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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의 바보같은 고백-1:편애 받으셨나요..?

미련한바보 조회수 : 2,323
작성일 : 2010-09-26 03:40:26
자기야를 보면서....
내 안의 아이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했어요.

제 안의 어린이는 이런 풍경속에 있네요.
30년쯤 지났을텐데....아직도 그 때의 그 광경속에 머물고 있다니
기가 막혀서 실소가 나오네요..
80년대 초반 국민학교 2~3학년 즈음에 동네 사람들 한 30명 어린이들 많은 집들끼리
서울근교 계곡에 놀러갔드랬습니다.
언니랑 동네 애들이랑 물속에서 튜브끼고 놀고 있었어요. 날씨도 덥고 무척 즐거웠어요..
계곡 건너편에서 아빠가 막 불러요..
저희들을 부르시나봐요.. 사진 찍어줄라고 여기 보라면서..
근데... 아빠가 자꾸 저보고 비키래요..
언니 독사진 찍어준다고..

부모님이 언니를 좀 편애하긴 하셨어요.
저를 대놓고 구박은 안하셨지만.. 어린 맘에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긴했어요..
언니는 저보다 인물도 훨씬 좋고.. 성격이 우직하달까 미련하달까요..
평소 좀 입이 새치혀?(엄마표현에 의하면) 이고 말을 가볍게 하면서 성격은 불같은 성격의 아빠는
그런 언니가 듬직하다면서 무척 예뻐하셨죠.
자꾸 사족이지만.. 저를 미워하신 건 아니여요..
그런데 저는 좀.. 뭐랄까 예민한 성격이어요. 잔병치례도 많이 하고..
감성적인 편이고.. 그래서 말하자면 "아우 저건 왜저래 빙신같이... 지 언니같지를 않아.." 이런 말도
기억이 나긴 하네요.

하여간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가족앨범에 있어요.
언니보고 포즈 잡으라고 하면서 아빠가 사진을 찍는데.. ㅋㅋ 구도를 잘못잡으셔서 사진 언저리에 제가 있어요.
방긋웃고 멋진 포즈 잡은 언니를 제가 '헤...'하고 약간 어색한 웃음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제가 봐도 언니가 예쁘긴 하더라구요..
와 예쁘다... 그러면서 그 포즈 취하는 동안에 옆에 기다리는 저는 너무 어색했어요.
저는 안찍어주시더라구요.
그리고 아빠가 물에 들어오셨는데..
언니랑 물장구를 엄청 재밌게 치고 노는 거예요.
그 때 찍힌 사진이 또 있는데.. 아마 엄마나 동네분이 찍어주셨나봐요.
언니가 아빠의 물장구를 피해 얼굴을 반대로 돌리고 생긋웃고 있고..
아빠는 완전 신나하는 표정..
근데.. 그런 기분 아실까요.
제가 자꾸 소외되요...
제가 저 물장구에 끼려면... 막 가까이 다가가서 제 존재를 알려야해요..
정말 어색해요...
꼭 잘 노는 친구들끼리 있는데 새로 전학와서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기분이랄까요..?
제 독사진은 왜 안찍어주셨는지...
아.. 눈물날라고 한다.

엄마말씀도 그렇고 제 기억에도 그렇고.. 저는 본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어요.
아기때조차 있는 듯 없는 듯 했다고.. 아프다고 보채지도 않고.. 너무 순했대요.
저도 기억나요.. 저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두려움이 크고 조심성이 많은 조용한 아이었어요.

그런 제가 중고등학교 내내 오락부장만 도맡아 했답니다..
살도 갑자기 엄청 찌고.. 성격도 엄청 활발해졌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해요...
그리고 수많은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오면 너무너무 허무한거예요....
밤에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저에겐 너무 소중했어요..
방전된 밧데리가 재충전되는 느낌...?
그리도 또 충전되면 아침부터 다른 얼굴의 가면을 써요.. 가족들에게조차...
그래서 고등학교때쯤에는.. 우리 누구누구가 있어야 집에 웃음이 피지.. 그런 말도 듣곤 했죠 아버지한테..
그게 제 자랑이었어요 친구들에게..
우리집에선 난 그런 존재야.. 이런 식으로..
난 이래...
난 분위기메이커야..
내가 있으면 다들 웃어.. 난 그런 사람이야..


