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해고 결정 후 MBC 노조원들에게 보낸 이근행 위원장의 편지

세우실 조회수 : 603
작성일 : 2010-06-12 15:27:32



MBC 이근행 노조위원장 끝내 해고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425293.html




해고 결정 후 MBC 노조원들에게 보낸 이근행 위원장의 편지  
   


빛과 어둠에 대하여

그러니까 어린 날, 꼭 이맘때였습니다.
들일 나간 부모님은 사방(四方)이 캄캄해지도록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당신들은, 손에 잡은 연장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만 일하자, 분명 그러셨을 것입니다.

예닐곱 살 저는 서둘러 남포등에 불을 켜 툇마루 기둥에 걸었습니다. 어둠이 무서워서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곤 마루 끝에 서서, 마당과 울타리, 또 그 너머 골목 쪽을 두렵게 바라보았습니다. 등(燈)빛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제 기억으로는 마당도 채 밝히지 못했습니다.
어둠은, 스무 발작도 안 되는 마당 끝에 짐승처럼 산처럼 웅크리고 있었고, 제가 건 등(燈)은 고작 작은 빛의 동심원을 기둥 주위에 그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빛은 어둠에 갇혀 있었고, 아이는 또 빛에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빛 밖으로, 그 어둠속으로 한 발작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빛과 어둠의 경계는, 넘기 힘든 공포(恐怖)의 선(線)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등(燈)빛 밖으로 조금씩 발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의 구별이라는 게 사실은 아주 작은 차이이며, 그 경계를 넘는 것 또한 한 순간의 두려움일 뿐이라는 걸 말입니다.
빛 속에서 보는 어둠, 어둠 속에서 보는 빛. 빛도 하나의 어둠이고, 어둠도 또 하나 빛의 세계입니다. 부모님은 어두운 밭이랑을 오가며, 칠흑(漆黑)속에서 한 참을 더 일하고 돌아오셨습니다.

조합위원장인 제가 결국 해고(解雇)라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치 않으셨으면 합니다. 조합에 짐이 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담담하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어둡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제가 어린 시절을 결코 상처로 기억하지 않듯, 이 시절의 많은 것들도 훗날 행복하게 추억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6.10 이근행 올림






역시나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에서 봐주셨으면 하는 건 이 기사와 이 편지입니다.





―――――――――――――――――――――――――――――――――――――――――――――――――――――――――――――――――――――――――――――――――――――
2010. 7. 28 재보궐선거

- 서울 은평을
- 인천 계양을
- 광주 남구
- 충남 천안을
- 강원 철원, 화천, 양구, 인제
- 강원 태백, 영월, 평창, 정선
- 강원 원주
- 충북 충주

다시 신발끈 묶고 달립시다!!!
―――――――――――――――――――――――――――――――――――――――――――――――――――――――――――――――――――――――――――――――――――――
IP : 116.34.xxx.4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
    '10.6.12 3:27 PM (116.34.xxx.46)

    MBC 이근행 노조위원장 끝내 해고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425293.html

  • 2. 참맛
    '10.6.12 3:29 PM (121.151.xxx.53)

    결국 자기들 하소 싶은대로 할려고 다 죽여야겠다는 거군.

    그냥 수꼴들만 안드로메다로 보낼 방법은 없는가.....

  • 3. phua
    '10.6.12 3:31 PM (218.52.xxx.103)

    ㅠㅠㅠㅠ
    힘이 없는 제가 너무 한심합니다.
    가족들의 상심은 또 어떻게 하고...

  • 4. 바래..
    '10.6.12 3:31 PM (58.239.xxx.91)

    봅니다..
    2년후에는 꼭 복직하시를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ㅜㅜ

  • 5. 이근행 위원장님
    '10.6.12 3:32 PM (110.9.xxx.43)

    우리손으로 다시 제자리에 돌아갈수 있게 우리도 연판장 돌립시다.
    우리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 6.
    '10.6.12 3:33 PM (121.151.xxx.154)

    2년까지 가지않을겁니다
    그전에 꼭 복귀하실겁니다

    정말 눈물이납니다

  • 7. ,,
    '10.6.12 3:39 PM (118.46.xxx.68)

    정말 눈물 납니다..역시 글도 마음절절 하게 쓰시네요

  • 8. ...
    '10.6.12 3:50 PM (125.177.xxx.193)

    힘내시길..
    복직하시는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참 가슴이 아프네요...

