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랑 살 땐 하루에 아홉 번 차린 적도 몇 번 있었구요
워낙 먹성 좋은 식구들이라 이만원어치 장보고 삼만원어치 간식 사고도
일주일에 두세번 치킨 피자 자장면 .. 한 달에 두세번 갈비집 가고..
친정엄마는 가끔 그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내 딸 곪는다하셧죠 ㅎㅎ
친정이 고만고만한 터울로 네 형제예요
엄마 말로는 한창 땐 감자 이십키로 사서 쪄먹고 반찬 해먹다보면 한 달도 못 갔대요
그리 사셨으니 제 부엌 안 봐도 훤~하셨거든요
한창 먹성 좋을 나이의 초등학교 고학년, 중딩 아이 셋과 아침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남편이 있다면
아마 저 정도 상 차려도 따로 또 간식이 왕창 있을 거예요
제 주변에 아이 셋 키우는 집들은 거의 그래요
누구 한 명 아파서 못 먹는다하면 아싸~ ㅋ
식욕 그닥 없거나 아이 하나 둘 키우는 집은 놀래죠..
여기는 치열한 쟁탈전이 덜하더군요
언제나 남아 있거나 사이좋게 반 반 나누면 되니까..
근데 막둥이랑 밥 먹는 요즘은 썩어서 버리는 음식이 늘어요
아무리 양을 줄여도 음식이 맛있으려면 어느 정도 일정 양이 되어야하는데 그게 3,4인분인거예요
쌀 한 컵이나 한 컵 반으로 하루 먹고 ..
콩나물 한 봉지 사서 반 국 끓이고 나물하고 그래도 이틀 이상 가고
떡볶이도 떡 두 팩, 오뎅 한 봉지 다 넣어도 국물도 안 남았는데
이젠 한 봉지로 두 번 해먹으니..
보라돌이맘이 고마운게요..
큰애들이랑 시어머니한테 평생 할 걸 모두 해줘서그런지
막둥이한텐 그냥그냥 일식일찬으로 가볍게 차려주거든요^^;;
몸도 좀 오랫동안 아프기도 했고요
그냥 이런저런 심란한 일들도 많아 대충 살았더랬죠
그러다 키톡보고 막둥이한테 미안해서
어느날 일찍 일어나 언니 오빠한테 차려줬던 상처럼
좋아하는 국이랑 나물반찬, 달걀찜, 잡채, 샐러드, 생선구이 해줬더니 넘 좋아하는거예요 잔칫상 같다구..
장도 편하게 보시고 음식도 오랫동안 많이 해보셔서인지 편하게 하셔서 더 부담 없어요
가족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겨있고..
어떻게 하면 가족이 더 좋아할까.. 하는 모습에서 제 예전 모습을 보았거든요
그렇다고 반찬 가짓수와 부엌에 서있는 시간이 가족에 대한 애정과 비례한다는 건 아니예요
다만 보라돌이맘님은 당신 가정에 맞는 생활을 하시는 거잖아요
전 시야가 좁은 사람이 참 불편해요
자기가 보는 게 전부인양 100% 확신을 갖고 주위에 자기 생각 섞어서 전달하면 왕창 싫구요
샘이나 시기 질투, 삐딱한 시선까지 얹으면 더더욱 싫어요
울 시누가 그러거든요
오랜만에 모인 자리라 밉긴 하지만 그래도 불쌍해서
카드대금 좀 밀리고 한우 불고기 재서 차리니
이 집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구만, 어머 오뎅 볶음까지 있는 거 봐~~ 이런 식으로 말해서 ..
그러고보니 한때 시어머니도 그런 적 있네요
제가 넘 좋은 걸 많이 먹여서 애들 입맛 버렸다고요 ..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웃고 말았는데
음식 솜씨 좋다고 동네 소문났던 어머니가 제 정성으로 차린 상차림에 샘이 났던 모양이에요
솔직히 간도 잘 못 맞추고 약간 질거나 되거나 하거든요 예쁘게 놓지도 못하고 ..
그냥 어떻게 하면 누구한테 맞을까 고민하고 그래서 음식하니 맛있다하는 거 같아요
암튼 전 보라돌이맘이 고맙더라구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도 보라돌이맘처럼 상 차리고 살았어요
.. 조회수 : 2,259
작성일 : 2010-07-23 22:55:10
IP : 118.37.xxx.161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희집은
'10.7.23 11:09 PM (125.180.xxx.29)저녁상을 보라돌이님같이 차려요
그렇게 안차리면 식구들이 반찬없다고 투정부려서 ㅎㅎㅎ
귀찮아도 조금 움직여서 요것저것 해주면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긴합니다
요즘같이 무덥고 반찬하기 마땅찮은날은 보라돌이님네 메뉴보고 힌트많이 얻어서
보라돌이님께 고마운데 자게에서 트집잡는사람들때문에 보라돌이님이 글안올릴까 걱정되네요2. 찌찌뽕~
'10.7.23 11:57 PM (125.187.xxx.204)위에 저희집은님 저두요~~
저녁상이 보라돌이맘님 댁과 비슷합니다.
어떤 날은 오후 3시 부터 밥 준비 ㅋㅋ
천천히 놀아가며 컴퓨터 하면서 음악 들어가며 부엌에 서 있어요
재미 날 때도 있고 지겨울 때도 있고 행복 할 때도 있고
감사 할 때도 있고 그렇죠........3. 전
'10.7.24 3:30 AM (58.123.xxx.90)아침을 그렇게 차려 먹습니다
아침에나 식구들 다 모이니까뇽
저녁은 다들 귀가 시간이 틀리다보니~~알아서들 먹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