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경북 정말 수구꼴통인가
얼마 전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로부터 대구·경북이 수구 꼴통으로 매도당했다는 기사가 매일신문의 톱뉴스로 보도되었다. ‘수구 꼴통’은 남의 말은 씨도 안 먹히고 앞뒤 안 가리고 아집만 부리는 사람쯤으로 해석되는 신조어다. 이 지역의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대구·경북은 정말 수구 꼴통인가. 기사가 나온 후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대구는 수구 꼴통이다. 그러나 폄하 당하는 듯해 기분 나쁘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정한 마누라에게 다른 사람이 바람둥이라고 하면 화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울의 지인에게 전화했다. “대구는 수구 꼴통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냐고 되물었다. “너희는 무조건 1번만 찍잖아”라고 했다. 대구·경북의 투표성향을 빗댄 것이다. 말문이 막혔으나, 조금은 억울한 듯해서 “전라도도 똑 같잖아”라고 반론했다. 답답한 듯이 “그거 하고는 다르다. 그래서 너희는 수구 꼴통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쯤이면 대구·경북은 수구 꼴통이 맞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판단 기준은 그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왜 수구 꼴통이 되었는가. 단적으로 대구·경북은 대부분의 주민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대구·경북은 세 단계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다. 이러한 인구 구성은 문화와 가치의 동질성을 갖고 있고 남을 배척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폐쇄적 구조에 다양한 의견의 형성을 어렵게 한다. 그 위에 박정희정권 이후 계속해서 이 지역 출신이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대구·경북의 수구 꼴통화가 공고화되었다고 한다. 장기간 권력의 수혜자가 되면서 중앙권력의 보수 이데올로기가 무 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
수구 꼴통이 아니라고 강변할 필요가 있는가. 핑계나 변명은 충고를 거부하는 꼴통 의식을 드러낼 뿐이다. 다양한 시각과 현실 인식이 허용되지 않으면 경쟁과 혁신의 마인드는 나오지 않는다. 대구·경북에 보수정당 이외의 권력이 얼마간이라도 허용되었다면, 정치적 경쟁을 통해 지역 사회의 혁신도 가능했을 것이다. 부산은 국제영화제, 광주는 비엔날레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대구는 아직도 1950년대의 섬유산업에만 매달려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변화를 위한 고민이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이래도 괜찮다고 하면 대구·경북은 정말 구제받지 못할 수구 꼴통이고, 희망이 없다. ‘수구 꼴통’이라는 지적을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것이 대구·경북을 위한 것이 아닐까.
수구 꼴통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꼴통 기질이 없었다면, 꽉 막힌 외세의 억압 속에서 국채보상과 독립운동을 통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올곧은 꼴통 기질은 계승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 지역에서 ‘독립운동’하듯 몸부림치고 있는 진보의 가치에도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이것이 수구 꼴통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변화를 찾는 첫 걸음이고, 대구·경북이 살아남는 길이다. 변화하려 하지 않으면 존재 그 자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수구 꼴통화와 쇠락하는 대구·경북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상상일까.
이성환<계명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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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꼴통이라는 말을 한 정치인이 잘못했지만 그 지역에서는 수구꼴통 이야기 정말 들을만 하죠..
대학생 조회수 : 300
작성일 : 2010-11-01 01:55:58
IP : 121.165.xxx.19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1.1 2:13 AM (221.142.xxx.207)대구에 살고 있는데 (태어나지만 않았다 뿐이지 평생을 대구에서 살고 있으니 대구가 제 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에요) 대구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수구꼴통이니 고담대구니 하는 말들을 하게 됩니다.
물론 뜻이 통하는 사람들 하고만;; 안 그러면 뭐 좋은 일 날라구요...
애증이 섞인 곳입니다. 어렸을 땐 다른 곳으로 뜨고 싶었지만 이제는 이 곳이 변하길 바래요.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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