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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프뢰벨유치원 경험담

베를린 조회수 : 626
작성일 : 2010-07-05 17:08:05
첫째 아이는 4살때 독일로 같이 가서 6년간 킨더가르텐, 초등학교를 다니다 와서
이제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욕'을 몰라서 집에 와서
물어보는데 대답하기 곤란한 욕도 많이 물어봐서 속이 좀 상했습니다.

한국에서 놀이방 다니다가 독일와서 동네 성당유치원에 자리가 마침 있어서 바로
보냈습니다. 오로지 '피피(작은거)', '카카(큰거)', '봐서(물)'만 몇 일간 가르쳐서
3일간 적응기간에 같이 1시간 정도 있다가 4일째에는 혼자 놔두고 왔습니다.

엄마를 부르면서 무서운지 우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독일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지금 안가시면 아이가 적응을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셔서
4시간 뒤에 데리러 온다고 말하고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나왔습니다.

독일 아이들과 독일 선생님들만 있는 곳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동양인 아이가
감당하기엔 좀 힘들었을꺼라 지금도 미안해 하며 물어보곤 합니다.
그래도 어쨌든 적응하더군요.


성당유치원 선생님들이 7명 이었는데 모두 "프리드리히-프뢰벨 슐레" 라는 교대를
나오신 분들이었어요. 3년제를 마치신 분도 있고 2년만 하신 분도 있고.
한국에서 프뢰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교구나 프로그램 등의 원조인가 아닌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한 명 밖에 없으니 맞는 것 같아요.

내심 기대를 했더랍니다. 원조 프뢰벨 교육을 잘 받을 수 있으니 적응이 힘들어도 좀
참고 계속 보내자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1달이 지나고 3달이 지나고 6개월이 다 되어도 아이가 뭐 하나 배우는게 없었어요.
오늘 뭐 했어? 라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했어. 나중에는 nix. 이러고 말더군요.
처음 3개월간은 아이도 무척 방황하더군요. 재미가 없다고. 아무것도 안한다고. 혼자서
세발자전거타고 4시간 내내 호프(안마당)에서 아무하고도 말안하고 왔다고.

독일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어요. 하루는 윗옷을 갈아입히는데
모래가 우르르 떨어지더군요. 그제서야 아이가 울먹울먹 하더니 누가 모레를 자기 머리에
뿌리고 옷에 넣었다 하더군요. 아이들 이름도 제대로 모를 초반기여서 누가 했는지
얼굴보며 대조하기 전까지는 모르겠더군요. 화가 나서 연구소에 있는 남편을 오후에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가서 좀 따지라고 했습니다. 말도 못하는 외국아이에게...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놀이터에서 모래놀이 하고 노는 일상적인 경우에 불과했더군요.
한국에서 보면 좀 지저분한 놀이일텐데 여기서는 그냥 자연친화적... 얼굴에 정면으로 던진
것도 아니고 서로 모래 뿌리면서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거더군요.
너무 깔끔떨며 옷버리면 안된다고 했던 저 때문에 독일 놀이에 적응 못한 제 아이...ㅜ.ㅜ


(그곳에서는 흙바닥이나 모래에 뒹굴어도 뭐라 안하더군요. 진흙바닥에 놀아도 부모들은 웃으면서
놀게 하고.. 다치는거 아니고 위험하지 않으면 항상 ok. 옷은 갈아입히면 되는데 왜 잘 노는 아이를..
때 되면 알아서 안하게 된다고.. 이런 생각들이더군요.)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 다는 사실을 6개월 뒤에 유치원 학부모 끼리 이야기 나누면서
알게 되었어요. 유치원에서 뭘 배운다는걸 더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뒷통수를 맞은 듯 했어요.

그런데 6개월이 지나고 아이는 유치원 가는 걸 점점 재밌어 하더군요. 말도 좀 배우면서 대화도
좀 알아듣고 하다보니 노는 방법도 배우는 것 같고. 집에 와서 오늘은 뭐 하고 놀았다고 한 참 이야기를
해요. 유치원 마당에 포장된 부분이 있는데 오전 내내 3명이서 분필로 그림을 크게 그리고 놀았다면서.

중간에 선생님이 실내에서 동화읽어주기로 해서 들어오라고 했는데 3명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안들어가고 밖에서 놀았다고 하더군요. 한 번은 생일잔치가 있어서 실내에서 노래불러주고 생일축하를 해주었나 본데 몇 몇은 재미가 없어서 자전거 타러 마당으로 나갔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은 그러면 뭐 하시냐?고 물어보니 같이 논다네요. 4~5명이 동화책 읽어달라면 읽어주고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면 같이 놀고, 그림 그리자고 하면 같이 그려주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프로그램 자체가 아예 없더군요.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있더군요.)


한국 놀이방에서 재미있게 선생님과 프로그램에 따라서 놀고 배우고 알차게 생활하던 아이가
처음에는 방황하면서 재미없다고 킨더가르텐 안간다고 몇 일을 떼를 썼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서
6개월 정도 지나니 오늘은 뭘 하고 놀아야 겠다고 하면서 유치원으로 가더군요.


이런게 원조 프뢰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인문계중고등학교)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더군요.

"네가 뭘 하면 즐거워지는지 네가 알아서 해라. 그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 대학생들은 자기가 생각한, 틀린 대답도 곧잘 강의시간에 번쩍 손 들어서
꺼리낌없이 말하고, 선생님이나 어른들 눈치 안보고, 토론도 잘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아무도 표검사 안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인데 모두들 양심적으로 표를 사서 타는 건가 싶더군요.

IP : 163.152.xxx.21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러움
    '10.7.5 5:51 PM (203.142.xxx.241)

    "네가 뭘 하면 즐거워지는지 네가 알아서 해라. 그것이 인생이다."
    -->
    가슴이 찡합니다

  • 2. 가채맘
    '10.7.5 5:57 PM (210.92.xxx.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째는, 놀이학교 -> 체능단 -> 영어유치원을 보냈고
    둘째는, 올해 처음으로 일반유치원을 보냈습니다.
    시간표도 없이 진행되는 (있긴 있더군요.. 상대적으로 부실해서 ?? ^^ 그렇지..) 커리큘럼? 때문에, 도대체 뭘 배우고 오는지..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아이가 적응하고 좋아하고.. 그곳에서 무얼하는지 알게되면서,
    제 걱정이 기우였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원글님의 글을 읽으니,
    그,래,도,
    아직은 일반유치원이 원글님이 쓰신 독일 유치원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주변에 많이 생기고 있는, 놀이학교들.. 정말 30분, 40분 단위로 구성되어서,
    4살 아이들에게 가베,수학,과학,미술,영어,동화,체육 등을 줄곧 가르쳐댑니다..

    예전에는, 그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건줄만 알았어요..
    이젠, 아니라는 것도 알고.. 둘째, 유치원 옮기려다가... 생각 접고, 계속 보내기로 한 결심,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있던 중입니다....

    원글님, 좋은 경험에 대한 글 감사해요~

  • 3. 인천한라봉
    '10.7.7 1:54 PM (211.179.xxx.43)

    우연히 프뢰벨로 검색하다가 시간이 지난 베를린님 글을 보게 되었네요.
    지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잘지내시죠?

    경험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울아이도 이제 한국나이로 6살이라 신경쓸일이 많네요..

  • 4. 베를린
    '10.7.15 2:23 PM (163.152.xxx.120)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에어컨 없이 독일서 살다가 한국오니 에어컨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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