그런데 난.. 정말 다른 성격이 공존해..이상하지..?
미친듯이 밝고 웃기고 재미있는 내가 있는가하면...
조용하게 사색하고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내가 있어..
사람들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다는데.. 난 너무 반대되는 두가지라 잘 융합이 안돼.. 혼란스러워..
신경이 자꾸 예민해지고 힘에 부쳐...
예쁜 언니를 보고 따스한 웃음을 보이던 아빠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게 하고 싶어....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어..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어........


언니 이제 39이구요..
저 37이예요..

언니는.. 아빠가 원하는대로 대학졸업하고 1년 정도 신부수업하다 25에 잘나가던 형부와 결혼했어요.
아빠는 저도 그대로 살길 원하셨지만..저는 취직했네요..
아빠한테 뭔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남들은 취직하면 축하도 해주고 그러던데...
제가 들은 말은.. "저건 꼭 요상하게 군다.. 잘난 척은.."
이란 말씀... 사실 더 심한 말도 있지만... 쓰고 싶지 않네요.

물론 이렇게 쓰여있는 것만을 토대로 읽으시는 여러분은... 저희 아버지 넘 심하셨다 하시겠지만..
사실 행동으로는 다 잘하시고 말씀하나로 다 깎는 분이세요..
행동만 보자면.. 딸들 친구들중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면 당신딸같이 대학등록금도 내주신적도 있구요..
자수성가 하신 재력가로.. 오래데리고 있던 경리 미스김 언니도.. 당신 성격 잘 받아주고 오래 버텨주어
고맙다며.. 결혼하실때 주변도시에 작은 집도 하나씩 해주시고 그러셨어요..
인자하신 분이죠..

그래서 이런 이중적인 마음이 더 드나봐요..
대놓고 미워할 수 없는 분이죠...
그래서 더욱 그런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었던거예요..

아빠와 문제가 있는 딸을 연애도 힘들다는 말.. 저에게는 잘 적용되었습니다.
제 화려하고 화통한 여자같은 외향적인 겉모습에 끌려 사귄 남자들.. 속에 숨어있는 소심하고 여린 저의 모습을 다들
견뎌하지 못하더라구요...


하여간 너무 길어졌네요.
문제가 터진 건, 언니가 이혼위기에 있어요.
언니는 언니나름대로 부모님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나봐요.
그렇게 말잘듣던 첫째딸이 변했거든요..
옆에 끼고 살아서 매일 봐야하는 딸이었는데...
이제는 잘 안가려하거든요.. 힘들대요.. 애들도 컸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주 드나드냐고..
언니도 물론 이해가죠..
서운하신 부모님을 또 저는.. 아휴 바보같다.. ㅠㅠ
또 어떻게든 비위맞춰보려고.. 엄청 노심초사 앉으나 서나 엄마아빠..
애쓰고 있는데... 저도 30대 후반되면서 이런 저의 딜레마에 빠져서.. 마음 다스리려고 무척 애쓰는데..
그래서 집에 글귀를 하나 적어놓았거든요.
법륜 스님 글귀중에 와닿는게 있어서..
그 중 한가지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이렇게까지 할 거 없다"
이 말씀이.. 너무 마음을 쓰고 뭔가 해보려고 발을 동동구르며 살아온 저에게 와닿았어요..
20대는 애들이 넌 학원인생이라고... 30대는 경력쌓느라고...
늦깎이로 35살에 별 요상한 대학원와서.. 석사과정이 무슨 63학점이나 들어야하고 논문학기도 없고..
진짜 죽을 똥을 싸고 졸업해서.. 너무 지치더라구요..
인생 돌아보게 되고.. 허무하고..
그래서 저 글귀를 써두었는데...

언니가 형부랑 싸우고 제 집에 와서 자고 있는데 부모님이 들이닥쳐서 언니한테 훈계하는 중에
저 글귀를 보고.. '이건 또 정신병이구만..'
그 한마디에 제가 방에서 자는 척 하다가 정말 혈압이 순간적으로 확 오르고 속에서 불이 나서요..
정말 간이 배밖으로 나와서 그 무서운 아버지한테 대들었어요..
왜그러냐고 뭐가 문제냐고.. 유명한 스님 글귀라고.. 언니문제때문에 왔으면 다 하셨으면 이제 가시라고..
그랬더니 '니가 볼때는 이게 좋은 말씀이냐? 내 눈엔 하나 그렇지 않다'며...

아... 순간 저도 제가 잠시 정신병인 줄 알았어요.

제가 집안을 뒤엎었습니다.
눈을 뒤집어 까고.. 부모님께 삿대질하면서 진짜 할말 다했어요..
엄마는 니가 그렇게 말 잘하는지 몰랐다.. 며..

