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 대문에 올라온 글을 한번 더 훑어보고

[아무개]

제가 아직 갈길이 먼것 같습니다.
여러 님들의 주옥같은 말씀들 새겨듣고
기왕 발을 들여놓은것 투철한 서비스업 정신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 가게 말아먹는 친구가 되면 안겠기에...

그냥 가볍게 넋두리 한건데 대문까지 올라오니 민망해서 지울까 하다가
여러님들의 말씀 하나하나 다시 읽느라 그냥 두고 또 다른 면들을 넋두리해볼까 합니다.
뭐 재수없다 생각되시는 분들은 그냥 통과하시구요. ㅎㅎ


마트에서  - 어떤 할아버지편

며칠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등장한 할아버지.
그 비를 다 맞으며 팬티만 달랑 하나 걸친채 맨발로 저벅저벅 마트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술냄새 풀풀 풍기며 계산대 옆 쵸컬릿을 가리키며
"이거 얼마여?"
"네,350원인데요"
"외상도 되야?"
"아뇨, 안되는데요"
"이까짓거 뭐 외상이 안된다고 그랴?"
"네,제가 주인이 아니라서요"
급 난감해집니다...
어찌해야하나..두리번거리다 입구 옆에서 담배피우고 있던 정육점 총각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빨리 와달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그 총각 눈치빠르게 들어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길가로 나갔습니다.
가는 뒷모습을 그려보자면
삼각팬티도 사각팬티도 아닌
그 옛날 어르신들이 입던 반바지타입의 흰색 속고쟁이 스타일의 팬티.
앞은 굳이 얘기안해도 ...ㅎㅎ
뒷모습은 빗물에 젖어 팬티가 훌러덩 올라가 접쳐져 엉덩이 살이 반쪽 보이는..

그 할아버지에겐 어떤 사연이 있기에
비오는날 연세도 많으신 분이 그리 용감하게도 다 벗고 맨발로 다니는 건지
그냥 ...잠시... 생각했더랬습니다.

[ㅁ]

노인들 사탕이나 초콜릿 찾으면 저혈당에 빠진 당뇨환자일 경우가 많아요.
당분 공급이 곧바로 안되면 쇼크로 급사할 수도 있죠.
노숙하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당뇨환자라고 뉴스 나온 적도 있었죠.
가급적 당분 공급을 해주는게 옳아요.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이니까요.

마트 점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고, 또 자기 돈 들여 모든 사람 구제할 수는 없지요.

어쨌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노인이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 거라 믿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