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김치 볶음이 먹고 싶다는 신랑의 말은 무시한채 밥 세숟가락에 김치 한쪽만 먹으라며 눈치주고 감시하면서 지냈는데요, 어제 코슷코에서 김치를 싸게 판다는 지인의 말에 한통 부탁드려 놓고 오늘은 김치를 좀 더 먹어도 된다고 신랑한테 인심써야지 하면서 룰루랄라 하고 있었어요.
하루밤 익혀서 먹어야 겠다 싶어서 베란다에 놔두었다가 오늘 아침에 김치 냉장고를 정리했거든요. 이건 묵은 총각김치고, 이건 피클인데 남았네~ 이건 물김친데 시큼한 냄새나니까 씻어서 지져먹어야겠다~ 이러면서 한통 한통 확인하고 꺼내고 있었어요.
김치냉장고 맨아래에 가장 큰 김치통이 하나 눈에 들어오는데 제 기억에 이건 작년에 지인께서 직접 농사지어 보내주신 매운 고춧가루와 중간매운 고춧가루였어요. 얼마나 많이 보내주셨던지 작년 김치 담그고도 많이 남아서 각 각 진공포장을 해서 터질까봐 남아있는 김치통에 넣어 보관한거였거든요.
평소에 김치 냉장고 바닥까지 잘 청소하지 않는 게으른 스타일이라 통들 꺼낸김에 청소도 하고 고춧가루도 좀 덜어놔야겠다 싶어서 뚜껑을 열었는데....... 포기김치가 한 가득~~~ 이건 내 김치가 아닌데 싶었어요.
제가 김치를 담궈서 놓을때는 항상 맨 위에 비닐을 덮고 뚜껑 덮기 전에 랲도 한번 씌워놓은데 이 김치는 퍼런 배추잎이 가득 덮여 있더라구요.
아!! 우리 시어머니 김치구나하고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결혼하고 12년 동안 한번도 시댁에서 김치를 가져와 본 적이 없었어요. 제가 담궈 먹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제가 좀 많이 아팠고 어머님께서 신랑한테 한통 보내셨어요. 아껴먹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바로 김치냉장고로 고고씽한 뒤 잊어버린거죠.
퍼런 배추잎에 하얗게 곰팡이가 좀 있더라구요. 퍼런입과 닿은 맨윗 2포기도 하얗게 좀 뭍어있고요. 다른때 같았으면 바로 버렸을텐데(제가 살림을 못해서 아까운줄 모르고...) 이번엔 못 버리겠더라구요. 그래서 퍼런잎은 꺼내서 깨끗이 씻어 다시 양념해서 지지고 배추 포기는 그냥 툭툭털어서 한덩어리씩 따로 포장해서 다시 넣어놨어요.
울아들땜에 만들었다가 지금은 아무도 안먹어서 뒹굴고 있는 피클도 꺼내서 (오이 5개) 물에 담궜다가 꼭짜서 양념해서 무쳤네요. 향신료를 넣지 않고 통닭집 무처럼 식초랑 설탕만 들어갔던 피클이라 향신료 냄새는 안나는데 오이지 맛도 아닌것이 피클도 더이상 아닌것이...그래도 먹을만 하네요.
곰팡이 핀 2덩어리를 꺼냈는데도 7개나 더 있더라구요. 거기다 어제 코슷코 김치 3덩어리랑 제 김치 2덩어리랑...이힛! 김치 지진것도 있고 오이지(?) 무친것도 있고 고춧가루도 가득 덜어놓고 보니 부자된 느낌이예요. 고춧가루는 옆칸에서 찾았어요.
저희 윗집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김치도 떨어지고 비싸서 못 담그신다고 한숨만 쉬시며 콩나물 사가시던데 저희 시어머님 김치 한포기 가져다 드려야 겠어요. 울 신랑도 퍼런잎 지져놓은거 오늘 저녁 맞나게 먹겠죠!!
참! 코슷코 김치는 종갓집거였구요, 3kg더라구요. 그래도 꽤나 실한 배추 반포기짜리가 3덩어리, 그리고 좀 작은... 반포기를 1/3로 만든것 같은 게 한덩어리 더 있었어요. 15400원이었고 지인 말씀이 코슷코에도 김치 물량이 모자라는지 아침에 열자마자 갔는데 아줌마들이 모두 김치 진열대 앞에서 김치 진열되기만 기다리고 있었고 직원이 가져나온건 몇 박스 안되더래요. 그래서 제 것까지 짚으려고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로또 맞으면 이렇게 기분 좋을까요? 저 오늘 로또 맞은 느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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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김치를 찾았어요!!
땡잡았어요! 조회수 : 1,114
작성일 : 2010-09-30 11:46:09
IP : 124.49.xxx.21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놔
'10.9.30 11:48 AM (123.142.xxx.197)왠지 눈물이 앞을 가려요ㅋㅋㅋ 맛있게 드세요^^
2. 0,,ㅜ
'10.9.30 11:53 AM (218.235.xxx.27)쥐정부가 이래저래 많은 걸 배우게 합니다.
이걸 좋다고 해야하나 -..-3. ㅎㅎㅎ
'10.9.30 12:00 PM (58.143.xxx.122)오오옷~~~!!!
땡잡은 정도가 아니라 횡재하신거에요.
원글님 한턱 쏘세요. ㅎㅎㅎㅎㅎㅎㅎ4. 저도
'10.9.30 12:48 PM (121.139.xxx.93)오늘 아침 문득 저 아래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치동이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잡다한 먹거리가 아닌 알토랑 같은 김치아닐까하고
밥하다말고 꺼내 봐았더니
윽 손도안댄 묵은지 한통이네요
김치 아직 한통 ㄷ더 있는데요
울 친정엄마가 배추는 비싸다고 알타리해서 택배로 보내주시겠다는데
울엄마 없음 저 어쩌지요
김치도 못담그는 미래의 친정엄마인 절 둔 울딸 너무 불쌍해요
요즘 나이드니까 이제 우리딸이 걱정되네요
요즘애들 당근 김치는 할머니가 주시는걸로 아는뎅
지도 얻어먹는걸로 당연히 알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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