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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우울합니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 친구와 같은 남편에게 의리를 지키고 싶었고 남자와 여자로서는 모르되
인간으로 후진 성품은 아니니까, 또 저 스스로도 꽤나 무덤덤하고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한 성격이기에,
소위 "깨가 쏟아지는" "이쁜" 결혼생활은 꿈도 꾸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둘 만을 생각하면 지금의 결혼생활은 크게 나쁘진 않습니다.
남편은, 편의상 남편이라 부를 뿐, 남이나 다름없고 또 저 역시 남편에게 아내 역할을 하지 않은지 오랩니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가족으로 묶이고자 노력하던 때에 힘들게 얻은 제 딸을 생각하면
이 결혼을 끝내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이만 보면서 갈등을 숨기고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못하겠네요.
남편은 경제적으로 제 몫을 못 한다는 것 때문에 점점 자격지심에 꼬여가고, 저는 그런 남편에게 지쳤어요.
벌써 여러 번 온 가족을 동원한 난리굿도 치렀고, 뭐, 저와 시댁, 남편과 친정 사이의 관계는 회복불능입니다.
그냥, 좀, 힘들고 우울하고 그렇습니다.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말하자니 안그래도 만나기 힘든 사이에 어두운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고,
직장동료야 더 말할 것 없고요, 친정식구들 의견은 뭐 더 들어볼 것 없고.
어디에도 말 못하는 괴로움이 벌써 3년입니다.
더이상은 참지 못하겠다고 또 한번의 난리굿을 치르고 나서 드디어 인연을 끊게 되나보다 싶었는데
하필 이때에 아이는 외디프스기에 돌입했는지, 아님 제 딴에 뭔가를 짐작했는지 갑작스레 아빠를 챙깁니다.
아빠랑 잘 거고 아빠랑 어린이집 갈 거고 집 그림을 그려놓고선 아빠랑 엄마랑 자기랑 사는 집이라고..
정말 하루 아침에 말이 달라지네요. 별로 아빠를 찾지 않는 아이였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또 다시 하루하루 미루고만 있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그건 제가 버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때리는 것도 아니고, 노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한답시고 나대는 것도 아니에요.
여자문제도 없습니다. 뭐 집안 일도 꽤 합니다 XㅂXㅂ 욕하면서요.
이 사람은 저와 친정식구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이제 이 사람의 어떤 점이 싫다고 말하는 것도 지칩니다. 잘 모르겠기도 하고요.
그냥 같이 있기가 너무나 싫습니다. 아니, 말 섞기가 싫고, 눈 마주치기가 싫고,
퇴근하고 현관문 앞에서 아이 얼굴을 떠올려야 간신히 문을 열게 됩니다.
저, 심지어는 요즘들어 부쩍 아빠를 찾는 아이를 보며, 너 그럼 아빠랑 살을래..? 라고 속으로 묻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퍼뜨리는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좀 많이 힘들어서요. 위로가 좀 필요해서..
1. .
'10.10.20 11:11 AM (115.126.xxx.83)아이가 느낀 거지요...엄마 아빠 사이를
아이들은 부모사이가 좋지 않으면...자기 때문에 그렇다고 죄책감을 무의식적으로
갖는다잖아요...부부싸움이라도 크게 하면 아이들이당황해하면서 엄마 아빠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하잖아요...
좀 다른 각도에서 남편을 보는 걸 어떨까요...뭐 측은지심 차원이랄까...
그런 다른 내가 깨닫지 못한 측면을 보게 되면 이해 차원도 달라지던데...2. 내아이
'10.10.20 11:32 AM (210.122.xxx.6)측은지심으로 여태 버틴거라고 생각해서, 그래봤자 날 위로해주는 사람은 여전히 없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지친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터뜨렸죠. 그랬더니, 이젠 편이 갈리는 군요. 그나마 알아주는가 싶던 사람은 잃고 날 좀 말려줄까 싶었던 사람은 저보다 더 흥분하고요. 그리고 남편의 오해 내지 저에 대한 증오심은 깊어졌습니다. 이 사람과 살면서, "내가 깨닫지 못한 측면"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속이 빤히 보입니다. 매우 유치하죠. 어린 아이 같아요. 제 딸보다도 더 어린 것 같습니다. 왜 남편때문에 속상해 하면 큰 아들 하나 키운다 생각하라는 조언들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전 아이 하나 더 못 키우겠습니다. 고아원(즉 시댁이겠죠)에 갖다 버리던가 안고 물에 뛰어들어버리고 싶어요. 지금 전 그만큼 이 사람이 싫습니다. 그래도 제 딸을 생각하면 참아야할지, 어떻게 참을 수 있을지, 또 그렇게 참고 살아야 할 제 앞날이 너무 우울하네요.
3. 음..
'10.10.20 11:35 AM (122.37.xxx.16)님의 글을 읽고 맘이 참 안좋네요.아이도 얼마나 눈치가 빠른대요..대충 눈치를 채는거죠..
제가 봤을땐 남편분께서 경제력 빼 놓고는 괜찮은 분 같은데요 사실 입장 바꿔서 님이
시댁에서 무시 받고 그런 입장이라고 생각 한번만 해 보심 어떨까요?
힘드시겠지만 오늘부터 달라져 보세요.
남편한테 힘이 되 주시구요 이쁜 딸 아이 생각해서 다시 시작해 보세요.
그렇게 헤어진들 아이한테도 상처 님한테도 상처 좋을거 하나 없습니다.
뭐 이건 극단적인 예이구요..암튼 화이팅 한번 하시고 오늘 남편 보시면 즐겁게
말도 하시고 대화로서 둘 사이를 풀어가 보세요.힘내세요!
다 잘 될거에요!4. 내아이
'10.10.20 1:18 PM (210.122.xxx.6)무시를, 하고 있나 내가? 내 친정식구들이?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게 피곤해요.. 실제로 무시를 당하는 지, 하는 지 분명히 말하기 힘들어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를 가지고 날 무시한다고 덤비거든요. 예를 들어, 마트 주차장에서 우리가 직진이고 좌회전 차량이랑 추돌사고가 날 뻔 한 적 있었어요. 그거, 그냥 좌회전 차량 가게 놔두면 되는걸, 굳이 저 ㅅㄲ 내가 먼전데 계속 차를 들이대네, 어디 한번 해봐 하면서 그대로 진행해요. 어찌 되겠나요? 부딪히는 수 밖에. 그러면서 우리 차가 작다고 지금 얕보는거야? 내가 너보다 어리다고 얕보는거야? 하면서 대로변에서 싸웁니다. 그 자리에, 그 차에 딸과 아내와 장모가 있는데요! 헤어져서, 아이에게도 상처고 저에게도 상처이겠지만, 헤어져서 이런 꼴은 이제 더 이상 안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더 이익인 것 같기도 해요. 집안 어른들은 아이가 조금만 더 커서, 이야기해서 이해할 수 있을 때 헤어지라시는데, 그 전에 제가 죽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아이가 아빠를 좋아할 때 헤어지는게 오히려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또 비록 나쁘게 흘러오긴 했지만 친구로서의 남편의 미래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저와 헤어져야 남편도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남편은, 정말 마음 아픈 말인데 자기가 이렇게 된 게 모두 저 때문이라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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