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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엄마를 증오하시는 분 계신가요..

문79 조회수 : 2,204
작성일 : 2010-10-15 18:17:10
저는 삼십대 초반 미혼여성입니다.
방금 엄마에게 상처되는 말들을 퍼붓고 도저히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서
이제껏 보기만 했던 82에 글을 써봅니다.

저는 엄마를 너무 싫어합니다.
엄마로써 그리고 여자로써요..

저를 한 여자로 제대로 서 있게하지 못한 사람이 엄마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강남에서 살았고, 대기업에 다니시는 아빠 덕분에
부유하게 살았습니다.
술, 담배 못하시고 책 읽는것 좋아하는 학자 타입의 아빠가 지루하고 재미없어서였을까요..
우리 엄마, 제가 9살때부터 젊은 총각을 집에 들여 바람을 피웠습니다.

이 죽일놈은 저희 큰이모가 알던 사람으로 저희 집에서 직장다니게 부탁한다고 했는데,
둘이 바람이 나더니, 아주 눈에 뵈는것 없더군요.
저는 어렸어도, 다 알았어요.  어리다고 모를줄 아는거 아니에요. 다 압니다.

문제는 이 미친놈이 저를 어릴때부터 중1까지 성추행을 했습니다.
초등학교때 선잠 들어 있는데, 팬티 속에 손 집어 넣다가 현관 문 소리 나니까 빼더군요.
보통때 엄마와 동생 보는 앞에서 제 가슴을 만지는 장난을 하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그놈
죽이고 싶고 저도 죽고싶어요.

엄마요? 그때 어떻게 대처했냐구요?
그 젊은놈 팔 잡으면서 콧소리로 "아잉~ 그러지마~" 이러더군요.
그때 저...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피가 꺼꾸로...
남동생도 보고있었는데..

그 어린시젎의 성추행으로 저는 제대로된 연애를 해보지 못했어요.
스킨쉽 너무너무 더러워요.
게다가 아빠쪽 고조 할머님이 선교사로 오신 캐나다인이셔서 피부가 하얗고 코가크고, 이국적으로 생겼어요.
저희 아빠 .. 굉장히 잘 생기셨어요.
저도 아빠쪽 피를 많이 물려받았는데, 그래서인지 어릴때부터 여기저기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추행을 많이 당했어요..

하지만 다 잊을 수 있어요. 그런 기억들.. 그러나 엄마와 그 젊은놈이 행한 성추행만은
도저히 잊혀지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아요. 아니,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엄마라는 사람은 제가 연애를 오래 하지 못하고 짧게 만나는걸 알고서는
제 성격이 문제라고 하더군요. 하하.. 그래서 그 쓰레기가  행한 성추행에 대해서
큰맘먹고 얘기했어요. 나 이렇게 당했다..

하하..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고 두리뭉실 넘어가더군요.. 휴..

저요, 이 글 쓰면서도 막 울음이 나요..
하지만 정말 이상한건.. 제가 해외로 장기출장 가있거나, 유학갔었던 때
마구마구 엄마가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하게 되더라구요..
왜 그런지..

학구적인 우리 아버지에 비해 우리 엄마는 상고나와서 친구분들 보면
이혼녀에, 화류계에.. 그래서 우리 엄마 수준이 저런 것 같기도하고..

우리 엄마라면 내가 버젓히 저놈에게 성추행당하는거 알면서..
왜 그렇게 웃을 수 있던건지.. 사람으로 안보이고..
또 한편으로 많이 늙으신거 보면 또 안쓰럽고..

이런 감정이 소위 애증이라는건지..
솔직히 제가 결혼이라는걸 할 수 있으면, 한다면,
엄마는 식장에 안왔으면 좋겠어요.. 보기도 싫고.. 싸이코같은 엄마네 친척도 싫고..

아.. 가끔씩 그때 그 생각이 들면 가슴을 치며 울음도 못내고 괴로워하는
제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남자친구에게 정을 안내고 결혼 이야기도 회피하는 제가
정말 바보 같아요.

