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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동네 산책하다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발견했어요~

어떻게 해.. 조회수 : 1,427
작성일 : 2010-07-19 12:25:51
울 동네에 한강부지(이촌부지)가 있거든요.

토요일 폭우가 쏟아지고, 일요일 오전은 해가 좀 비추길래 츄리닝 입고 한강고수부지로 나갔어요.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왠일로 별로 없더라고요.  잔디가 다 젖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 앞에 한 키 큰 남자가 강아지 두 마리(영화 스내치에 나오는 한쪽 눈만 점박이 있는, 못생기나 귀여운 그 강아지 있죠?)의 뒷처리를 해주고 있는 거에요. 휴지로요. ^^

그땐 그냥 강아지 산책 나온 사람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어요.

키가 크긴 했지만, 얼굴이나 뭐 패션센스나.. 제 타입은 아니었거든요.  

거의 1시간을 산책하고 돌아오다가 또 마주쳤어요.  강아지 산책을 1시간이나 한 거죠.

근데 가만히 보니 두 강아지가 둘 다 비만인거에요. ^^ ㅋㅋ 그래서 억지로 1시간이나 산책시켰나봐요.  그리고 그 두 강아지, 더운데 1시간이나 걸었으니 얼마나 지쳤겠어요.  그나마 시원한 터널 안 아스팔트 길 위에 널부러져 누워서는 꼼짝을 안 하는 거에요.   목줄을 당겨도 요지부동.

그런데도 그 남자 당황하거나, 짜증내기는 커녕 웃으면서 달래더라고요
"가자~ 어서 가자~" 사랑스럽게 몸통을 다독이면서 말이에요.

근데.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얼굴도 패션센스도 제 타입 아니었으나,

사람들이 주변에 없어도 자기 강아지 뒷처리 확실히 할 줄 알고,
비만 걸린 강아지를 위해 한 여름 1시간 동안 산책할 줄 알고,
지쳐서 뻗어버린 강아지 살살 다독일 줄 알고,

그 사람을 지나쳐 집에 가던 중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드는 거에요.

하지만 이미 그 사람을 지나쳐버리고 만 것이죠 ㅜ.ㅜ

뒤를 돌아보았으나 이미 사라졌더라고요.

그 사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아마 LG자이 사는 것 같은데..

두고두고 아쉽더라고요.  아.. 말이라도 걸어볼 걸.  결혼은 했는지 알아나 볼 걸.. ㅜ.ㅜ

강아지 좋아할 줄 알고, 책임감 있고! 딱 내 타입인데.. 어흑.

한 가지 불안한 것은, 옷 입은 모습이나 얼굴이나 어딘지 모르게 약간 게이스럽긴 했는데,,  어흑

그래도 말이나 붙여볼 걸..

말이나 붙여볼 걸..하고 후회하게 만든 최초의 남자입니다.  제가 얼마 전 싱글이 되다 보니  길 가다 마주친 남자까지 다 아쉽네요.  









IP : 218.233.xxx.25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7.19 12:33 PM (180.227.xxx.17)

    그런 자상한 남자라면 저도 쑝~~했겠네요
    뭐 집이 근처라면 강아지산책시키러 또 나오겠네요
    그때는........ 강아지를 오작교삼아 말을 한번 건내보세요
    "어머!! 강아지가 참 예쁘네요 몇살됐어요?"
    "강아지 종이 뭐에요?"
    뭐 대충 그때 상황에 맞게...
    강아지 두마리를 데리고 혼자 산책나왔으면 미혼일 가능성이 높은거 아닌가요?
    헐.." 다음에 만날때 아이들이랑 같이 나오면 그때는 말짱 꽝~~!인데
    제발 아니기를.........ㅋㅋㅋ

  • 2. 들이댑시다!!
    '10.7.19 12:39 PM (221.148.xxx.106)

    저는 반포지구쪽인데, 잠수교 건너 이촌지구 가봐야 겠는데요? ㅋㅋ
    그런 괜찮은 남정네라면, 확 들이대 보세용!!
    근처 사는 사람이면 또 볼테니, 한강 산책갈 땐 늘 준비상태로 가시고요. (꽃단장 필수)
    이후로 또 그 남정네 보게 되면 진행 상황 올려주세요ㅋㅋ

  • 3. 어...
    '10.7.19 12:39 PM (218.51.xxx.111)

    원글님 설명만으로도 제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뎁쇼?
    음.. 탐나는데... 외모가 누구 스타일이던가요?
    혹시 원글님 눈이 너무 높은 건 아니시구요?
    사실 남자들 추리닝까지 너무 근사하게 차려 입으면 좀 별로던데. 막 입은 듯한 게 좋던데, 전요.
    아마 추리닝 패션 스타일까지 따지시는 원글님 눈이 높은 게 분명합니다.
    다음 번에 다시 마주치게 되면 적극 들이대시길. ㅋ

  • 4. 옆집
    '10.7.19 12:48 PM (211.212.xxx.136)

    윗집 아는집 개 산책 시켜준다고 빌려서 끌고 나가세요.
    공통분모가 있어야 말 꺼내기가 쉽죠~ ^^

  • 5. 며니
    '10.7.19 1:55 PM (221.160.xxx.102)

    아....가까이 사시면 우리집 멍멍이 빌려드릴텐데. >.<

  • 6. ㅋㅋㅋ
    '10.7.19 1:58 PM (116.122.xxx.6)

    원글도, 댓글도 너무 재밌어요..
    담에 꼭 잘되서 다시 글 올려주세요~~~
    (얼마전 결혼한 새댁이 괜히 설레면서 읽었네요..ㅎㅎ)

  • 7. ,,,
    '10.7.19 2:17 PM (99.229.xxx.35)

    혹시 똑같은 시간에 다시 나오지 않으려나?
    내일도 그 시간대에 나가보시고...
    1주일 후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나가보세요.

  • 8.
    '10.7.19 2:39 PM (115.137.xxx.49)

    일요일마다 강아지 끌고 나오나 봅니다.
    다음 일요일에 꼭 나가보세요. 강아지 빌릴데 있음 좀 빌리시고요~

  • 9. 원글이
    '10.7.19 2:40 PM (218.233.xxx.250)

    얼굴도 모르는데 강아지 빌려주시겠다는 분~~ 감동 먹었어요 ㅋㅋㅋ

    츄리닝 스타일을 따지는 게 아니고요~ 오히려 남자치곤 꾸미고 나와서 그래서 별로라고 했던 거에요. 마찬가지로 그래서 좀 게이스럽다 한 거고요~

    그래서 관심 없던 건데, 뒤돌아 생각해 보니 행동 하나하나는 참 맘에 들더라고요 호호호

    다시 또 만나게 해주길 바래주세요~~ 꼭 후기 올릴게요.

    지난 주 내내, 슬픔에 잠식되어 살고 있었는데,, 그래도 아주 작은 즐거운 일이 생겼네요.

  • 10. 아하...
    '10.7.19 6:41 PM (116.38.xxx.229)

    조~을 때다..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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