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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의 미묘한 갈등..

-_- 조회수 : 1,071
작성일 : 2010-08-10 22:02:58
오늘 친정엄마가 손녀딸 보고싶다고 오셨습니다.
남편은 출장가고, 젖먹이 딸을 혼자보면서 애가 밥은 잘 먹는지 걱정되셔서 반찬이랑 바리바리 싸들고
오셨습니다. 친정엄마가 오시면 못갔던 마트에 가서 장도보고, 도서관가서 책도 빌리고, 아기 장난감도 빌리고
못했던 일들을 미루고 옵니다. 친정엄마 아니면 어디 기대고 비빌 언덕도 없습니다.

그런데...감사한 마음이 들다가도
제가 외출을 다녀와보면 그 다음부터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고, 사소한 것들인데도 신경에 거슬리고, 짜증이 납니다.

우선 애한테 소리지르시는거.
엄마한테는 소리지르는게 아니라 그냥 좀 크게 말한거 뿐이겠지만
우리애 집에서 평소에 다들 부드럽게 얘기하고 좋은 얘기만 하다가 외할머니 목소리게 깜짝깜짝 놀라고
어쩔때는 웁니다. 이제 4개월짜리가 외할머니만 오면 눈치봅니다.
오면 시댁(나한테는 친가)흉보기, 또 니네 시댁은 왜 그모양이냐는둥, 안좋은 소리 남 훙보는 소리만 합니다.
당연히 분위기 좋아질리가 없죠. 처음에는 몇 번 받아주고 얘기도 했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애 앞에서 그런얘기 하지 말자고 합니다. 그럼 또 난리나죠.

남 흉보는 얘기 아니면 내 살림 트집잡기 입니다.
저 결혼하지 갓 1년하고 반년 될까말까 합니다.
애 낳기전까지 일해서 집안일은 거의 남편이하고
저녁은 외식도 자주하고, 그랬습니다. 임신하고부터 제가 직접 조리해서 먹었죠.
한마디로 아직 살림초보입니다.
겉에 보이는 건 깨끗하게 하는데 구석구석 깔끔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아기도 있고해서 잘 못치우고 삽니다.
그래도 남들이 오면 애 키우는 집 같지않게 왜이리 깨끗하냐, 이런 말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친정엄마만 오면 우리집은 거지집, 개판 일보직전인 집이 됩니다.

그리고 위생관념도 차이가 납니다.
전 엄마눈으로 봤을때 깔끔하게 하고 사는집이 아니겠지만
제가 엄마를 봤을때도 아닙니다.
걸레랑 속옷이랑 같이 삶기, 끓는 국 플라스틱 국자로 뜨기, 비닐째 음식삶기, 플라스틱 컵에 끓는 물 부어서 마시기 등등 나는 그게 더 더러워보이죠.
어느 날 내 속옷과 우리집 걸레를 같이 삶아놓으셨길래 그 속옷 그대로 버렸습니다.
그리고 별 욕을 다 먹었습니다. 깨끗하게 살지고 못하는 것이 혼자 이상하게 깔끔한 척 한다는 둥
마구 퍼부으시더군요. 그래도 그대로 버렸습니다.

오셔서 집안일 하지 마시고, 보고싶다던 손녀만 보시고, 내 집은 나만의 규칙과 질서가 있으니
막 이것저것 바꾸지 마시라고 몇 번 말씀드렸고, 자꾸 이러면 나 엄마오는거 안반갑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랑곳 없습니다.

사실 애 이뻐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나 없을때 혼자 보시는 거 마음이 안놓입니다.
애 배불리 먹여놓고 외출준비하면서 3시간 후 밥먹으니깐 그전에 돌아와서 내가 먹이겠다고 했는데
2시간도 채 안되서 애가 손가락 빤다고 타서 분유타서 먹이더군요. 분유 2스픈 들어가야할 용량에 4스푼 넣고 그걸 애한테 먹였습니다.  마침 내가 돌아와서 못먹이게 해서 망정이었지요.
그리고 모유스틸티 주전자에 우려놓은거 그냥 따라서 스푼으로 애한테 떠먹이고
그냥 식칼로 수박잘라서 조각내놓고 그걸 애 입에 물려줘서 쪽쪽빨게 하고
이유식기 입구 뾰족한데를 애 입에 대고, 애가 누워있는데 그냥 들이부어서 애 사레걸리고
애가 악쓰고 우는데도 이유식 먹이겠다고 입에다가 일단 음식 부어넣고 막 웃습니다.
애는 우는데 친정엄마는 웃는걸보면 기가막합니다.
엄마만 왔다가면 애가 설사를 합니다. 가볍게하고 지나가서 다행이지만요.
애 앞에서 엄마한테 뭐라할 수 없어서 내가 단호히 '하지마요!' 이렇게만 말하면
그냥 무시합니다. 그럼 할수없이 방으로 끌고들어가서 하지 마시라고 합니다.

애초에 아무것도 안맡기는데, 잠깐 , 정말 필수적으로 외출해야할 거 다녀오면
애는 울고, 돌아와서 뭐 하셨는지 물어보면 기함합니다.
아무것도 하실필요 없이 해놓고, 보리차 젖병에 담아놓고 혀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손가락 빨면 이것만 먹이시라,
그러고 외출하는데 돌아와보면 참 많은 일들이 벌어져있습니다.

