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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부탁드려요...
지금은 삼십대 후반인데 ...아이도 둘 있고...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고등학교때 부터 느낀건데요...
친구들이나 회사에서 사람들이 저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누군가 소근대면 제 욕을 하는것 같고...은근히 저를 왕따 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점점더 사람들을 멀리하고 친한 사람하고만 지내려고 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꿀릴것도 없고, 어쩌면 저를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는데도 말이예요.
심각한건 아닌데 잠깐씩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회사에서는 친한 사람하고만 친하고 다른 사람들 하고는 눈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요.
친하지 않은 사람하고 말하고 어쩌고 하는게 귀찮아요.
친한 사람들 하고는 엄청 재미있게 잘 지내느데 .....
인간관계에서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할려고 하고...자존감이 없는 것 같아요.
피해의식도 있고,......
어렸을때 막내라서 사랑도 많이 받은것 같은데...문제는 엄마가 신경질 적이여서 아침마다 학교가기 전에
엄청 짜증을 부리셨던것 같아요. 갱년기여서 그러셨던것 같은데....
그게 영향이 있었을까요?
지금이라도 자존감을 높이고 나를 좀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1. 지금은 밤
'10.8.11 2:40 PM (209.2.xxx.194)님.
저는 심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그리고 님 정신분석을 할 처지도 아니지만,
글쓴님 상담을 해드리고싶어서 일부러 로그인 했어요. 오래 살아서인지, 제 머리는 못깍아도 남의 처지는 보이기도 하고, 제가 어떻게 말씀드리던 글쓴님께서 취사선택하실 문제이니.
우선, 글쓴님의 심리에는 님께서 의식하지못하는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fear, 한자어로 '공포'라고도 하는데요, 심리학에서는 사람의 무의식에 내재한 '공포'는 의식으로는 이해가 가지않는 짓을 저지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해요. 좀 극단적인 예를 들면, 포비어 수준의 공포가 있죠.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서워서 강제로 태우면 눈물 펑펑 흘리면서 운다던지.
그런데, 님의 공포는 아마도 남과 친밀해지는 것 아닌가싶습니다. 친밀해지는 것은 편안하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이무석 선생님의 책 '친밀감'을 읽어보시면 잘 나와있고, 또 읽어보시길 추천하는데요, 아마도 님 스스로 분석하셨듯이 님께서 막내로 당연히 사랑받는 존재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받기 힘들다고 느꼈던 듯합니다.
당연히 아이로서 힘들었겠지요. 모든 사람이 다 자기를 사랑해주지않아도 문제겠지만, 일관성없는 어머니의 짜증은 어린 글쓴님에게 아마 큰 충격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겠지요. 마음속에. 지나간 과거이고, 어머니께서 갱년기셨다는 이유까지 지금 어른이 된 글쓴님의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님의 마음 속에 있는 어린아이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거죠.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강력한 소외감..같은 것이랄까요.
우리는 어릴때 트라우마가 있으면, 그걸 반복해서 인생에서 재현한다는 ..어느 심리학자의 이론이 있습니다. 반복재현함으로써 극복해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펼쳐만놓고 있을뿐, 마음속의 어린아이는 어떻게 풀어야할지를 모르는 것이고요. 예를 들면, 알콜중독 아버지를 겪으면서 치를 떨다가 알콜중독 남편을 만나거나, 빚쟁이 엄마한테 시달리다가 빚쟁이 남편을 만난다거나. 우연인듯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처럼, 님의 마음속 어린아이는 편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고 그것에 지나치게 가치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가 어떻게 모든 사람과 편하겠어. 당연히 직장에서도 친구사이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편하고 그저그런 사람들, 심지어 아주 친한 줄 알았던 사람들도 어느날은 불편하기도 하고, 별안간 저사람이 뭘 잘못먹었나, 집에서 마누라랑 싸웠거나.. 내가 인사하는데도 본척도 않네.. 하고 말겠지만. 님께서는 아니 저사람이 어쩜 인사하는데도 모른체하고 역시 날 안좋게 생각하는게 틀림없어. 아마 누군가에게 나에관해 안좋은 말을 들었을거야.. 이런 식으로 골몰하게 되신다는 거죠.. 그 순간 님과 친하지않은 그들에게 매우 신경쓰고, 괴로와하고, 심지어 허덕이기까지하는 글쓴님의 마음에는, '관계란 편하지않은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사랑받기 힘든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어린시절 어머니로부터 거부당한 아이가 존재하는 거에요..
