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말 이 집이 사람이 사는집일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도배한지 14년정도가 되어 누렇게 쩔다못해 고동색으로 변한 벽지와
안방에 들어서면 문앞의 장판이 닳아서 떨어져나가 너덜너덜한 상태였지요
베란다 앞뒤에는 곰팡이가 해를 거듭하여 두껍게 뒤덮여있고(손닿지않는부분)
거실윗쪽에도 곰팡이를 닦아낸 흔적이 검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주방에 들어가면 씽크대문의 부속이 마모되어 절반이 떨어져나가있고
남은것마저도 언제 떨어질지 아슬아슬 매달려있는데다 제대로 닫히지도 않았어요
개수대 뒷쪽은 노후되어 기울어져있는데 언제 주저앉을지 불안했어요
욕실에 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변기의 좌변기가 본체와 떨어져있고(마모되어서 더 이상 끼울수없음)
세면대아래의 U자형 관이 부식이 되어
손이라도 씻으면 발위로 물이 줄줄 새게되고
하수구냄새가 그대로 역류되어
욕실문을 항상 닫아놓아야만 했습니다
혹시 누가 집에 온다고할까봐 겁나서
빈말이라도 집근처에 온 사람들에게 차 한잔 마시자고도 못해봤습니다
물론 도배도 하고 싶었고 이사도 하고 싶었죠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귀신이 나올듯한 집에서
아픈 아이를 들쳐메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등교를 시키자니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너무 힘들때에는 차라리 아이와 둘이
창밖으로 떨어져 죽어버렸으면 좋을것같다는 생각도 여러번 해봤습니다
휴일을 기다리기도 했지요
월요일이 오면
이번 일주일은 어떻게 아이를 안고 오르내릴까 걱정이 되었구요
중간에 이사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계약기간 이전에 이사를 하게되면
세입자가 집을 내놓아야하는 상황이라
모든거 포기하고 그저 세월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왔어요
이전 집주인이 집만 경매받아서 월세를 전문적으로 놓는 사람이었어요
자기가 손해보지않는다면 돈 들이는거 절대 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 사는 동네뿐만 아니라 다른동네에서도 소문난 사람이예요
중간에 제가 이사가게되면 어떤 수리를 해주실거냐고 물으니
보일러와 변기와 씽크대를 교체하고 도배장판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집이 너무 노후되고 수리를 하지않아 그것만으로는 절대 나갈집이 아니었어요
아이는 하루하루 커나가고 몸무게는 부쩍부쩍 늘어나는데
내 몸은 노산으로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아이 돌보느라 점점 힘들어져만 갔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집 계약이 끝나게되어
얼마전에 한 동네 일층으로 이사했어요~
이사하기전에 이삿업체를 불러 견적을 내는데
알아서 팍~~ 깎아주더군요
귀신이 나올듯한 집에서 농짝이 떨어져나간 장농하며
아픈 아이를 보더니
아예 받을 금액을 말씀하시더라구요
직원들 일당도 줘야해서
더 이상 깎아드리지못하는점 이해해달라고 하시면서요
집주인에게 계약기간보다 보름쯤 일찍 이사나가게되어도 보증금 주실수있겠냐고 물었더니
주시겠다고 하셨고
그리도 깐깐하신분이 남은 계약기간동안의 윌세를 받지 않으셨어요
아이와 사는게 하도 힘들어보여서 받지않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사앞두고 짐정리하는게 손에 익지않아 고민이었는데
옆집에서 쓰레기봉투 20여장을 들고오더니 아예 팔을 걷어부치고 모든 짐을 정리해줬어요
자기는 이사하는거 많이 해봐서 잘한다고 말하며
저는 정리하는쪽으로는 적성이 맞지않아 자기가 해줘야 한대요
일하다가 하도 힘들어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하자고 말했더니
언니는 버릴건지 아닌지 물으면 대답만 하면 된다고
일은 자기가 할테니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합니다.ㅎㅎㅎ
주말에는 도와줄수없고 다음주에는 출근을 하게되어 도와줄수없다며
금요일 늦게까지 일을 하더니
그 다음날 하루종일 몸살이 나서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쓰레기 버리는것도 일이었는데
옆집맘이 자기아들 데리고 거의 다 버려주었어요
새로 이사할집을 청소해야하는데
힘든 부분은(씽크대와 욕실등) 평소 저를 도와주던 언니가 와서 모두 해주어
저는 바닥청소와 창문만 닦았습니다
이 언니도 예전에 저 도와주다가 몇번 병이 났던 언니예요
먼곳까지 자기차로 데리고 가서 일꺼리를 찾아준뒤
추운날씨에 도와주다가 그만 몸살이 나서 앓아누웠던 거지요
늘 슈퍼맨처럼 제가 도움 요청할때마다 도와주던 고마운 언니입니다