저도 제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예요..
근데 부모도 자식할때 실수할때 있는 거자나요..

부모님 입장은.. 언니때문에 안그래도 속상해서 아빠 건강도 안좋아지시고 무서운 이 마당에..
뭐 그 한마디에 서슬 퍼래서 파르르 해야하냐.. 아빠 성격 그런거 알면.. 시국이 시국이니 그냥
한마디 받아드리지 꼭 그렇게 해야하냐고..
제가 미친년 처럼 발악하는 동안.. 저희 어머니 손발이 꼬이셔서.. 응급실 가셨습니다..



저 부모님을 너무 좋아해요..
좋아해서 더 문제예요..
자꾸 맘에 들고 싶은게 문제인거여요..
부모님은 그냥 저는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 조용히 있는데 효도인.. 그런 자식인 것을..
너무 늦게....
마흔이 낼모레인 이 나이에.. 깨달았어요..

저.. 멍청한거지요...?
부모님 그렇게 이뻐하던 큰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요 몇년간 팍삭 늙었거든요.
근데 제가 마지막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고나 할까요..?

저 그냥 어디 절에라도 들어가려고 했는데요..
부모님 어떻게 되실까봐..
손발이 돌아가며 혀까지 마비가 오는 엄마모습을 보니.... 순간 너무 두렵더군요..

죄송은 하지만..다 사실이어서... 그래서 더 어찌할바를 모르겠었습니다.
당일은 엄마 주무르며 눈물콧물 빼고 백배사죄했어요..

그리고 몇일 잠적했는데...
그 잠적때문에 또 노여움을 샀어요..
엄마 그렇게 됐는데 몇일 연락안했다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어요...
엄마 그렇게 까지 되셔서 죄송은 한데..... 저 정말 제 자신한테 그렇게 솔직한 적이 없어서..
속이 정말 후련했어요...................

몇일 지옥을 오가며.. 고민했는데...
결론은... 그냥 당신들 원하는대로 해드렸어요..
소갈딱지가 이래서 죄송하다고.....
소파에 앉아계신 부모님 앞에서... 차마 앉지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내내 서서... 사죄했습니다..

부모님도... 저희 부모님도 이제 너희들한테 간섭안하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사실 저는 더욱 간섭을 바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늙은 부모님 그냥 자식 대표로 누군가 싹싹 빌기를 원하셨기에..그렇게 해드렸고..

저 지금 마음 후련해요..
하나씩 퍼즐이 다 맞아가요...

영화 언브레이커들인가요?
영웅이 영웅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아 인생이 우울하자나요..
자기의 본 모습대로 살지 못하는 우울함.. 구속감..

저는 반대겠네요.
영웅이 아닌데.. 영웅이고자 했던.. 적어도 부모님에게...
감당하지 못하는 화려한 가면을 쓴 버거움...  


얘기가 너무 길지요... 죄송합니다.
여러분께 한다기보담은... 너무 깨달음이 와서 꼭 오래 고민해도 안풀리던 방정식 하나 푼 기분이라서요..
저 자신을 위해 담담히 정리해보고 싶네요.

얘기가 넘 길어져.. 내일 2탄으로 또 올릴께요..
미련한 사람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211.49.xxx.209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9.26 3:57 AM (110.13.xxx.165)

    제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닮지않은듯 닮은 트라우마를 저도 겪고 있네요. 전 깨달음이 오길 바라지도 않는 상태에요. 님은 꼭 털어내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 2. 살아봐야 알아요..
    '10.9.26 3:57 AM (210.121.xxx.67)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런저런 일 겪어봐야 알더라고요. 음식 먹어봐야 아는 것처럼.

    격렬하게 한번 터졌으니, 다음에는 좀 차분하게 말씀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역시 경험이에요.

    저는 굉장히 예민해서 사는 게 버거워요. 남들한테, 너만 왜 그러니? 소리가 듣기 싫어

    저 자신부터 제 예민함을 인정을 안 했어요. 남들 다 안 그래, 왜 너만 그래..

    하지만 애초에 생긴 게 다른 걸요. 그걸 인정했다가, 싫어서 나부터 부정했다가..오락가락..

    남들 앞에서 기를 쓰고 버티다 집에 와 쓰러지는 거죠. 남들 앞에서 유별난 게 싫어서요..

    이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지 얼마 안 됐어요. 버티려다 몸이 축나니

    살아야겠다..싶어지면서, 좋으나 싫으나 살고보자 싶어진 거지요. 과정인 것 같아요.

