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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복에 겨워서 이러는걸까요

임산부 조회수 : 1,622
작성일 : 2010-09-28 15:17:19
안녕하세요.

둘째 가진 임산부입니다. 해외 연수 다녀온 신랑과 엄청나게 싸움했던 그 임산부에요^^

나름 자상하고 집안일 잘 도와주는 신랑에, 잘 자라주는 첫애, 그리고 둘째 가진 저.

첫애 낳기 전에 유산을 여러번 했지만..지금까지 열심히 무탈하게 살았네요.

제가 좀 늦게 끝나서 일찍 끝나고 일터와 집이 가까운 신랑이 많은 외조를 해줍니다.

애기 병원 데리고 가는 것도 신랑이 많이 도와주고, 집안일도 설거지, 청소도 정말 많이 도와줘요.

저금도 좀 하고.. 신랑 뭐 사고 싶다면 두 말 없이 사주고(고액이라고 해봤자 20만원 내외)

둘 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지방에서 살기 때문인지 월 수입 4백이여도  늘 감사해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휑합니다.

다 잡아도, 다 잡아도 그러네요.

신랑은 여름에 해외 연수 다녀온 후  신랑은 절대 아니라고 하는데.. 제 마음이 그러네요.

신랑과 저는 바닥을 보는 싸움을 했고, 이제 서로 엄청 조심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늘 사무실과 집만 오고갔던 사람이였어요. 남들이 봤을 때 좀 억척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아끼고 검소하고, 생활력도 짱이지요. 그렇게 어렵게 첫애 임신했을 때도 옷도 거의 빌려 입고, 낳는 날까지

일하다가 그 날 밤 10시에 애기 낳으러 갔거든요.

신발도 늘 저렴한 걸로 신고 다니고, 옷도 그냥 보세나 저렴한 브랜드에서 입었어요.

신랑은 결혼 후 정장도 좋은 거 사주고 했지만, 신랑 역시 알뜰해요.

그런데 신랑이 해외 연수 다녀온 후 제가 좀 변했어요.

지난 주에 구두도 사고 임부복도 20만원어치 샀어요. 11월 초가 출산인데 좀 심하죠?

그냥 아껴서 뭐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신랑은 자길 의심하지 말라고 해요.

누구보다 신랑의 마음을 알아요. 신랑은 저를 배신할만한 그릇이 못 돼요.

하지만,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론 뭔가 홀렸던 건 틀림 없는 사실인거 같아요.

그게 남녀 사이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제가 넘 볼 수 없는 친밀함 같은 거 같아요.

신랑과 대화 도중 느낀건데..

신랑은 자기에게 알라뷰라고 보낸 그 누나 얘기를 단 한번도 나쁘게 하지 않아요.

매번 얘기 할 때마다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죠.

제가 몰래 문자를 본 게 잘 못이고, 봤으면 바로 물어봤으면 되는데 의심을 키웠고..

누나와 자기 사이는 그런 사이가 절대 아니라는거죠.

누나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절대 그런 뜻이 아닌데 실수 했다고 미안하다고 했대요.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남자친구도 없었고, 친한 동료도 남자 동료는 거의 없어서 그런지..

알라뷰 라고 말하는게.. 그렇게 자연스러운건지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신랑 말로는 그런 사람 많대요.

신랑이 술 먹고 들어와서 이혼하자며.. 저보고 "진절나게 니가 싫다"는 말도 자꾸 머리속에서 맴돌아요.

신랑은 술 마시고 한 얘기라고 저보고 제발 잊으라고 하는데..

제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내지는 절대 않을거에요.

왜냐하면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상처를 더 받는건 제 자신이기 때문이죠.

어제는 우리 첫 애가 갑자기 토하고 아프더라구요.

저는 그냥 지켜만 보고 서 있었어요.

신랑이 토한 거 다 치우고, 설거지 하고, 아기 옷 갈아 입히고 재우더라구요.

전 자는 첫 애 보다가 거실로 나와서 그냥 멍하니 텔레비젼 보다가 잤어요.

아마 평상시 같았으면 제가 했을거에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정말 이상해졌어요.

