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엄마와의 관계-유지나, 단절이냐.

고민 조회수 : 1,592
작성일 : 2010-08-14 18:23:59

조금 전에 한 두 시간 동안 엄마랑 전화하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눈이 퉁퉁 부었네요.

몇 달 전부터 엄마보고 제 집에 좀 오시라고 했어요. 저는 혼자 사는 삼십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재작년에 큰 수술 하느라 저승문턱까지 다녀왔고 작년 여름엔 이사까지 했죠. 올해엔 직장을 옮겨서
정신없이 바빴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위궤양, 위염이 겹쳤다네요.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엄청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보고 좀 와달라고 했는데
일이 바쁘고 올케 출산 때문에 힘들다고 하시네요. 엄마는 아버지랑 과수원을 하십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애원을 하니 지난주 쯤에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난주에 엄마에게 연락했더니 외삼촌댁에 가셨다는 겁니다. 별일이 있어서 가신건 아니고 그냥 휴가.

저는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났어요. 몇 달 째 그렇게 와달라고 연락을 드렸는데도 이 일 저 일 핑게를 대시더니
저한테 오시기로 약속한 날에도 연락없이 그냥 외삼촌댁에 가버리시고선

"내가 돌아다니는걸 왜 일일이 너에게 보고를 해야하느냐. 너 만나러 가기 싫다. 너희 집은 가구도 구질구질해서 가기 싫다."세요.

그래서
"언제쯤 우리집에 오시겠다고 약속했쟎아요. 저도 엄마 오시기 전에 청소도 하고 이일 저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라도 해주셨으면 좋았는데 연락도 없이 안 오시면 어떡하냐"

고 했더니...엄마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아프면  약 먹으면 되었지 엄마가 가서 뭐하냐고. 만나기 싫다고. 그거 가지고 안 죽는다고 하십니다.

사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저를 싫어하셨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섭섭하다고 하시면 한밤중에 옷 벗겨서 내쫓으셨구요. 아빠가 찾아서 집에 데려다 주셨죠. 먹는 걸로도 차별해서 동생은 계란 노른자 주고 저는 부서진 흰자만 주셨죠. 동생은 많이 아프니까 돌봐야 하고 저는 안 돌봐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구요. 커가며 사교육이나 용돈 이런거 동생만 편애한거 열거하자면 끝이 없네요.

지금은 제가 좋은 학교에서 박사받고 좋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엄마 오시면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보여드리고 도서관 이용을 위해 서류까지 다 만들어 놓은 상태인데 엄마는 저에게 억지쓰고 상처만 주고 안 오신답니다.

결론은 이거에요. 엄마는 날 싫어하고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도 엄마니까 오해도 풀고 관계도 잘 유지하고 싶은데 엄마는 저한테 "이날 이때껏 자기만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 이제야 엄마 찾느냐. 난 피곤하다." 이러십니다.

엄마랑 관계를 유지해가면서 사느냐
아니면 죽을때까지 관계를 끊고 사느냐에요.
엄마 연세가 육십 넷인데 이제와서 바뀔거 같지도 않고요. 이모들도 엄마하곤 연락 안 하고 삽니다.
엄마는 친구도 없어요. 오로지 남편과 아들 며느리, 손자밖에 모르십니다. 아들과 며느리와는 함께 사는데 용돈을 넉넉히 안 드려서 엄마가 과수원에 나가서 일하시는 거에요.

몇 시간 동안 생각을 해봐도
차라리, 엄마가 없다 생각하고 사는 편이 나을거 같아요.

엄마랑 전화만 하면 저한테 모진소리 하고 죽던지 말던지 신경 안쓰신다니까요.
엄마가 화나서 진심 아닌 말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에요. 엄마 정색하고 냉정하게 말하십니다.
저는 저대로 이럴거면 왜 낳았나 싶죠. 사실 우리 엄마는 젊었을 때도 제 생일 자주 잊어버리셨어요. 저는 엄마 생신 한번도 잊은 적 없는데.

