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빵 만드는것을 배웁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빵을 만들어 자원봉사를 갑니다
초코머핀, 치즈머핀, 카스테라
를 봉지에 담아
복지관에서 명단을 받고
한집한집 돌립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20년전에는 영세민이라고 불렸었는데.
그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로
빵을 전해드립니다
딩동
문을 열자
도라지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힘겹게 걸어나온 할머니 뒷쪽으로 얼핏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도라지가 수북히 보입니다
드시기 위한것은 아닐테지,
빵을 받으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십니다
민망함에 저도 같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립니다
딩동
어여쁜 여인이 휠체어에 앉아 있습니다
너무 예뻐서 연예인이라고 해도 좋을
그런 여인이 햇볕을 보지 못해
창백해진 얼굴로 저를 쳐다보며
억지 미소를 짓습니다
문을 닫고 나오는 저에게 어렴풋히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딩동
한 사내가 나옵니다
대낮인데도 누워 있었는지
기름지고 떡진 머리를 해서
두려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빵 봉지를 받는 그의 손이 굽어 있습니다
흡사 곱사등이 등마냥 그의 손이 굽어 있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저에게 주어진 몫은 10집입니다
다 돌리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머리가 지끈하고 아파오면서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일까,
왜?
그래 난 이곳에 살았었다
20년전 전 분명 이곳에 살았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우리 가족은 다른이들에게
쌀을 받았고,
라면을 받았고,
돈을 받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20년전 영세민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수업료 용지를 하얀 영수증이 아닌
기성회비만 적혀 있는 짙은 회색빛 갱지를 받았었고
한달에 한번은 학교에서 방송으로 호출을 했습니다.
영세민 아이들에게 회식을 시켜주기 위해서,
너무 창피해서 항상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피했었습니다.
불우이웃 성금을 걷는날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는
내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바로 네가 불우이웃이니,,
아파트 이웃들은
대게 알콜중독자나, 독거노인, 장애인
그들의 모습이나 말소리가 무서웠었습니다
그 무서움보다
창피함이 더 저를 움츠리게 했던것 같습니다
너무나 가난했습니다
구멍난 양말이 창피했고,
방한칸에 4식구가 모여 살던 그 시절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생일날 친구를 부를 수도 없었고,
곰인형의 눈을 붙이다
그 본드 냄새에 취해
밤새 앓던 그 시절이 너무 싫었습니다
' 녹차향씨, 다 돌렸어요? '
화들짝 놀래서 몸을 일으킵니다
아파트 입구로 나서자 세찬 찬바람이 불어오더군요
핸드폰을 꺼내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 아들~ 왠일이야? '
' 그냥 했어요? 별일 없으시죠? '
' 응, 근데 김치 냉장고 좀 바꿔야겠다. '
' 네, 내일 고르시고 전화주세요. 이왕 사시는거 좋은걸로 사세요. '
' 그래, 밥은 잘 먹고 다니지? 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
' 네.... '
잠시 눈가가 흐릿합니다
어쩌면 그 시절은 꿈이었을까요
전 일주일에 한번 빵을 만듭니다
계란을 넣고 밀가루를 넣고
설탕을 넣고 버터를 넣고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추억을 넣습니다
그리움도, 가슴 아픈 그 시절도
오븐에 넣고 기다립니다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제 삶도 어느새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 녹차향씨, 오븐 앞에서 왜 미소를 짓고 있어요? '
그냥 냄새가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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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만드는 빵(펌글)|
ㅠ.ㅠ 조회수 : 630
작성일 : 2010-09-10 10:06:44
IP : 203.250.xxx.22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많은걸
'10.9.10 10:10 AM (112.152.xxx.12)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ㅠㅠ~감사합니다..가슴이 다뜻해졌습니다~
2. 메사임당
'10.9.10 10:12 AM (211.37.xxx.189)정말 훌륭한 분이시네요..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3. ..
'10.9.10 10:14 AM (183.102.xxx.195)음 눈물날려고 하네요.
저도 빵 만드는게 취미거든요.
손이 커서 항상 많이 만들지만 다 먹을 사람이 없어서
반 정도는 버리는 일도 많았어요.
우리 주변에 저런 이웃이 없나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저 역시 어릴적 치떨리는 배고픔을 겪어서 배고픔, 가난이 얼마나
잔인하단걸 잘 아는 사람인데..
왜 저들을 전 잠시 잊고 있었던걸까요.......4. ..
'10.9.10 1:06 PM (116.34.xxx.195)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
저도 언젠가는.. 봉사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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