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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35세 여교사와 15세 남학생의 섹스 소식 그후

. 조회수 : 1,365
작성일 : 2010-10-22 13:05:57
최근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는 낙지 ‘대가리’로 생쇼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아니고, 중국에서 짱 먹은 시진핑도 아니며, 4대강 삽질하기도 바쁜데 직접 라디오에 출연하시어 타블로를 걱정하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하해와 같은 가슴도 아니었다.

35세 여교사와 15세 남학생의 섹스 소식이 연일 논란의 핵심이었다. 그야말로 난리였다. 인터넷은 일찍이 평정됐다. ‘클릭수 히트’가 보장되니 언론도 비슷한 기사를 ‘새끼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교사, 게다가 유부녀, 지하 주차장 차안, 그리고 섹스. 얼마나 씹어대기 좋은 주제들인가. 그리하여 네티즌들은 벌써 그녀의 신상을 털었다.

‘교사와 학생이 진짜 사랑했나보지’하는 로맨스를 그려보기도 전에 교사와 그 남편 신상까지 까발려졌다. 모든 것이 순식간이었다.

내 나이 올해 36. 논란이 된 남학생보다 정확히 20살이 많다. 언론은 나이를 만으로 표시하니 그럴 것이다. 20년 전, 그러니까 내 나이 16살은 그야말로 ‘섹스의 시절’이었다. 그때 이미 성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대로 섹스를 원했으나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리하여 더욱 간절히 섹스를 그리던 시절이 바로 그때였다.

현철이라는 가수는 TV에 나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를 구성지게 노래했지만, 16살의 나는 제발 누군가 나를 터뜨려 줬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절규했다.

사실 ‘사춘기’라는 짧은 단어는 그 시절에 대해서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살짝 야한 여자 사진만 봐도 저절로 성기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여선생님의 화장품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자나 깨나 섹스 죽으나 사나 섹스’를 상상하는 폭풍 같은 그 시기를 어떻게 단어 하나로 규정하겠나.

'딸따리’라 불리는 자위행위를 친구에게 전수받아 밤이면 밤마다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때도, 친구들과 포르노 비디오를 처음 ‘감상’하며 “우와!” “크아!” “끝내주는구만!”을 연발하던 때도 바로 중학생 시절이었다.

사실 그 때, 나와 친구들은 여자 선생님을 상상하며 성적 판타지에 푹 빠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완선은 TV 속에 있고, 왕조현은 홍콩에 있으며, 소피마르소는 저 멀리 프랑스에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교사에 대한 중학생들의 성적 판타지를 그린 영화 <몽정기>는 딱 20년 전 시절의 내 이야기 이자, 우리(?)들의 이야기다. 사실 나와 친구들의 ‘격정’은, 현실을 살짝 코믹하게 비꼰 <몽정기>보다 훨씬 치열하고 격렬했지만 말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떠올려보면, 교사와의 섹스를 상상하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35세 교사와 16세 학생의 섹스? 가능한 일이다.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고, 이미 영화와 드라마가 암시했던 일이기도 하다. 다소 충격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교사 가족의 신상까지 털며 오버할 필요는 없었다.

경찰이 과연 사람의 사랑을 측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경찰도 발표하지 않았나. 성매매도 아니고, 성추행도 아니며 두 사람이 좋아서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그러니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하면서 광분할 필요 없다. 도를 넘는 참견,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남학생이 너무 어리지 않냐고? 합리적 판단을 못했을 거라고? 그래서 속된말로 교사가 학생을 갖고 논 거 아니냐고?

나이 꽉 찬 성인이라고 늘 합리적 판단을 하는 건 아니다. “너 없으면 못 살겠다”며 사랑하고 결혼했다가 금방 “너만 없으면 살 것 같다”고 헤어지는 이들은 대개 16세 중학생이 아니라, 그 잘난 합리적 판단을 한다는 성인이다.


물론 나이 대에 맞는 교육과 경험이란 게 있다. 자동차 속도위반이 종종 벌금 고지서로 날아오는 것처럼, 때 이른 경험이 정신적으로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학생 학부모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충격과 상처 받은 사람이 있다면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서 치유하고 보듬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사회적 논란을 보면, 35세 교사와 15세 학생의 섹스보다 더 놀랍고 충격적이다. 교사를 속전속결로 학교에서 쫓아내는 모습을 보면, 여학생이 임신 했다고 배움의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이 땅의 학교가 떠오른다.