만약 제가 결혼해서 딸을 낳는다면.. 병적으로 싸고 돌것 같아 걱정이구요..
제 경험으로는 .. 성추행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요.
이모부, 사촌오빠, 학습지 교사 (절대 부모 없을떄 교사 들여놓지 마세요)
집에 드나드는 모든 남자들.

자살도 꿈꾸지만 남은 미래에 희망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어서
어찌어찌 살아보려구요..
IP : 211.212.xxx.11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0.10.15 6:31 PM (121.172.xxx.237)

    우선 무한 토닥토닥..하고 꼬옥 안아드립니다.
    그 세월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요..저도 친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크거든요..
    저는 무지막지한 폭력에, 언어폭력에 학대를 당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요..
    그 상처가 너무 커서..저도 지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가끔 그 상처가
    울컥하고 올라올때는..하루종일 멍해서 아무것도 못할만큼 상처가 크답니다.
    원글님, 어릴적 상처가 너무 크시죠? 그래도 저는요..지금 3살된 딸을 키우는데..
    우리 아이 낳고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거 같아요.
    저도 아이 낳기전엔 우리 엄마같은 엄마가 될까봐..그게 세상에서 가장 두려웠는데요..
    아.......나는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서 위안을
    받았어요. 아이에게 잘해줌으로 어릴적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아무튼 앞으로 가정을 꾸리시고 또 아이를 낳으시면 절대 친어머니 같지 않은 훌륭한
    어머니가 될겁니다. 힘내세요.

  • 2. ....
    '10.10.15 6:31 PM (58.121.xxx.208)

    글 읽으면서도 님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와서 저또한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저도 엄마를 생각하면 애증의 감정이 마구 저를 괴롭혀요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경제적으로는 부족한 것 없게 해주셨지만
    부모사랑을 못받았다고할까? 살갑게 대해주시지 않았던거 같아요
    나중에 커서 엄마한테 그런 얘기했더니 내가 너한테 못해준게 뭐냐 이러시는데
    참 답답하더라구요 저는 어릴때 사랑받지 못하고 커서 애정결핍으로 참 마음고생 많았는데...
    그나마 남편 만나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사람한테 마음 잘 못열어요
    사람 참 좋아하는데 버림받을 두려움이나 나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이용할거 같은 생각에...
    여튼 그런 원망이 엄마 돌아가시고 나니 그리움으로 많이 바뀌네요
    저희 엄마가 좀 안좋게 돌아가셔서인지 불쌍한 마음도 크고....많이 보고싶구요
    왠지 원글님이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정을 다스리기 쉽지 않으시겠지만 어머니와 한번 조용히 속얘기하는 시간 가져보시는건 어떨까요
    원글님이 엄마 꼴도 보기 싫다 하시면 그냥 연끊고 사시면 되는거지만
    글읽다보니 그런 감정이 아니라 사랑할수 있는 엄마를 찾고 싶으신거 같기도 해서요....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시길 바래요

  • 3. ...
    '10.10.15 6:38 PM (121.152.xxx.133)

    어떤사람이 자기가 살 집을 지으려고 숲에 갔대요.
    둘러보니 굽은 나무가 너무 많아서
    "아...이 숲은 별로다..다른곳에 가봐야겠어"..그랬대요.

    그때 누군가가 그러더래요.
    "저런 보잘것없어보이는 숲에도 곧고 좋은 나무는 반드시 있다..
    그나무를 열심히 찾아 다듬어 ..집을 짓는것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쓸데없는 잡목...굽은 나무들에 가려진 올곧은 나무가 바로 님이예요.
    그세월..그환경... 잘이겨낸 힘으로만 봐도 그래요.

    남은기간 마음 잘다스리시고 ...분노 이겨내시고 ..
    용서해라란 말은 못하겠어요..다만 비워내시란 말밖에는요..

