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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간의 보살핌 노동의 지긋지긋한 사슬

깍뚜기 조회수 : 772
작성일 : 2010-08-17 14:36:52
아래 비슷한 쟁점으로 격하게 논의가 되길래
원론적인 이야기나 하고 가렵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싫으신 분은 패스~
아, 저도 '~하면 패스~' 이말 꼭 써보고 싶었어요 ㅋ)

왕왕 베스트글에 오르는 글들에서처럼 우리 사회가 진짜 과도기 맞는 거 같습니다.

교육마치고 취직하고 월급받고 살기도 빠듯해
서울이 싫어도 직장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에 있어야 하니
주거 비용은 턱없이 비싸, 그러니 결혼을 해도 실질적인 독립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 정황
분명이 있지요. 그러다 보니 부모의 금전적 도움을 받아서 결혼 생활을 시작한 것과
아닌 것과의 자산 차이는 극명하지요. 사람인지라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 비교도 하게 되고
속상해도 하고 뭐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인지상정이고요.
(다만 가족 간에도 굳이 뭔가를 바라면 기브 앤 테이크가 되어야 하는데, 부모가 해주는 거에
비해서 부모가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 부모에게 해주는 심정에 있어서는 동등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해요. 역시 '내리사랑' 이라서 일까요? ;;;
그리고 살림살이가 빠듯하다는 말도... 상대적인 것이, 특히 이 곳에는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에 힘들어 하시는 분이 유독 많긴 하지요. 그 분들의 고통 자체에 어찌 왈가왈부
하겠습니까만은... ㅠ)

그 와중에 여자들은 육아, 가사노동, 맞벌이라는 트리플 악셀의 희생양이 되고 있구요.
고등 교육을 받는 비율이 이제 남성과 거의 동일한데도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무수리의
신분을 벗어나기가 어렵고, 아이가 크면 크는대로 자녀 교육에 대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스트레스도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몫이 크지요.

그렇다고 우리의 부모세대는 어디 살기 편한가요?
자식들 키우느라 버는 돈 다 쓰고, 노후자금이 부족할 시에는 존재 의미마저 고민할 정도로
스스로 걱정, 자식들의 눈치, 게다가 노인 복지도 일천한 마당에 자식들 결혼시키느냐
등골이 휠 정도에요. 저는 가난한 우물한 개구리다보니 자식 결혼에 집이나 비싼 전세 해주는
분들 보면 눈이 띠용~하고 돌아갑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육아가 사회화되지 못하다 보니
친정 혹은 시부모는 결혼한 자식이 출산을 계획할 때에 정도상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아이를 봐주는 문제를 둘러싸고 고민과 갈등에 휩싸이게 되지요.
여기서도 실질적으로 돌보는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 할머니들. 그 중에서도 친정 엄마가
좀 더 심리적 압박을 받는 거 같더군요.
물론 아래 글의 일부 댓글처럼 그래도 '남'보다는 피붙이가 돌보는 게 육아의 질이 높지 않겠느냐
란 말씀을 하시는데, 저도 직관적으로 맞다고 느낍니다. 확률적으로요. 그렇지만 그런 논리를 일반화하자고 들면 육아가 거의 사회화된 나라에서
맞벌이 여성이 아이를 기관에 맡겼을 때 그 아이들이 다 애정 결핍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다소 과하게 말했지만, 여성이 양육의 거의 전적인 책임자, 그에 대한 보조로 전세대의 여성이 동원되는
사회적 요인보다는 아이가 이쁘고, 내 자식이 힘들고, 그래도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감사~ 수준을 넘어서
누구네 집은 다 해주시던데, 이런 식으로 개인 대 개인의 호불호와 감정 논의로 가다보면
결국은 여성들끼리 육체적 정서적으로 만신창이가 되는 것 같아요.
서운함이 서운함을 낳는 서운함의 악순환.
어느 댓글님 말마따나 이런 점에서 자식 세대는 부모세대와 정서적으로,
자신들이 부모에게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문제 앞에서는 '독립'하기를 바라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부모에게 의존적인 경우도 많구요.