오죽하면 저한테 재혼남에게 시집가라고 하신답니다. 미혼남이고 저랑 어울릴만한 남자한테 시집가려면 혼수해가야할텐데 그 혼수 해줄 돈이 없다면서요.(동생 장가갈 땐 빚 얻어서 집 사줬습니다.) 제가 공부를 오래 하느라 모아 놓은 돈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출도 좀 받고 하면 남들 해가는 만큼 해갈 수 있을거 같은데 엄마는 당장 저에게 돈 해주기가 싫어서 재취자리나 알아보라고 하시네요.

저는 대인관계도 좋고 직장에서 능력도 인정받는게
가정에선 이렇듯 모진 소리 듣습니다. 아무리 엄마라지만 계속 연락해봐야 제 마음만 상할거 같네요.

혹시 82회원님들은 이런 경우 없으신가요?
IP : 163.152.xxx.117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맛
    '10.8.14 6:29 PM (121.151.xxx.89)

    아들 밖에 모르는 어머니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월이 흘러가면 그 어머니가 사탕밖에 모르는 철없는 아이같이 귀엽게도 보일 때가 올 겁니다.

    내가 원하는 어머니를 원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의 어머니를 바라 보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 2. ..
    '10.8.14 6:31 PM (183.102.xxx.165)

    아, 그냥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전 그런 경우는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저라면 엄마랑 잠깐 단절을 하고
    혼자서 지낼거 같아요.
    근데 저도 살아보니 그런게 있더라구요. 어릴적 부모 사랑 많이 못 받은 자식이 커서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거..어릴적 못 받은 사랑을 다 커서도 갈구하는거죠..
    전 그냥 원글님이 잠시나마 어머니 생각은 잊으시고 혼자서 건강 회복하시기 바래요.
    그리고 꼭 좋은분 만나셔서 행복한 가정 꾸리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 3. 로짱
    '10.8.14 6:35 PM (121.158.xxx.109)

    정말 친어머니 맞으세요? ㅜㅜ
    자식 다 키워 놓아도
    콜록 기침만 해도 걱정하시는 게 엄마 마음인데.. 아픈 자식 그렇게 나몰라 하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원글님 우선은 몸을 챙기셔야 할 상황이니
    어머님 문제 너무 속상하고 화 나시더라도 좀 미루어 두시고
    우선은 회복에만 전념하세요.

    꼭 건강해 지시길 바래요.

  • 4. 저도
    '10.8.14 6:38 PM (121.129.xxx.165)

    엄마랑 아주 안좋은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날 엄마가 정신이 반쯤 나간 얼굴로 연락도 없이 저희집에 왔더랬어요,.
    잘못걸린 전화를 받으셧나본데...
    엄마.. 나야... 나 아파... 그렇게 어떤 여자가 흐릿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전화가 끊겼대요.
    그 전화를 받고 엄마는 정신없이 저를 찾아오신거죠.
    너 아픈거야? 너 아파? 너... 괜찮은거야?
    엄마는 넋이 나가있었어요... 그날...
    저는 그때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너무너무 서운하고 화가날때도 그때의 엄마얼굴을 생각하게됩니다.
    어느정도는 엄마와 딸은 다 애증의 관계인거 같구요..........
    오늘은 원글님 글을 읽으면서 딱 이런 생각이 드네요.
    검사해보세요.... ㅜㅜ
    하... 이건 드라마도 아니고...
    정말 친자식인데... 아프다는데....

  • 5. ....
    '10.8.14 7:39 PM (220.118.xxx.187)

    딸아들 차별하시는 분이시군요. 더군다나 님은 첫째고
    보통 첫째때는 얼떨결에 육아도 당황한가운데...뭣모르게 지나버리죠.
    둘째는 좀더 여유롭고 옛날분이니 더군다나 아들이라 더 예뻤겠죠.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생각도 갖고 계신듯하고...
    어머님이 이성적으로 협상이나 대화가 가능하실지요.
    스스로 정한 편협한 사고에 갇혀지내시는듯
    저라면 기회대는데로 님의 사회에서의 위상이 어떤지는
    알게 해주세요. 님보다는 아들,며늘,손자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많으니 그들이 가족이고 님은 맘에서 이미 내보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마음이라는건 조금씩 변할 수도 있으니 대화는 시도해보세요.
    의외로 생각이 아이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 6. 책 추천
    '10.8.14 8:14 PM (112.148.xxx.216)