치료방법은 저도 잘 모릅니다.. ㅎ.. 저도 연구중이구요. 물론 저자신을 위해서. 연구하다보니, 좋은 책들, 왠만큼 자존감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께서 추천하시는 책들 읽으면.. 도움이 되더군요. 이론적으로 저를 이해하게 되고 통찰력도 좀 생깁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이무석 선생님 책들 다 좋습니다. '30년만의 휴식' '친밀감' '자존감' 그리고 존..뒤에이름이 생각안나는데.. homecoming이란 책을 번역한 '상처입은 내면아이 치료'도 좋습니다.
아무리 통찰력이 생겨도, 내면아이를 성장시키고,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건 나혼자의 힘으로 참 잘 안되더군요.. 그래도 어느날 굵직굵직한 깨달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결국 저 책들의 저자들이 말하는, 혹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치료법은 자기자신을 사랑해주라는 것입니다.
님이 한번 들여다보세요. 님의 마음 속을. 예쁜 다이어리나 노트 아니면 마음가볍게 찢어버릴 수도 있는 스프링노트 같은 것 하나 사셔서요, 도서관이나 까페나 어디 조용히 여행온 듯 자신하고만 만날 수 있는 홀가분한 장소, 시간을 내셔서.. 자신과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님께서는 우선 자신이 하는 말을 -님속의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든, 아니면 지금의 자신이 하는 말이든 - 귀기울여 들어주셔야해요. 그걸 노트에 보기 좋게 편안하게 써주세요.. 그리고 사랑해주는 일도 해주시면 됩니다. 조건없이.. 사랑해주기 해보세요. 뭘 갖고싶다하면 사주고, 뭘 말하고싶다하면, 예를 들면 엄마한테가서 어쩜 그럴수가 있었냐고 따지고 싶으시면 편들어주세요. 엄마한테 말한다면 어떻게 말할건지 노트에 다 써보셔도 좋습니다. 혼자 있는 방에서 엄마가 있다고 생각하고 퍼부으셔도 돼요..
어릴 때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쉽지않은 것 같습니다. 세살버릇 여든간다쟎아요. 그래서 자꾸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서 남들에게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역할을 부여하는 거죠.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날 중요하게 생각할리도 없는 사람을 골라서 사랑해달라고.. 결국 어린시절 상처를 되풀이하려는 것이죠.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난 뭔가 잘못된거야.. 왜냐하면, 누군가를 의지해야하는 어린 아이에게 부모란 절대적인 존재이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 부모를 부정하는 것 보다는, 부모는 어떻게하든 다 옳고 내가 뭔가 잘못된것이고 내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게 더 쉬운 일이니까요.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공포나 분노가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으면, 내가 참 우습게도 비상식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된다고 합니다. 무엇때문이라고 이해해도, 현재의 불편한 내상황을 고치는 건 쉽지않다고 해요. 그래서 심리상담을 통해, 관계에 대한 경험을 다시하고 어릴 때 왜곡된 인지구조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또한 좋은 심리상담사를 만나거나 오랜시간과 돈을 투자하거나 모두 쉬운 일은 아니구요.
제가 님께 추천해 드리는 것은, 일단 사실만 보는 버릇을 들이시고, 자꾸 생각을 지어내지않도록 주의하시는 거랍니다. 심리학에서는 인지재구성이라고 하는데, 위에 든 예처럼 누군가 인사를 했는데 보지도 않고 휙 가버리더라. 그러면, 자동생각은 '날 싫어하는 거야. 내 욕을 하고 있는게 틀림없어.' 거기에 이제는 반격을 날리시는 거에요. '못봤겠지. 봤더라도 쑥스러웠거나. 딴생각하다가 휙 지나가면서 반응할 타이밍을 놓쳤겠지. 설사 날 싫어해서 무시했다고 치자. 그러든 말든. 내가 꼭 자기마음에 들어야할 하나?' 이런 식으로. 항상. 자동생각에 반격을 날려보시라는 겁니다. 노트에 써보시면 더 좋구요.
마지막으로 유명한 게슈탈트(치료법도 있지요)의 시를 올려드릴께요. 이 시가 저에게는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게 하는 힘이 있었는데, 님께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게슈탈트의 기도'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한다.
나는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당신은 당신
혹 우리가 만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You are you and I am I, and if by an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If not, it can't be helped.
... Frits Perls, 1969 Gestal Pray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