이 언니가 이사하는날 와서 짐정리도 모두 도와줬어요
자기네 이사할때는
모두 사람써서 했는데 (아저씨가 사업을 크게 하시어 넉넉하게 사세요)
내가 왜 여기와서 일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여 허허 웃었지요
문짝이 떨어져나간 장농을 버리고 새로 구입해야하는데
가구점을 어찌 돌아다녀야할지도 까마득했어요
친한 동생이 자기차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혼자 알아서 골라준뒤(물론 저도 마음에 들었죠)
가격흥정까지 해주어서 가구도 쉽게 구입했어요
아픈 아이를 데리고 살다보니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인데
필요할때마다 주변에서 척척 도와주니
이사도 쉽게 하게 되었지요
늘 제편에 서서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어
어려울때마다 힘을 내게 됩니다
모든거 포기하고 싶을때가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 분들을 떠올리게되면
내 인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과 함께 저도 모르게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갑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주변 이웃분들이 이사해서 좋으냐고 물어보시면
이게 천국이지 다른게 천국이겠냐고 대답을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등교시키는게 쉬워졌지만
새로 수리한 집에서 살게되니
호텔 특실에 들어와서 사는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
옆에서 시중들어주는 직원은 없지만
vip고객이 된것처럼
나도 모르게 어깨 쫙 펴고
표정도 우아하고 기품있게 지으며 누군가에게 대접받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되네요.ㅎㅎㅎ
병원에 다닐때 아이의 몸무게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했어요
몰라서 대답을 못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알려고 하지를 않아서 정말 기억을 못했거든요
몸무게를 머리에 입력하게되면
아이데리고 오르내리는게 더 지옥으로 느껴질까봐
한번 듣게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지워버렸습니다...
이사를 끝내고나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여기저기 아픈곳이 생기네요
손바닥에 뜸을 한참동안 떴더니 아직까지 얼~~얼~~합니다
저희집에 오시면
우아하고 기품있는 미소ㅎㅎ와 함께 따뜻하게 차 한잔 대접해드릴테니
오시고 싶으신분은 언제든지 놀러오세용~~~~~~~~~~~~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는 내 자식의 몸무게를 확인하는게 두렵다
비행기구름 조회수 : 994
작성일 : 2010-10-05 12:32:11
IP : 119.204.xxx.19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0.10.5 12:35 PM (118.223.xxx.17)축하해드리러 들르고 싶네요.
이사 축하합니다. *^^*2. ..
'10.10.5 12:54 PM (124.51.xxx.170)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빌어요.
3. 님..
'10.10.5 12:57 PM (121.143.xxx.179)이사 축하드려요 그리고 정말 훌륭하십니다. 댓글 달고싶어 로긴했어요^^
혼자서 아픈아이를 기르시나봐요...님 상황이 너무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저 역시 비슷한 경헙이 있던 사람이라... 힘내시구요 멀리서나마 응원할께요. 자유게시판이라 쪽지가 안되는점이 안타깝네요. 혹시...이거 보신다면 연락처 살짝 보내주실수 있을까요? 말벗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어요.
martina1@naver.com 입니다.4. ````
'10.10.5 1:04 PM (218.238.xxx.183)가까우면 차한잔하러가고 싶네요,,,,,,이젠 집안에 행복만 기득하시길!!!!!!!~~~~~~~
5. rose281
'10.10.5 2:34 PM (59.26.xxx.163)축하드려요,.
이사하신 집에서 좋은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6. 축하합니다.
'10.10.5 9:38 PM (220.75.xxx.204)새 집에서
기쁜일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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