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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경우 - 개천용 키우기
어제오늘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특례입학을 보니 예전에 EBS에서 해준 다큐가 생각나네요.
프랑스는 평등주의 교육으로 유명하지요.
“여자들이여, 세상을 말하자”인가 하는..... 아침 주부 대상프로에서 이다도시도 그렇게 말했었지요.
프랑스는 모든게 평등이 원칙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평등이 강조된다... 그래서 성적표에도 성적 표시가 되지 않고 졸업할때도 우등상 같은걸 주지 않는다....(이다도시가 자랄때는 그랬다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프랑스 교육이 평등주의만 고수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은 평등주의지만 수월성 교육을 따로 또 하지요. 그것도 아주 빡쎄게 합니다.
프랑스 수월주의 교육을 상징하는 것이 그랑제꼴(Grandes ecoles)입니다.
프랑스대학은 68혁명을 거치면서 공식적으로 소르본이니 하는 학교명이 없어졌지요.
대학들을 평준화시키면서 일괄적으로 ‘파리제1대학’, ‘파리제2대학’.... 이런식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대부분이 국공립인 프랑스대학에는 우리가 알다시피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입학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일부 아주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곧장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프레빠에 입학합니다.
프레빠는 그랑제꼴 예비학교로서....약 2년 정도의 과정을 수료하면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전국에서 공부로 난다 긴다 하는 아이들을 프레빠로 집결시킨뒤 거기서 또 빡시게 공부를 시켜서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준의 아이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그랑제꼴은 대학과 대학원 중간쯤?인 고등교육기관인 셈이지요. 프랑스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각 그랑제꼴마다 특성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약어로 에나(ENA)라 불리는 프랑스 국립행정학교는 행정관료를 전문적으로 양성해내고 보통 시앙스 포(Science Po)라 불리는 파리 정치대학은 정치, 외교분야의 엘리트들을 길러내지요. 이과계 인재들은 에꼴 폴리텍 같은 이과계 그랑제꼴로 모여듭니다.
여튼 그런식으로 거르고 걸러진 아이들이 그랑제꼴에 입학합니다.
수재 중에서도 수재들만 모아놓기 때문에 당연히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졸업하기도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데.... 대신에 졸업만 하면 별다른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출세’가 보장된다 합니다. 우리로 치면 그랑제꼴 졸업이 고시를 통과한 것과 거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현대 프랑스를 좌지우지하는 힘이 그랑제꼴에 있다고 할만큼 그랑제꼴 출신들이 정치, 행정, 외교, 경제, 과학, 문화등 사회 전분야를 주름잡고 있지요. 그 때문에 그랑제꼴 폐단론도 적잖이 언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에나 출신의 고급 행정관료들이 프랑스를 망치고 있다며 우리의 서울대망국론처럼 에나망국론 같은 것도 대두된다고.... 어느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네요.
그러면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애들의 ‘출신성분’은 어떨까요?
그 나라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엘리트 자식들이 프레빠를 거쳐 그랑제꼴을 졸업하는 비율이 ‘아무래도’ 높겠지요.
하지만 프랑스정부는 꾸준히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기회의 문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우선 프레빠 입학생들을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들을 개선하고...
프레빠를 거치지 않아도... 바깔로레아를 통과한뒤 ‘일반’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중에서도 대학과정을 2년 정도 이수하면 그랑제꼴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 조치들이 그것이지요.
그리고 그랑제꼴 지역특례입학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서울대에 농어촌특례입학이 도입될 당시 저 제도와 많이 비교되었었지요.
그런데 저 지역특례입학이 보통 파격적인 것이 아니었어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빈민층 거주지역 같은 곳에 사는 ‘똘똘한 아이’들을 무시험 전형으로 그랑제꼴에 그냥 받아준 것이었으니까요....
우리로 치면 온갖 사교육과 어학연수들을 받아가며 높은 실력을 쌓은 강남 아이들 자리를 안산 외국인노동자 다거주 지역에 있는 ‘학력 수준이 낮은’(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니 오해마시길...) 고등학교 출신의 아이들로 일부 대치한 것이지요.
그래서 저 제도가 도입될 때 프랑스에서 찬반 논쟁이 아주 거셌다 합니다.
