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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본인 대에서 끊어주신 시어머님 자랑할게요
저희 시어머님이 딸 다섯을 낳고 저희 신랑을 낳으셨어요.
여섯 아이 키우고 살림하기 너무 힘드셨지만 그래도 아이들 집안일 전혀 안시키고 공부만 시킨 분입니다. 딸들은 본인처럼 살지 말라고...암튼 그 와중에 제사 줄줄이 지내고 그러셨는데
평소에도 4시간씩 자고 집안일 하시던 분이 애들 도움도 안받고 혼자 제사상 차리느라 밤 꼬박 세고 그러셨데요. 그렇게 차린 제사상을 놓고 같은 동네 사는 친적 할배들이 와서는 정성이 있네 없네 제사상에 차린게 없네 말들이 많으셨나봐요.
암튼 그렇게 사시다가 예순에 돌연 제사는 이제 그만 차린다고 반란을 일으키셨어요. 울 아들 시누 줄줄이에 외아들인데 제사까지 모시라고 하면 어느 집에서 딸 주겠냐고...
당시 딸들은 다 시집갔고 저는 남편이랑 사귀고 있던 상태. 몸도 안좋고 올 사람도 별로 없으니 성당에서 모신다고..(원래 성당은 다니시던 상태. 두분 다 거의 모태신앙이세요.) 시아버님 당연히 반대하셨지만 시어머님이 요지부동. 이젠 옆에서 훈수 둘 친적 할아버지 들도 돌아가시거나 거동 불가능 상태였대요. 다툼이 있으셨겠지만 시아버님 성묘는 가시고 나중에 며느리 들어오면 구슬려서 다시 지내려고 하셨나봐요.
시어머님 마음을 짐작컨데 힘에 부친 것도 사실이겠지만 며느리에게 물려주기 싫어서 그러신 것 같아요. 제가 안지낸다 그러면 정말 나쁜 년 되지만 시어머니는 나이도 있고 종교도 슬쩍 핑계가 되시니 큰 욕 안먹고 지나갈 수 있었던 거죠.
2년 후 제가 며느리가 되었고 제사는 죽... 안지내게 되었습니다. 시아버님이 가끔 말씀하시는데 시어머니가 버럭~~~~하시면서 쟤들 집이 서울인데 매번 제사때 올라갈 자신 있냐고...본인은 안가니 혼자 가시라고...시누들도 매번 오느라 고생일거고 아마 반은 안오지 않겠냐고...본인들 죽으면 둘이서 고생해서 지낼텐데 그 꼴 못본다고..
암튼 안지내는 걸로 깔끔하게 정리됐구요..시어머님이 본인 돌아가셔도 지내지 말라고 하셨어요. 욕하면서 제사 지내는 것보다 생각날때 기도 한번 해주는 게 자긴 좋다고.
저희 시어머님이 본인 사후에 성묘 오느라 자식들 교통 사고날까 무섭다며 묘도 쓰지 말라는 분이세요..정말 쿨하시죠?
1. 부럽부럽
'10.9.7 3:26 AM (67.212.xxx.43)'욕하면서 제사 지내는 것보다 생각날때 기도 한번 해주는 게 자긴 좋다고. '
백배동감.2. 원글이
'10.9.7 3:42 AM (211.176.xxx.229)정말 재밌는 건 저희 친정 아빠 반응입니다.
저희 아빠 평소에 제사는 인간된 도리다가 지론인 전형적인 우리 시대 아버지.
TV에서 제사 안지내는 거 보면 막 뭐라 하시거등요..
친정 엄마 제사상 준비 대충 좀 하려 해도 꼭 일일이 챙기시며 제사 일주일 전부터 김치 새로 담고 식혜 하고, 가끔 한과도 만들고... 암튼 그런 집안 분위기인데
딸이 시집가서 고생하는 건 싫은지 시댁 제사 안지내는 건 별말씀 없으시고 오히려 살짝 좋아하시는 낌새도 있어요.... ㅋㅋ3. hjkl
'10.9.7 4:22 AM (119.67.xxx.201)시어머님께 고마우시죠?