    그렇게 멋지게 다듬어진 님이 세운 미래의 집은
    결코 지금과 같은 일은 없을꺼예요.

  • 4. 상처
    '10.10.15 7:52 PM (211.108.xxx.198)

    원글님의 글 같이 울면서 읽었네요..
    엄마라고 다 엄마될 자격이 있는 게 아닌데...
    윗분 말씀대로 님께선 그 힘든 세월들 지내가며
    그래도 반듯하신 아버지의 유전자를 닮으셨기에..
    크게 엇나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오신 모습 그대로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역시 부모님 사이가 안좋아 외가댁에서 잠시 지낼 떄..
    외사촌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너무 놀라서 저항도 못하고..
    한참 뒤에 엄마에게 그 얘길 했더니..
    아무 말씀 없으시더군요..
    님의 상처에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저도 그
    기억이 오래 가더라구요..
    더한 제 상처는 분노조절을 못하는 아버지 떄문에 더 힘든시간이었지요..
    술.. 폭력.. 폭언.. 무능력..
    또 그런 아빠와 이혼하지도 못하고 끌려가며 자식을 지켜내지도 못하는 엄마가 죽도록 싫었지요..
    지금은 제가 결혼을 하고 지금도 두분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예전 보단 종교도 가지시며 그럭저럭 사시는 두분을 보면서..
    또 원글님 마음처럼..
    저역시 사실 날이 오래지 않을 힘없는 노인이 되신 두 분을 보면서..
    어려서의 상처가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를 떄가 있지만..
    증오보단 맞아요 애증..
    그래도 오래 사셨음 좋겠다 싶은 마음..
    님은 그래도 풍족한 환경에서 유학도 다녀오시고
    좋은 직장 다니시는 거 같은데..
    부디 마음의 평안을 찾으셔서
    더욱 자신을 사랑하세요..
    그런 엄마는 이제 그냥 내버려두시고 마음의 평안을 찾으시구요..
    그리고 성추행의 상처가 끔찍하고 이성과의 만남 역시 쉽지 않으시겠지만
    저처럼 좋은 사람 만나면 극복돼서 잘 사실 수도 있어요..
    원글님 자신의 행복과 마음의 평안만 생각하세요.

  • 5. 괴롭죠
    '10.10.15 7:55 PM (220.121.xxx.150)

    아이가 자라는 것은 나무가 자라는 것과 비슷하죠.
    섬세하게 대지가 되어주고 양분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생채기를 많이 냅니다. 한국사회가 특히..
    양육의 결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부모들도 많구요.

    부모자식이란게 그렇습니다. 생각으로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죠.
    그래서 더 괴롭죠. 면죄부를 준다거나 용서를 한다는 것...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지 마세요.
    변화를 기대하는게 무리인 부모들이 많습니다.
    세상과 타인은 또 그들대로의 기대가 있으니 나의 기대대로 흘러가주지 않습니다.
    세상은 괘씸함 투성이지요.

    내가 좋아지지 않고 상대가 바뀌지 않는데 굳이 용서를 들이댈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절의 원글님을 다시 만나서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져 주고 동정하는 일이 더 나을겁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게 어른이 됐으니까요. 그 아이를 다시 만나 많이 어루만져 주세요.
    몸은 빠짐없이 그 굴욕들과 아픔을 기억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그 상처를 어루만지다 보면
    어느덧 다른 부위보다 더 단단한 옹이가 생기고 새롭게 더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될거예요.

    토닥토닥...힘내시구요. 좋은 열매 맺으실겁니다.^^

  • 6. ,,,
    '10.10.15 7:59 PM (112.170.xxx.180)

    엄마에게 꼭 사과 받아네세요. 아무리 부모라도 잘못이 있으면 사과해야 합니다.
    한집에사는 부모 자식간이라도 경우는 있어야 합니다.. 막 살았으면 반드시 댓가를 치뤄야지요.
    죽기전에 정리할일 있으면 정리하라 하십시요. 죄를두고 그냥 떠나면 부모도 아니지요,짐승이지..

