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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선준이의 사과와 속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단상

린덴 조회수 : 1,865
작성일 : 2010-10-28 01:40:15
성균관 스캔들 18회를 보다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단상이 떠올라 쓰는 것이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오.

선준이가 아버지와 정적이 되는 것도 불사하고, 윤희에게 용서를 빌고, 아버지가 저지른 죄의 도덕적 책임을 짊어지려 하는 건 사뭇 감동적이었소. 그런데...나는 찜찜하오. 뭔가 계속 석연치 않소.

걸오와 윤희는 요새로 말하자면 '의문사 희생자의 유가족'이오. 드라마 분위기가 달달해서 그렇지 현대를 배경으로 번안을 한다면 참으로 심각한 설정 아니겠소? 그 시점에서 보자면 가해자의 아들인 선준이의 사과 자체는 대단히 고매한 행위이나 이것은 어쩌면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해 갖는 판타지나 희망사항"일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게요.

그래서 선준이는 적어도 그 "용서"라는 부분에 관한 한 나에게 아주 추상적인 캐릭터고 땅에 발 붙인 캐릭터가 아닌 걸로 보이오.

그리고 내가 가장 슬펐던 건 말이오,
선준이 좌상을 대면해서 이 짓을 저지른 그 사람이 당신 맞냐고 묻는 거,
이거 사실은 걸오와 윤희가 가장 절실하게 하고 싶어했던 일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오.
가해자 앞에서 왜냐고, 왜 그랬냐고, 목놓아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게
그 유가족들의 마음 아니겠소.

걸오는 청춘을 바쳐 벽서를 뿌리고 온몸으로 저잣거리를 누비면서 그 말을 해왔던 것이고.

그런데 윤희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걸오를 그렇게 무기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다음에 칼침까지 맞히다니
성스 작가는 새디스트이거나 걸오를 거의 십자가를 지신 예수로 만들고 싶거나 둘 중에 하나인 듯했소.
IP : 222.112.xxx.160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깍뚜기
    '10.10.28 1:46 AM (122.46.xxx.130)

    공감하는 바이오.
    오히려 피해자의 환타지라기 보다는 '가해자 가족의 환타지'라고까지 보이오.
    나는 어제 윤희를 백허그 한채로 고백하는 그 대사에서도 그 맘이야 어찌 진심이 아니었겠냐만은
    '용서받고 싶었다는' 말을 그리 쉽게 하는 게 마뜩치 않았소. (나는 결코 선준 안티는 아니오!)
    말할 수 없는 것을 그리 쉽게 말하다니...
    너무 괴로워 두 가지로 생각해보았는데,

    - 어쩌면 선준과 같이 상처없는 '원칙주의자' 의 여유랄까..그런 게 아닐까. 그러니 그의 고매한 태도를 결코 비꼬는 게 아니라, 부조리를 책으로만 알고 있는 자의 쿨함 같은 거랄까. 물론 이런 존재가 빛과 소금이라고는 생각하오. 그러니 아비에게도 꼬인 데 없이, 당당하게 그리 댐비는 것 아니겠소.
    그래서 정치적 계산없는 풋풋한 젊음이기에 오히려 원리 원칙대로 '사과'도 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야 내 맘은 좀 편할 것 같소.

    - 시간이 없는데 급히 마무리를 해야하다보니 그냥 그리된 것.

  • 2. 린덴
    '10.10.28 1:49 AM (222.112.xxx.160)

    오, 깍두기님, 기다렸소.
    난 그래서 작가 은근 보수적인 거 아닌가 생각했소.
    그래서 정조를 너무 메시아적인 인물로 그려놓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소.
    (이 얘긴 길어서 나중에...)
    걸오의 마음을 생각하면 난 점점 더 괴롭소. 작가가 남은 2회에 어찌 수습을 할지.

