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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를 방치하는 죄책감. 그런데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곰곰 조회수 : 1,945
작성일 : 2010-07-24 20:10:37



저희 엄마는 작년에 환갑을 넘기셨어요
그런데 손 떨림, 언어장애 증상을 보이다가 몇 달 전 파킨스니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병원에서는 파킨슨병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부검을 해봐야 안다네요)
비슷한 범주의 증상을 보이므로 항파킨슨제를 처방하시더군요

딸이 넷인데 독립하거나 출가해서 아버지랑 두 분이 사시고요

그런데 점점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발을 구르면서 우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몸이 아파 살 수가 없다며 눈물을 터뜨리셔요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고
족저근막염까지 있으셔서 그 방면에 유명하다는 병원을 꽤 오래 찾으셨어요

방금 전에도 너무 아프다며 울면서 전화를 끊으셨어요

의사선생님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서 퇴원을 시키셨지만
엄마는 밥 해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죽겠다고 하십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틈틈이 찾아가서 들여다보지만
그렇다고 집에 들어앉아서 엄마만 바라보고 살 수도 없고
너무 깔끔한 성격에(결벽증에 가까운)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도 질색하셔요

저렇게 아프고 힘들어하는 엄마.
날이갈수록 우울증도 심해지는 것 같은데
매번 엄마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방치하는 것 같고...


좀 있으면 생신인데 선물 뭐 받고 싶으시냐고 물으니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하시네요

이젠 대학병원같은데 가면 어린애처럼 일일이 일러드려야 하는 엄마.
생각만하면 눈물이 납니다



IP : 110.11.xxx.20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7.24 8:29 PM (121.141.xxx.174)

    저희 엄마도 간암으로 큰 절제수술 받으셨습니다
    너무너무 아파하시고 당도 오시고 아파서 살수 없다고 하시는 모습에..
    님이 얼마나 힘드실지 저도 알거 같네요
    이기적이지만 자식이라서 더 엄마의 고통을 심리적으로 느끼긴해도
    거기서 더 도망가고자 하는 것도 있는것 같아요
    저도 이제는 제 자신을 다스리는게 결국 엄마를 돕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걱정하고 아파하는 것이죠..
    이걸 제자신이 마음으로 관리하는게 힘들지만 그게 결국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2. 생노병사
    '10.7.24 8:35 PM (211.200.xxx.197)

    너무 휩쓸리지 마시고 중심을 잃지 마셔요
    본인도 힘들고 님의 가정도 힘들어지고....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ㅠㅠ

  • 3. 우울증검사
    '10.7.24 8:36 PM (211.207.xxx.110)

    받아보시고
    증상이 있다면 약을 처방해서 드시도록 해 보세요..
    그 연세에..그리고 파킨스씨병을 갖고 계시다면
    우울증도 같이 올겁니다..

  • 4. .
    '10.7.24 8:38 PM (115.126.xxx.13)

    깔끔한 도우미 쓰세요...것도 건강할 때 이야기죠..ㅠㅠ
    통증이라는 게 참 고통스럽긴한데..

  • 5. 파킨슨
    '10.7.24 8:40 PM (118.35.xxx.202)

    파킨슨 병에 우울증 치매도 동반되기 쉬워요.. 대학병원 다니시면 그곳 정신과도 함께 상담받아보세요..

  • 6. 코코넛
    '10.7.24 8:52 PM (124.54.xxx.133)

    제가 발바닥이 아파서 전기오르는것 같고 특히 자고 일어나서 처음 바닥에 걸을때 발바닥이 찌릿한 느낌이 아주 강하게 났어요.
    그리고 조금만 오래 걸으면 통증이 두세배로 생겨서 힘들었는데
    http://www.ntc21.com ABC doctor깔창을 회사 슬리퍼 안에 신고 생활했는데 한달정도 지나니까 나도모르게 발바닥 통증이 없어졌어요.
    사이트 보니까 집에서 신는 깔창있는 슬리퍼도 있던데 한 번 사드려보세요.
    저는 효과봤어요.

  • 7. 분당 아줌마
    '10.7.24 10:43 PM (121.169.xxx.215)

    자매분들께서 서로 심각하게 의논해 보세요.
    사실 저도 부모님 편찮으시면 마음은 가도 할 수 있는게 돈 밖에 없어서 마음이 무척 불편했어요.