신랑이 어제 애한테 하는거 보니까.. 우리 신랑 정말 자상하고 애한테도 너무 잘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왜 이러죠.

아무 것도 모르는 제 동생은 제가 명절날 가서 하는 행동 보더니..

언니는 형부가 잘 해주니까 복에 겨워서 그런다고 해요.

IP : 211.57.xxx.10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혹시
    '10.9.28 3:22 PM (211.176.xxx.72)

    저번에 이혼위기라고 하셨던분맞으신가요??임신중인데 이혼생각하신다는..??
    발단이 해외연수가서 찍은사진때문이고...맞으신가요?
    이제 그만 잊으시는게 좋을것같아요. 사진사건 이전엔 그렇게 아무문제없고
    잘해주시는 신랑이었다면 그냥 잊으시고 앞으로태어날 아기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세요..

  • 2. ...
    '10.9.28 3:27 PM (112.118.xxx.90)

    남편분 착하네요..그만하면 착한거예요. 뱃속 아기위해서라도 그만 잊으세요. 아기가 다 느끼고 다 듣고해요..

  • 3. .........
    '10.9.28 3:28 PM (219.248.xxx.46)

    저는 님이 이해가 가요.. 100%....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저였다면 일단 진실이 뭐였는지 다 알아내고..
    잠깐 마음만 흔들린 거였으면 잊으려고 노력하고..
    그게아니라 진심으로 그 누나를 좋아했고, 단둘이 만나 영화보고 밥먹고 그랬으면
    아마 가만히 안둘거 같네요..
    애 낳고 나서 나도 똑같이 다른남자랑 그럴거라고 말한후, 똑같이 할거 같아요.. 너도 당해보라고..

  • 4.
    '10.9.28 3:30 PM (220.86.xxx.73)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아마 90프로 이상은 님의 육감이 맞을거에요
    모든 일에 있어서 남녀관계에 관한건 '감'만큼 정확한건 없어보여요..
    임신중이니 나쁜 생각은 하지 마시되
    그냥 자기 자신에게 더 투자하고 즐기고 사시라고 말하고는 싶습니다
    그동안 너무 알뜰하게 사신 분 같아요. 같은 월급 갖고도
    두 달에 한 번씩 가방 지르는 사람도 여기 있습니다 :) 옷도 머리도 투자 많이합니다
    그래봤자 일년에 천만원 못씁니다. 저축도 나름대로 하게되구요
    본인의 만족이 없다면 이런 일이 있을때 오히려 대범해지지 못하는거 같아요

  • 5. ...
    '10.9.28 3:33 PM (175.116.xxx.252)

    처음 글읽을땐 님 심정이 이해가 되었었는데
    이젠 지치네요... 쿨까지는 아니어도 남편이 그정도 해주고 있으면 털어버릴건
    털어내야 하는것 아닌가요???
    질긴 성격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것도 없죠..
    평생 살면서 정신적으로 저사람이었으면...하고 한번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 있을까요???
    부부가 상대방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가정 지키고 살려고 허튼짓 안하고 아이들 보살피고, 집안일 도와주고,
    그사람 정신적으로 교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님의 추측만으로
    남편 괴롭히는 님
    저래도 지치겠습니다.. 좋은 사람은 좋을때 지키는 겁니다
    마음 돌아섰을땐 이미 늦지요.

  • 6. .
    '10.9.28 3:36 PM (183.98.xxx.10)

    원글님이 본인을 너무 옥죄고 살아오신 거 같아요. 이제 좀 풀어주시고 즐기며 사세요.
    아무리 아끼고 노력해봤자 그거 옆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구요.
    그냥 내가 한두푼 벌벌 떨며 아낀거 옆에서 허공에 휙~ 날리고 오는 경우가 더 많아요.
    남편분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 확실히 실수는 크게 했네요. 술먹고 했다고 해서 다 용서되는 게 아닌데...
    그냥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세요. 인생 살아갈 날이 긴데 어쩜 지금처럼 다소 초연한 태도를 취하는 게 평탄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7.
    '10.9.28 3:37 PM (122.34.xxx.157)

    남편과 아내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정말 백프로 아이에게 영향이 가요..
    저도 임산부 입장에서 말씀드리는데 태아라면 더더욱 그래요..
    아기 생각하시면서 매일 수양 비슷한 걸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감사일기라든가..종교가 있으시다면 기도문을..
    지금 우울증 비슷하신 것 같아요..뭐 우울증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이 관련한 일에도 의욕이 없어지셨다고 해서 걱정이 되어서요..
    기운 내세요.