그리고 많은 트윗 이용자들이 지적했듯이, 여교사에게 분노하며 돌을 던진 많은 이들의 단결된 행위는, 정신지체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한 남학생들을 공권력이 전원 불구속했는데도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하는 평온한 이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교사와 제자의 성관계 논란이 살짝 잦아들 무렵인 21일. <한겨레>에 프랑스 연금법개혁 반대 시위에 10대들이 대규모 동참하고 있다는 뉴스가 실렸다. 신문에 따르면 고교 수백 곳이 휴업에 돌입했고, 일각에서는 ‘제2의 68혁명’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시위 동참에 놀란 사르코지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고교생들을 선동해 거리로 내몰고 있다” “고교생들이 좌파 진영의 선동에 속고 있다”며 평가절하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프랑스 우파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08년 이 땅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보수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전교조가 학생들을 선동한다” “좌익세력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등등의 언사가 현실감각 뒤처진 사람들의 입에서 심심찮게 나왔다. 이렇게 보면 국격(?)에서 좀 차이가 나긴 하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우파가 10대를 분석하는 틀은 비슷한 것 같다.

저 멀리 프랑스 68혁명까지 갈 것 없이, 우리나라 4.19혁명의 주역 역시 10대였다. 그리고 08년 촛불집회의 주역은 10대였고, 당시에도 몇몇 저명한 인사들은 “08혁명으로 불러도 된다”는 말을 했다.

혁명. 가슴을 살짝 달뜨게 하는 이 단어의 주인공은 레닌, 게바라, 카스트로, 호치민 등과 같이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들만이 아니었음을 역사는 잘 보여준다.

섹스? 혁명도 일으키는 10대가 도대체 뭘 못하겠나. 08년 촛불집회에서 청와대를 향해 “쥐박이 나와!”를 외치며 공권력에게 삿대질 하고, “천부인권설을 주장한 철학자를 모른다고 학생 패는 게 대한민국 학교다”며 영특하게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의 10대다.

불멸의 고전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 걔네들 10대 중후반 나이에 사랑 때문에 목숨 버렸다. 그리고 인류는 수백년 동안 그 사랑에 감동 먹어 왔다.



그 숨 막히는 혁명을 포함해 별 거 다하는 10대가 섹스만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현실감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다른 건 다 해도 좋으니 섹스만 안 된다고 하는 건 성욕 충만한 10대를 설득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특히 점점 그 성숙도가 빠른 요즘의 10대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21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의 한 대목을 보자.

‘2007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 성 접촉(키스, 애무 등을 포함)의 비율이 무려 58%이고,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 때 성 접촉을 했다는 비율도 11.6%로 보고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의 5.1%가 성경험이 있었고, 첫 경험을 한 나이는 평균 14.3세였다고 한다.(중략)

미국 앨런 굿매처 연구소의 1981년 보고서는 “10대이면서도 성관계를 갖지 않은 청소년은 예외적인 사람이다. 10명의 남성 중 여덟 명, 10명의 여성 중 일곱 명은 십대 시절에 이미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교사와 학생의 성관계는 놀라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야기했듯이 있을 수 있는 벌어진 것이고, 두 사람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고 해놓고선, 교사와 학생 사이엔 38선보다 날카로운 철조망이 있고 그걸 넘으면 큰일 난다고 협박하면 10대가 피식 웃을지 모른다.

남자 고교생과 여교사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로망스>의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학생이야!”라는 대사는 이제 별 설득력이 없는 철지난 ‘로맨스’에 불과하다. 불륜의 덫을 씌워 여교사를 단죄하거나 학생 관리 강화 지침으로도 ‘충격적인 일’의 재발을 막지 못한다.

금기의 강화는 답이 아니다. 대한민국 절대 다수 학교가 10대 미혼모를 보듬어 주지 않는 것처럼, 금기는 대개 인권침해와 권한 축소를 불러오곤 한다. 그렇다고 객관식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철저한 새로운 상황 인식 속에서 차원과 장르가 다른 성담론을 이제 10대와 나누는 것. 우리가 풀어야 하는 주관식 복수의 정답은 그 안에서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무기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람의 일은 대개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속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서로 존중하고 인권이 보장이 잘 되는 사회일수록 불미스런 일은 최소화 된다.

“학생은 학생이고, 교사는 교사”라는 점만을 강조하는 건 최악의 단순한 주관식 오답이다.
IP : 152.149.xxx.18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 참..
    '10.10.22 1:35 PM (112.154.xxx.221)

    남의 사생활에 뭔 사설이 이렇게 길답니까. 너무 길어서 패스~

  • 2. toscana
    '10.10.22 2:08 PM (221.151.xxx.168)

    잘 읽었읍니다. 님의 정서는 서구 선진국에선 먹히는 얘기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서로는 공감받기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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