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집 식구들, 참 가족적인 것 좋아합니다.
그래서 며느리도 모든 가족 행사를 당연히 참석해야 하지요.
남편 친가쪽은 친척 없고 외가쪽만 많습니다.
시이모들 인사 다녀야 하고, 경조사 당연히 가야 합니다.
산후조리 기간이든 만삭이든 예외는 없지요.
첫째 갖고 만삭에 20년 전 돌아가신 시아버지 묘에 벌초가서 풀 베고 왔습니다.
둘째 갖고는 도저히 못가겠더군요. 큰 애도 있고 몸도 안좋았고..
몸이 안좋아서 회사 쉬고 집에 있었거든요.
그랬더니 전화하셔서, 이번에는 봐줬으니 성묘는 꼭 가자 하십니다.
명절 다음날 친정에 와서 다다음날 새벽에 돌쟁이 첫 애 손잡고 성묘 갔다 왔습니다.
성묘가는 날 아침, 친정으로 새벽부터 부지런히 전화하시더군요. 빨리 성묘 출발하라고...
그랬는데, 둘째 낳고 한 달 좀 지나서 시골에 계신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께서 너무 멀고 힘드니 저도 남편도 오지 말라 하셨지요.
그 때가 마침, 산후조리 해주시는 분이 한 달 끝나고 안나오시던 때인데
큰 애와 작은 애, 저까지 셋만 있기는 좀 힘들 거 같았어여.
그래서 반일 도우미를 부르려 했는데, 남편이 시어머니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시어머니 계신 이틀 동안, 할 일이 늘더군요.
정말 딱, 둘째 안는 것 빼고는 아무 것도 안해주셨어요.
쉬나 응가하면 "에미야, 애 기저귀 갈아라"
배고파 울면 "에미야, 애 분유 타라(혹은 젖 먹여라 - 제가 젖이 적어 혼합했거든요)"
식사시간 다 되어가면 "에미야, 밥 안차리냐?"
그리고 아이 자면 방에 들어가셔서 pc하시고요.
딱 이틀 그러시더니, 한 마디 하시더군요.
"네 부모님은 대체 언제나 오시는 거냐? 애들 놔두고 상갓집에 그렇게 오래 있고 싶다냐?"
부모님 자식이 아니라 제 자식이죠.
제 부모님 손주일 뿐 아니라 시어머니 손주도 되고요.
아니, 평소 애들은 핏줄이 당겨서 자라면 외갓집은 거들떠도 안본다 하시던 분이니
그 이론에 따르면 제 부모님이 아닌, 시어머니 핏줄이겠죠.
어머님 조카 결혼식에 몸 푼지 얼마 안된 며느리는 꼭 가야 예의이고
돌아가신지 30년 된 시아버지 벌초를 몸이 안좋아 가면 예의가 아니고
시이모님께 문안전화 안하면 예의가 아니라 하시는 분께서
제 친정 아버지의 형제가 죽었는데 왜 빨리 와서 애 봐주지 않으시냐고 하시더군요.
형제가 죽었는데요.
그 후에도 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저는 이제, 한 집에 살면서도 시어머니와 데면데면합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무섭도록 차분해지더군요.
남편의 어머니이고 애들의 할머니일 뿐, 나와는 아무 관계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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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판 올케 장례식 참석 글을 읽고 생각난 이야기
.. 조회수 : 723
작성일 : 2010-07-26 13:13:07
IP : 112.223.xxx.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원글님,,
'10.7.26 2:19 PM (121.162.xxx.177)ㅎㅎ
원글님은 남편의 어머니이고,
애들의 할머니라는 분이 계시기는 하네요.
전 남편의 어머니일 뿐인,
애들의 할머니도 아니고, 나와는 무관한게 아니라 나를 노예취급하는 주인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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