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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제 과외하는 학생 하나 내쳤습니다.

나도글하나 조회수 : 12,085
작성일 : 2010-10-27 13:42:56
학생은 중학교 1학년,
부모님 이혼하고 엄마랑 사는데
어머니가 밤에 일을 하셔서 아이 관리가 잘 안됩니다.

감정 콘트롤도 못해서
수업이 힘들어지면 "짜증나" 소리를 대놓고 했는데

그동안 많이 고쳐지고 했으나
울컥울컥 나오는 버릇없음에 화가나기도 했지요

그래도 좋아지는 중이라서 좋게 생각하려 했고
항상 배고파하는데 집에 먹을게 없는 아이라서
제가 음식도 잘 챙겨주고 그랬는데....

(그동안 성적이야 올랐죠.
저는 그것보다 아이가 공부하는 즐거움과 집중력을 기르는데 더 관심이 많답니다)

아이의 막말이 심해서 어제 그만두겠다고 얘기했답니다.

지난 주말 결심하고 어제 얼굴보니 마음이 약해지려고 했는데
앉자마자
"수업끝나고 선생님 핸드폰 좀 끝나고 쓸께(요)"  2주 전부터 존대말을 있는듯없는듯 안합니다.

나 : 왜?

학생 : 왜긴 전화하려고 하지?

나 : 누구한테?

뭐 이런대화를 하는데
핸드폰 빌려달라는 태도 또한 너무 막 대해서
다행히 굳은 결심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왜냐고 또 묻더군요.

"나는 너를 존중했다. 나는 너를 위해줬다.  
(이건 아이도 수긍하고, 그동안 마음을 열었던것도
내가 그냥 선생이 아닌 자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너는 나에게 말을 함부로 하더라.

지금까지 몇번을 참고 그래왔으나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무시당하면서 누구를 가르치고 싶지 않다.
너를 가르치는게 즐거워서 가끔은 힘들어도 계속 해 왔었더거다."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눈은 젖어있고,
용건이 있다고 해서 빌려준 전화로 하는 통화는 목이 잠겨있었지만...

이런 경험으로 다음번 선생에게 조심스런 태도로
배울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랬답니다.

동네에 맛난 가게 있으면
기억했다가 들러서 사가곤 했는데
그러는 동안 미운정고운정 들었나봅니다.

마음이 있으니
상처도 받고, 좌절도 하는거겠죠.

---------------------------------------------------------------
베스트에 올라갈 줄은 몰랐네요.
그럴 글은 아닐 줄 알았는데 ^^;

고마움을 모르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마움을 알더더라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예의가 아니지요.
물론 제가 받은건 고마움의 표현도 아닌 거의 모욕에 가까운 언사였지만요.
(쓰려면 울컥해서 그 내용은 못쓰겠습니다. 사실 남편에게도 누구에도 말 못했습니다. 너무 분해서)

저도 그 아이 가르치면서 이것 말고도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집에서 수업을 하면 뭐 친근한 곤충들이 몸을 올라타는 일이 많거든요.

사실 돈이 필요해서 과외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6개월 넘는 시간 동안 곤충에 익숙해지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그런 곳에 사람들은 사니깐,
나는 잠시 있다 가는 것 뿐이니깐 불편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려해도
초기에 애 붙잡아 가며 공부시킬때 정말 내가 왜이래야 하나 싶었습니다.

사실 3주전에 이미 한번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바닥에서 상펴놓고 수업을 하는데요.
학생은 거의 눕다 시피 하고, 눈은 책도 안보고,
공부하기 싫으냐고 물어보고 태도가 나아지지도 않고
재차 묻고서 공부하기 싫다고 해서 앉은지 30분도 안되어서 나왔습니다.

그땐 시험기간이기도 해서 못이기는 척하고 받아주었고
이미 한번 그랬기때문에
이번에 쉽게 받아준다면, 아마 언제고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더 개선될 여지는 없겠죠.

애인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잖아요.
헤어지자는 소리 자주해봐야 그게 씨알이나 먹히겠습니까 ^^;;

저는 평소에 뭐든 버릇없고 잘 못하면 그 자리에서
얘기합니다.