  • 7. .
    '10.10.15 8:23 PM (183.98.xxx.166)

    명이지만 쓰기 힘들었을 내용 쓰신 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큰 부자는 아니지만 어려움 없이 강남에서 자랐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은 편이에요.
    원글님이랑 좀 다른 케이스지만 엄마로부터 창녀냐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희 엄만 기억도 못하시지만요. 저희 엄마가 저에게 그런 말 했을거라는 말, 아무도 상상 못하거든요.

    그 마음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단 하나 좋은 방법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을 만나 결혼해서 내가정을 이루고 부모를 명절때만 보고 사는 거에요.
    내 세계를 새로 이루는 거죠. 그리하여 태어난 아기, 딸(일지 아들일지 모르지만)에게 고통을 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미 그럴까봐 인식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원글님이 그런 행동들을 방어하고 있다는 의미거든요.

    전 원글님이 심리치료, 상담을 받으셨음 좋겠는데 비용과 시간이 있으시다면.. 그냥 아무나 말고 정말 잘하는 분으로요.

  • 8. 문79
    '10.10.15 9:15 PM (211.212.xxx.113)

    답글 읽어보는데 저절로 눈물이 주루룩나서 한참을 울었네요.
    왜 우리 엄마는 미안하다는 말은 커녕 답글과 같은 이야기로 위로조차 안해줬던 걸까..
    전혀 모르는 분들도 이런 좋은 말로 위로해주는데..
    우리 엄마는 남보다 더 못한 존재인가.. 이런 생각이 자꾸 드네요..

    여자도 좋은 남자 만나야 하는것 중요합니다.
    하지만 남자도 좋은 여자 만나는거 더더욱 중요한거 같아요.
    우리 엄마, 어리고 예쁜걸로 우리 아빠가 쫓아다녀 결혼하셨는데,
    솔직히 책 한권도 안 읽으시고, 사치하느라 돈도 많이 낭비하고..
    저 사춘기때는.. 울 아빠께 같은 성향의 지적이고 조신한 여자분과 결혼하시지
    왜 엄마같은 겉만 번지르르 이쁘기만한 사람과 결혼했냐고 따지고 싶었어요..

    저는 시집 가기도 전에 마음속 홧병을 가져버렸네요..

  • 9. 에구
    '10.10.16 2:54 AM (211.49.xxx.209)

    힘내세요... 토닥토닥.. 저도 어릴 때 안좋은 기억이 많답니다.
    말해서 무엇하겠어요.. ㅠㅠ 20년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몸이 피곤하면 악몽꾸고 소리지르며 일어난답니다..


    부모는 자식한테 사과하기가 정말 어려운가봐요..

    사과받자고 덤벼들면 천하의 죽일년이 되더라구요.
    거의 의절했습니다..

    그 마음 제가 알아드릴게요.. ㅠㅠ
    힘내세요... 글고 시집가시기 전에 홧병 가지셔도 괜찮아요..
    완전 좋은 신랑한테 위로 받고 씻은 듯이 나으실 거니까요..
    걱정마세요. 결혼 아주 잘 하실 거예요..

  • 10. 말 없는 사람
    '10.10.16 6:10 AM (61.43.xxx.93)

    평소에도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편인데
    님과 비슷한 경험은 물론
    아버지도 엄마도 너무 싫었지만
    확연히 억울한 일에도 그냥 혼자만 짐작하고 참고 넘어갔던 것들이 후회스럽습니다
    따지고 드러내고 답을 들을껄...
    왜 혼자 억울함을 탑처럼 쌓고 양어깨에 짊어지고 앉았는지....
    싫으면... 그냥 싫어하세요 !!
    이유를 말할 필요도 없고 죄책감도 없어야 하고 돌아가신 부모님들이지만 별로 그립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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