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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으로 가져다 주는 선물, 웃을 수만 없네요.

길냥이 조회수 : 2,501
작성일 : 2010-09-28 05:52:28
지난 주 두 마리의 비둘기를 잡아다 가게 뒷문 앞에다
갖다준 고양이 '뽀삐'.
원래부터 고양이라면 질색팔색하던 남편은
비둘기를 입에 물고 칭찬을 바랬던 고양이에게
"여기 사료도 사주고 먹을 거 천지인데 왜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느냐''며 야단을 쳤다.
내심 칭찬을 기대했던 뽀삐양은 그만 마음이 상하고
말았다. 다시 내게로 물어다 주면서 "아줌마는 어때?''하고
묻는다. 어흑...

그러더니 오늘 가게 문을 열고 잠시 놔둔 사이
가게 창고에 머리 없는 비둘기를 가져다 놓았다.
머리는 자기가 먹고 그나마 살이 많은 몸통은 주인 드시라고
가져다 놓은 것일까?

가게 뒤에 뒷뜰이 있다. 전주인이 그냥 방치해뒀던지
수백마리가 넘는 비둘기들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물론 몇 마리는 자연사한 것도 있어 썩는 냄새도 풍기고 있었고
가끔 뜰에 화분을 내놓으면 거기에 똥도 찍 갈겨 놓고
여러 모로 안되겠다 싶어 고양이라도 한마리 들이고자
생각을 했고 직원들에게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다 수 개월이 지난 지난 주 마침내 직원 한 명이
공원에서 어슬렁 거리던 새끼냥 한 마리를 보쌈해 온 것이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나 보다.
몸도 어리고 밥도 잘 못먹어서인지 몸이 그냥 일자다.
그런데 얼마나 애교스런지 모른다.
길냥이들이 대체로 사람을 두려워한다는데
얘는 첫날부터 머리를 부비대며 애교를 떨고
쓰다듬으면 골골골 소리도 낸다.
옥상이나 담을 걷는 놈을 부르면 '냐' 소리도 낸다.

당장 사료도 사주고 뒤 창고에 박스도 깔고 헌 이불도
깔아줬다. 하지만 길냥이 '뽀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니터 상자다. 주로 모니터 상자안이나 가게 창고 지붕
위에서 골골대고 잠을 잔다. 지금은 일자형 몸매가 아닌
다소 배도 통통해졌고 이름을 새긴 목걸이도 있으며 이제는
비가 와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집도
생겼고 이뻐해주는 언냐들도 생겼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만 했던
과거의 습성을 탈피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벌써 지난 열흘간 네 마리의 비둘기를 잡았다.
살아 있던 비둘기들.
이제는 저 나무 높이 있을 뿐 내려올 엄두를 못낸다.

이웃이 그런다.
앞으로는 쥐나 뱀도 물어올 거라고.
아, 난 이런 선물 없어도 된다고....



IP : 190.138.xxx.62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9.28 7:06 AM (59.7.xxx.145)

    고양이의 선물이 싫으시면 집냥이로 키우셔야 해요....

  • 2. ```
    '10.9.28 7:46 AM (221.139.xxx.169)

    애고 영특하네요. 그래도 이~~~~~~~놈!!!!!하고 혼내주세요.^^

  • 3. 야옹
    '10.9.28 8:35 AM (124.216.xxx.120)

    ㅋ.난감하시겠어요.
    그런데 고양이는 동물머리를 젤 좋아한데요. 뽀삐가 머리는 자기가
    먹고 몸통을 가져다 놓은 것을 보니 아직 님에 대한 애정이 2%부족한거 같네요.

  • 4. 부럽
    '10.9.28 8:40 AM (211.172.xxx.83)

    이렇게 정성어린 선물을 받으시다니 원글님이 그저 부럽기만 (엥?)

    고양이들은 그게 주인에대한 보답이라니 무지 기특하기는 한데 원글님이 조금 난감하시기도 하겠어요. 하지만 어쩌나요 뽀삐는 자신이 원글님께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한건데

    갑자기 울 아들놈도 생각나고(요즘 제가 무지 서운해 하고 있거든요).... 휴.....

  • 5. 가로수
    '10.9.28 9:17 AM (221.148.xxx.240)

    하하~ 예전에 쥐를 잡아 응접실까지 들고와 사촌언니들을 기함시키던
    고모네집 고양이가 생각나는군요
    나름 칭찬을 기대하고 물고왔던 모양인데 딸이 많았던 고모네집이
    고양이땜에 난리가 아니었지요
    전 고양이를 어린시절 할킴을 당했던 상처땜에 안좋아하는데 요즘은
    귀엽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시작해요

  • 6. ㅎㅎㅎ
    '10.9.28 9:22 AM (58.143.xxx.122)

    은혜 갚는 고양이? ㅎㅎㅎㅎㅎㅎㅎ
    너무 귀여워요.
    원글님은 대략 난감이시겠지만... ^^;;;

  • 7. 참새잡이
    '10.9.28 9:28 AM (58.229.xxx.165)

    저희 집 고양이는 일욜날 참새잡아왔어요. 산채로;;
    지난번엔 쥐를 가죽을 다 벗겨서 살코기만 출입문 앞에 살포시.
    야단치면 정말 삐쳐요. 고맙다고 하고 일단 받아야 해요;;;
    선물은 년중행사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시는 것이;

  • 8. 고양이
    '10.9.28 9:43 AM (112.150.xxx.181)

    고양이가 선물로 주는거예요?? 전에 이웃집에서 고양이를 가족들이 정말 싫어했거든요..근디 고양이가 뱀을 물어다가 마루에 길게 늘어뜨려놨더라구요..그래서 우린 자기를 싫어하니 복수했다고 생각했는데..