"선생님한테 그런 말하면 안된다, "
"오늘은 말이 좀 거칠구나. "

그동안 참을만큼 참았고,
더이상 가르치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구요.

아이에게 부모에게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둘러 댈테니 그런줄 알라고 했습니다.
사실 가족/가까이 사는 친척(소개시켜준 분)이 거짓말이나 잘 하는 아이로 대놓고 얘기할때
좀 화났거든요.

저는 그 아이를 아직 모르는데,
나한테는 어떤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선입견을 줄지도 모르는 저런 말을 저렇게 하다니 싶어서요.
아이와 나와의 일이니깐 반성하면
그걸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깐 알리지 않는게 좋겠더라구요.
더더군다나 그런 주변인이면...

다른 과외 선생님이 하나 더 있는데,
얘기 들어보면 당일 수업취소도 잦고
시험 잘보면 통닭에 피자 사놓으란 소리나 하는거 보면 한숨 나오던데...

그래도 그 아이의 인생보다
내가 더 소중하니깐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굳이 상대하지 않으렵니다.
IP : 175.116.xxx.165
2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10.10.27 1:47 PM (114.207.xxx.90)

    그 아이도 님이 젤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생각할꺼에요...다른선생님이랑 하다가...본인이 잘못했다 느끼면 다시 찾지 않을까요....

  • 2. ,,,,
    '10.10.27 1:48 PM (183.99.xxx.254)

    읽는데 가슴이 뭉클하네요...
    참 좋은 선생님이시란 생각이 듭니다.
    비단 지식전달뿐 아니라 그 마음가지 따뜻이 안아주신 님의
    마음이 느겨지는것 같아요.
    아마 그 아이도 많이 미안해하고 반성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선생님과의 친밀함을 그렇게 표현했던것일수도 있구요.

  • 3. ;;;
    '10.10.27 1:49 PM (112.187.xxx.113)

    그 아이 생각하니 마음이 좀 아프네요.

  • 4. ..
    '10.10.27 1:52 PM (211.210.xxx.23)

    한번만 기회를 더주세요...맘이 좀아파요..ㅠㅠㅠ

  • 5. 괜히
    '10.10.27 1:53 PM (114.201.xxx.112)

    아이가 안쓰러워지네요. 그 아이가 믿고 비빌 언덕이 님 뿐이었던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이가 많이 느끼고 배우고 성장했으면 좋겠네요. 이번 일을 계기로...

  • 6. 음...
    '10.10.27 1:54 PM (122.32.xxx.10)

    원글님이 먼저 손 내밀지는 마세요. 아이에게 생각할 기회가 될 거에요.
    하지만 아이가 다시 어렵게 손을 내민다면 다시 한번은 잡아주세요.
    참 좋은 분이신 거 같아서 제가 부탁드리고 싶어요...

  • 7. ...
    '10.10.27 1:57 PM (211.204.xxx.62)

    혹시 어린마음에 마음의 문을 닫지는 않을까 걱정되네요. 외로운 아이같은데 한번만 참아주시면 어떨런지... 여차저차한 이유로 너를 위해서 그런거다라고 해도 '아... 내가 잘못했구나 다음에는 안그래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애가 아니라 어른같아요. 그동안 여러번 고쳐주려고 달래보셨는지...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한번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 8. ...
    '10.10.27 2:08 PM (221.139.xxx.171)

    잘 하셨어요..님이 그런 무시를 받으면서 아이를 가르칠 의무는 없으시죠..
    님도 그동안 고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셨겠죠..근데도 계속 저러는건..그만두셔야죠..
    선생도 사람인데요^^
    그 아이도 아마 많이 배웠을 꺼예요..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요...

