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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딸, 엄마와의 갈등..

... 조회수 : 1,842
작성일 : 2010-08-19 11:50:27
32살이나 먹어서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어요.

아니 극복했다고, 나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요즘에 와서 다시 그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의 이 상황을 잘 극복해내면 내 자신이 한층 성숙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사춘기때보다 더 힘이 듭니다.

저희 엄마는 제가 어린 시절 요리며 간식이며 다 손수 특급으로만 만들어주셨어요.

소풍갈 때면 지금 엄마들 못지 않은 예쁜 도시락도 만들어주셨고 제 김밥은 모두가 좋아했을 정도죠.

저희 아빠 역시 다정합니다..이렇게 다정한 아빠가 또 있을까 싶네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능력"이 없어요.

서울의 모대학도 졸업하고 책도 좋아하고 남들이 보기엔 인텔리인데..돈버는 취미가 없다고 할까 엄마랑 이상향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거죠.

엄만 아빠랑 결혼하고 굉장히 힘들었나봐요.

그도 그럴 것이 기가 무척 쎈 고모가 5명에 할머니까지.. 아무튼 대충 보고 자란 것만 해도 내가 본것이 실제인가?싶을정도로 엽기적이예요.

워낙 예민했던 엄마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항상 날카로웠던거 같아요.

저한테는 굉장히 엄했어요.

엄마한테 칭찬받은 기억이 없어요 물론 해주셨겠죠..그런데 기억에 남아있는건 언제나 화내는 모습, 혼나는 상황.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혼날 것도 아닌데...특히 욕심이 없다고 많이 혼났네요.

그건 아빠와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그랬던거 같아요..아빠가 욕심없이 살아 이모양이꼴로 산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는 마이 페이스로 남들과의 경쟁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정해놓은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하는데 엄마는 1등 해야지.왜 이리 답답하니.왜 이렇게 욕심이 없니.왜 이리 노력을 안하니.하고 안타까워 하며 큰소리를 냈어요.

공부는 늘 1등은 아니었지만 잘한 편이었거든요. 저는 만족했구요.하지만 엄마의 저런 말들이 저를 주눅들게 했어요. 내가 참 못났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엄마랑 친구처럼 지낸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하고 정말 궁금했을 정도예요.

얼마 전 4살터울 여동생에게 "너도 엄마 무서웠어?" 물어보니깐.."혼날 땐 무서웠지."라네요..

그런데 저는 항상 엄마가 무서웠거든요..공포 그 자체.

어릴 때 뭐 사달라고 땡깡부려본 적도 없어요.갖고 싶다고 하다가도 엄마가 "안돼" 한마디 하면 더 이상 안조르지 않았어요.

어릴 때 저를 생각하면 예민하고 잠도 잘 못자고 결벽증에다가 강박증까지..스스로 생각할 때도 전혀 귀여운 아이가 아니었고 어쩌면 정상이 아니었던거 같아요.

무서움도 남들보다 훨씬 많고 남들이 심지어 엄마가 생선을 발라주셔도 반찬을 올려주셔도 불결해서 안먹었어요.

남이 먹던 젓가락으로 뭘 주거나 아니면 컵을 공유해서 쓴다거나 하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새 컵으로 마실 때도 꼭 손잡이 부분이 있는 쪽으로 입을 대고 마셨어요.

뭘 하나를 만지면 바로 가서 손씻고 좌우대칭이 되어 있지 않으면 미치고 팔짝 뛸거 같았어요..

하지만 그걸 내보이면 이상하다는 걸 인식해서인지 아니면 엄마한테 혼날거라는 생각때문인지 겉으로 심하게 표현은 안했어요.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쓸 때 ㅇ이 딱 맞물리지 않거나 하면 계속 저 ㅇ을 완성해주고 싶다..바로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죽을 것만 같았죠.

노트 필기며 모든 정리정돈이 완벽했어요. 책 정리도 가나다 순 아니면 번호 순 아니면 크기 순으로 딱딱딱 맞췄고 책상 속 정리도 정말 뭐 하나 삐뚤어지지 않게 했었죠.

