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제 저녁 초2 아이와 있었던 일...(좀 길어요^^)

*^^* 조회수 : 814
작성일 : 2010-08-19 14:41:15
초2 아들녀석을 둔 직장맘입니다.
아이가 1학년때만 해도 제가 매일 해야할 일들을 메모판에 적어주면
그대로 잘 따라주던 아들이었어요.

근데 2학년 되면서 요령도 피우고 놀 궁리만 하고..(아이들은 다 그렇겠지만요..)
방학이라 너무 나태해질까봐 매일 문제집 몇장, 책읽기,구구단쓰기등을
매일 숙제로 내줬는데
어떤날은 너무 더워서 못했느니
어떤날은 노느라고 바빠서 못했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숙제나 공부등을 미뤄놓는거예요

어제도 제가 퇴근하니 허겁지겁 문제집 풀겠다고 앉는걸 보면서
조금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내준 숙제양이 많지 않습니다. 맘 잡고 하면 1시간이면 끝낼 양인데...
그래서 내일 계획표를 쓰다가 그냥 찢어버리고
낼부터 공부안해도 된다고 했어요.
월간학습지도 끊고 매일 실컷 놀라고 말하고는 제 방으로 와서
화난듯 이불 뒤집어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울고불고 잘못했다고 따라 들어왔는데 보고싶지않으니 나가라고 했어요.

근데....
제가 너무 피곤했는지 그냥 잠이 들어버린겁니다-_-(9시에...)

자다가 1시무렵에 깨서
화장대에 보니 편지가 놓여있더라구요.
A4용지로 봉투까지 만들어서...
잘못했고 다 자기잘못이며 앞으론 안그러겠다구요.
제가 찢어 버린 계획표를 주워서 퍼즐맞추기를 했는데 너무 작게 잘려서 못하겠다고ㅋㅋ
다시 계획표를 써달라구요.
그리고 아랫부분에는 <답장>란을 만들어놨어요(저보고 답장을 쓰라는거죠.ㅎㅎ)
9시30분이면 자는 아이가 친히 편지에 작성시간까지 기록(11시30분이라고..)해서
편지를 남겼는데 아이한테 미안하고 엄마 화난것때문에 잠도 못 이뤘을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어요(전 쿨쿨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는데
무서웠는지 안방에 못들어오고 거실에서 어슬렁어슬렁 하다가
제가 부르니까 울면서 들어오는데...짠 하더라구요.
계획표까지 찢어버리는 모습이 아이한테 많이 충격이였나봐요.
저도 감정조절을 잘해서 이성적으로 훈육을 해야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아무튼
답장도 써주고 잘 달래놓고 출근했는데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네요

근데...
그 야심한 밤에 어찌 찢어버린 계획표 조각들을 모아서 붙여볼 생각을 했을까요?
제 아이지만 무섭...ㅎㅎ







IP : 121.157.xxx.1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린트라
    '10.8.19 2:56 PM (118.37.xxx.175)

    어휴...기특하네요. ㅠ
    저도 초2 아들래미...저런거 꿈도 못꿉니다.
    내일부터 하지 말라고 하면 덩실덩실 춤 출 놈입니다.
    뭐 좀 하라고 하면 어찌나 해야 할 게 많아지는지...
    물 마신다, 똥 싼다, 쉬 마렵다, 배고프다...ㅠㅠ
    칭찬 많이 해주세요. 기 죽이지 마시구요~

  • 2. 아들이
    '10.8.19 3:02 PM (121.161.xxx.217)

    섬세한 아이네요... 엄마의 감정적인 태도는 약간 상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일을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성향의 아이같네요... 예쁘게 잘 키우세요.. 저희 아들놈은 제가 벼락치게 화를 내고 난리를 쳐도 한시간쯤 지나면 "우리 밥안먹어요?" 이러는 동아줄 신경의 소유자랍니다.

  • 3. <답장>
    '10.8.19 3:10 PM (210.90.xxx.75)

    란을 만들어놨다는게 너무 귀여워요...
    귀요미 아드님 꼭 안아주세요... 나름 놀랐을거예요.

  • 4. *^^*
    '10.8.19 3:14 PM (121.157.xxx.18)

    네...아이가 감성적이고 여려요.
    아기때 <섬집아기>노래 불러주면 눈물이 주루룩...
    저도 아침에 출근하면서 반성도하고 걱정도 했어요.
    요즘에 좀 컸다고 말대꾸하는거 보면 얄밉다가도 저런모습이나
    잠잘때모습 보면 엄마로서 한없이 부족한 저를 느낍니다.
    제가 '매'는 안드는데 가끔 '버럭'하는 성격이 나와서 고치려는데 어렵네요.
    감정코치 잘하는 엄마되고싶은데...육아교육서 읽을때만 주먹 불끈...현실은ㅠㅠ

  • 5. 하하
    '10.8.19 3:27 PM (211.57.xxx.106)

    우리 집 얘기 같아요^^
    제 아이도 초2인데 어느날 반성문 편지를 써서 아래에 '답장'란을 만들어놓고는
    답장을 강요하더군요..^^;;
    참.... 귀엽기도 하고 반성한 내용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저도 동그랗게 그려 놓은 계획표를 찢은 적이 있는데(어쩜 저와 이리 같으신지..^^;;;)
    아이가 잠시 후 가만히 앉아 그걸 그리고 있더군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 감정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양육을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내 몸이 힘들어지면 '나도 인간이다'는 핑계로 내가 엄마임을 잊고
    아이들에게 못할 소리도 하고 매도 대고 하네요..
    그런 날은 정말 혀 깨물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미워져요.ㅠㅠ

    원글님은 무섭다(^^)고 하셨는데 무섭다기 보단 기특하네요.
    섬세한 아이니까 감정조절 잘 하셔야 할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 말이죠..^^;;;

  • 6. 너무
    '10.8.19 6:09 PM (114.201.xxx.178)

    이쁜 아드님이네요...
    울 아이도 초2인데....
    제 아이도 섬세했는데..
    어느 덧 엄마의 버럭거림에 요즘은 능글능글....
    님 글 읽고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30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592
682629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251
682628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532
682627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88
682626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684
682625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396
682624 꼬꼬면 1 /// 2011/08/21 27,428
682623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620
682622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818
682621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65
682620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7,005
682619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225
682618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210
682617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416
682616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320
682615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646
682614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4,117
682613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66
682612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634
682611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75
682610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403
682609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53
682608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6,058
682607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557
682606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69
682605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829
682604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819
682603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41
682602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8,108
682601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847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