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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해서 문제인 아이.

엄마마음 조회수 : 1,080
작성일 : 2010-07-23 11:34:54
제 아이 얘기예요. 7살이고 남자아이지요.

얘는 남자아이지만 남자아이 같지 않아요. 까불고 장난치고 그런게 없어요.
뭐랄까... 보면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예요.

유치원이든 학습지든 수업중에는 집중해서 선생님만 보고 장난같은거 안쳐요.
집에와서는 깍듯하게 인사한 다음 숙제하고 놀아요.

좋아하는 놀이는 책읽기, 만들기, 장기, 바둑...
독서량은 어마어마해서 7살이지만 초등 고학년들이나 볼법한 그림은 하나도 없고 글씨만 빼곡한 책을 줄줄 읽어요. 지금은 해리포터 수준의 책도 읽어요.

2살 터울 동생 있는데, 동생과 싸우는 법이 없어요.
꼭 어른이 아이를 타이르면서 데리고 놀듯이 비위를 맞춰줘 가면서 데리고 놀아요.

엄마로서 이 아이를 키우면서는 사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적이 없었어요.
아기적에도 그저 잘 자고 잘 먹고 별로 울어본적이 없어요.
뭘 사달라고 졸라본적이 여태 한번도 없어요.
때를 쓰고 뭔가를 시켰을때 안한다고 고집을 피워본적이 없어요.
싫어하는 반찬이 나와도 먹기 싫다고 한적이 한번도 없어요.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이니까 맛있게 먹는대요. 무슨 7살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지...ㅠ.ㅠ)
한번도 시켜본적이 없는데 정리정돈, 씻고 이빨닦고 등등.. 다 알아서 하기때문에 잔소리를 해본적이 없어요.

사실 주변에서 이런애 백명도 키우라면 키운다는데.. 저도 맞는 생각이예요.
그렇다고 제가 엄하고 강한 엄마라서 막 휘어 잡는 스탈이냐.. 그렇게 어른스럽게 굴라고 가르쳤냐..혹은 은연중에 그렇게 하라고 강요를 했다던지..
전혀 아니거든요.

저는 그저 여태 아이 키우면서 제때 밥 차려준거 밖에는 한게 없어요.

그냥 얘는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아이예요.

오히려 애가 너무 애어른 스럽게 구는게 너무 안쓰럽고 그래서..

먹기 싫은거는 먹기 싫다고 말해라,
갖고 싶은거 있으면 아이 답게 갖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다.. 등등...
오히려 아이를 아이답게 키워야 한다고 막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편...


유치원에서는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남자아이들한테도 별명이 박사로 통해요. 아는것이 많다고.

그런데, 아이가 순하고 모질지 못하다보니,
남자애들.. 특히 발육 상태가 좋아 덩치 크고 힘센 거친 애들 틈에서 맨날 채이나 봐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어요.
애가 먼저 남 괴롭히거나 남의것 뻇거나 절대로 그런거 안하나는 애라는거.
놀이터에서 놀때도 보면 우리애는 위험한 장난 안쳐요.
이 선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면 진짜로 안에서만 놀고,
다른 아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절대로 먼저 빌려달란말 안하고 아예 탐도 안내고,
그렇지만 자기껀 남이 마구 빌려가도 그냥 허허 하면서 빌려주는거.

그런데..어제 유치원에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이 그러시는거예요.
오늘은 어떤애가 우리아이가 가지고 놀고 있던 장난감을 확 뺏어갔대요.
그런데 우리애가 아무 저항도 안하고, 그냥 다른 장난감 집어서 그냥 놀았대요.
선생님이 와서 이건 아니다 싶어 뺏어간 아이 불러다 놓고 주의 주고 뺏어간 장난감을 다시 돌려주었대요.

비슷한 예가 많아서 보는 선생님이 너무 안쓰럽대요.
남자애들중에 태권도 다니는 애가, 맨날 발차기하고 주먹으로 툭툭 친대요.
그러면 한번도 저항을 안하고 그냥 있는대요.
애가 소심해서 같이 싸우고 치고박고를 못하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속상한거예요.

어제 집에 와서 조근조근 얘기를 했어요.
다른애들이 이러저러할때 가만히 있는건 바보다..
너도 저항을 해야 한다.. 싫은건 싫다고 꼭 얘기하고, 싸워야 할때는 싸우고...기타 등등...