    예전에 중요했던 것들, 걱정했던 것들이 좀 우스워지면서..홀가분해졌습니다.

    적당히, 남들처럼, 제대로, 또 무슨 말이 있을까요..'그렇게들' 사는 거 포기했습니다.

    나는 아니니까요..왜 나만 이렇게 괴물 같은지, 남들도 고민이야 다 하고 살겠지만,

    나만 왜 이렇게 유난 떠는지..자학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당연한 거더라고요. 세상에 나는

    나밖에 없는 거잖아요. 사실 지구 위의 60억, 모두 각각의 존재들, 그렇게 사는 겁니다. ^^

    사는 건 어차피 서로에게 민폐에요. 같은 산소로 나눠서 숨 쉬어야 하니까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조차 털어버리세요. 허심탄회하게 조금씩, 긴 얘기를 나누셨으면 좋겠네요.

    사실..부모가 죄책감에 부정하고 회피할 수도 있답니다. 제 친구 부모님이 그렇더군요.

    자기 합리화인데..부모라고 완벽한 인격체는 아니잖아요. 사랑도 미움도 털어놓으세요.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이번에 제대로 겪으시는 게 필요합니다. 용기 내세요..

    적당히, 부모님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가 껄끄러워 못 견디겠는 순간을

    가면으로 위장하고 넘어가지 마세요..그게 쌓여 여기까지 온 겁니다. 님 잘못도 있으세요.

  • 3. 미련한바보
    '10.9.26 4:06 AM (211.49.xxx.209)

    아쿠, 늦은 밤에 댓글 고맙습니다!
    댓글에 또 눈물나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4. 잘 넘기시고
    '10.9.26 4:16 AM (210.121.xxx.67)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면..예뻐지고 건강해져요, 정말로요..^^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함께 행복해졌으면 좋겠는 세상의 가엾은 것들도 눈에 들어오고..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리고..사랑도 찾아오지요.

    열심히 사셨는데, 진심으로 행복해지시기를 바랍니다. 꿈꾸세요,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어요..

  • 5. 콩콩이큰언니
    '10.9.26 4:27 AM (219.255.xxx.122)

    저도 다 쓰자면 구구절절한 폭풍 같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사 안정이 되가는 마흔입니다.
    이모들 앞에서...깨물어도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어머니 말씀에 속으로 피 눈물 쏟은 기억 있습니다만...뭐 이 정도는 약과라 지금은 걍 우스운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어느 순간 부터 부모님에게서 벗어났다는 걸 느끼면서..그 후로는 많은게 바뀌게 되더군요.
    물론 벗어나기 위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건 당연한거구요.
    그때마다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내 자신을.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지구는 나를 위해 돈다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꽃이 피던 지던, 아침이 오던 밤이 오던 아무 소용 없다구요.
    내가 존재 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이런 마음이 되기까지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편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편해졌어요, 제가 스스로 일어났다는 걸 이젠 부모님에게서 벗어났다는 걸 느끼시면서 저에겐 조심이란 걸 하시더군요.
    사랑받고 인정 받기 위해 몸부림 쳤을 땐 쳐다도 안보시더니 ㅎㅎ
    자신이 바로 서있어야 인정해줍니다, 그건 부모 자식관계도 같은거 같아요.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래요, 스스로 행복 한 일을 많이 하시길 바래요.
    그럼 조금 더 좋아지실거여요, 기운내세요.

  • 6. 잘모르지만
    '10.9.26 4:42 AM (24.10.xxx.55)