동생이 뭐 하나만 건들여도 바로 알아챘어요.

나는 우울한 인자를 지니고 태어났나보다..싶었어요.

이런 나를 키우는 엄마가 참 힘들었겠다..고마웠어요.

내가 저런 성격인건 엄마가 결혼하고 나를 임신했을 때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예민해서 그럴거야 라고 이해하면서 엄마를 가엽게 생각했어요.

엄마를 이해하고 모든 상황을 극복했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결점도 인정하고 (인정하니 편해지더군요) 강박증이나 결벽증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은 너저분하게 살아요.

극복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어요..미치고 팔짝 뛰겠는걸 참고 하고 보고 했더니 점점 괜찮아지더라구요.

살짝 예민한 감성과 불면증은 남아있지만...

그런데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 엄마를 이해했다고 극복했다고 했던 것도 다 오만이었고 정신차리고 생각해보니 가여운건 엄마가 아닌 어린 시절의 내자신이더라구요.

어릴 때의 제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그 때 그렇게 예민하고 특이한 걸 엄마는 알았을 텐데 왜 좀 더 보듬어주지 못했을까. 좀 더 따뜻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내 성격을 잘 캐치해서 혼내는 것보다 다른 쪽으로 유도를 해주었으면 지금의 내가 아닐텐데..싶으면서 그 시절들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고여러 감정이예요.

지금 엄마가 너무 미워요.

저는 지금 해외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여기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다행히 일년에 두세본 볼까 말까죠.

사실 지금 여기 생활이 굉장히 힘들어요..사람들과의 관계가..

때때로 여기서 사는게 너무 외롭고 힘들 때가 있는데 살짝이라도 내비치려면 빈말이라도 언제든 돌아와..이런 말은 커녕 언젠가는 조금 더 거기서 더 벌어야 하는데...이러셨어요.

그 말을 1년도 전에 하셨는데 아직도 불쑥불쑥 그 말이 떠올라 화가 나고 섭섭해요.

제가 매달 생활비를 보태지는 않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아님 보너스 받거나 목돈이 모아졌을 때마다 조금씩 엄마를 드렸어요.

그런데 어느날 가지고 들어갈 것들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엄마가 계산하시면서 "너가 돈 줘도 결국 이런데 다 들어가."하시는데 물론 웃으면서 말했고 말 한 의도도 알아요.

제가 돈 드릴 때마다 미안해서 그런거라는걸 알면서도 그 말도 상처가 됐나봐요.

제가 한국가면 교통카드겸 신용카드를 빌려 쓰기도 하는데 그 말 이후에는 마트에서 장보면 계산을 다 해주셔도 올 때 다 돈으로 드리고 와요.

요번에도 올해까지만 이 회사 일하고 내년엔 귀국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당당하게 귀국의사를 밝혔더니 지인이 다른 지역에 회사 있다고 전직하고 싶음 얘기하랬었거든요..

그 얘기를 하면서 거기 알아봐..이러시네요.

어릴 때부터 속상한 일이 있어 풀어내면 제가 좀 잘못했어도 우선 편을 들어줘야 하는거잖아요..그런데 절대 그런거 없었어요. "그 사람이 그렇게 나오는건 너가 무슨 문제가 있었다거나 잘못이 있었던건 아니니? 잘생각해봐"..늘 이런식.

그러다보니 엄마에겐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죠..지금도 마찬가지예요..무슨 얘기를 하다보면 당신은 굉장한 어드바이스라고 해주시지만 그저 저는 답답하데요.

그럼 또 전 속으로 '괜히 얘기했어, 다시는 엄마한테 속엣말 하지 말아야지'생각합니다.