오늘 아침에 살짝 감기 기운이 있는 앨 방학식이라 어쩔수 없이 원에 보내고 오는데,
내처 마음이 너무 안좋아요.

애가 이리 약해 빠져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라는 건지..
초등학교 들어가면 훨씬 더 험해질텐데 그땐 또 어쩔른지...

어제 아이 아빠랑 얘기를 하면서 둘이서 쳐다보곤 한숨만 쉬었어요.
사실.. 우리 부부가 성격이 둘다 비슷해요.
아이 아빠가 자랄때 딱 그랬대요. ㅠ.ㅠ 다만 자기 말로는 시골에서 자라 그 동네에서 자기가 공부도 제일 잘했고 집이 가장 부자라(어디까지나 시골이었기 때문에..) 다른애들이 건드리지 못했었다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러니 큰일이지 뭐야. 공부는 아직 모르겠지만 우린 부자도 아니잖아.

그냥.. 평범한 보통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도 잘 안듣고 까불기도 하고, 가끔 반항도 하고..
그렇지만 그런 애들이 다 지 밥그릇은 더 잘 챙기는 법인데..

얘는 커서 뭐가 될까요? 왜이리 마음이 답답한건지...ㅠ.ㅠ
IP : 175.120.xxx.11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7.23 11:42 AM (175.119.xxx.69)

    엄마눈에만 착할꺼여요.

  • 2. 저희애도 7살인데요
    '10.7.23 11:44 AM (118.36.xxx.147)

    엄마들은 보면 자기 아이가 가진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먼저 보더라구요. 물론 장점도 여기저기서 칭찬 들으면 그렇지 우리애가 저런면이 있지 하면서 좋아하지만 그건 금방 잊어버리고 자기가 평소에 눈에 띄던 단점이 자꾸 부각이 되는거죠. 근데 아이들이 완벽할순 없어요. 자기거 잘챙기고 잘나서고 활동적인 아이를 둔 부모는 산만하다고 걱정하고 너무 공격적이라 걱정할걸요. 아이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보다는 장점을 더 부각시켜서 아이가 자신감이 생기게 하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 3. 저희도
    '10.7.23 11:46 AM (58.120.xxx.243)

    그래요..저도 너무 싫어요..
    남아니 더 그런듯..
    잠깐 틱이 나타나기도 했어요.소심하고 너무 착하고 인물도 훤해요..
    점잖고..여자애들사이에서 인기는 많아요.
    싸우지도 못하고..
    에구 저도............걱정입니다.

  • 4.
    '10.7.23 11:47 AM (163.152.xxx.131)

    저희 친척중에도 저런조카 한명 있었는데 커서도 변함없이 수더분하고 그러더군요. 물론 남자애가 너무 여우같고 그런것도 안좋겠지만 원글님이 생각하는것처럼 요즘 세상에 저런 성격이 좋지 않은건 사실이거든요. 대체로 저런성격의 남자아이는 군인같은 직업이 적합하다고 들은것 같아요.

  • 5. 우리애베프네
    '10.7.23 12:02 PM (180.69.xxx.170)

    헉 제가 쓴 글인줄 알았네요.--; 저도 7살 남자아이.. 원글님이랑 같은 경웁니다. 돌도 안지난
    동생도 잘 돌봐주고 어디 입댈게 없는데 너무 순해서 치이네요. 유치원 선생님이 하신 말씀도
    비슷하구요. 여자애들이랑 잘 지내고 사랑한다는 고백도 많이 받네요.--; 유치원 행사에 가면
    여자애들 엄마가 니가 **구나.. 하시는 말씀 자주 들어요. 딸래미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해서
    누군지 궁금했다고.. 주변에선 아들이 저렇게 순하니 복받았다고 하지만 거친 애들 한테 맨날
    치이는거 때문에 애한테 엄청 화도 냈네요. 널 때리거나 괴롭히는 친구는 같이 때리거나 맞대응을
    하라고 하면 친구를 때리거나 괴롭히는건 나쁜 짓이라서 할 수가 없다고 눈물만 뚝뚝..ㅠ,.ㅠ
    너무 속이 상해서 제가 아이앞에서 운적도 있습니다. 친구들이 널 괴롭히거나 때리는데도 가만히
    당하기만 하는게 너무 속상하다고 친구들이 널 괴롭힐 수 없게 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그럼 자긴 친구가 때리거나 괴롭히면 같이 때리진 않고 소릴 크게 지르겠답니다.--;
    친구가 깜짝 놀라서 도망가게.. 주변에 우리아이랑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같이 사이
    좋게 지내고 좋을텐데 유치원도 아파트랑 떨어져있고 아파트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은
    약간 거친편이네요.(객관적으로 거친아이도 있고 우리애가 순하니까 우리애한테만 거칠게 하는
    아이도 있구요. 이건 좀 주관적인 표현입니다.) 원글님이 가까이 계신다면 우리아이랑 친구시켜
    주고 싶어요.