    그냥 전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아요
    부모덕에 밥 잘 먹고 옷입고 학교 잘 다니고 평범하게 자라났다 .
    물론 우리부모님도 교과서적으로 산것도 아닐테고 저에게 잘해주신 부분 잘못하신 부분 많겟죠
    하지만 그분들도 그냥 실수 잘하고 주변에 잘 흔들리고
    때로는 편견에 사로 잡혀있는 많은 사람들중 한분들인거고...
    지금 예로 드신것들 ... 평생 그러기만 한건 아니잖아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데
    나를 건들리는 몇몇 사건들을 오래 오래 기억하는것
    특히 그게 말한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단편적인 것들인데
    그런걸로 스스로를 괴로히는건 시간낭비이고 인생 낭비라고생각해요
    결국 내인생은 내가 풀뽑고 물주며 키워야 하는 나만의 꽃밭인데
    전혀 도움도 안되는 옛날 생각 ,,남이 나에게 준 영향 그래서 생겨난 부정적인 결과들
    그것을 곱씹고 곱씹고 ,,평소엔 말도 못하며 한처럼 쌓아두다
    한번에 확 터뜨리는 건 자기 꽃밥 망치는것일뿐 이죠
    결과적으로 죽기 직전에 아..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누구때문에 내가 이렇게 살다 갔다 ,,,,그렇게 만들 일일 뿐인거죠
    그냥 님이 살아온 세월정도는 웃어넘길정도의 평범한 과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부모세대는 훨씬 더 큰 편애와 굶주림 그런것 겪고 살았고
    그러니 그정도는 이집저집 그냥 생각없이 행해지던 부분도 컸죠
    솔직히 저도 제가 아는채로 모르는채로 말실수도 할것 이고 편견도 있고
    어쩌면 편애도 할지 모르죠
    그래도 전체적으로 내가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사랑해줬고 책임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몇가지 흠은 넘어가 줘야지
    몇가지 사건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기어이 마지막에는 뭔가로 엮어서 한방에 다 토해내려하면
    무서울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면 그때 그때 차라리 말하지 ,,하는 마음.....
    부모도 당연 더 좋아하는 자식 있어요
    오죽하면 부모 자식 궁합도 있다 그러겠어요
    님의경우를 말하는건 아니구요
    부모는 정말 자식 먹이고 입히고 공부가르쳐야 하고 어디 가서 욕안먹게 가르쳐야 하고
    다른 길 안가게 잘 괸리해야 하고 하다못해 나이먹거도 배우자 못만나면
    그것도 내책임인가 싶어 밤에 잠못이루고 뒤척어야 하는데
    자식들은 똑같이 사랑해주지 않았다며...내평생 트라우마다 ,,,그래서 이리산다
    물론 이런 부분들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찌보면 부모노릇도 쉬운건 아닌데 평가는 쉽구나 싶기도 해요
    부모님도 반성할 부분도 있으시고 잘못한 부분도 있으시겟지만
    자식 망치려 일부러 작정한것도 아니실테고 ....
    너무 그생각오래하지 마세요
    그시절 그렇게 산사람 많아요
    내가 제일 사랑해야 할 부모원망하는것 ,,,어쩔수 없다고 체념하는것 너무 힘들잖아요
    세상엔 그런 것 아니어도 피부에 와닿게 고민할 문제도 많잖아요
    사랑에 넘쳐서 부담스럽다고 하는거나
    사랑이 모자라서 늘 마음이 허전했다고 하는거나....
    결국엔 나는 그시간 뭐했길래 결론이 그렇게 나는지...
    전 그냥 좋은기억만 하고 보기 싫은 옛날 사진같은건 보지도 않아요
    과거가 돌이키기 싫으면 그냥 미래만 봐요
    싫은것 괴로운것 자꾸 반추하지마세요

  • 7. 여러
    '10.9.26 7:56 AM (125.187.xxx.175)

    분들이 좋은 글 많이 써주셨네요.
    위의 잘 모르지만 님 말씀도 맞는 말씀인데요,
    원글님 입장에서도 이렇게 한번쯤 터뜨려 내 심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 없이 바로 달관의 경지로 넘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크게 터지기 전에 서로 대화로 풀고 사과하고 상처가 아물고 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사실 그거 참 어렵잖아요.
    원글님 자신도, 부모님은 그걸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으실거란 거, 기억조차 못하실 일이란 거 알고 있지만 분명 자신에게는 두고두고 쌓인 아픈 상처들이기에 선뜻 부모님께 오픈하기도 힘들었을거고, 오픈한다 해도 부모님이 "우리도 모르게 너에게 그런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하구나"하고 나오시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요.
    이미 터뜨리셨으니 그래도 조금씩 정리되어 나갈거에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그리 되신 바람에 더 자책하는 마음 크겠지만 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형경님의 <천 개의 공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어요. 님께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8. 저도 위안받네요.
    '10.9.26 8:01 AM (115.91.xxx.5)

    좋으신분 따뜻한 말씀에 지나가는 저또한 감사하네요.
    가끔가다 터지는 제 우울증에도 도움이 되어요....
    원글님 힘내시구요......이제라도 앞을 보고 가야죠. 기운차리세요

