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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버스에서 어떤 아가씨가...

홀몸이 되고파 조회수 : 3,786
작성일 : 2010-06-10 08:58:19
저는 지금 임신8개월이에요. 30주가 지났구요.
뭐 누가봐도 임신한줄 아는 정도로 배도 나왔어요.

아침마다 출퇴근을 버스로 하는데 갈아타진 않지만 무려 새벽6시30분에 버스를 타도 늘 자리에 못 앉아요.
결혼초엔 6시40분에 버스를 타다가 임신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나오면 앉아갈수 있을까 해서 십분 더 빨리 나와도 역시나 아슬아슬하게 못 앉네요.

왜 딱 그런 정도랄까.
제가 버스 타면 빈자리는 하나도 없고 서 있는 사람은 저부터가 되거나, 아님 저 포함 한두명 서 있게 되는 수준이요.
아무래도 이게 서울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라서 이른 시간이어도 자리가 없는듯 해요.


임신 전엔 서서 가도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는데 확실히 몸이 무거워지니까 한 50분정도 서서가면 엄청 힘들더라구요.
그 분홍색 임산부 석 앞에 서 있어도 거기 앉은 아저씨들 빤히 아래위로 저 쳐다보고 양보도 안해주세요.
(아니 무슨 딴 좌석도 아니고 임산부 배려석 앞에 임산부 세워놓고 앉아가는건 좀 양심불량 아닌가요;;)

너무너무 힘든 날엔 어떨땐 눈물이 나려 할때도 있더라구요.
뭐 요즘은 양보 같은건 바라고 타지도 않아요.


근데 오늘 아침에 버스에서 여전히 서서 오고 있는데 제가 서 있는 앞에 어떤 아가씨가 헤드뱅잉을 하며 졸고 있었거든요. 근데 양재쯤 왔나;; 그 아가씨가 눈을 번쩍 뜨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길래 전 그 아가씨가 내릴때가 지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저를 보면서
"어머! 어떡해요! 제가 자느라 몰랐어요!"
하더니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앉으라고 하는거에요.
제가 내리실거 아님 됐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굳이 일어나서 막 저를 앉게 하더라구요.

그 아가씨 앞, 뒤로 앉아서 저 탈때부터 쳐다보던 아저씨들 괜히 막 시선돌리면서 딴청부리고...
-_-;


암튼 그 아가씨한테 너무 고맙고 괜히 아침부터 기분이 좋더라구요...
혹시나 82에 그 아가씨도 들어오려나 모르겠어요.
저도 얼른 출산하고 자유의 몸(?)으로 출퇴근 하게 되면 제가 양보받은 것처럼 임신한 분들한테 양보 잘 하고 다녀야지 생각했네요.
IP : 180.70.xxx.13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Namoo
    '10.6.10 9:04 AM (116.41.xxx.135)

    마음이 예쁜 아가씨네요 ^^
    저도 학창시절 해드뱅잉과 함께 하던 등교길이었는데;; 저도 학교까지 50분정도 걸렸다는..
    옆자리 남학생 가슴팍에 기대 잔적도 있었구~ 추억이 새록새록 ㅎㅎㅎ

  • 2. 사랑이여
    '10.6.10 9:15 AM (210.111.xxx.130)

    그 힘든 과정을 견디느라 정말 고생이 많군요.
    그 탄생과정에서 엄마의 고통을 아기가 안다면 아기도 훗날 남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렇게 남에게 배려하는 사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정말 님의 이야기에서 물씬 그리고 흠뻑 느낄 수 있어 오늘아침은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님...
    늘 건강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힘든 출근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힘든 님에게 양보를 기대해봅니다.
    유모차끌고 제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쇠고기 수입에 대해 항의했다고 북한의 지령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하는 몰상식의 시대에 님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그 아가씨에게도 축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3. ..
    '10.6.10 9:21 AM (118.220.xxx.57)

    다른거 다 떠나서..헤드뱅잉 단어땜에 한참 웃었어요 ^^

  • 4. 예쁜 아가씨
    '10.6.10 9:23 AM (121.165.xxx.189)

    정말 예쁜 아가씨네요.
    사실 빨강버스가 외곽으로 연결하는 버스를 타면 자리 양보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한 시간 가까이 서서 갈게 뻔하니까요.
    아가가 무럭무럭 자라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

  • 5. 정말
    '10.6.10 9:23 AM (180.66.xxx.4)

    힘들때는 야속할때 많지요. 더우기 임신했을때 8개월이라면... 어휴...
    할머니들 새파란 총각처녀 대놓고 지하철에서 욕하는 심정 아주 쬐끔 이해가더라구요.
    동방 예의 지국...뭐 이런거 다 집어치우고 제발 배려..라는것 알아주셨음 해요 저도 그렇고 그렇게 아이 키워야 겠단 생각듭니다.