  • 6. ***
    '10.7.23 12:05 PM (222.110.xxx.1)

    아는 언니 아이도 그래요...
    그래서 학교 간 뒤로 언니가 신경을 무지 썼어요... 친구 잘 사귈수 있게 집에 애들 불러 맛있는거 해주고 ... 애들 모아 공연 보러다니고...
    그래서 그런지 친한 친구도 몇 있고 비교적 잘 지내나 봐요..

  • 7. 저도,,
    '10.7.23 12:20 PM (114.202.xxx.112)

    저도 우리아이 이야기하는줄 알았어요,,,
    7살,,, 남자아이,,
    정말 모든 정석이였어요,,, 머리도좋고,,, 4살때 한글 쓰기읽기다 가능하고,,
    지금은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 cnn을 즐겨보는,,,
    근데,,, 단점이라면,,, 거절을 못하고,, 운동신경이 넘 둔하단 거예요,,
    6살때까진 그냥,, 넘 100점짜리 아들이라,,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7살,, 남자아이다보니,, 슬슬 남자아이들간에 서열싸움을 하나봅니다.
    우리아이 전혀 때리질 못해요,, 그리고,, 잡기놀이나,, 장난칠때,, 친구가 좀 과격하게
    적당한 선을 넘기며 놀아도,, 하지마! 란 말을 못합니다,,
    그러니,, 우리아인 늘,, 당하고,, 혼자서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는거 같아요,,

    남자아이들이라,, 한번 떄려봐서,, 맞고만있음,, 계속 집요하게 때리는데,,,
    어떻게해야하나,, 걱정입니다,,
    그래서,,, 당장 태권도 시키고 축구교실에,,, 운동위주로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천성이 착한아이라,, 바뀔지 모르겠네요,,,

    정말 저도,,, 님과 같은 고민으로 글을 올리려고 했었는데,,
    에효,,,,,

  • 8. .
    '10.7.23 12:23 PM (58.231.xxx.214)

    저희집 큰아이가 그랬지요.
    딱 7살 여름까지만...
    변하는거 순식간이대요.
    지금 4학년인데,
    능글능글 뺀질 뺀질, 엄마 속썩이기 위해 태어난 사춘기소년입니다.
    그냥 아이 그대로 인정해주세요.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더군요

  • 9. 에구..
    '10.7.23 12:58 PM (121.142.xxx.153)

    저도 제 아들 키울때 그랬어요.지금은 15살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걱정하고 있구요. 다른아이들과 너무 다른 순한아이.. 2돌때부터 글을 읽었고 쓰기는 3살 좀 지나 했군요. 원글님과 다른 점은 저희아들은 외동으로 크다보니 더 외롭게 자랐어요. 여자아이들이 너무 괴롭힌다고 울기도 했는데 저희아들 전학할때 그 여자애들이 다 좋아한다고 고백하더라구요. 초딩때 친구들이 욕해보라고 옆에서 막 시켰는데도 절대 난 욕 안해 하고 버틴 일화도 얘기하더라구요. 지금은.. 외고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엔 중3이니 더 열심히 해야겠죠. 머린 좋은것 같구요. 공부하는건 좋아하지는 않는데 잘 합니다. 아이기질이니 바꾸기보단 좀 적응해서 잘 살게 만들어야할텐데.. 여전히 같은 걱정에서 벗어나지는 못해요. 아이아빠가 자주 운동할때 데리고 나가서 농구,야구같은것도 잘하니 지금 친구들은 저희아이가 아주 특별한 아이라고 착각하고 나름 잘해준답니다. 공부도 운동도 피아노도 잘친다고.. 제가 보기엔 너무 어리숙하고 공부밖에 할게 없는 아이에요...ㅜㅜ

  • 10. blessdenber
    '10.7.23 2:54 PM (152.99.xxx.11) - 삭제된댓글

    ㅎㅎ제가 그렇게 큰거 같네요

    본인 의사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줘보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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