  • 9. 좋은 아이로~
    '10.10.27 2:14 PM (175.208.xxx.8)

    아이가 표현력이 없고 중1이면 미친호르몬 왕성하게 분비되는
    그런때인것 같아요. 욕안하던 아이들도 학교에서 자기 보호막으로
    배운 욕도 분별없이 쓰게되는때죠. 2,3학년으로 갈수록 좀 완화되기도
    하고....눈물 글썽였다는게...아이가 마음은 여리고 착한구석은 있는것
    같아요. 집안에서 존대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아이 스스로 존대말쓰고
    예절 갖추긴 힘들죠. 혹여 샘이 그나마 아이에게 그아이 시절에 놓쳐버리
    고 지나칠 중요한 뭔가를 님께 배울수 있는 기회네요...
    그 아이에게 다시 함 기회를 주세요. 눈치있어 팍팍 돌아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 자각못하는 경우도 있고...다시 하나하나 가르쳐 주세요.
    이혼하기까지 계속 상처만 받아온 아이일수도 있어요.
    한번 더 손 내밀어 주세요. 스스로 부모에게도 맘 부칠만했는데 그런
    선생님께도 버려지는구나 하는 상처 받았을것 같아요. 자신감도 잃구요.
    한번 더 기회를~~~

  • 10. 흑.
    '10.10.27 2:15 PM (211.251.xxx.130)

    그 학생 생각하니 짠하네요. 비빌 언덕이 님밖에 없었나 보군요 내치지 마시고 외로운 영혼을 한번만 더 보듬어 주시면 안될까요.

  • 11. 차라리
    '10.10.27 2:15 PM (121.136.xxx.25)

    그때 그때 아이한테 속마음을 비치시지 그랬어요.
    아이가 반말을 한다 싶으면
    어허... 선생님한테 반말을...
    약간 유머있는 분위기 섞어가면서요...

  • 12. 갑자기
    '10.10.27 2:16 PM (152.99.xxx.167)

    예전에 과외하던 애가 생각나네요..
    부모님께서 사이가 너무 안 좋으셔서 애가 참 힘들어했어요. 한참 사춘기라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놓고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하고 눈도 안 마주치고.
    정말 힘들게 힘들게 일년정도 노력했는데 아이가 좀 달라지더군요.
    여전히 말수는 없었지만 자기가 요즘 클라리넷 배운다고 제 앞에서 연주도 하더군요.
    결국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엄마랑 살게

  • 13. 다시..
    '10.10.27 2:17 PM (110.10.xxx.26)

    남자 아이죠? 어머니랑 통화해 보시고, 어머니가 간청하면 못 이긴 척 다시 받아주세요.
    아이도 안됐고, 어린 애를 두고 밤에 일하러 나가야 하는 그 엄마도 안됐네요.
    제자라 생각하지 마시고, 조카 하나 생겼다 생각하고
    화나면 야단도 치면서 정붙여 가르치시면 안될까요?

  • 14. 가끔
    '10.10.27 2:28 PM (121.166.xxx.214)

    시험끝날땐 문자라도 날려주세요,
    제가 아이 키워보니 학교선생님보다 개인으로 내밀한 속을 터놓을수 있는 과외선생님들이 참 감사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 아들이다 생각하니 선생님 잡고싶지만,,선생님도 힘드시니 그냥 그 정도로 인연의 끈은 놓지 마시고,,다시 아이가 손 내밀면 잡아주세요,

  • 15. 윗댓글
    '10.10.27 4:23 PM (180.66.xxx.4)

    원글 읽다보니 눈물이 나요.
    그렇게 선생님이란 존재는 정말 한없이 따뜻하고 깊은 존재지요.
    부모와는 또 다른 그 어떤것이 있어요.
    맘속으로는 그 아이 더 가르쳐보라고 하고 싶지만 또한
    과외선생님의 고충도 있는것을 모르는게 아니라서 ...
    그 아이 착한 맘가졌담 정신차리고 행동도 똑바로 고칠거에요.

