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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초2 아이와 있었던 일...(좀 길어요^^)
아이가 1학년때만 해도 제가 매일 해야할 일들을 메모판에 적어주면
그대로 잘 따라주던 아들이었어요.
근데 2학년 되면서 요령도 피우고 놀 궁리만 하고..(아이들은 다 그렇겠지만요..)
방학이라 너무 나태해질까봐 매일 문제집 몇장, 책읽기,구구단쓰기등을
매일 숙제로 내줬는데
어떤날은 너무 더워서 못했느니
어떤날은 노느라고 바빠서 못했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숙제나 공부등을 미뤄놓는거예요
어제도 제가 퇴근하니 허겁지겁 문제집 풀겠다고 앉는걸 보면서
조금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내준 숙제양이 많지 않습니다. 맘 잡고 하면 1시간이면 끝낼 양인데...
그래서 내일 계획표를 쓰다가 그냥 찢어버리고
낼부터 공부안해도 된다고 했어요.
월간학습지도 끊고 매일 실컷 놀라고 말하고는 제 방으로 와서
화난듯 이불 뒤집어 쓰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울고불고 잘못했다고 따라 들어왔는데 보고싶지않으니 나가라고 했어요.
근데....
제가 너무 피곤했는지 그냥 잠이 들어버린겁니다-_-(9시에...)
자다가 1시무렵에 깨서
화장대에 보니 편지가 놓여있더라구요.
A4용지로 봉투까지 만들어서...
잘못했고 다 자기잘못이며 앞으론 안그러겠다구요.
제가 찢어 버린 계획표를 주워서 퍼즐맞추기를 했는데 너무 작게 잘려서 못하겠다고ㅋㅋ
다시 계획표를 써달라구요.
그리고 아랫부분에는 <답장>란을 만들어놨어요(저보고 답장을 쓰라는거죠.ㅎㅎ)
9시30분이면 자는 아이가 친히 편지에 작성시간까지 기록(11시30분이라고..)해서
편지를 남겼는데 아이한테 미안하고 엄마 화난것때문에 잠도 못 이뤘을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어요(전 쿨쿨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는데
무서웠는지 안방에 못들어오고 거실에서 어슬렁어슬렁 하다가
제가 부르니까 울면서 들어오는데...짠 하더라구요.
계획표까지 찢어버리는 모습이 아이한테 많이 충격이였나봐요.
저도 감정조절을 잘해서 이성적으로 훈육을 해야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아무튼
답장도 써주고 잘 달래놓고 출근했는데 생각할 수록 웃음이 나네요
근데...
그 야심한 밤에 어찌 찢어버린 계획표 조각들을 모아서 붙여볼 생각을 했을까요?
제 아이지만 무섭...ㅎㅎ
1. 린트라
'10.8.19 2:56 PM (118.37.xxx.175)어휴...기특하네요. ㅠ
저도 초2 아들래미...저런거 꿈도 못꿉니다.
내일부터 하지 말라고 하면 덩실덩실 춤 출 놈입니다.
뭐 좀 하라고 하면 어찌나 해야 할 게 많아지는지...
물 마신다, 똥 싼다, 쉬 마렵다, 배고프다...ㅠㅠ
칭찬 많이 해주세요. 기 죽이지 마시구요~2. 아들이
'10.8.19 3:02 PM (121.161.xxx.217)섬세한 아이네요... 엄마의 감정적인 태도는 약간 상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일을 충분히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성향의 아이같네요... 예쁘게 잘 키우세요.. 저희 아들놈은 제가 벼락치게 화를 내고 난리를 쳐도 한시간쯤 지나면 "우리 밥안먹어요?" 이러는 동아줄 신경의 소유자랍니다.
3. <답장>
'10.8.19 3:10 PM (210.90.xxx.75)란을 만들어놨다는게 너무 귀여워요...
귀요미 아드님 꼭 안아주세요... 나름 놀랐을거예요.4. *^^*
'10.8.19 3:14 PM (121.157.xxx.18)네...아이가 감성적이고 여려요.
아기때 <섬집아기>노래 불러주면 눈물이 주루룩...
저도 아침에 출근하면서 반성도하고 걱정도 했어요.
요즘에 좀 컸다고 말대꾸하는거 보면 얄밉다가도 저런모습이나
잠잘때모습 보면 엄마로서 한없이 부족한 저를 느낍니다.
제가 '매'는 안드는데 가끔 '버럭'하는 성격이 나와서 고치려는데 어렵네요.
감정코치 잘하는 엄마되고싶은데...육아교육서 읽을때만 주먹 불끈...현실은ㅠㅠ5. 하하
'10.8.19 3:27 PM (211.57.xxx.106)우리 집 얘기 같아요^^
제 아이도 초2인데 어느날 반성문 편지를 써서 아래에 '답장'란을 만들어놓고는
답장을 강요하더군요..^^;;
참.... 귀엽기도 하고 반성한 내용을 보니 짠하기도 하고..
저도 동그랗게 그려 놓은 계획표를 찢은 적이 있는데(어쩜 저와 이리 같으신지..^^;;;)
아이가 잠시 후 가만히 앉아 그걸 그리고 있더군요.
어찌나 미안하던지...
내 감정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양육을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내 몸이 힘들어지면 '나도 인간이다'는 핑계로 내가 엄마임을 잊고
아이들에게 못할 소리도 하고 매도 대고 하네요..
그런 날은 정말 혀 깨물고 싶을 정도로 제 자신이 미워져요.ㅠㅠ
원글님은 무섭다(^^)고 하셨는데 무섭다기 보단 기특하네요.
섬세한 아이니까 감정조절 잘 하셔야 할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 말이죠..^^;;;6. 너무
'10.8.19 6:09 PM (114.201.xxx.178)이쁜 아드님이네요...
울 아이도 초2인데....
제 아이도 섬세했는데..
어느 덧 엄마의 버럭거림에 요즘은 능글능글....
님 글 읽고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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