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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못난딸 조회수 : 698
작성일 : 2010-07-20 07:17:49
엄마처럼 기구한 인생을 산 분도 흔치 않을 거에요. 무남독녀 외동딸에 아프신 외할머니 한분 살아계시고, 의지할 친척어른 하나 없어요. 아버지는 바람피워서 집을 나가고 그래도 있는 돈 아껴가며 잘 살아가려 하는데 몸이 아프셔서 병원에 가보니 만성신부전증이라고 하네요. 자식이라고 둘 있는데 저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썩 도움이 되지도 않는 거 같아요. 전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다니고 있고 오빠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시험 준비만 하다 백수로 지내고 있거든요..

전 사실 엄마가 그렇게까지 아프다고 생각 안했어요. 이혼하시면서 다 뿔뿔이 흩어져 살았기 때문에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찼고.. 암같은 거면 모를까.. 당장 죽는 병은 아니지만 마음 아파도 잘 관리하면서 살면 되겠지 생각했어요. 엄마도 저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 괜찮다..하니까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괜찮겠거니 믿고 살았네요. 하고 싶은 공부하겠다고 취직도 안하고.. 공부한다고 돈이 나올 구석이 있는 학문도 아니고.. 그래도 엄마는 저 하고 싶은 일 하고 살라고 하셨어요 늘. 이혼하게 되는데 본인 책임이 컸다고, 어릴 때부터 떨어져서 혼자 살게 내뒀다고 늘 미안해하셨거든요. 전 그럴 필요 없다고 늘 괜찮다고 했지만.. 엄마는 그래서 힘든 걸 잘 내색하지 못하셨던 거 같아요.

아직 투석을 하시진 않으셔요. 열심히 관리하시고 치료받고 그러시고 있어요. 전 치료 받고 그러면.. 그리고 투석 받는다 하더라도 한참은 더 엄마 살아계실거라고 당연히 믿고 있었거든요. 근데 요즘 몸이 부쩍 안좋아지셨는지.. 이제 겁이 많이 나시나봐요. 근 몇달 사이에 다른 병을 세네개는 더 얻으신 거 같아요. 아무 소리 안하고 계시더니 갑자기 종양이 생겨서 수술해야 한다고. 양성이라 괜찮다 하셔서 제가 더 놀래서 병원에 찾아갔네요. 그때 앞날 어찌 될지 모르니 보험이랑 채무 관계 알려주겠다 하셔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엄마가 많이 마음이 약해지셨구나 깨닫기도 하고요..

오빠는 아직도 어릴 때 부모님이 준 상처 운운하면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인간이구요
그래도 엄마 아들이니까 보듬어줘야지 줘야지 생각하는데 나이가 서른이 다 되도록 정신을 못차리네요. 전 공부하는 건 그럭저럭 잘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 공부 자체가 워낙 비전이 없는거라.. 요즘 많이 갈등이 됩니다. 어서 취직해서 엄마를 도와드려야 하는 것이 아닐지.. 가까이에 살면서 함께 있어드려야 하는 게 아닐지..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릴 적에 엄마하고 떨어져 살면서 너무 외로웠거든요. 나이 들어 다시 만나서 화해하고 이제서야 모녀간의 정도 느끼고 하는데.. 만성 신부전증 환자 투석 시작하면 오래가기 힘들다.. 이런 이야기 읽으니까 겁이 납니다. 평생 고생만 하신 분이라 저 잘되어서 애도 낳고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지금 제 페이스대로 하자면 그건 한참이나 더 걸릴 일이라서... 말로는 저 행복한게 최선이다 그러시지만 정말로, 속마음은 제가 어서 안정찾고 자리 잡길 바라시는 거 같아요.

한편으론 전 열심히 해서 박사는 유학도 가고 돈 안되어도 이 공부 좋으니 계속 하고 싶기도 한데.. 너무 어린 생각일까요.. 제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해해줄 남자 만나는 것도 자신 없고.. 바람피어서 도망간 아버지 보고 자란 제가 무슨 환상이 있겠어요. 오빠도 변변치 못한 인물이지.. 그저 고민만 느네요..

여름밤에 잠못이루다 아래 돌아가신 엄마 유서 읽으니 갑자기 엄마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IP : 124.61.xxx.15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비전이
    '10.7.20 11:26 AM (175.197.xxx.42)

    없으면 공부 그만 두고 취업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요?
    고시공부 하다가 낙방해서 과감히 취업하는 분들도 나름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공부도 일종의 중독 같은데 현실에 비추어 잘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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