  • 3. 깍뚜기
    '10.10.28 1:53 AM (122.46.xxx.130)

    물론이오. 작가는 결코 진보는 아닐 것이오.
    다만 계몽군주, 선군, 개혁군주의 모습은 작금의 겆이같은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긴 하는 것 같으오. 우리의 뼈아픈 현실 아니겠소.

    정조대에 대한 역사적 해석이야 분분할테고, 전문가가 아니라 논쟁에 낄 깜냥은 안 되지만,
    어떻건 정조를 해석하려면 인물 1인이 아니라, 당대의 전반적인 변화 속에서 탕평론과 왕권 강화의 의미를 해석해야할 것은 같소.

  • 4. 깍뚜기
    '10.10.28 1:54 AM (122.46.xxx.130)

    술이 취한 김에, 사형의 글을 보니 떠오르는 대목이 있어서 옮겨보오.
    (어쩌면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는 아닐 지라도)
    주절이 말을 하는 선준과 쉬이 말하지 못하는 윤희와 걸오의 대비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보오.

    "언어로써 말할 수 있는 것은 항상 사건 속의 말할 수 있는 부분, 즉 그 의미에 대해 우리가 이미 말을 통해서 알고 있는 부분 뿐인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부조리하게 당한 폭력 - 부조리한 것이 폭력이 폭력인 이유이지만 - 우리가 거기에서 '의미' 를 충전시킬 수 없는 사건의 폭력성은 이중으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을 우리에게서 빼앗는 게 될 것이다. "

    - 오카 마리, <기억 서사>

  • 5. 린덴
    '10.10.28 2:03 AM (222.112.xxx.160)

    인용하신 문장이 마음에 와박히는 것 같소. 내가 말하려던 것도 바로 이거요.

    난 걸오의 입으로 나왔어야 할 질문이 선준이 입에서 나오는 것이 슬펐던 거요.
    계속 왜 형이 죽어야 했을까? 도대체 왜? 왜?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살았을 걸오의 고통이
    거의 의미 부여를 못 받는 것 같았소.

  • 6. 저는 그저..
    '10.10.28 2:04 AM (180.65.xxx.113)

    님들의 심오한 풀이에도 불구하고..
    제머리를 떠나지 않는 가장 커다란 슬픔은 이것이었소~

    지난 세월, 지나간 내 청춘의 나날이 다시는 되돌아 올수 없는 시간들이라는것..
    내가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커서 걸오사형이나 대물의 아픔까지 같이 통감하지 못하였소~^^

  • 7. 깍뚜기
    '10.10.28 2:07 AM (122.46.xxx.130)

    린덴 / 그렇소. 그러나 내 언급했듯 걸오가 말을 아끼는 부분에서 오히려 말할 수 없는 자의 무언의 함성, 복화술사의 뜨거운 비명이 들리는 듯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보오.
    물론 걸오의 절망... 맴이 아주 갈기갈기 찢어진다오...

  • 8. 린덴
    '10.10.28 2:09 AM (222.112.xxx.160)

    윗댓글 사형, 그 고통이야 두번 말하면 잔소리요. 걸오의 아픔으로 지금 그 고통을 덮는 중이오.-.ㅜ

  • 9. 린덴
    '10.10.28 2:14 AM (222.112.xxx.160)

    깍두기 / 맞소. 정치적 올바름에서야 그렇지 드라마상에서 걸오가 절규했으면 드라마가 진부해졌을지도 모를 일이오. 그런 의미에서 그걸 진부하지 않게 표현해낸 유아인 배우를 무한애정하오. 우리 닥찬해줍시다.^^

  • 10. 깍뚜기
    '10.10.28 2:30 AM (122.46.xxx.130)

    저는 그저.. / 횽의...마음이 깊이 전해오오.
    우리의 청춘은 갔소만, 지금 또 우리가 대면해야할 현실이 녹녹치 않기에
    더 서글픈 것 같소....