  • 8. 제 생각엔
    '10.7.24 11:54 PM (222.109.xxx.105)

    우울증 약을 좀 드시면 몸도 안 아프실거예요. 불안감 때문에 우울감이 와서 전신증상이 같이 오는 거예요. 약 드시게 하세요. 본인 생활의 질을 생각해서라도.

  • 9. 할수 있는게
    '10.7.25 12:50 AM (116.40.xxx.63)

    별로 없다고 생각해 방치하다가 더 후회합니다.
    울친정엄마.. 골다공증이 심해 치료가 불가하다고
    병원의 진통제만 드시고 도우미 쓰는데 갈수록 힘들어하시네요.
    연세도 80이 다되셔서 어찌해볼 도리도 없지만,
    5남매가 주말마다 찾아가고 입맛 도는음식 해드리고 겨울엔
    자식집으로 모시고 있어요.마당있는 고향집과 동네주민들하고 있는게 더
    편하다고 하셔서 지금은 고향집에 계시고 날마다 도우미가 출근하는데,
    정신적으로 더 편하가도 하시네요.
    그래도 날궂거나 비올때면 엄마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얼마나 아플지..전화로 아프다고 하는거 다 들어주고
    어떻게 하시라고 말하는것도 죄인된 심정이에요.
    최선을 다하세요.그게 덜 힘듭니다.

  • 10. 우울증
    '10.7.25 2:22 AM (180.70.xxx.168)

    저희 엄마랑 너무 비슷하셔서 글 쓰려고 일부러 로긴했네요.

    저희 어머니는 70넘으셨고 저희집도 딸들만 있어요. 편찮으신지는 20년은 되신 것 같네요.
    제작년부터 유달리 심해지시면서 손떠시고 보행시에도 자꾸 넘어지시고 젖가락질이 힘들만큼 떨림이 심해지셔서 파킨슨병인줄 알고 서울대병원에서 검사를 했어요.
    다행히 파킨슨은 아니지만 치료약은 드시고 계세요.
    그외에 크게 문제 있는 부분은 없지만 온몸 다 안아픈곳이 없다셔서 몇 달에 한번씩은 입원하셔서 검사 주르르 받으셨었고요.
    그런데 무엇보다 심한게 종일 울고 계시거나 죽고싶다는 소리를 달고 사셨네요.
    아침 새벽이나 한밤중에 전화하셔서 엄마가 아파 죽어가는데 연락도 없다고 버럭하시고.....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다고 울고불고 난리시고

    손떨림 때문에 다니는 신경과 선생님께서 세심하신분이셔서 아무래도 엄마의 증상들이 우울증에서 오는것 같으니 우울증 치료를 먼저해야지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셔서
    정신과에 노인우울증 선생님께 검사를 받았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유사치매에 정보처리속도가 유달리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네요.
    엄마를 잘 설득해서 일년 넘게 우울증 치료를 받으셨어요. 요즘 몸은 여전히 아프시다고 하시지만 우선 기분상태가 다르답니다. 조금은 긍정적이 되셔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도 하시고 전화를 해도 목소리가 다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관심사가 본인 몸아픈거에 집중이어서 손자들 안부도 안 물어보셨었는데 이젠 아이들 일상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어떤날은 통화 끝날때까지도 몸 아픈 이야기를 한번도 안하고 전화를 끊을때도 있답니다.
    마음의 병이라는게 가장 무섭다는걸 절절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노인우울증 잘 보시는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살림을 도와주실 분을 일주일에 몇시간씩이라도 붙여드리면 어머님도 님도 짐을 더실 수 있으실 거예요.

  • 11. 맞아요
    '10.7.25 5:01 PM (115.136.xxx.24)

    우울증 치료가 먼저 되어야 할 것 같구요,
    통증클리닉에도 모시고 가세요,,,,

  • 12. 곰곰
    '10.7.25 10:56 PM (110.11.xxx.204)

    답글 주신 분들이 제 답글을 다시 읽어주실지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감사한 마음 꼭 전하고 싶어서 로그인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전해주신 조언과 경험들. 모두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울증 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그 문제로 전화를 해서 얘기했더니
    본인은 자신의 병이 너무 부끄럽다고 하시더군요
    그저 남한테 폐 안 끼치고 열심히 살았는데, 자신의 무엇이 죄가 되어 그런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신다는 게 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가진 불편한 마음은 엄마를 돕고 싶은 마음과 도망가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의
    갈등 때문이었나 봅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다시 마음 가다듬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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