    아델 페이버, 일레인 마즐리시가 지은 '천사같은 우리애들 왜이렇게 싸울까?' 라는 책
    추천할께요
    육아책이라고 분류되어있는데 사실 엄마 아빠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 같아요
    특히 7장 과거와 화해하기 부분, 저는 참 도움이 많이되었답니다.
    힘내세요

  • 7. 아무래도
    '10.8.15 7:06 PM (61.101.xxx.48)

    검사 한 번 받아 보세요.

  • 8. ...
    '10.8.16 5:28 PM (211.114.xxx.163)

    에휴... 빨리 건강을 찾으시길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6225 배려심없는 이웃 16 배려 2009/10/22 1,777
496224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새희망 2009/10/22 2,065
496223 메이플 스토리 황당.. 2009/10/22 225
496222 초2아들.. 신종플루 의심되면요.. 6 초딩맘 2009/10/22 704
496221 10월 22일자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프레시안, 조선 만평 2 세우실 2009/10/22 137
496220 중학교 체력장.. 체력장 2009/10/22 180
496219 결혼기념일...날 구제해줘서 고마워....나도해야해? 6 케이규 2009/10/22 617
496218 주먹밥만들때..질문요 3 .. 2009/10/22 519
496217 아이 열 나면 학교 보냄 안 되겠죠? 4 ... 2009/10/22 497
496216 2가지중에 뭘로 사는게 좋을까요? 5 골라주세요... 2009/10/22 461
496215 산본에 사시는분 어떤가요? 이사갈려고 하는데.. 10 살기좋은곳?.. 2009/10/22 1,250
496214 마트에 아기 가져가는 여자 있습니다. 39 무서운 세상.. 2009/10/22 9,910
496213 애봐주시는분이 우유를 타고 떨어트려 깨진우유젖병을 물린것 같아요 3 어떻게 해요.. 2009/10/22 689
496212 쌀쌀해진 날씨만큼 외로워요! 1 외로워요 2009/10/22 229
496211 얼룩이 눈썹을 가지고도 행복한 나! 1 모나리자 2009/10/22 319
496210 유통기한 지난 올리브유가 3병이나 있어요.. 9 2009/10/22 1,750
496209 초3 알파벳만 겨우 아는데 뭐부터해야 될까요? 7 영어초보 2009/10/22 670
496208 급질)중1미술 작은 곤충만들기가 수행평가에요. 1 곤충 2009/10/22 496
496207 추운날씨되면 피부에 각질 일어나는거요... 3 강캔디 2009/10/22 778
496206 바이오세라볼 친환경 2009/10/22 187
496205 제가 속좁은 건가요.. 치사한건가요...? 21 속좁은가 2009/10/22 2,641
496204 최고의 대통령 여론조사 결과 '리서치 앤 리서치’ 2 최신 2009/10/22 560
496203 뚱뚱한 사람도 그런거해??-일산RUF아시는 분~~ 4 부숴버릴거야.. 2009/10/22 1,493
496202 물김치로 요리? (담근지 꽤된 물김치가 한통가득 있어요) 4 물김치구제 2009/10/22 377
496201 부자 10%가 75%(거주주택 제외 총자산)를 가진 사회 6 세우실 2009/10/22 331
496200 참여정부땐 '39등' 했다고 두들겨패더니 조중동, MB정권은 '69등' 해도 괜찮은.. 5 청순한 뇌 2009/10/22 550
496199 마음이 깨지는 것 같네요. 1 마음이..... 2009/10/22 527
496198 ikea kura 침대요... 1 몇살까지 사.. 2009/10/22 543
496197 불당까페 회원이신 분.. 가입 좀 도와주세요. 3 불당까페 2009/10/22 1,132
496196 늘 화내는 남편 2 슬퍼요 2009/10/22 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