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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이 정말 외로운 이유
베스트글을 읽었습니다.
외동자식에 관한 글에 댓글이 많네요.
제가 평소에 이 문제에 관해 많이 생각해오 던 차라 한 마디 남기려고 합니다.
다들 내 처지보다 남의 형편이 좋아보이기 마련이고, 또 내 고민은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기에
당연히 견해차가 있을 겁니다. 형제 있는 사람들은 외동을 부러워하고, 외동들은 형제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죠.
저는 외동딸입니다. 많이 외롭게 컸습니다.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친구가 없는 편도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책이랑 친해서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
집에 책 몇 권 넣어주고 혼자 두면 군소리 없이 집을 잘 지키는 아이였습니다. 초등 시절 한참 가세가 기울 적엔
집에서 국어사전을 읽으면서 놀았으니까요.
자라면서 집안에 많은 풍파가 있었습니다. 많이 아픈 일들이 있었어요. 저 나름대로 부모에게 반항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었달까요. 수백, 수천번 가출하고 싶었지만 적어도 고등학교는 마쳐야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생각에 학대 받으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꾹꾹 참았습니다.
멋 모르는 꼬마때도 (그 시절엔 좀 부유했어요) 형제가 그리웠지만 성장하면서 더 형제가 그리웠습니다. 심심하거나 기대고 싶어서가 절대 아니에요. 제가 형제가 필요했던 건, 단 하나 증인이 필요해서였습니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또 때론 힘든 와중에 노력하고 기쁜 일이 있었던 것. 내 가정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많은 아픔과 지나고 나니 그럭저럭 추억이 될 만한 기억들.... 그것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했던 겁니다.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내부모에게 같이 칭찬 받고, 같이 매 맞고, 같이 가난하고, 같이 성공하고....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아무도 내 속사정을 모를 때, 그래서... 누군가 내 사정을 안다면 차마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싶었던 그 시절에 ... 누가 나를 도와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냥 내 사정을 알아만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힘들었어요. 우울했죠. 제가 조금만 더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면 아마 죽었을 겁니다.
형제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더군요.
형제가 주는 고통이, 멍에가 얼마나 큰 지 아냐구. 네. 짐작이 가요. 여기 82만 봐도 형제 때문에 얼마나 속썩나요. 빚을 지게 만들고, 말로 상처주고, 사회적으로 망신 당하게 하는 형제들이 참 많죠. 형제가 많은 것도 고통스러울 수 있단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외동이 아이에게 더 나은 거라고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 편하려고 외동하는 것도 아니고, 형제 있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더불어 외동이라고 ... 혼자 좋은 거 먹고 입고 사랑받는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행복한 기억도 외동이라면 결국 혼자만의 기억으로 남아버리죠.
저에게도 좋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부유하고 단란했던 아주 잠깐의 시절이... 근데 사람들이 잘 안 믿는 거 같아요. 그냥 씁쓸하게 웃고 말죠. 그 시절을 아주 달콤하게 기억하고 즐거워하며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살아가는데 그 또한 힘이 될 텐데...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대받으며 자란 외동이라고 인성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잉여인간으로 자라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멀쩡한 직업 갖고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일도 잘 되고, 연애도 잘 되고... 주변사람들도 많이들
도와주고 관계도 좋아요. 하지만... 외롭습니다. ... 참 외로워요.
외동자식만 둔다고 이기적인 거 아닙니다.
전 아직 결혼계획이 없습니다만 설사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아이 둘? 어림없죠. 여러가지 형편상.
그래서 안 낳을 생각입니다만 요즘 세상에 둘 낳는 거 정말 힘들죠.
그저 외동이 더 낫다, 라고 아이에게 강제주입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1. 남의것이크다
'10.7.2 4:10 PM (218.53.xxx.129)음.....저도 참 다사다난한 가족들입니다.
요즘 생각에 빠지면
아, 내가 고아 였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합니다.
너무 버겁습니다 가족들의 짐이요....2. ...
'10.7.2 4:14 PM (125.242.xxx.107)어느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네요 혼자든 여럿이든 본인한테 닥친 상황은 혼자만의 것일뿐 이란 생각이 듭니다. 형제가있든 없든 인간은 원래 혼자이니까요..
3. ㅇㅇ
'10.7.2 4:21 PM (116.125.xxx.93)저도 자세한 얘기를 풀어놓긴 뭣하고...
다정한 형제,자매이신 분들은 무척 부럽습니다.
아닌 경우에는 더 좌절하고 더 상처입고...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그럽니다.
저도 밖으로는 아무말도 안하니 형제,자매간에 잘 사는줄만 아니까요.4. ..