억울한 학부모들도 있었겠지요
우리애는 죽을 고생을 하며 프레빠에 입학해서 거기에서도 또 죽을 고생을 하며 공부한뒤에 그랑제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단지 ‘빈민층 거주지역’에 사는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해서 그랑제꼴에 덥썩 입학할 수 있다니... 그 아이들이 그 동네에서나 공부 잘한다 소리 듣지 강남에 오면 어디 명함이나 내밀 수 있을라구....!! 뭐 이랬겠지요...;;;;;;;
제가 본 다큐 “그랑제꼴의 위대한 실험”는 그런 논란 속에 저 제도를 통해 ‘시앙스 포(파리 정치대학)’에 입학한 아이들의 학교 정착기를 그린 것이었지요. 원래는 프랑스 TV에서 제작한 것이라 하대요....
지역특례입학으로 시앙스 포에 입학한 아이들은 코트디브아르, 모로코 등지에서 온 이민자 자녀들과 원래부터 프랑스인이지만 집안을 통틀어 그 아이 혼자 대학 진학자인.... 그런 집안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정식으로(?) 입학한 아이들은....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파리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었지요.
여튼 그 다큐에서 그런 말들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데...
파리 중산층 가정 출신의 학생들한테 지역특례입학제도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우리들 중에는 분명 이 제도를 반대하는 아이도 있지만 드러내지는 않아요. 사회통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또 “가난한 좌파 지역 출신들하고 유럽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할려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런 대답을 하더이다.;;;;;;
그러니까 출발은 그런식으로 이루어졌지요.
편견이 존재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이 지역특례입학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놓여 있었지요.
또 지역특례로 입학한 아이들이 공부를 따려갈려니 어렵다는 말도 털어놓았어요.
“쟤네들이 공부해온 것을 보니까 우리가 공부해온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거기서 좌절감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편견과 장벽, 학력수준이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것이 보이대요.
지역특례로 입학한 아이들이 공부를 따라잡습디다. 예. 따라잡아요....
인상적인 것은 현 사르코지정부(사르코지가 헝가리 이민자 아들에다 비 그랑제꼴 출신인 마이너인데... 보수우파지요...;;;;;)의 교육부 장관이 그 아이들을 만나서 이런 말을 했어요. 나도 너희들처럼 없는집 출신이다. 오로지 공부 하나로 성공한 사람이지. 이런 기회를 통해 너희들도 나처럼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너희들이 다시 너희들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줬으면 한다....
다큐의 마지막은 여름방학인가 겨울방학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영어열풍이 장난이 아니라 합니다. 시앙스 포에 입학할 정도의 아이들은 어떻겠나요? 안 그래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인데... 어학연수 옵션은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었지요. 그런데도 더 영어를 잘해보겠다면서 방학이 되자마자... 영국은 가까워서 여러번 가봤으니까 미국으로 나가는 아이들이 많더이다.
지역특례로 입학한 아이들도 그런 기회를 얻게 되지요. 정부에서 공모한 정부기관 인턴제에 응모하는 식의 방법으로....
그 학생들중에서 모로코 출신의 이민자 아들은 10남매중 막내엿는데 미국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지요.
그 아이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거의 작은아버지뻘의 큰형이 공항에 나와서 많이 배우고 오라고 하다가 목이 메어서 배웅의 말을 다 마치지 못하는 모습이 나오더군요. 뭉클했습니다.
결론은....저 아이들은 기회를 얻었고 그런 기회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프랑스정부는 이민자문제 등 나날이 사회갈등 요소가 높아가는 프랑스에서 ‘기회의 공평성’이야말로 사회통합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사회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파격도 보통 파격이 아닌 저런 제도를 시행한 정권은 좌파정권이 아닌 우파정권이었지요.
한국의 우파들도 저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네요....
1. 새옹지마
'10.9.4 10:36 PM (83.27.xxx.92)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신 분의 글을 더 읽고 싶습니다
다음에 글 올릴 때 쪽지 좀 넣어주세요
그리고 그 다큐 볼 수 있는 방법도 좀 알려 주세요
쪽지로 넣어주시면 저도 인사 올리겠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제일 하고 싶은습니다(꿈)
가정형편에 좌절하지 않는 아이들
공부보다 자기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우리사회
그런 아이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희마수첩에서 읽은 양희은이 찾아가는 시골밥상처럼
그런 소외된 아이들을 찾아가는 방송
가진 자에게는 얼마든지 기회가 있습니다
가지지 못한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회를 나누어 주어도 좋을텐데
네 자식 네아이 교육에만 급급한 우리가정 우리나라 우리사회의 마음2. 김탁구
'10.9.4 10:46 PM (83.27.xxx.92)82좋은 행사 할 때 이런 프로그램도 했으면
3. 봄비
'10.9.5 12:16 AM (112.187.xxx.33)저 다큐가 1부는 '그랑제꼴의 위대한 실험-우리의 로스쿨 해법을 찾는다"이고
2부가 '그랑제꼴의 위대한 실험 - 지역특례입학 그후'인데...
