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 와이프가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갔다오더니 엄마는 왜 일을 안해? 하는 거에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엄마가 이상하대요. 자기 친구 엄마들은 다 일을 하는데……”
당시 친구 와이프는 초등학생 자녀 둘에 유아원생 막내까지 아이가 셋이었다. 새떼같은 자식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직장을 갖기는 곤란한 일이었지만 어지간하면 직장을 잡는 미국인들에 익숙한 아이 눈에는 엄마가 왜 일을 안하는지 이상했던가 보다. 물론 엄마보고 남들처럼 밖에서 돈을 벌어오라는 뜻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저 일을 다니는 친구 엄마들에 비해 집에만 있는 자기 엄마가 다르게 느껴진 것일 듯하다.
사실 주부처럼 고단한 직업도 없다. 아이를 양육하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자질구레한 집안일에 쉴 새가 없지만 별로 표도 안나고 수중에 돈도 안생기니 밖에서 벌어오는 남편에게 큰소리치기도 힘들다. 하지만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주부가 사라지면 당장 탈이 생기는 게 집안 살림이다
미국의 부부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까닭은 우선은 둘이 벌지 않으면 도저히 가정경제를 책임질 수 없을 만큼 물가가 비싸고 생활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국 여성들은 남편이 벌어주는 것만으로 살림도 쉽게 하고 몸단장 할 여유가 있는 한국의 일부 여성들이 부러울 것이다.
미국 아내들은 남편이 어지간히 벌어도 한국의 전업주부를 흉내내기 어렵다. 인건비가 높아 도와줄 사람을 쓰기 힘들고 세부적인 일까지 법으로 재단하는 사회 시스템이 다른 탓이다. 가령 아이들이 열세살 미만이라면 집에 홀로 둘 수 없다. 학원을 보내건, 과외를 시키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돌볼 수 없다면 당연히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부모가 비게 되면 그 시간에는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든가 ‘비퍼 스쿨’, ‘애프터 스쿨’을 따로 신청해 아이들의 등하교시간을 조절하는 댓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오후나 저녁이나 주말, 이런저런 과외를 시키려면 한국처럼 학원 버스가 집앞에서 아이들을 알아서 태우고 가는 시스템이 아니므로 부모나 가디언이 일일이 태우고 다녀야 한다. 이따금 한인 소유의 학원에서는 한국식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돈을 따로 지불해야 하고 어린 아이들은 학원차량일 망정 내리고 타는 것을 어른이 지켜봐야 한다.
미국에서 전업주부를 뜻하는 ‘사커맘(Soccer Mom)’이 통용되는 것도 이처럼, 자녀 양육이 장난이 아니기때문이다. 살림하며 자녀 두세 명을 뒤치닥거리하는 일은 한국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쁘고 힘든 일이다. 맞벌이를 하느라 드는 양육비용을 빼고나면 사실 일로 얻는 수입이 많지 않을 때도 있다. 그저 바깥 세상과 소통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데 의미를 둬야 할까.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주부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는 일은 흥미롭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주부들의 노동가치를 연봉으로 분석한 조사에서 한국 주부들 연봉은 2500만원에 해당된다는 결과가 보도된 적이 있다.
반면, 미국 주부들의 연봉은 지난해 샐러리닷컴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무려 13만8095달러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계산을 할 경우 한국의 기혼여성들은 월 200만원 이상 벌지 못하면 전업주부를 하는 편이 낫고. 미국 주부들은 월 1만달러 이상 벌지 못하면 집에서 노느니 만(?) 못한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 주부들의 가사일이 한국 주부들보다 다섯 배는 더 힘들다는 것은 아니다. 물가와 사회문화적 인프라, 한미간의 경제력 차이가 고려되야 하기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주부의 연봉(?)이 올해 뚝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샐러리닷컴의 발표에 따르면 주부들의 노동가치는 11만6805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만1000여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위기가 심화된 탓에 일자리를 잃거나 연봉이 깎이는 노동자들이 많아진 만큼 주부들의 노동가치도 떨어진 모양이다.
그래도 전업주부는 맞벌이를 하는 ‘워킹 맘(Working Mom)’보다는 훨씬 고소득자이다. 역시 샐러리닷컴이 조사한 워킹 맘의 평균 연봉은 6만8405달러에 불과하다. 일하는 주부의 벌이가 일하지 않는 주부의 절반밖에 안된다면 구태여 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바깥일을 하면서 가사일도 잘 돌보는 슈퍼우먼은 결단코 없다. 혹시 자신의 아내를 전업주부라고 업수이 보는 남편이 있다면 공연히 경치지 말고 소리없이 돈 벌어주는 아내에 감사하고 진정 어엿비 여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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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어엿비 여겨라.
노창현 조회수 : 642
작성일 : 2010-10-21 20:40:47
IP : 59.25.xxx.24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0.21 8:53 PM (69.125.xxx.177)다 맞는데요. 미국물가가 맞벌이 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그렇게 비싼 건 아니예요.
원글님 미국사세요?
외식비용, 헤어 등등 서비스업종을 이용하는 게 아니고 그냥 마트물가, 공산품물가만 따지면 이곳이 훨씬 싼 것도 많아요.
집값 또한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넓이 대비 한국에 비해 싼 집도 많아요.
또한 맞벌이 아닌 가정도 수두룩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곳에 맞벌이가 많은 이유는 물가가 비싸서가 아니라 아직 저소득직업이 많아서인 거 같아요.2. .
'10.10.21 9:03 PM (222.239.xxx.168)한국도 남편의 벌이가 일정치 않을 경우는 부인들도 나가서 알바라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부인들이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경우는 10명 중의 2,3 정도 된다고 생각하는 데요...제 견해로는요... 틀리다면 지적해주세요.
저 같은 경우도 나가서 순수하게 백만원이라도 남지 않을바에는 나가지 않는 편이 나을것 같다 생각해요. 집안 꼴 말이 아니죠. 애들도 학원으로 돌아야 하죠. 게다가 몸은 더 힘들것 같거든요...
주부들에게 200 정도 주는 직장이 흔하지는 않죠.3. ^^
'10.10.21 10:06 PM (112.172.xxx.99)내 나이 43
대졸이지만 100만원 직장도 없답니다
설겆이요
낮 시간만 하면 줄만근해도 70여만원 이라네요
헌데 약값이 더 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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