  • 9. .
    '10.9.26 8:39 AM (119.203.xxx.19)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참으로 부모 노릇이란 어려운거라는거 살수록 더 피부로 느낍니다.
    중학생 아이는 대놓고 저보고 이러구러 말하는데
    그럴땐 엄마도 너같은 아이에서 결혼해서 어른되고
    부모 된거다. 부족한거 많은 사람이다.
    이해해라 그렇게 말해요.
    지금의 상황이 원글님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었고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떨어져 더 건강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죠.
    부모님 마음에 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본인의 인생을 사세요.
    그게 건강한 성인인거예요.
    이런저런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스물이 지나고 서른이 지나고 하면서
    진정한 성인으로 독립을 못하면 자기 자신만 힘들뿐이예요.
    넘어져서 상처 났다고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툭툭 털고 연고 바르고 해야지요.
    이제 진정한 본인을 위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가족이 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 10. 감정이입
    '10.9.26 9:29 AM (68.4.xxx.111)

    유치원때사진에 전 뒤에서 처량하게 서있고 앞에서 이쁜동생은 행복한미소를 머금고
    부모님과 같이...... 사진 볼때마다 가슴이 아렸어요.

    오래전 미국 이민오자마자 큰오빠는 (큰오빠초청으로 이민)
    언니를 데리고 나가 이쁜 볼연지(비싼화장품) 저는 어디 식당에 취직시키고.....
    그때 빨리 이집을 떠 나야지 했답니다.

    결혼해서 근 30년 아직도 님같은 까발려 뒤집기가 없었어요.
    아직도 남편에게도 내것 챙기기 어려워하고......
    주기만 할 줄아는 맘으로는 가끔 눈물을 흘리는 아짐으로

    한번 뒤집어 엎은 님이 부럽군요.
    그것도 용기라면 용기입니다. 잘 했어요.
    우는아이 젖줍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라겠지요.......

  • 11. 한세상
    '10.9.26 10:16 AM (218.236.xxx.114)

    저도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글귀가 참 맘에 와 닿네요 ^^ 40줄에 접어드니 안정적인 지금이 좋네요 저도 감정기복이 있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어떨땐 이중인격인 내가 어떻게 사는게 좋은것일까항상 물음표를 던지며 살아가는데 ~~오늘 님글에 눈물이 나네요

  • 12. ..
    '10.9.26 10:33 AM (218.156.xxx.19)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하지마세요..
    저도 자식 키우고있지만 깨물어도 덜 아픈 손가락이 있더라구요..
    그게 부모와 자식간의 궁합(?)일지 모르지만요..
    인정받으려고 애쓰지마세요.. 그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보세요...
    부모님도 그들의 인생 힘드게 사신 분들이에요.. 완벽한 사람은 없는거죠..
    그들도 아마 많은 고민속에세 사셨을거에요.. 부모님도 사람이지요..
    물질적인 독립을 하셨다면 이젠 정신적인 독립을 해보세요...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실겁니다..
    한번은 다다다 해보는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심적건강을 위해서..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세요... 내안의 아이를 많이 사랑해주세요..

  • 13. 원글님께..
    '10.9.26 1:25 PM (112.148.xxx.216)

    독이 되는 부모. 라는 책 추천해요. 꼭 읽어보세요.
    님이 잘못한거 없어요. 그 동안 너무너무너무 힘든 삶을 살아오시느라
    힘드셨던 거니까. 죄책감 너무 갖지 마세요.
    저도 역기능 가정에서 20년간 온갖 갈굼을 다 당하고, 24살에 도망치듯 결혼했는데
    결혼한 다음에도 엄마라는 사람이 온갖 조정을 다 하더라고요..
    그거 벗어난게, 두번째 유산 이후에요.
    유산하고 누워있는 딸에게 온갖 악담을 다해대더라구요. 너도 별수 없다는 식으로..;
    그런 상처에서 헤어나는데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소비했어요.
    원글님과 동갑이에요. 저..
    이제 겨우 제 상처를 돌아보기 시작했고. 헤어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어요.
    서른 일곱이라는 나이가 많은 나이는 아닌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제 자존감 제가 지키며
    살면 되는거니까요.

    힘내세요. 원글님..

  • 14. 미련한바보
    '10.9.26 3:16 PM (211.49.xxx.209)

    네 꼭 읽어볼께요. 고맙습니다.

  • 15. 저도둘째
    '10.9.27 9:40 AM (119.192.xxx.43)

    언니분이 더 예쁘고 잘나서라기보다 첫정이기 때문에 특별하셨을거에요. 저도 어릴때 느꼈던 그런 것들이 상처가 되었었고, 기를 쓰고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그냥 이해가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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