  • 9. 저두
    '10.9.28 9:47 AM (125.137.xxx.210)

    멸치 다시낸것 뼈발라 물이랑 같이 주었더니
    비둘기를 선물로 받은 적 있어요ㅋㅋ 얼매나 놀랐던지
    아는 분은 쥐를 5마리나 잡아왔더래요
    정말 고양이는 영특한 동물인가 봐요

  • 10. 보은..
    '10.9.28 9:54 AM (211.41.xxx.119)

    주인(정확이 말하면 주인은 아니고 자기와 동등한 고양이로 생각..^^)을 위해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걸 가져다 주는건 고양이의 본능이랍니다..
    어릴적에 아침에 문열고 나가보면 마루에 매일매일 새로운 진상품들을 놓고 칭찬해주기를 기다리는 초롱초롱 눈을 한 녀석들 보고는 놀라고 난감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혼내키면 정말 상처받아요.. 눈에서 표가 나거던요..
    일단 고맙다 하시고는 설명을 해주세요.. 이런거 안잡아와도 된다고.. 차근차근 ㅡ,ㅡ
    밖에서 키우시면 어쩔수가 없답니다..
    아예 문밖 출입을 못하게 하지 않는 이상은요..

  • 11. ㅎㅎㅎ
    '10.9.28 10:14 AM (211.189.xxx.101)

    제 친구 중에 길냥이에게 밥 주다가 바퀴벌래 받은 친구 있어서 질색 팔색 하길래 고양이의 보은 이야기 해줬더니.. 안 믿더라구요. 이 댓글들 보여줘야 겠네요.

  • 12. 아깽이
    '10.9.28 10:40 AM (210.132.xxx.180)

    고양이도 귀엽고, 글도 담백하고 재밌어요!
    저는 집안에서만 키우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덮고자던 담요 위랑 얼굴주변에 장난감이 잔뜩 있어요. 새벽에 그거 나르고 있는 야옹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사랑스러워요.
    원글님네 야옹이는 비둘기라니 스케일이 크신 야옹씨네요.^^

  • 13. ㅋㅋ
    '10.9.28 10:44 AM (220.120.xxx.196)

    바퀴벌레 가져다주는 고양이 재미있어요.

  • 14. ㅋㅋ
    '10.9.28 11:03 AM (125.184.xxx.192)

    저도 고양이 제법 길렀는데 보은 받은 적이 없어요. ㅠㅠ
    나쁜것들..

  • 15.
    '10.9.28 11:07 AM (119.207.xxx.92)

    쥐를 잡아와 머리 떼고 주더군요.
    무서웠어요. 근데 너무나 자랑스러움 표정이어서,,,

  • 16. 제이미
    '10.9.28 11:27 AM (121.131.xxx.130)

    아 너무 귀여워요 ㅠㅠ
    저도 집에서만 길러서 보은받은 적은 없는데.. 에궁 보고 싶다 ㅠㅠ

  • 17. 글쎄
    '10.9.28 11:54 AM (121.148.xxx.125)

    어렸을때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때 할머니 얘기가 미워하면 그런 동물로
    머리떼고 가져다 놓는 헤코지 한다고 그러셨는데...

  • 18. 보은..
    '10.9.28 12:48 PM (203.234.xxx.3)

    고양이가 쥐나 비둘기 머리 떼고 가져다주는 건 '가시 발라 생선살만 올려주는' 것과 같은 논리래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랑스럽고 뭔가 폭풍칭찬을 기대하는 그런 눈빛이 되는 거죠. 자기는 큰맘먹고 선물했으니 선물 받은 사람의 기쁘고 행복한 표정, 칭찬을 기대하는..

  • 19. ..
    '10.9.28 2:47 PM (110.14.xxx.164)

    들고양이 습성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그래도 보은을 하는 마음은 이쁘네요

  • 20. 우리동네
    '10.9.28 2:47 PM (112.148.xxx.223)

    길냥이들은 육년쨰 밥 주는데 밥만 달라고 냥냥거리지 선물 한개도 없던데..무섭긴 하지만 기특하네요

  • 21. 받으면
    '10.9.28 7:12 PM (124.195.xxx.86)

    초절정난감일 것 같습니다만
    읽기는 참 기특?합니다.

    위의 보은..님 때문에
    한참 웃었습니다.
    저와 같은 종족으로 보고 때문에요
    웃기도 웃었고
    뒤집어 보자면
    새는 가엾지만 우리도 고양이를 저희와 같은 사람으로 보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건 잡으면 안돼
    사람의 생각이니까요

    에구 설명을 잘 이해해줘야 할텐데요...

  • 22. ㅎㅎㅎ
    '10.10.1 5:07 PM (116.126.xxx.12)

    그럴때 화내거나 그러면 정말 삐친대요....

    앞에선 고맙다 하고 안보일때 치워야 한다는데..

    저도 집에서만 길러서 이런일은 없네요.. 삐친건 본적있는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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