  • 8. .
    '10.9.28 3:40 PM (114.206.xxx.161)

    이젠 그만 담아두시고 앞으로도 자신을 더 사랑하시면서 지내세요. 글 읽다보니 님이 희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본인의 안스러움같은게 묻어나는데 그럼 맘으로 앞으로도 사시면 계속 억울하단 생각만 드실거예요. 남편도 이만하면 뜨끔해서 앞으로 신중하게 행동할거 같구요(님의 표현대로 그럴 위인이 못된다는 가정하에....) 님만 맘 다잡고 생활하심 되겠네요.
    너무 그래도 사람이 지쳐요.ㅠㅠ

  • 9. ..
    '10.9.28 3:47 PM (110.14.xxx.164)

    그맘때쯤 한번씩 우울증도 오고 마음도 휑하고 그래요
    좀 마음을 놓고 다른데 신경을 돌리세요 취미생활 종교 공부 운동 다 좋아요

  • 10. ..
    '10.9.28 4:00 PM (125.241.xxx.98)


    님의 마음 이해됩니다
    남편이 잘못했지요
    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왔다면
    임신중이시니 더욱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세요
    저도 그 아픈 마은 압니다
    나한테 그지 없이 잘하고 있지만
    서글퍼 옵니다 이따금
    저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11. 원글님 글 읽어보니
    '10.9.28 5:34 PM (220.76.xxx.246)

    마음이 답답해서 로긴했어요... 상황은 다르겠지만 남편의 전화에 있던 메세지를 보고
    저희부부 참 많이 힘들었어요. 핸드폰내역서도 띄고 .....제가 할수 있는건 다해봤어요.

    얼굴이 뒤집어져서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오돌도돌한게 수도없이 올라와있고 여전히
    그 때일을 생각하면 화도 났다가 사실이겠지 싶었다가, 그래요.

    원글님도 그 상처 나으려면 몇년을 지나야하고 이제는 예전처럼 남편을 믿고 의지하지는
    못하실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잖아요. 그저 지금은 아무생각 마시고
    잘해주지도 마시고 그저 남편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셔야 해요. 그래야지 원글님이 살아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 예요.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아파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세요....

    질긴성격으로 사람 지치게 하지말라는 어느님, 그러지마세요. 쉽게 잊혀지는 일이 아니랍니다.
    설사 아무런 육체적관계가 없었더라두요. 믿음이 깨졌잖아요.

  • 12. 시간이 약
    '10.9.28 7:42 PM (211.193.xxx.197)

    정말 진부하지만 그렇더군요 생고생하던 신혼시절에 하루 20시간 일하는 마누라놔두고 만삭까지 일하던 마누라 고생하는데도 하룻밤 술값으로 두달치 월급쓰고 오는것도 모잘라 술집거쳐 모텔에서 카드내역서까지 들켜버린 울신랑...뭐 일행중에 막 노는이가있어 그사람거 대신 내준거고 돈 준다고 했다고 하더만 바로 회사옮겨버려 결혼예물 팔아 카드빚갚게 하고...그것보다 그날 새벽에 뒤집어입고 들어온 팬티.....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파요...

    그래도 그후에 정신차리고 사람사귀는거 조심하더군요
    그러고 하는말이 기술 빨리배워서 돈많이벌어 당신고생 덜시키려고 했다...
    그래요 남자와 여자는생각이 다르더라구요

    그래도 그후 조심하고 님의 냉정한 반응을 참고 노력하는모습 보였으니 용서해주세요

    하지만...마음속의 칼날은 항상 품고 새겨두세요 그리고 님의 행복도 추구하세요 희생만했다고 억울하다하지마시고 님도 스스로 행복한 생활을 가꾸세요
    이혼한다고 더행복해지지않아요 내마음을 잘 달래서 행복해질수있는쉬운길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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