'10.7.2 4:23 PM (59.13.xxx.114)인간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이 있지요.
그런데 윗님 말씀처럼 형제가 둘이든 넷이든
인간은 결국 혼자이고 여럿이라서 외롭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고 봅니다.
가족이라서 형제라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같은 삶도 많다는거지요.
그리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았다고 해서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러면 안되지만 가족간에도 주도권을 가진자 ,더 강한자,약한자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즉 상처는 부모도,형제도 줄 수 있어요.
물론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는거니까.5. ...
'10.7.2 4:24 PM (111.103.xxx.62)을남편도 형제자매 많은편인데...어디가서 말 못합니다
사이좋은 형제자매 아니면 부모랑 사이 이간질 시키는 케이스도 있습디다..6. 흐음..
'10.7.2 4:28 PM (119.65.xxx.22)원글님의 말은.. 외동이 부모의 선택이 될수는 있지만
부모가 선택한일을 자녀에게 좋은선택이다라고 강요할수없다는
말인것같은데요.. 맞는 말인것 같아요..
외동이든..다자녀든.. 요즘은 순전히 부모가 결정짓는거니까..
그 결정을 외동인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는건 아니라고 봐요..
외동을 낳기로 한결정도 부모의 결정이고..
다자녀를 두기로 하는것도 부모의 결정이니까..7. 저두 외동맘
'10.7.2 4:59 PM (218.157.xxx.128)저두 외동맘 입니다..
요즘 부쩍 딸아이(9살)가 외롭다고, 왜 엄마는 자기 혼자만 낳고 언니며 동생을
안 낳아 주었냐고 투정을 부리네요.. 아이를 생각한다면야 두명이고 세명이고 낳는것이
좋지만 제 나이가 꺽어지는 사십이다 보니 이제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부모가 이기적인것엔 동의 합니다..8. 동감
'10.7.2 5:01 PM (218.152.xxx.240)저희 어머니가 외동으로 자라 외로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를 여섯이나 낳았죠 .
나는 그래서 식구 많은 집에서 지내는네 너무 힘들어 아예 결혼 않고 혼자 지내는 지금이
참 편한것도 있습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근데 그것이...동생들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다 결혼했지만
특히 어머니 돌아가실떄.. 가족이 있다는것 같이 이 슬픔을 일일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냥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위로가 되더라구요
그때 처음 느꼈어요 . 내가 동생이 많아서 진저리를 쳤는데 그래도 우리엄마처럼 외로운것보다는 낫구나..자랄 떄는 너무 힘들었는데 자라고 난 다음에는 동생들과 사이가 좋아요
물론 첫째가 잘하고 형제들이 다 철들고..서로서로 아껴주니까 내가 결혼 안해도
동생들 가족이 내 가족역할을 하는것도 있죠
근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엄마 생각이 나는거예요
살다가 힘들 때 어디가서 마음편히 이야기할데가 없었구나
남편하고 사이안좋을떄 아이 키우며 힘들 때.. 살다가 생기는 사소한 감정들을
배신당하거나 뒷담화할 걱정없이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구나 ...
( 물론 어릴 때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지만 어른이 되어 멀리 떨어지면 이웃사촌만 못하죠)
너무 많아도 너무 없어도 별로 인것 같아요
사정이 되면 둘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셋 정도가 좋지 않을까요?
근데요.. 무엇보다 부모노릇 잘 할 사람이 부모들이 되면 좋겠어요 . 부모자격시험같은것이 있으면 좋겠어요 .9. 윗글에 이어
'10.7.2 5:03 PM (218.152.xxx.240)물론 요즘엔 82처럼 온라인 공동체도 있고 하니 우리엄마처럼 그렇게 외롭지 않을텐데..
우리 엄마 어른이 되어서도 외동으로 외로웠구나 싶어서 돌아가신 엄마가 더 애틋하네요
그런줄 알았어면 더 살갑게 해줬어요 했는데 ...자식인 나는 엄마가 외로울거라고 한번도 생각못했네요 .10. ---
'10.7.2 5:05 PM (218.152.xxx.240)살갑게 해줬어요 --> 살갑게 대해줬어야
11. 정답은
'10.7.2 5:26 PM (110.11.xxx.47)없습니다. 세상살이에 어디 정답이 있던가요???
자식이 랜덤이듯, 부모도 랜덤이고 형제도 랜덤입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마음 접을것은 정리를 하고...(이게 중요!!)
내 스스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살아야 그 삶이 진정 내것이 되는게지요.