님 남자형제가 있다면 님도 님 친정아버님께 제사를 아버님대에 끝내시라고 권하세요.
님이 시어머님 고맙게 생각하듯....님 올케도 친정아버님 감사하게 생각하겠죠~~4. 님,
'10.9.7 4:24 AM (211.217.xxx.116)부럽습니다. 그런 시어머니 위해 기도 하시고 돌아가시면 성당가서 연미사도 넣어드리세요.
5. ..
'10.9.7 7:13 AM (175.118.xxx.133)멋지시네요.. 그런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6. 와우~짝짝짝
'10.9.7 9:19 AM (124.53.xxx.11)유관순같은 시어머님이시군요^^ . 그연세에 드물고 정말 멋진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입니다.
사실 죽은이에게는 음식이 필요없다고했어요.
그음식 바리바리해서 누가 먹나요? 산사람이 먹잖아요.
힘들게 음식해대도 정성이있네 없네 제사상에 차린게 없네 어쩌구 저쩌구......
그할배들이 한번 제사음식을 준비해봐야 하~~~계란후라이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느낄겁니다 .
내제사 안지내기운동하시는분도 계시더라구요 ^^ 저도 동참할겁니다.7. ciaociao
'10.9.7 9:19 AM (221.143.xxx.132)저도 시집오기 직전에 어머님이 없애주셨어요.
장손인 당신 아들 아끼려고 그러신듯하지만 어쨌든 저야 정말 다행입니다.
개신교인이라서 제사 지내는 것 한번도 구경 못해본 사람이라서요.
어머님이 일년에 열몇번 제사 지내시고 시부모 생신상 차리다가
서른일곱에 중풍맞으셔서 죽다 사셔서 더 그러셨나봐요.
-어머님이 독특하셔서 힘든 것도 많고 좋은 것도 많고 그런 6년차 며느리8. 저희 엄마도
'10.9.7 10:22 AM (211.41.xxx.223)그렇게 제사 엄마 대에서 끊어주셨어요.
기일에 삼남매 모여 연미사드리고 엄마랑 자주 가던 곳에서 저녁한끼 같이 먹으며 기억해달라고..
우리 엄마라 속으로만 생각해요. 너무 멋지시다고...
반면, 시댁은 우리집 제사 안지낸다니까 근본없는 집안...이렇게 말하더군요.
근본은 무슨..-_-;;9. 저도
'10.9.7 10:58 AM (115.137.xxx.196)남편이랑 얘기 했어요... 어머니 돌아가시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만 절에서 지내고 만약 우리 둘중 누구 하나 먼저 가면 묘 쓰지말고 납골당도 쓰지 말자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유언으로 남기자고... 죽은 사람 위하자고 산사람들이 이게 뭔 고생이냐며(지방에서 서울로 평일에도 올라가야 해요)... 멋진 시어머님...
10. 이런글 보면
'10.9.7 11:29 AM (61.252.xxx.60)전 욱 합니다.
나이 60에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자기 시부모 제사 고스란히 떠넘긴 시모도 있건만...
빙신같이 그 제사를 떠맡은 나는 또 뭔고...
'욕하면서 제사 지내는 것보다 생각날때 기도 한번 해주는 게 자긴 좋다고. '
이 생각 정말 짱입니다 ^^11. 제
'10.9.7 11:58 AM (121.184.xxx.180)생각도 제 대에서 제사 끊고 싶어요.
얼굴도 못뵌 고조부님부터 해서 일년에 두번 신랑혼자 열두분을 벌초해야하고,
차례에, 생신에 제사에, 저는 삼십대부터 어머니가 제사 물려 주셔서 직장다니며
장보기,준비하기, 지내기,치우기까지....
울 큰아들보고 그랬어요.
나 죽으면 묘도 만들지 말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지금 나도 직장다니며 힘든데,
유언으로 남길 거라 그랬어요.
그리고 제사도 나 죽으면 일년에 시제로 한번 하라고...
명절도 간단하게...
직장다니며,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간절한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