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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 정조가 감귤배 구술시험에서 정답 '신민'을 유도한 까닭은?

깍뚜기 조회수 : 1,351
작성일 : 2010-10-22 01:33:17
(아래에 성균관 관련 글에서 어떤 분이 친민과 신민의 변증법적 합(?)에 대해서 쓰신 걸 보고 생각이 났는데요)

어제 선준의 집요한 앙탈 질문도 귀여웠고, 민영에게...아니지, (오늘 스캔들의 난으로 잠시 헤깔림ㅋ)
윤희에게 자기 옆자리로 오라고 속눈썹 연기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감귤배 구술시험의 결승전도 참 재밌었거든요.
정조가 주희본을 콕 짚어서 물어 보았으니, 답은 '신민'인 것이 맞고,
알고 보면 책벌레 인텔리인 즘생남 사형 걸오도 선준의 승리인걸 알고 있었구요...

그런데, 왜 정조가 굳이 성리학의 정본인 '신민'이 답인 문제를 냈을까요?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주희가 <예기>에 들어있던 원본의 '재친민'을 '신민'으로
바꾸어놓고, 이것을 성리학의 정본으로 확립하고, 성리학을 따르는 조선의 주류 학자들 역시
이를 철칙으로 여기게 되잖아요. 양명학을 받아들인 정제두와 같은 학자가 <대학>의 그 구절은
본자대로 '친'으로 다시 쓰여야 한다며, 당시로서는 이단으로 취급받던 아주 급진적인 사상을
주장하게 되잖아요.
정제두를 필두로한 소위 '강화학파'들은 양명학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민평등'의
사상 때문에 주류 성리학자들에게 더욱 핍박을 받았다고 하고...대략 이황 때부터요.

암튼, 문제는 정조가 통치원리이자 조선을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성리학을 절대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조가 끼고 살았던 책 중에 <양명집>이 있다고 본 것 같거든요. 그래서 학자들을 모아놓은
경연에서 주희가 멋대로 바꾸어 놓은 이 구절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구요.
정약용 역시 <대학>에 대해서 순수 성리학도 순수 양명학도 아닌 나름의 독자적인 견해를 펼쳤다고
하는 거 같은데, 건 복잡해서 잘 모르겠구요. ^^;;
어떻건 정조가 당시 경연에서 이런 과감한 질문을 한 의도에는
당시 집권 세력인 노론(벽파)=경직된 주자학 덕후 들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성격도 있었을 것 같구요.

그렇다면, 그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16강에서 정조가 굳이 '주자의 해석'을 물어본 것은 사실
성균관 유생의 수준을 고려하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지식을 확인하는 그닥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 같고요. 성균관 대비 입시 학원 9월 모의고사 문제 정도?
더군다나 정조 스스로가 주자 식의 '신민'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면 뭔가 싱겁지 않나 해서요.
게다가 노론과 맞서는 자신의 탕평책의 이상과도 조금은 동 떨어진 것이고...
정조가 수퍼맨은 아니기에 계몽군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겠으나,
분명 그는 사대부와 백성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친) 존재로 생각했고, 백성 역시 군주가 될 수 있다는
사상까지 펼쳤는데 (현대식 민주주의의 국민은 물론 아니지만) 왜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요.

어쩌면 선준의 '모범답안'과 윤희의 (상대적으로) 신선한 비주류 통치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기 위해서
그리 물었나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둘의 성향을 확실하게 떠볼려고요.
(뭐, 여기서도 윤희가 헤깔려서 그렇게 대답했다는 게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윤희에게는 본능적으로 '친민' 감각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기도 하고요)
선준에게 '신민'이라는 모범답안 역시 경전이 정전화되는 과정에서의 산물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 '주희본' 이라고 단서를 달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나 정답이 공개되고 딱히 별다른 코멘트는 없고, 탐스럽고 러블리한 대사성 영감과
못지 않은 탐스러운 귤바구니만 클로즈 업~


해결된 것은 없이 걍 복잡한 생각이 오고 가네요. 뭘 잘 모르다 보니 더더욱요 ㅋ
이 분야를 잘 아시는 분들 있으면 좋은 의견 좀 주세요~ 그러니까 정조와 양명학의 관계가 일단 궁금해요.
책에도 이 에피소드가 있나요?
혹 틀린 이야기있음 지적해주시구요.


마지막으로!
걸오사형이라면 무어라고 답했을까...
목소리 지긋이 깔고, 진중한 눈빛으로

"전하... 꼭 주희본이어야 합니까?"

걸오사형도 기득권 소론 출신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자신의 반골 기질상
속으로 정제두와 같은 학자를 흠모하고 노론독재에 환멸을 느껴,
홍벽서를 날리고 온 고독한 밤이면 불온서적을 읽는 떨리는 심경으로
<왕양명집>같은 책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바램이.

결론은 늘 걸오사형으로 마무리 ㅋㅋㅋ

IP : 122.46.xxx.13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0.10.22 8:08 AM (175.208.xxx.145)

    우리 이 드라마 관련 글 다 묶어서
    자체적으로 논문 비슷한 거 한 편 냅시다~~!!

  • 2. ㅎㅎ
    '10.10.22 8:09 AM (175.208.xxx.145)

    아, 원작에는 저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황감제가 없었던 것같아요.

  • 3. 린덴
    '10.10.22 8:11 AM (222.112.xxx.157)

    어제 신민/친민 글 올린 사람이에요.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쓰신 글 앞 부분 읽으면서 '걸오라면 정조의 텍스트 선정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겠구만'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데 깍두기님도 걸오 얘기를 하시네요.^^
    윤희가 도서관 달려가서 책 찾아보고 자기 머리 쥐어박는 장면이 전 좀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신민, 친민 둘 다 중요하다는 마무리 멘트를 누가 날려줄 거란 기대를 했는데
    마무리가 좀 싱거웠어요.

  • 4. 아...
    '10.10.22 9:31 AM (220.79.xxx.115)

    깨알같이 유익한 글 캄사함다 ^^

  • 5. 깍뚜기
    '10.10.22 11:27 AM (122.46.xxx.130)

    린덴님 동감이에요~
    윤희의 선택이 의미가 있었다는 게 강조되었다면 좋았겠지요 ^^

  • 6. 린덴
    '10.10.22 12:06 PM (222.112.xxx.157)

    약간 뻘글인데...전 그 신민/친민이라는 답안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신민은 "통치" 개념이고 친민은 "주권" 개념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민주주의라는 게 민이 스스로를(친민) 통치하는(신민) 것이니
    민이 주체가 되는 신민/친민의 이상적인 조합은
    바로 민주주의의 이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성스에서 정약용 박사의 수업 장면이 더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워요.
    맹자의 혁명사상 강의 한번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여기서 걸오가 눈을 번득이면서 자신의 생각을 설파하는 장면 하나.
    (모든 결론은 걸오걸오..^^)

  • 7. 린덴
    '10.10.22 12:38 PM (222.112.xxx.157)

    깍두기님 저 이 글 성스갤에 올렸어요. 좋은 내용이라 다른 분들과도 공유하고 싶어서요.

  • 8. 깍뚜기
    '10.10.22 12:58 PM (122.46.xxx.130)

    린덴횽, 답글 달았긔~

  • 9. ...
    '10.10.22 3:38 PM (118.32.xxx.193)

    그죠? 걸오의 학식보다 짐승남과 짝사랑 부분만 강조되는것 같아 아쉽네요
    한마디 했으면 좋았을것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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