1부는 구글 검색해보니 판도라TV에 올라온게 있네요. 2부는 없고...;;;;;
저는 볼만했어요.^^;;;4. 원글에 공감합니다만
'10.9.5 7:13 AM (121.166.xxx.162)<<한국의 우파들도 저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네요.... >>란 말엔 좀 공감이 안됩니다...
좌파라고 해서
모두 저런 교육체계에 공감할 것도 아니고,
자식들 특혜에서 자유롭다는 생각도 안들고,
우파라고 해서
저런 교육체계를 외면하고,자식의 특혜에 관대한 사람만 있는 거 아니니까요.
전 좌파 아닙니다만,,(그렇다고 우파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봄비님의 교육시스템에 관한 생각에 깊이 동감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만연하는 비리에---합법을 가장한 편법에도---심히 분개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그나마 공정했던 방법들을 치워버리고, 편법과 불법이 우려될 수 도 있는 방법들을 내세우는 이 세태에도 깊이 우려를 표합니다.
하지만,오래전부터..
좌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자기들만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좌파든,우파든,그걸 떠나서...
바른 생각을 하고,무엇이 옳은지,생각하고,행동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솔직히, 부르죠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좌파가 제 주변에도 얼마나 많은데요.
스스로를 좌파 부르죠아라고 하더군요..
생활은 부르죠아 못지 않게, 기득권(특혜)을 비롯해 누릴 거 다 누리고 살면서,,,
말은,,,,청빈과 공정을 가장한 좌파적 사람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습니다^^
가끔은,,,,그런 사람들이 더 우습기도 하고,더 무섭기도 합니다....
어쨌든,
옳고,좋은 생각들은.......좌파만이 하고 있다는 착각만은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 번,,봄비님의 원글 내용에는 깊이 공감합니다..5. ^^*
'10.9.5 12:54 PM (122.35.xxx.89)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사회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프랑스와 비슷한 시스템이랍니다.
6. 봄비
'10.9.5 1:38 PM (112.187.xxx.33)원글에 공감합니다만/
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좌파라고 해서 우파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지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우파가 하도 썩은내를 풍기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리 보인 것도 있고.....
좌파가 우파의 썩은내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암묵적으로 "너희들은 굉~~~장히 깨끗하고 청빈하니까 그런 비판들을 하는거렸다?"하는 인식이 퍼져있는듯해요.....^^
제가 이글을 쓴것은.... 뭐 아시겠지만
현정부가 '우파 정권'이고... 또 노골적으로 정책에서 승자독식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유명환 부녀의 일도 그 일환인 것 같구...^^
어찌됐건 '좌파가 더 깨끗하다'는 명제는 참인 명제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맞아요.ㅎㅎㅎㅎㅎ7. 봄비
'10.9.5 1:53 PM (112.187.xxx.33)아... 그리고 저는 좌파가 부르조아적으로 살면 안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보통 그런 사람들을 리무진 리버럴이라고 하지요.
가령 연봉 10억을 버는 의사가 종부세와 사회복지세(혹은 부유세)에 찬성하고
상속세와 증여세 징수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강남좌파'라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뭐... 좋은 직장에 다니며 높은 연봉 받고.... 강남 요지에 거주하고...
그러면서도 의식적으로는 좌파인....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도 강남에서 노회찬 지지율이 3.2% 정도 나왔답니다.^^;;;
노회찬이 단일화 말이 없었을때는 15% 지지율을 얻었었는데... 강남에서 늘 전체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의 지지율이 나오곤 했어요.
그래서 저는 민주당 이계안 같은 사람이 아예 노골적으로 '강남좌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강남에서 출마하면...
어쩌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8. 쟈크라깡
'10.9.5 3:50 PM (118.32.xxx.101)아주 재미나게 잘 봤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처럼 잘 요약해주셨네요.
좌파니 우파니를 떠나서 생각의 기저가 다른것 같아서 씁쓸하고 부럽습니다.
또 다름글 기다려 봅니다.9. 현정부가
'10.9.5 11:32 PM (112.168.xxx.17)우파가 아니니 그렇죠.. 우파가 아니라 꼴통친일매국집단이니 문제인 것이죠..
우리나라의 최대의 문제는 저게 아닐까요?
전체의 이익보다는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에 나선 집단들이라서....
교육도 이모냥인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