과년한 딸이 남자친구도 없이 남들 다 결혼해 자식들도 있는 나이인데도 결혼해라 한마디 없는 것도 섭섭하고

그렇다고 결혼이 하고 싶은건 아닙니다만_이것도 어려서부터 결혼식 해줄 능력안되니 니들이 모아서 가라.라는 말을 하도 듣고 자라서 결혼이라는거 자체에 굉장한 부담을 느끼고 자랐어요.

내가 모아서 하는거 물론 당연하지만 어려서부터 저런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보니 노이로제에 걸리더라구요.

"거기서 혼자 외롭지.힘들지."이런 얘기 한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이런 것들을 너무 누르고 살았는지 감정이 갑자기 화산처럼 터져서 주체를 못하겠어요.

엄마랑은 이런 얘기를 할 자신이 없어요..엄마도 힘들테니깐요.

동생이 그러더라구요, "엄마가 언니한테 굉장히 미안해해..어느날 언니 일기를 읽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대"

하지만 저한테 직접 그런 얘기를 하시진 않았죠.

한번 이렇게 두서없더라도 글로 써보고 싶었어요..내 마음속 분노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나 긴 두서없는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일기는 일기장에..이런 댓글도 달릴 만 하지만...

왜 그런거 있잖아요..

아는 사람에겐 낱낱히 밝히긴 싫고 모르는 누군가라도 좀 읽어주고 위로라도 받고 싶은?

제가 오랫동안 연애도 못하고 남친도 없어 괜히 화살이 엄마에게로 돌아가는걸까요?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인생 혼자이고 나를 위해주는건 이세상에 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하고 산지도 꽤 오래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터져버렸는지...
IP : 125.102.xxx.3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8.19 11:58 AM (203.226.xxx.240)

    저랑 비슷하시네요. ^^;
    다른점이 있다면 엄마의 스트레스 원인은 아버지의 폭력.
    암튼..저도 비슷한 유년을 보냈어요.
    결혼하고..한순간 폭발해서..완전독립을 선언했어요.
    엄마에게 원하는 바 하나도 없고 나도 더 이상 엄마에게 이런식으로 당하기 싫다고.
    서로 예의 지키며 거리두고 살자고.
    나에게 상처주지 말라고.

    한 반년은 난리도 아니었어요. 새벽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어 울부짖지를 않으시나..
    답장 무시했다고 출근한 사람한테 전화해서 진짜...아..말로 어떻게 설명할까요..

    지금은 일정 거리를 둔 모녀지간으로 지내요.
    제가 다 놓았어요. 엄마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이전처럼 저에게 모진 소리 하는거 듣고 싶지 않아 속내를 이야기하거나 살뜰하게 챙기지 않아요.
    화해와 발전이 힘들거 같아 그냥 포기하고 살아요.
    남편이 아니었다면 평생 친정집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을거예요.

  • 2. ..
    '10.8.19 12:05 PM (121.136.xxx.202)

    대학간 딸을 두고 있는데, 저도 혹시 나중에 딸이 저에게 저런 섭섭한 심정을 비추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많이 속상하시죠? 토닥토닥

    엄마를 이해하세요.
    그래도 본인을 제일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 뿐이에요.
    오랜 타향살이에 외로움, 우울감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엄마도 어쩌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그런걸텐데, 탓해봤자지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엄마를 이해해 주세요.
    성격상 마음은 한가득인데, 살갑게 대하지 못하시는걸거예요.

  • 3. ,,
    '10.8.19 12:15 PM (121.160.xxx.58)

    '엄마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 엄마를 이해해 드리세요.

  • 4. 아마도
    '10.8.19 12:37 PM (124.61.xxx.78)

    원글님 어머님은 따님은 자신과 다르게 능력있어서 혼자 외국에서 살고
    힘겨운 시집살이, 고달픈 아내, 끝없는 엄마 역할 안해도 되니...
    그걸로 안심하고 위로받으시는게 아닐지요?

