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해서 길에서 할머니가 무거운 것 들어달라며 납치 유도하는 일도 있다고 하고 이래 저래 경계할 일 투성이네요.
오늘도 외출했다가 집에 올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왠 화장이 조금 요란하고 진한 할머니(라기엔 그닥 연세가 많으신 건 아니었지만)께서 저에게 이런 저런 말을 막 붙이시는 거예요.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구요.
전 모르는 사람과도 이야기 곧잘 하는 편이라 웃으면서 그냥 받아드렸어요.
그랬더니 쇼핑백에서 주섬주섬 빵을 꺼내시면서(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이거 살려고 몇 십분을 기다렸다며 맛있어 보이길래 샀는데 먹어보라며 반을 뚝 잘라 줄려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요즘 세상이 워낙 흉하니 선뜻 기쁜 마음으로 받질 못하겠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일부러 '제가 이가 좀 안좋아서 단 것 못 먹어요. ^^ 안주셔도 되요' 하고 웃으면서 거절했는데 아이고~ 괜찮다며 손에까지 쥐어주시네요. 흑...
그 앞에서 빵 반쪽을 들고 난처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할머니께서 '남들 보는 데서 먹어도 되지 주변 신경 쓸 필요 없어' 하시면서(제가 부끄러워서 못먹는 줄 알았나봐요) 계속 먹으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셔서... 휴~ 진땀 흘리는 차에 마침 제가 탈 버스가 와서 후닥닥 감사합니다 하고 탔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끝까지 제 뒤통수에 대고 빵 먹으라고 버리면 안되~ 하시는데.. 어찌나 죄송스럽던지.
그러고 나서 버스 타고 밖을 보니 할머니가 계속 제가 빵을 먹나 안먹나 확인을 하시고 계셔서... 어쩔 줄 몰라하며 휴대폰 만지작대며 외면해야했네요.
예전 같으면 감사합니다 하면서 앞에서 맛있게 먹었을텐데 요즘 세상이 워낙 무서우니 또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겁이 나서 선뜻 먹지를 못하겠더라구요.
결국은 버스 출발하고 나서 휴지에 싸서 버스 휴지통에... ㅠㅠ
지금도 그 할머니 생각이 나서 좀 죄송스럽네요. 먹을 거 절대 안버리는데... 집에 오다가 정신 잃는 건 아닌가 무서운 생각까지 들면서... 에휴...
제게 빵 주셨던 할머니, 정말 진심이셨더라면 넘넘 죄송해요. ㅠㅠ
82님들이라면 그냥 빵 드셨겠어요? 제가 너무 경계한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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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분이 먹으라고 음식을 준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난처 조회수 : 1,503
작성일 : 2010-10-01 17:35:28
IP : 222.235.xxx.8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10.10.1 5:36 PM (122.40.xxx.216)택시처럼 밀폐된 공간도 아니니까 전 먹었을꺼에요
전에 비행기 탔는데 옆에 탄 아줌마가 혼자 빵먹기가 미안했는지 절 주셔서
비행기서 나오는 쥬스에 맛있게 아줌마랑 먹었답니다 하하하2. 음...
'10.10.1 5:38 PM (114.200.xxx.56)잘하셨어요.
밖에서 주는거 애한테도 절대 못먹게 하는데...
일은 발생하고 나면 끝장이잖아요3. 전
'10.10.1 5:41 PM (211.54.xxx.52)안 먹어요. 할머니, 어린 여자애 동원해서 납치하는 이야기 들어봤어요.
바로 옆에 이상한 사람들 없다가도 어디 길 건너 차에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맨윗님 비행기는 좀 상황이 다르지요.;;;4. .
'10.10.1 5:45 PM (118.45.xxx.61)저라도 안먹어요...
5. 굿아이디어..
'10.10.1 5:56 PM (211.207.xxx.110)전..님 말씀 굿이네요..
치과 핑계...저도 애용해야 겠네요..6. ..
'10.10.1 8:22 PM (58.233.xxx.111)당연 안먹어야지요
7. 당연히
'10.10.1 10:00 PM (121.138.xxx.50)저도 안먹습니다. 다만, 그 상황이 좀 그렇다면..좀 있다 먹을께요. 하고 가방에 넣겠습니다.
8. 아..
'10.10.2 9:47 AM (125.177.xxx.193)치과 핑계 좋네요. 기억하고 있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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