나에게 없는것을...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것을 생각해봐야 남는게 뭐가 있을까요?12. 쿵야
'10.7.2 5:34 PM (210.217.xxx.55)멀쩡한 엄마, 언니 있는데 결혼전에도 결혼후에도 외로운 저는 뭔가요? 언니가 둘이나 있는데 연락두절하고 사는 제 친구는 뭔가요? 누구나 외로움에 몸서리칩니다. 외동이는 그 이유를 형제나 자매의 부재에서 찾지요. 하지만 막상 형제,자매가 있다 하더라로 잘 지내기 힘들걸요? 오히려 저는 친구와 더 의지하며 지낸다는..
13. 부모의 선택을
'10.7.2 6:11 PM (203.234.xxx.40)자식을 위한 것인 것처럼 정당화하지 말란 말씀에 공감합니다.
원글님 학대 받으셨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네요.14. 진짜 외로운건
'10.7.2 6:38 PM (114.203.xxx.40)아무도 없어서 외로울때가 아니더군요.
형제도 남편도 친구도 누군가 분명히 있는데 외로울 때가 정말 무섭도록 외롭더라구요.
차라리 없으면 없어서 그런가보다 핑계라도 있지요.15. 펜
'10.7.2 7:04 PM (221.147.xxx.143)다른 외동이신 분께도 글 썼지만, 원글님도 마찬가집니다.
님이 어려서 외로웠던 이유는 님 말씀대로 부모님과 관련된 문제때문이었지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못받을 정도로 집안이 어수선했다던가 등등),
단순히 형제 자매 없어서는 아닐 거란 거죠.
형제 자매 있어도 외롭게 크는 사람들 많고요,
결혼하고 나서도 배우자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려서의 외로움은 온전히 부모가 채워 줄 부분입니다.
형제자매가 있어도 서로 뜻이 통하지 않는다던가 트러블이 심할 경우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경우도 비일비재 하죠.16. ..
'10.7.2 8:11 PM (59.21.xxx.98)저도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쬬.. 저희도 삼남매여서 결혼해서 이제까지 다들 겨우 아둥바둥 살아갑니다. 셋이서 좋은거 뭐였을까 그냥 재밌었따 정도? 근데 부모님 돌아가시고나서 다들 철들고 똘똘뭉치고,, 그전까지는 이런거 없었고 느껴보지 못한 가족애를 느낍니다. 형제자매있어도 외롭고 외동이여도 외롭지만 형제자매 있고 외로운것과 아예 없어서 외로운것은 천지차이에요. 남편이 아무리 나쁜짓해도 아예 없는것과 그래도 있으면서 속썩이는게 낫거든요 .친정어머니도 아버지와 살아생전 그렇게 원수처럼 지내시더니 돌아가시고나서 너무 가슴아파하시고 그래도 싸우며 있었떤 떄가 그립다하세요. 결혼도 마찬가지로 해도후회 안해도 후회지만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 생각하구요.
17. 증인 ??
'10.7.2 8:13 PM (211.200.xxx.161)꿈꾸지 마시고 혼자라도 잘 사셔요 ~~
옛날 금송아지 얘기엔 대부분의 반응이 시니컬하기 마련이지요18. 증인의 의미
'10.7.2 10:42 PM (125.141.xxx.214)저 원글님이 무슨 얘기 하시는 줄 알겠어요.
형제자매는 꼭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동년배로서 은밀한 가족 내의 사정을 함께 겪는 그런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죠.
저도 남동생 하나 있는데 제가 차별받았다는 피해의식도 있었고, 서로의 가치관도 달라서 서로 별로라고 생각하고, 실제적으로 안 싸우고 친했던 건 고등학교-대학교 초반 시절 밖에 없지만, 20대 후반에 부모님의 어려운 상황을 함께 겪으며 그래도 서로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공유할 수 없는 뭔가가 있죠.
그 시절 지나고 서로 결혼해서 지금은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밖에 안보는 무덤덤한 남매 사이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원글님이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거 같아요. 형제가 있건 없건 외로운 건 당연하죠. 인간인데...19. .
'10.7.2 11:26 PM (112.144.xxx.3)증인이라면 더더욱 형제자매 힘듭니다.
연령대가 미묘하게 달라도 기억이 제각각이에요.
각자 입장에 따라서도 제각각이고요.
그놈의 기억 때문에 나이 들어 빈정 상하는 일 비일비재합니다.
펜님의 댓글에 한 표 드립니다.20. ㅇㅇ
'10.7.3 10:15 AM (121.177.xxx.231)저희집1남 5녀에 제가 막내입니다 제 뒤에 언니들 있다고 생각하면 늘 든든한생각이 먼저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