  • 11. 준준
    '10.10.28 7:34 AM (141.223.xxx.132)

    뒤늦게...
    두 분의 심도있는 대화에 진심 머리숙여 경외를 표하는 바입니다!
    (--) (__) (--)

  • 12. ..
    '10.10.28 8:49 AM (119.71.xxx.154)

    아무리 생각해도 금등지사 소재는 제작진의 무리수 같아요. 당연히 물랑커플이 이뤄지겠지만
    찜찜해요.

  • 13. 굿모닝요~
    '10.10.28 8:52 AM (118.217.xxx.103)

    제작진이 무리수로 드라마가 산으로 들로 뛰다가 안들호로 캐릭들을 보내려 한다고 원성이 자자 하죠
    전 그냥 아이들 보는 재미로만 보지
    세세히 따지면 진짜........... ㅡ,.ㅡ
    어린 배우들과 노련한 배우들이 살려내는 드라마도 다 보게 되네요

  • 14. ..
    '10.10.28 8:54 AM (220.149.xxx.65)

    어제 성스갤과 아인갤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얘기가 오갔더랬지요
    어쩌다 이렇게 걸오한테 빠져서는 이럭하구 있는지

    걸오의 선택에 대해 다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지기가 힘들고
    선준이 워낙 단정한 아이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그 아비인 좌상의 논리까지도 왠지 설득당해질 것 같은 기분...

    이건 노론의 영수를 아비로 둔 남주란 캐릭 설정이 된 순간부터 어찌할 수 없었을 거 같소
    지금 이런 식으로 풀지 않으면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으니까

    결국은 걸오란 캐릭터도 어쩌면 이 둘사이에 끼인 서브남주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는데
    배우의 캐릭터 해석능력이 탁월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거 같소

    문재신이란 캐릭터가 분노하고 오열했더라면 굉장히 진부했을 거라는데 동의하고
    침묵과 눈물 한방울 보이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그를 더 빛나게 했던 거 같소

    그리고, 좌상 캐릭터는 좀 위험하오
    좌상이 좀 더 노련하고 능구랭이처럼 보였어야 하는데
    병판과는 질이 다른 느낌이 보여지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올바른 것처럼도 보인다는 게 문제인듯 하오...
    단정하고 바른 남주의 아버지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말이오

    어쨌든 성스.. 고작 드라마 나부랭이 하나 보면서
    생각과 고민은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듯 하오 ㅠㅠ

  • 15. 탹월한 내용에
    '10.10.28 9:19 AM (121.144.xxx.174)

    아둔한 머리에 번개가 번쩍하니 감사를^^

  • 16. ㅋㅋ
    '10.10.28 9:28 AM (119.206.xxx.115)

    아...심각한 댓글들에서...ㅎㅎㅎ 하오체..ㅋㅋㅋ
    딴소리요만 어제 친구 문자가 왔는데..
    그 친구 평상시엔 안그랬는데 요즘 ...하오체...ㅎㅎㅎ
    자기도 모르게 그리 되는가 보오...ㅋㅋㅋ

  • 17. 쟈크라깡
    '10.10.28 9:31 AM (119.192.xxx.146)

    나는 이 드라마의 장르가 무척 궁금하오.
    멜로도 아닌것이 액션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미스테리도 아닌것이
    그냥 움직이는 만화이려니 생각하오.

    단지 도령들의 눈빛들만 간직하려하오.

  • 18. 뒤늦게
    '10.10.28 9:40 AM (203.248.xxx.65)

    들마에 버닝중인 아짐으로써...
    거기서 걸오의 분노와 회한, 윤희가 사랑하는 사람의 배경에 가져야할 증오가
    더 증폭되어 표현된다면
    드라마적 흥미도 감소될 뿐 아니라 해피엔딩이 곤란해졌을것이고...
    만약 한 30회정도 된다면 2,3회에 걸쳐 그 갈등을 처리하는 과정의 묘사가 가능했겠지만
    뒤늦게 벌려놓은 금등지사건을 2회만에 마무리하고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이끌려면 그 방법이 가장 쉬웠을거라 생각됩니다.
    대중적 취향의 딱 중간 분포지역에 어필해야하는 드라마의 한계가 아닐까요.
    여하튼 이리 깊은 분석까지 하시니 대단들 하십니다. ㅎㅎ
    걸오가 불쌍해질수록 유아인의 인기는 올라가는듯...