아마 근본적으로 내가 친정엄마에게 애증을 느껴서 이런 일들이 다 싫고, 신경에 거슬리나 봅니다.
어렸을때부터 무조건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걸레 오른쪽으로 안짜고 왼쪽으로 짠다고 개패듯이 패고
행주 오른쪽으로 안접었다고 머리통 마구 맞고, 어쩔 땐 괜찮고, 어쩔땐 맞을 일이고
오빠가 짜증만 내고 별 거 아닌일로 체벌해서, 체벌도 손바닥 맞고 이런게 아니라 온몸 마구 때리고
빰도 때리고 그래서 가출해버렸더니 얌전히 있는 나한테와서 마구 때리고 내쫓으면서 니 오빠 안데리고 오면
너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아빠란 사람은 자기 먹을 거 애들이 하니 집어먹는 꼴을 못보고
식사시간이면 공포분위기 조성하고, 기분 나쁘면 자식한테 욕하고, 심지어는 사위앞에서도 나보고 *년이라고 욕하고, 티비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게 자신한테 하는 소리인줄 알고 나한테 칼들고 덤벼서 나 찌를려고 하고, 대학가서 밤10시에 들어왔더니 들어오자마자 뺨 무수히 맞고, 발로 맞고, 멱살잡히고 그러고 다음날 와서 '남한테 물어보니 대학생은 거의 11시가 통금이라더라'이러고 갑디다. 그런 기억이 무수히 떠오릅니다.

얼마전 친정집에서 내가 수건 한개가 아니라 두개썼다고 30분이상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아주 저주를 퍼붓듯이
별 욕을 다해서 제대로 배틀 떴습니다. 나오 욕하고 소리지르고 이게 이렇게 지*할 일이냐고 물건 집어던지고
누가 오고싶어서 왔냐고, 남편 출장갔고 애 보고싶다고 오라고 오라고 손수 차까지 몰고와서 모셔가놓고
이게 지금 나한테 소리지를만한 일이냐고 아주 제대로 소리질렀습니다. 이딴식으로 눈치주고 스트레스 해송용으로 날 대할꺼면 왜 오라고 했냐고 당장 이 드러운 집구석 간다고, 나 여기있는거 싫다고 나이먹은만큼 제발 값좀 하시라고 마구 소리질렀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움찔합니다.

원인은 자기 몸 아파서 매서 짜쯩나는데 내가 샤워하고 머리랑 몸용으로 수건 두개쓰니 이때다 싶은거죠. 지금이야 컸지만 어려서 힘이 없을때는 매 일상이 저모양이었어요.

차라리 그냥 개차반이면 인연끊고 잊겠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강남사는 아주 품위있고 점잖은 척 하는 집이랍니다.
남들이보면 저 집 알부자에 점잖은 집이라고 하죠. 웃깁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챙길 거 챙겨주고, 먹이고 입혀서 대학보내주고 부모로서 할 건 다 해주시고
아주가끔 본인들 기분좋을때 사랑도 좀 떨궈주고 그러셨어요. 그러니 이렇게 애증이 들끓고
자존감은 바닥이라서 또 날 챙겨주면 마음이 녹다가도 옛날버릇 나오면 더 짜증이 납니다.

그냥 오늘 친정엄마 다녀가고나서 애 잘때 주저리주저리 속 풀어봤어요. 처음 입밖으로 하는 얘기에요.
글 흐름이 엉마이고 맞춤법 간간히 틀려도 이해하세요.  
IP : 112.214.xxx.6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해해요
    '10.8.10 11:20 PM (125.177.xxx.143)

    어릴 적 언어폭력 일삼을 땐 언제고
    이제 늙어가니 나를 잡고 늘어지는데 내 안에서 악마 같은 감정이 자꾸 일어나서
    미칠 것 같아요.

  • 2. 똘순
    '10.8.11 2:39 AM (76.242.xxx.13)

    완전 제 경우랑 넘 똑같아서... 지금 회원가입하고 글 남겨요.
    저도 친정엄마랑 애증의 관계구요... 부모님 부유하시고 어릴때 뭐 경제적으로 많이 뒷받침 해 주셨고, 나름대로 기분 내키시면 사랑고 표현하는 편이었고 했는데....
    그게 말이죠... 결국 자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당신들의 체면을 위한다는게 더 커서 문제죠. 우리 친정도 남이 보면 뭔 걱정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안정되 보이지만, 실상은 다 남들 보이기 과시용이죠. ㅎㅎ
    저도 어릴때 엄마의 약간의 성격장애로 인하여 꽤 상처 받았었구요, 결혼 하고 나서도 이리저리 오만 간섭에 사람 달달 볶아대고, 또 본인 스트레스 받으면 그거 다 나에게 풀려고 전화해서 온간 남 욕에 부정적 얘기만 하는통에 저 완전 폭발하게 만들고...... 다른 형제에 비해 제가 좀 받아주고 하니 더 만만하게 생각하는거 같아서, 저한테 더 하고... 생각해보면 수도 없어요. 참 부모지만.... 정말 치떨리게 싫을때 있더라구요. 언어폭력도 폭력 맞습니다... 그거 마음에 쌓이더라구요.

    이런 공간 참 좋습니다. 익명이기에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는거 같아요. 또 이렇게 풀어 놓으면서 공감하면서 나누면서 많이 치유됩니다. 원글님... 님만 그런거 아니구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한 고민 하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인생만사가 다 그렇죠.... 부모님 이해하기 참 힘들지만.... 또 그분들이 우리에게 조건없이 배푸신거엔 감사하고, 노년의 쓸쓸함을 한번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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