  • 16. **
    '10.10.27 4:34 PM (211.203.xxx.28)

    부모님이 케어할 수 있는 경우라면 다시 안 받아줘도 될 것 같지만

    이 경우라면 다시 오겠다면 받아주세요~~
    비행청소년(?) 선도한다 생각하시고 멘토가,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러면 선생님 복 받으실 거예요~~^^

  • 17. 좋은분
    '10.10.27 7:15 PM (115.178.xxx.253)

    네 잘 하셨어요. 저는 누구든 자라는 아이들 주변에 있는 어른은
    아이에게 올바른 관심과 예절을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분들 말씀 처럼 아이가 다시한번 기회를 요청하고 받아주심 좋겠습니다.

  • 18. .
    '10.10.27 8:01 PM (122.42.xxx.109)

    그 아이를 누구보다 아낀 것도 원글님이시고 아이가 받을 상처에 많은 고민과 노력끝에 참다참다 내리신 결론이신데, 과정을 다 알지도 못하는 댓글들이 자신들만 인정이 넘치는냥 원글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지들.. 부모가 이혼했다고 다 저리 타인에 대한 예의를 밥말아 먹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된 아이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뉘우치고 원글님께 고마워 할겁니다.

  • 19.
    '10.10.27 11:04 PM (61.85.xxx.39)

    글 속에 원글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알 수 있어요
    바보...좋은 선생님 놓치다니
    다시 연락오면 꽤 긴 시간 고심 한 거 알려주고 또 시간 좀 두다 다시 시작해 주세요
    인간 하나 살린다 생각하고

  • 20. 솜솜이
    '10.10.28 9:06 AM (121.166.xxx.160)

    남자아이를 키워보니 정말 눈치도 없고 애교도 없고...
    그 나이의 아이들 정서가 그래요.
    정말 표현하는 거 잘 몰라요.
    오죽하면 고등학생들이 젤 무서워하는 애들이 중학생이라 할까요...앞뒤 분별을 못한대요.
    앞뒤 분별 여전히 잘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그렇게 말하다니ㅎㅎㅎ
    아무리 예의 중시하면서 가르쳐도,
    13년을 배꼽인사 시켜본 들
    손님 오실 때마다 내가 말해야만 인사하는...
    부끄럽지만 저는 결혼전엔 그런 애들 버릇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아마 글에 다 쓰지 못한 내용이 많으시겠지만
    가끔 전화로 연락이라도 한번씩 해주면...

  • 21. 브레인
    '10.10.28 10:57 AM (112.168.xxx.54)

    중1이고 평범치않은가정에서 혼자생각하며 살아가는아이입니다.앞으로 그아이인생을 바르게갈수있도록 봉사한다생각하시고 참고 해주심안될까요? 선생님마음은 충분히이해가가요.저는못할것같지만 6개월이나 가르치면서 조금씩나아지는학생이 선생님떠나면 큰상처받을것같아 불쌍해요.요즘커가는애들보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걱정됩니다..

  • 22. *^^*
    '10.10.28 11:16 AM (121.144.xxx.162)

    주변에 과외 선생님 보면 여러가지로 정말 힘드시더라구요.
    가끔 애들 먹거리까지 챙겨주시고... 그 정이 참 대단하셔요.
    힘내세요^^

  • 23. 교훈
    '10.10.28 12:06 PM (124.111.xxx.101)

    좋은 선생님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에게도 바르지 못한 행동을 돌아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나중에 크리스마스에 카드라도 보내시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요(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낀다면 그 나이에 최고의 선물 아닐까요?)

  • 24. 마음이
    '10.10.28 12:47 PM (141.223.xxx.40)

    따뜻하신 분이시네요. 그 동안 많이 애쓰셨어요. 그 학생한테도 당장은 어떨지 몰라도 고마운 분으로 그리고 앞으로 지내며 자신의 행동을 다시 돌아보며 살게 될 좋은 기억으로 남을겁니다.

  • 25. 햇살마루
    '10.10.28 12:55 PM (221.133.xxx.117)

    저 이글 읽는데 왜 이리 눈물이 흐르는지..한 번 더 기회를 주시고 다른길로 가지 않게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 26. ...
    '10.10.28 1:23 PM (180.70.xxx.104)

    부모님도 이혼하고 아이도 상처가 많았을텐데 좀 더 큰마음으로 품어 바른사람 만들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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