  • 19. ...
    '10.10.28 10:42 AM (220.94.xxx.219)

    아...사형들!!
    이런 대화 진심으로 사랑하오....대통이요!

  • 20. 캐공감
    '10.10.28 10:49 AM (114.206.xxx.244)

    맞소맞소 걸오를 막판에 아주 빙신을 만들어놨소,

  • 21. 222
    '10.10.28 11:00 AM (211.251.xxx.89)

    드라마 색깔이나 시청자층과 다른 사건에 비중을 두다 보니까 수습이 안되고 억지설정이 마구 나오고 있는듯...
    제 5공화국이나 용의 눈물 찍는 것도 아니고 청춘학원물을 찍으면서 금등지사 얘기를 너무 장황하게 벌린 것이 역효과.
    제 눈에는 정조가 참 모자라게 보임. 금등지사 해결을 성균관 어린애들에게 시켜야하는 당위성도 없고, 마치 아비의 원수에 한이 맺혀서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왕으로 그려지고 있음.
    낭만과 이상에 쌓여 정치를 모르는 왕으로 그려짐. ( 금등지사 얘기를 벌린 것이 화근이라 봄)
    그래서 오히려 좌상이 말하는 사대부의 역할이 더 설득력있게 다가옴.

    시청자층과 원래 원작(읽지는 않았지만)에 따라서 그냥 윤희를 받아들이는 시아버지의 갈등 정도로만 처리했어야 좋았다고 봄.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할 정치적 이상에 문제를 괜히 건드려서 그것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는 극의 재미만 반감시키고 산만하게 풀었음.
    이것은 세종대왕이 아니었는데,...아쉬움.

  • 22. 재신아..사..랑.해
    '10.10.28 12:22 PM (125.186.xxx.107)

    윤희와 선준이 쉽게 이루어질수 없는 배경을 가중시켜 무겁게
    정치적 이야기와 왕의 감정이 조금은 실망스럽게 개입이 됬지만,,
    어쨌든 선준과 윤희는 그 힘든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사랑하나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게 하나 봅니다
    걸오또한 힘들고 방황하던 반궁의 미친말을 벗어나
    그동안의 오해와 이해, 용서를 하며 전에 없던 마음속에
    사랑이란 그 놈 때문에 많은걸 내려놓게 되겠지요..
    전 그동안 걸오를 사랑스럽게 지켜 보면서 누군가를 향해 응어리지어 있던,
    제 마음속에 꽁해있던 그 무언가가 꿈틀거리는걸 느꼈어요..
    걸오란 녀석.... 참 멋진 남자에요 후후^^

  • 23. 린덴
    '10.10.28 1:02 PM (222.112.xxx.160)

    대중 취향의 드라마에 너무 진지 모드긴 하오만 부연하자면
    나는 걸오와 윤희가 분노와 증오로 불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오.
    그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선준의 입으로 말하게 하는 것이 안타까웠을 뿐.

    그리고
    걸오가 그간 해온 벽서질의 의미는 간데없이
    형의 죽음을 못 잊는 정서적 자폐아의 철없음으로 해석되고
    그 후의 침묵이야말로 '성숙'이라고 해석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소.

    다음 주에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첨부터 끝까지 달달모드+홍벽서 반항모드였으면 제일 좋았을 뻔했소.
    내 처음부터 그렇게 보려 했건만 왜 이리 찜찜한 건지......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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