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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서도 아이는 크더이다 - 기륭이 뭐가 어때서?

풀빵 조회수 : 397
작성일 : 2010-11-01 22:04:17
오늘 기륭 구사옥에서 포크레인 시위를 마치고 국회의사당으로 가 사측과 조인식을 가졌습니다.
도장 찍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 지 몰라 단식농성 중인 분들은 구사옥 옥상에 남아계셨고요.
무사히 도장을 찍고 박수 소리가 들려올 때야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이런 트윗이 올라와 있더군요.

gyuhang: 고래에 아이들이 기륭 현장을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취재한 기사를 실으려다 꺼려하는 부모들 덕에 포기했었다. 기륭노동자들은 그런 외면과 냉대 속에 6년을 싸워왔다. 적보다 힘든 우리의 외면과 냉대 속에. #고래당

마침 저에게 할 말이 있어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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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광화문과 청계천, 그리고 가산동의 기륭 구사옥을 종횡무진 누비던 6살 아이가 있었습니다.
시커먼 전경 무리를 보면 긴장했고 실제로 둘러싸여서 기겁을 하기도 했었지만
엄마의 어설픈 팔뚝질과 더 어설픈 발언 장면을 보던 아이는
마이크 잡는 엄마가 부러워 스스로 단상에 올라 인사도 하고 춤도 추었습니다.
투쟁 현장에서 볼 수 없던 얍실한 계집아이가 신통해서 많은 분들이 귀여해주었습니다.
진압이 거셀 것 같을 땐 여러 분이 나서서 아이를 보호해주셨습니다.
처음엔 허름한 컨테이너 숙소와 천막이 낯설기만 했던 아이는 그곳에서 많은 이모와 언니, 삼촌들을 사귀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분들은 아이의 얼굴을, 이름을 기억해주고 계십니다.
아이 역시 '비스킷 나눠먹기'를 볼 때마다 그분들을 떠올립니다.
어느새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된 아이는
그늘 없이 쑥쑥 잘 자라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고, 점잖지만 밝고, 입바른 소리도 용기있게 할 줄 압니다.
소신 있는 부모 덕에 학습지, 보습학원이 뭔지도 모르고
공교육에 걸어들어가 혼자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결정한 것을 끝까지 해내려 노력하고
힘들 거나 실망할 때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습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행복해하지도, 불행해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즐겁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모들이 더이상 컨테이너에 머무르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만나러 가자고 하니
아이는 좀 더 늘어난 재주를 자랑도 할 겸 이모들을 위해 가야금을 연주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가야금 줄을 당기느라 손가락은 아프지만 그날이 기다려지는 마음은 한없이 설레기만 합니다.
IP : 112.155.xxx.4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풀빵
    '10.11.1 10:05 PM (112.155.xxx.41)

    비스킷 나눠먹기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etc&page=1&sn1=&divpage=6&sn=on&ss=o...

  • 2. 분노의 포도
    '10.11.1 10:06 PM (211.206.xxx.202)

    전 분노의 포도입니다..ㅠㅠ

  • 3. ^^
    '10.11.1 10:08 PM (222.239.xxx.168)

    풀빵님 , 반가워요.
    가야금을 배우고 있나봐요? 가끔씩 궁금했었어요.

  • 4. 풀빵
    '10.11.1 10:10 PM (112.155.xxx.41)

    ^^ 반갑습니다.
    북치고, 장구치고, 가야금 뜯고, 춤도 춥니다.
    건강하고 즐겁게 크고 있습니다.

  • 5. 봄비
    '10.11.1 11:01 PM (112.187.xxx.33)

    목숨건 투쟁으로 직접고용을 쟁취해낸 기륭 여성노동자들..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그분들이 투쟁으로 거둬들인 '직접고용'이라는 결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저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저 아이가 자랐을 때는 더이상 이런 문제로 투쟁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어요.^^

  • 6. ...
    '10.11.1 11:21 PM (68.38.xxx.24)

    기륭 농성자분들이 결국 합의를 끌어냈군요....
    저 아이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 7. 깍뚜기
    '10.11.2 12:57 AM (122.46.xxx.130)

    감사합니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8. 달팽이™
    '10.11.2 8:35 AM (175.117.xxx.153)

    풀빵님 반갑습니다. 그 귀여운 풀빵님 따님도 초등학생으로 자랐군요.
    2008년을 기억하면.. 늘 풀빵님 모습도 떠오릅니다.
    그러고보니, 고만고만했던 제 아이도 2학년 이네요.
    강단있는 풀빵님인건 알고 있었지만..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한번 더 "반갑습니다."^^

  • 9. 저는
    '10.11.2 10:37 AM (218.145.xxx.84)

    저는 공인노무사입니다.
    노동법을 다루는 일이 직업이다보니
    법 테두리 안에서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지난번 ktx여승무원이 법원 판결 받아낸 것이나
    기륭전자 직접고용이 이뤄진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거라 생각했는데
    오랜기간 애쓰신 분들 덕에
    노동문제에서 정말 큰 획을 그었네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 애쓰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진보라는건, 법 테두리를 깨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는걸 새삼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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