  • 6. ^^
    '10.6.10 9:27 AM (183.102.xxx.165)

    아그..너무 너무 이쁜 아가씨네요.
    벌써부터 맘이 고운게 티가 나요..ㅎㅎ
    저는 아기 낳기전엔 몰랐는데..낳고나니 무릎이 너무 시리고 아프더라구요.
    그전까진 자리양보에 대해 별 개념이 없었는데...요즘은 어르신들, 아기 데리고
    계신 분들, 임신하신 분들 보면 바로 벌떡 일어나서 "여기 앉으세요"합니다..ㅎㅎㅎ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요. 저야 아직 젊으니까 얼마든지 서서 갈 수 있어요.

  • 7. ㅎㅎㅎ
    '10.6.10 9:55 AM (221.140.xxx.65)

    그 여자분에게 고마워하는 원글님 마음이 더 예쁘네요. 2222222222

  • 8. ..
    '10.6.10 10:08 AM (121.190.xxx.113)

    해드뱅잉..ㅋㅋ

  • 9. 그 아가씨
    '10.6.10 10:09 AM (58.29.xxx.130)

    도 임산부 되면 자리 양보받으시길 빕니다.
    참 예쁜 아가씨^^

  • 10. ..
    '10.6.10 10:12 AM (118.222.xxx.24)

    그 아저씨들은 처자식 먹여살리느라 기력이 쇠해서 그러려니... 하세요.
    괜히 미워하고 열받으면 태교에 안좋으니까요..
    정말 착한 아가씨네요 ^^

  • 11. ^^
    '10.6.10 10:20 AM (121.138.xxx.71)

    원글님 아이디 보고 빙그레 웃었네요.
    날 더워지는데 버스에서 서서 출근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요잉~~

    오늘 자리 양보했던 그 아가씨도 복받고
    원글님도 내일부턴 꼭 자리에 앉아가시길 빌게요~~^^

  • 12. 벼리
    '10.6.10 10:34 AM (210.94.xxx.89)

    제목과.. 글 초반의 우려와 달리 이런 훈훈한 마무뤼~

    간혹 '분명히 알면서 자더니, 서울 다 와서 양보하더라'라는 분들..
    ==> 진짜 있음.. 엄청난 피해의식쟁이들~~

    고마워하는 그런 맘 쓰시는 거 보니, 왠지 아가도 무지 건강하고 착하고 똑똑한 아가 나올 듯 ^^

  • 13. 예쁜이
    '10.6.10 10:44 AM (211.108.xxx.117)

    예쁜 아가 순산 하세요
    헤드뱅잉 아가씨도 복 받으시구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 14. 저두저두
    '10.6.10 10:47 AM (218.239.xxx.110)

    예전에 다리 수술해서 목발 짚고 댕긴적이 있었는데...
    버스타고 40분이상 출근해야하는 상황이였거든요
    시내버스라서 버스타면 사람이 많고 서서가야 하는 상황인데
    목발을 짚고 있는데도 양보를 안해주더라구여. ㅜ_ㅜ
    어쩔때는 버스기사아저씨가 자리좀 앙보하라고 소리지르고
    양보해줄때까지 출발을 안하는 아저씨가 있는 반면
    버스 계단 올라오지도 못했는데 출발해버려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그라고 있으니까 어떤 사람이 와서 도와주더라구여

    그렇게 몸이 한번 아파보고 나니 정말 장애인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구여..ㅜ_ㅜ
    저는 꼭~ 양보 잘해야지 그랬네요.

