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양성평등의 시대이며...
이쯤 되면 다양한 의견들 중에 ‘여자에게 군대를 허하라’ 같은 주장도 나올 수 있고 군복 입은 젊은 여성들의 시위 같은 것이라도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여자, 군대를 말한다’를 다룬 적이 있단다. 주요 골자가 되는 부분을 말하자면 이렇다.
“이제 한국의 여성운동가들도 징병제건 모병제건 병역의무를 남녀 함께 지자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21세기는 양성평등의 시대이며 군대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류숙렬)
“징병제인 상태에서는 여자도 함께 징병대상이 되어야 하고 모병제가 되면 어느 한 성의 비율이 70%를 넘어서게 하면 안 된다”(이김정희)
휴, 한숨만 폭폭. 정말로 여자‘도’ 군대를 가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일까? 그리고 ‘여자에게 군대를 허하라’는 주장과 ‘군복 입은 여자들의 시위’ 같은 게 정말로 당사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군 가산점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시기는 1999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 제도가 폐지된 것과 맞닿아 있단다. 그런데 그 후로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렸으니 이제 막을 내릴 법도 한데 어느 방법으로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오십보백보 제자리걸음만 하는 중이다. 한 쪽에서는 ‘징집당한 군 복무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또 한 쪽에서는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한 필연적인 차별이 전제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10년째 똑같은 상황, 똑같은 소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 또한 이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지난 겨울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물론 비단 집에서 뿐만이 아니지만~) 작은 이모는 몇 년 안에 군대 갈 아들을 둔 어머니의 입장에서 군가산점 제도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나는 보상을 해주는데 왜 특정 계층에게 불리한 조건이 포함되어야만 하냐고 반박했다. 외삼촌은 ‘너희 페미니스트’를 운운하며 군 가산점 제도 폐지에는 동의하지만 대체할 만한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지 않는 심보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징집된 군 복무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한다. 단순히 한 개인의 시간을 국가에 바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희생을 포함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주구장창 우려먹는 우리 아빠는 군대에서 맞아서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왼쪽 귀로만 살고 있다. 몸도 약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내 동생을 군대 보낼 때는 온 가족이 혹시나 탈영하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자대 배치 받자마자 입원해서 고생할 때는 바리바리 음식을 싸서 매주 면회를 가곤 했다. 그리고 여러 복학생 선배들이 자신을 위로하며 지나가듯 말해주는 군대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씁쓸함을 느꼈다.
그런데 내가 지적하는 지점은 국가에 의해서 공적의무를 자원을 희생했다면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국가는 쉬운 방법으로 공무원 지원자에게 국방의무 가산점을 주었다.
여성이 군대에 가더라도 좋은 소리를 듣긴 글렀다. 숙대 ROTC 신설에 대한 신문기사가 떴을 때 베플의 수준은 이랬다.(http://news.nate.com/view/20101011n10712)
지금 한국 여군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것과 아주 똑같은 논리로 숙대 ROTC가 욕을 먹고 있는 것이다. 베플의 사람들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군에 자원입대한 여성들이 군휴학을 인정받지 못해 대다수 자퇴하거나 사이버 대학으로 편입한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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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신문 기사를 참고 하시라.
‘퇴역 여군 대학 복학 길 열렸다’, 세계일보, 2009년 6월12일자 정치면
(http://www.segye.com/Articles/News/Politics/Article.asp?aid=20090612003038&s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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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장교로 복무했던 한 남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여성 부사관 모집이 시작됐을 때 ‘여자가 괜히 나서서 내 자리 뺏는다, 역차별이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단다. 이것은 ‘남성 고유’의 영역에 여성이 감히 도전했다는 의미일까?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이 상황에서 ‘한글2007’은 여자의 ‘여’와 군대의 ‘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자꾸 여군을 durns이라고 한영 변환을 해버린다, 참나.
육군은 ‘접적 전투부대나 교전 발생가능성이 있는 부대, 편의 주거시설 제한 부대에서 여군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것이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서인지, 여성은 육체적으로 전투에 불리하다는 생물학적 이유에서인지, 최전방에 여성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가 귀찮기 때문인지(여성의 조건은 특수성에 해당하기 때문에 ‘편의’나 ‘일부’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제한적 복무만 가능한 상황에서는 공동징집제도를 도입해도 또다시 잡음이 발생할 것이다.
‘걔네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럼 어쩌라고?’
그런데 나에게 이미 ‘군대’라는 개념이 있는 상태에서 군대를 벗어난 패러다임을 구축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변비처럼 콱 막힌 머릿속을 펑 하고 뚫어줄 ‘답’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군 가산점 제도는 정말로 여/남성 간의 문제일까?
아니다, 그것은 국가에 의무를 부담한 자와 놀고먹은 자들의 차별을 행사한 국가 제도의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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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한바가지 아니 두바가지 먹어도 하고 싶은 말을해야죠 그쵸 필자님?? 화이팅!!!!
공정한 사회를 위해 조회수 : 397
작성일 : 2010-10-20 14:57:45
IP : 152.149.xxx.18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0.20 2:58 PM (121.172.xxx.237)잘 읽었습니다.
물론 읽지도 않고 스크롤은 내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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