    어머니 좋으신거예요. 울 언니 친구요. 집안끼리 억지로 시켜서 했는데 알고보니 사기결혼. 그래도 똑똑하고 돈도 많아서 외국 유학갔어요. 거기서 인연 만나서 행복해졌다는데... 수면제 없이 못자던 딸이 드디어 살만하다는데도... 외국인사위 절대 인정못한다고, 돌아와서 교수 안할거면 연끊자고 친정어머니가 먼저 그러셨네요. 딸 인생망친 정략결혼은 안창피하고 국제결혼만 창피한가요?
    어머니 입장에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이해해주세요.
    맏이하고 둘째하고 원하는거, 바라보는 거자체가 또 달라요. 그건 다들 자식 낳아봐야 안다고 그래요.

  • 5. ..
    '10.8.19 1:35 PM (203.226.xxx.240)

    위에 댓글 단 사람이지만..
    원글님 위로하라고 하신 말씀이신줄은 알지만..참 쉽게 어머니를 이해해라 용서해라 하시네요.
    어머니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것도 아니고...
    원글님께서 용서를 마음속으로 안한것도 아니고..
    해도 해도 앙금이 남아 다시금 마음에 차오르는 슬픔과 외로움때문에 고민하고 계신데..

    저도 자식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자식낳으면 부모심정 이해한다고 하지만, 전 제 자식 낳고보니..엄마가 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때당시 엄마는 참 어린 사람이었고, 어린마음에 자식에게 행하는 일이 뭔지도 모른채 저지르셨구나...이정도로만 덮어두고 넘어갈 뿐입니다.

    원글님..이해가 안가고 슬픔이 차오르면...그냥 그걸 인정함으로써 극복하세요.
    모든 관계를 모든 앙금을 다 풀어야 한다고 생각지 마세요.
    어머니를 용서못하고 늘 마음으로 증오해야 하는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마시고 자책하지 마세요.

    제가 님께 딱히 해결책을 드리기는 힘들지만...그저 마음으로 위로합니다.
    좋은 사람 만나셔서 좋은 가정 꾸리세요.
    새롭게 꾸려진 가정이...지금 저에게는 가장 위로가 됩니다.

  • 6. ..
    '10.8.19 1:41 PM (24.130.xxx.225)

    위로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님처럼 살았었어요. 저의 경우는 엄마의 기대에 늘 못미치는 둘째였답니다. 언니와 여동생은 늘 탑이었구요. 엄마 맘에 들어볼려고 발버둥쳐보던게 제 어린시절 모습이에요. 그래서 아주 바보같이 살았어요. 제가 능력은 안되는 거 잘 알고서 무조건 바보같이 착하게 나갔어요. 그런데 그게 제 모습이 아니었던 거죠. 제가 대학교 가면서 완전 폭발하더라구요. 사춘기도 그냥 지나가버렸는데 그게 대학교 2학년때 완전 폭발해서 어쩔 수 없이 상담받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상담선생님 조언으로 1년동안 미국에 어학연수 갔던 게 많이 도움이 되었었어요. 상담받으면서 느낀 게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불쌍하다..이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리고 엄마도 많이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두요. 인간적으로 엄마를 보니까 엄마가 불쌍해지고 이해가 가더라구요. 원글님께서 꼭 이해를 하라는 건 아니지만, 일단 엄마가 불쌍하게 느껴지면 좀 거리 두는 것도 편하고 어린내가 받았던 상처도 좀 이해가 갈꺼예요. 상담을 권해요. 저도 지금까지도 아주 행복해진 건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어요. 엄마한테 화도 맘대로 내요 ^^

  • 7. 원글
    '10.8.19 2:37 PM (125.102.xxx.34)

    말씀 한마디 한마디 모두 감사드립니다.

    댓글 두번 써주신 203.226님..

    "해도 해도 앙금이 남아 다시금 마음에 차오르는 슬픔과 외로움"에 저의 모든 기분을 이해받은 느낌에 눈물이 나네요. 고맙습니다.

    천천히 극복해나갈께요..엄마한테 화낼 수 있는 그 날까지^^

    이래서 82를 못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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