  • 15. 양보하려다
    '10.6.10 11:00 AM (119.70.xxx.135)

    전 아이를 낳아본 애엄마인지라. 임신중에 서서 간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노약자석.임산부석에 잘 앉지 않아요.
    허나. 아침에 그 자리만 비어있다면. 어쩔수 없이 않아있지만. 앉아서 가는동안 내내 눈치보구 있죠.
    하루는. 앞에 선 아가씨(미씨족)가 유난히 배만 나왓더군요. 임산부라 하기도 뭐하구 그렇다구 아니라구 하기도 뭐한. 허나 배만 나왔기에.
    그래서 자리 양보했습니다.
    그 여자분 저를 이상하게 보더군요. 어리둥절하게. 임산부가 아니였던거죠.
    다시 앉기도 안 앉기도 뭐해. 서있다가 다른분께 자리 뺏겼어요.

  • 16. ㅎㅎ
    '10.6.10 11:26 AM (119.64.xxx.178)

    저도 임산부였을때.. 착한 아가씨들이 많이 자리 양보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자리양보같은거 바래지도 않았지만 아저씨들은 정말 양보하시는게 없더군요.

  • 17. 저는 아가씨때
    '10.6.10 11:54 AM (180.224.xxx.39)

    멜빵바지 넉넉한거 입고 남자친구랑 버스탔는데
    40대쯤 되어보이는 여자분께서 자리 양보하시면서 몇개월이냐고 물어서 뻘쭘했던기억이....^^
    다른분들 말씀처럼, 기어코~자리양보해준 해드뱅잉 아가씨도, 원글님도 예뻐보이는 하루네요^^
    아침마다 오랜시간 버스에 시달리시느라 힘드시겠지만 아기나올때까지 태교도 많이하시고
    건강하고 예쁜아기 나으세요~~~

  • 18. 저도..
    '10.6.10 12:03 PM (203.234.xxx.3)

    예전에 남양주에 살 때인데요, 거기는 덕소에서 다 앉아 오기 때문에 도농이나 구리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기 힘들어요. 또 다들 서울 용산, 빨리 내려도 왕십리에서 내리거든요.

    저는 도농에서 타서 우연찮게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눈을 뜨고 싶더라구요. 진짜 갑자기.

    눈 떠서 앞을 보니 바로 동그란 배가 하나..
    놀라서 쳐다보니 체구가 작은 임산부가 제 앞에 서 있었어요. (제가 앉은 자리는 일반석)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자리 양보하니 임산부가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그러네요.
    주변에 앉아 있던 건장한 아저씨들 딴청 딴청.. (저 빼고 정말 다 아저씨들이었음)

    몸 피곤한 거야 남자나 여자나 같지만 솔직히 그땐 아. .이래서 ... 라고 생각했네요.

  • 19. 아저씨들 밉다
    '10.6.10 12:23 PM (147.46.xxx.47)

    저도 몸 푼지 백일됐거든요 상당히 공감가는 사연이라 댓글 남겨요
    바라시는데로 얼른 자유의 몸(?)되시고 예쁜아이 순산하세요*^^*

    그 아가씨 정말 고맙네요..맘이 고우니 얼굴도 예쁘겠죠?~

  • 20. ㅋㅋ
    '10.6.10 1:30 PM (119.206.xxx.115)

    정말 착한 아가씨네요..

  • 21. 좌석
    '10.6.11 12:44 AM (124.199.xxx.210)

    좌석에 앉아서 가는 방법이 정말 없을까요?
    왜 전 이 글 읽으면서 버스에서 자리잡는 법을 연구할까요?
    아슬아슬하게 좌석차지를 못하시면,
    차라리 반대편으로 한두코스 출근반대방향으로 가셨다가 타시면
    좌석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까요?
    한번 연구해보세요.

  • 22. 아이고
    '10.6.11 8:44 AM (58.237.xxx.92)

    난 제목만 보고
    아침부터 또 무슨 속상한 일을 당했겠거니..
    아가씨가..또 버릇없는 짓을 했겠거니...하다가

    반전돼서...에이고...아가씨 진짜 귀엽네요^^

  • 23. 요즘
    '10.6.11 9:01 AM (123.248.xxx.128)

    근래에 들은 것 중 가장 흐뭇한 이야기입니다^^
    순산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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