  • 9. 그동안
    '10.6.12 4:11 PM (115.95.xxx.171)

    너무 힘드셨을텐데
    내가 할수있는일은 힘내시라고 곧 복직되실거라고
    몇줄의 위로의 글을 올리는것 밖에는
    할줄아는게 없네요

  • 10. ..
    '10.6.12 10:59 PM (119.65.xxx.53)

    정권바뀌면 꼭 복직하시길 바랍니다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7091 한달째 유치원갈때 우는 1 질문 2009/06/17 220
467090 쏘나타랑 SM5 중에서 어느 것이 나을까요? 12 자동차 2009/06/17 749
467089 펌)한미정상 회견장 `로즈가든`으로 변경 15 ㅋㅋㅋ 2009/06/17 950
467088 오바마가 이란 대통령재선을 두고 한말요, 3 오바마도 불.. 2009/06/17 533
467087 장이 안좋은데 정장제 좀 추천해주세요 1 정장제 2009/06/17 189
467086 살면서 베란다 확장 해보신 분 계신가요???????????? 3 일산주부 2009/06/17 606
467085 편도선이 붓고 열이 나는데... 3 알려주세요 2009/06/17 320
467084 이미 보셨던 사진이라도 다시 한번 감상~~ 6 쪽팔려 2009/06/17 749
467083 TV보는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할까요 11 아침내내 2009/06/17 789
467082 오늘오전10시에택배보낸거...(컴터앞대기중) 3 택배 2009/06/17 201
467081 성격을 뜯어 고칠수만 있다면... 6 드런성질??.. 2009/06/17 569
467080 초등학생 아들 두신 분들, 조언 좀 해주세요. 8 아들맘 2009/06/17 689
467079 천단위에서 절삭(버림)한다를 영어로 어떻게 쓰면될까요 3 영어 용어 .. 2009/06/17 6,619
467078 옷차림이나 가방 신발 보고 접근하는 아이엄마.. 20 피곤해 2009/06/17 5,054
467077 봉하마을의 추모’ 새롭게 싹트다 6 그립다 2009/06/17 732
467076 잡지사에서 대지 앉힌 것 보고 얘기하라는데... 4 몰라서 2009/06/17 262
467075 딴날 국회의원과 봉은사 플래카드 맞춤법 비교 11 \'숙모\'.. 2009/06/17 686
467074 옆집 아이지만 안타깝습니다 6 아이가..... 2009/06/17 1,827
467073 딸래미 자랑해도 될까요? ^^; 14 자랑 2009/06/17 1,286
467072 [사설]‘주문형 끼워맞추기’로 끝나는 「PD수첩」 수사 1 세우실 2009/06/17 136
467071 카드사마일리지 여러해 모아서 쓸수 있나요? 2 como 2009/06/17 195
467070 님들 금값이요... 2 2009/06/17 730
467069 오늘자 조중동 머릿기사 4 역시나 2009/06/17 396
467068 노통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계신 시어머니 5 . 2009/06/17 1,191
467067 대구도 달라지기는 하는가봐요... 7 ㅎㅎ 2009/06/17 717
467066 李대통령-오바마 '포괄적 동맹관계' 합의 7 ㅋㅋㅋ 2009/06/17 371
467065 인간의 다면성 숙제좀 풀.. 2009/06/17 162
467064 마더에서 엄마의 비밀 침자리 3 어제마더 2009/06/17 1,559
467063 희망의 감동뉴스 9 미쳐가는 대.. 2009/06/17 602
467062 아이(초3)한테 일본어 가르치다. 2 부르르 2009/06/17 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