2,236
작성일 : 2010-11-10 23:45:49
IP : 175.116.xxx.16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1.10 11:59 PM (121.167.xxx.85)중고생 둔 학부모로서 안타까와요
수고하셨어요2. ...
'10.11.11 12:49 AM (222.111.xxx.85)그때 글 읽었어요.
마음 복잡하셨을거라 생각해요. 수고하셨어요.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얘기...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3. 저도
'10.11.11 1:09 AM (219.250.xxx.196)지난 글 읽었습니다. 아이를 둔 엄마로써.. 가슴아픕니다.
아이가 바르게 크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겠지만.. 어찌 아이가 부모가 바라는데로만 크겠습니다. 이런아이가 있는 반면 저런 아이도 있는거겠지요.
아이의 엄마가 좀 더 나설때인듯한데.. 그간 수고가 많으셨어요..4. 휴~
'10.11.11 6:12 AM (121.142.xxx.44)아이를 키울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도덕성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 불쌍하네요. 아이의 잘못을 정확히 인지못하는 엄마는 아이를 어릴때부터 그렇게 되도록 길러온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요. 제 조카도 같은반 급우를 때렸다고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다는데 언니가 그애가 말을 안들었대~ 하는걸 보고 기함을 했어요. 어찌 그런 말을.. 제 조카도 큰 걱정인데 그 학생도 걱정되네요.좋은 선생님은 떠나보내고...
5. 불쌍하지도
'10.11.11 1:58 PM (125.182.xxx.42)않습니다. 원글님 참 괜찮은 선생님 같아요. 서울 산다면 부르고 싶네요.
잘 그만두섰습니다.
부모도 어찌 못하는 아이, 님이 다독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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