결국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짐을 대부분 여성들이 짊어지고 나가는
그 지긋지긋한 보살핌 노동의 사슬을 끊거나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인데, 즉 잘못은 제도, 구조, 잘못된 인식에 있는데
우리가 그걸 알면서도 현실이 부박하다보니 자꾸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오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이 원론을 알고 있다고 해도 당장 자신의 현실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맞지요.
다만 원인과 결론이라도 분명히 해야 앞으로 사회가 달라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덧붙여 부모 세대의 노동력을 활용하지 않는다해도
현재로선 육아 비용은 거의 개인의 몫이지요.
진짜 서민의 입장에서 전일 육아 도우미 비용은 정말 ㅎㄷㄷ이지요.
그분들의 노동에 대한 댓가가 과하다는 게 아니라,
결국 이 비용도 개인에게 전가되면 이미 우리는 뱃속부터 양극화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단 의미이구요.
아이가 커도 교육이 공공부문의 몫이라는 생각이 더욱 희박해져서
실제적으로는 교육이 거의 시장화되있는 마당에
역시 돈없는 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끔찍한 사회.

다들 사는 게 많이 빡빡하고 힘드시지요?
저도 그래요. 그리고 출산과 육아가 아마도 조만간 닥칠 일이라서
그런 갈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구요.
'그럴수록' 한가하게(?) 이런 원론적인 신소리를 해봅니다요.

아이는 너무나 예쁘고, 존재자체가 감동인데
그 아이를 기르는 일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요? ㅠㅠㅠ
그리고 이런 사회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제가 부모세대, 노년이 되면
고진감래가 아니라 고통의 악순환이 될텐데 말이죠.




IP : 122.46.xxx.130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8.17 2:51 PM (203.226.xxx.240)

    대학때 독서토론을 했던적이 있습니다.
    공대라 남자 동기들이 대다수였고 여자 동기도 몇몇 있었는데..
    책제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제는 일하는 여성과 출산 육아에 따른 노동력 저하 또는 상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남자 동기 하나가 했던말이 기억나네요.

    "출산/육아와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업무능력이 저하된다면 회사 퇴사는 당연한 일이며 이윤추구가 최대 목표인 기업에서 기혼의 여성인력에 대한 부당대우는 어찌보면 당연한 거다"
    남자 동기들 대부분 일정 부분은 동의 했던걸로 기억납니다.

    출산/육아가 단순히 "한 개인"에 해당되는 일로 인식된다는게 참 무섭더군요.
    지는 나중에 결혼해서 애낳고 키우면서 안살껀지...
    그때가 1996~7년 사이었던거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기업의 최대이념이 "이윤추구"냐고.."인류번영"이 가장 최상위 이념이어야 되지 않냐고 반문했어요. 이윤만 추구하는거면..기업이나 사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구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이나 인류의 지속적 번영에 관심없는 기업은 존재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지만...뭐...어쨌든...

    결론은 2010년 현재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로 나타났지요.
    지금 일부 기업의 인력 구조가 심각한 역삼각이듯(고직급수가 많음)
    - 경기가 좋지 않아도 무차별 인원감축은 힘들어서 짜를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신입사원의 채용수를 줄이고 있고, 아랫직급 수는 적은데 실무량은 과도하게 늘어나 아래직급의 사람들이 관두거나 이직하는 상황으로 인해서요 -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의 구성도 심각한 역삼각이 되겠지요.

    그 남자동기 지금 저랑 같은 회사 근무합니다. ^^;
    다음에 만나면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출산/육아가 "한개인"이 책임지고 완수해야하는 그야말로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구요.

  • 2. ㄴㅁ
    '10.8.17 2:58 PM (115.126.xxx.174)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보니,..출산율이 저조할 수밖에요 여자도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하니
    여성인력에 부당한 대우..자신이 낳아 돈 처넣어 고등교욱까지 시킨 지 자식이 그런 대접도 받아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려나...

  • 3. ...
    '10.8.17 3:42 PM (203.249.xxx.21)

    맞아요....이런 시대에 아이 많이 낳는 여성들은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애국자들이라고 진심 생각해요...ㅜㅜ

  • 4. 초치는일인
    '10.8.17 9:59 PM (59.4.xxx.137)

    인구 좀 줄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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